수십 년 된 나무 150여 그루 무단 벌목…“몰랐다”

[앵커]

양구의 한 사유림에서 허가도 받지 않은 무단 벌목으로 수십 년 된 나무 150여 그루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도 산림 당국은 나무가 다 베어질 때까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김태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양구의 한 야산입니다.

도로에서 10여 분 걸어 올라가자 울창한 숲 사이로 벌거숭이 산이 보입니다.

베어져 나간 나무의 밑동만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나이테가 촘촘한 것으로 보아 최소 30년, 많게는 50년 된 나무로 추정됩니다.

벌목된 나무들이 쌓여있습니다.

수십 그루는 돼 보입니다.

지름을 재보니 30㎝ 가까이 됩니다.

벌목된 임야의 넓이만 5,000여 ㎡에 달합니다.

야산에서 자라던 소나무와 잣나무, 참나무 등 수십 년 된 나무 150여 그루가 베어져 사라졌습니다.

야산에는 이 나무들을 밖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개설한 진입로 흔적도 보입니다.

하지만 이 벌목 행위는 모두 불법입니다.

행정당국으로부터 산림 이용과 관련한 어떠한 허가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산림자원법에는 자신의 임야일지라도 나무를 베어내려면 지자체에 허가를 받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작 양구군은 나무가 다 베어질 때까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박용근/양구군 생태산림과장 : "(나무마다) 벨 수 있는 나이가 있어서 나이 찬 거를 신청하면 현장을 답사해서 타당하면 허가를 내주는데."]

해당 사유림의 관리인은 지난달 초, 나무가 많이 훼손돼 있어 정리한 것이라며,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해당 임야 관리인/음성변조 : "피해목까지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몰랐고요. (나무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 행정에 신고를 해야 했는데 임의대로 자른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양구군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 관리인과 소유주를 불러 무단 벌목 경위를 조사한 뒤 관련 법에 따라 행정 조치할 방침입니다.

KBS 뉴스 김태희입니다.

촬영기자:최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