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조정안 사실상 무산, 왜?
입력 2022.04.06 (23:40)
수정 2022.04.0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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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11년 만에 피해자 구제를 위한 최종 조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조정안이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조정 자체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옥시와 애경 두 기업이 조정안을 거부했기 때문인데요,
이 소식, KBS 재난미디어센터 이호준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지난주 화요일이죠,
11년 만에 가습기살균제 참사 최종 조정안이 마련됐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 오늘 조정안이 사실상 무산됐다고요?
[기자]
최종 조정안은 지원금을 낼 9개 회사가 모두 동의를 해야 합니다.
당초에는 피해자 단체가 반대할 것으로 우려됐는데, 막상 옥시와 애경이 조정안을 거부했습니다.
전체 지원금액은 9,240억 원인데, 이중 옥시가 53%, 애경산업이 7% 정도 부담해야 합니다.
합하면 60%가 넘고 금액으로는 5,600억 원이 넘습니다.
그러니까 두 기업이 지원을 거부하게 되면 피해자 구제 지원은 불가능해집니다.
[앵커]
옥시와 애경 두 기업이 조정안을 거부한 게 핵심인데, 정확히 거부 이유가 뭡니까?
[기자]
결국, 돈 문제입니다.
먼저 옥시는 이미 피해자 4백여 명에 대한 개별 보상에, 특별법에 따른 구제기금 등으로
총 3,640억 원을 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조정안대로라면 5천억 원을 추가로 내야 하거든요.
결국, 옥시 입장에서는 자신들만 과한 부담을 지운다는 속내가 담겨있습니다.
애경은 거부 결정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돈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미 보도해드렸지만, 지난주 나온 최종 조정안, 핵심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볼까요?
[기자]
이번 조정안 대상 피해자는 모두 7,027명입니다.
피해 생존자는 폐 기능 상태를 기준으로 초고도에서 등급외까지 6단계로 피해 등급을 나눴습니다.
피해 정도가 가장 심한 '초고도 피해자'는 나이 등에 따라 최소 8천만 원에서 최대 5억 3천만 원으로 책정됐고요.
폐 이식 등을 한 고도 피해자는 최대 4억 원까지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사망자의 경우 당시 나이에 따라 20세 미만은 최대 4억 원, 60세 이상은 2억 원이 지원금으로 정해졌습니다.
[앵커]
피해자 측은 두 기업의 조정안 거부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피해자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사실 피해자 단체들은 최종 조정안을 놓고도 지원금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었거든요.
사람이 죽고, 평생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피해를 입었는데, 한 명당 평균 1억 남짓의 지원금으로는 어렵다는 겁니다.
그런데 옥시와 애경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피해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단체들은 앞다퉈서 두 기업을 비판하는 성명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조정위가 두 기업을 더 설득하겠다는 입장인데, 피해자 단체들은 조정위 활동 연장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조정위를 만드는 과정부터, 조정안이 나오기까지 진통이 만만치 않았는데, 이런 결과라면 조정위의 역할이 없어지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원래 위원회 활동 시한은 지난달까지였습니다.
조정위원회는 관련 기업과 피해자 단체가 합의해서 구성했고, 그동안 중재 역할을 해왔던 건데요.
활동을 연장하려면 양측이 다시 합의해야 합니다.
일단 피해자 측은 조정위원회 존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요 기업 2곳이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입장에는 변수가 생겼습니다.
조정위가 다음 주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거취를 표명할 거로 보입니다.
[앵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관련 소송이 줄을 이어왔는데, 기업의 책임을 묻는 형사소송 결과는 나왔습니까?
[기자]
조정위원회가 만들어진 게 소송을 통해 배상과 보상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인과 관계를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픽으로 정리해 봤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가습기살균제 성분별, 기업별로 형사 소송에서 유무죄가 엇갈렸습니다.
무죄가 난 회사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조정안이 무산되면 사실상 지원금도 어렵게 되고, 법적으로도 피해 구제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은 없는 겁니까?
[기자]
그동안 진전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이 만들어졌는데요.
이 특별법을 통해 피해자들은 피해 신청을 했고 요양급여와 수당 등을 지원받고 있긴 합니다.
그동안 4천 2백여 명이 피해자로 인정받았고, 추가로 3천 명 정도가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특별법에 의해 1,200억 원을 냈습니다.
하지만 이 돈도 거의 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2월 말 기준 기업이 낸 구제기금의 77%가 소진됐습니다.
정부는 조정위의 조정 결과를 보면서 추가 분담금 징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 : 류재현 / 영상편집 : 서정혁 그 래 픽 : 채상우, 노경일 ]
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11년 만에 피해자 구제를 위한 최종 조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조정안이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조정 자체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옥시와 애경 두 기업이 조정안을 거부했기 때문인데요,
이 소식, KBS 재난미디어센터 이호준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지난주 화요일이죠,
11년 만에 가습기살균제 참사 최종 조정안이 마련됐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 오늘 조정안이 사실상 무산됐다고요?
[기자]
최종 조정안은 지원금을 낼 9개 회사가 모두 동의를 해야 합니다.
당초에는 피해자 단체가 반대할 것으로 우려됐는데, 막상 옥시와 애경이 조정안을 거부했습니다.
전체 지원금액은 9,240억 원인데, 이중 옥시가 53%, 애경산업이 7% 정도 부담해야 합니다.
합하면 60%가 넘고 금액으로는 5,600억 원이 넘습니다.
그러니까 두 기업이 지원을 거부하게 되면 피해자 구제 지원은 불가능해집니다.
[앵커]
옥시와 애경 두 기업이 조정안을 거부한 게 핵심인데, 정확히 거부 이유가 뭡니까?
[기자]
결국, 돈 문제입니다.
먼저 옥시는 이미 피해자 4백여 명에 대한 개별 보상에, 특별법에 따른 구제기금 등으로
총 3,640억 원을 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조정안대로라면 5천억 원을 추가로 내야 하거든요.
결국, 옥시 입장에서는 자신들만 과한 부담을 지운다는 속내가 담겨있습니다.
애경은 거부 결정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돈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미 보도해드렸지만, 지난주 나온 최종 조정안, 핵심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볼까요?
[기자]
이번 조정안 대상 피해자는 모두 7,027명입니다.
피해 생존자는 폐 기능 상태를 기준으로 초고도에서 등급외까지 6단계로 피해 등급을 나눴습니다.
피해 정도가 가장 심한 '초고도 피해자'는 나이 등에 따라 최소 8천만 원에서 최대 5억 3천만 원으로 책정됐고요.
폐 이식 등을 한 고도 피해자는 최대 4억 원까지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사망자의 경우 당시 나이에 따라 20세 미만은 최대 4억 원, 60세 이상은 2억 원이 지원금으로 정해졌습니다.
[앵커]
피해자 측은 두 기업의 조정안 거부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피해자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사실 피해자 단체들은 최종 조정안을 놓고도 지원금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었거든요.
사람이 죽고, 평생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피해를 입었는데, 한 명당 평균 1억 남짓의 지원금으로는 어렵다는 겁니다.
그런데 옥시와 애경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피해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단체들은 앞다퉈서 두 기업을 비판하는 성명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조정위가 두 기업을 더 설득하겠다는 입장인데, 피해자 단체들은 조정위 활동 연장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조정위를 만드는 과정부터, 조정안이 나오기까지 진통이 만만치 않았는데, 이런 결과라면 조정위의 역할이 없어지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원래 위원회 활동 시한은 지난달까지였습니다.
조정위원회는 관련 기업과 피해자 단체가 합의해서 구성했고, 그동안 중재 역할을 해왔던 건데요.
활동을 연장하려면 양측이 다시 합의해야 합니다.
일단 피해자 측은 조정위원회 존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요 기업 2곳이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입장에는 변수가 생겼습니다.
조정위가 다음 주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거취를 표명할 거로 보입니다.
[앵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관련 소송이 줄을 이어왔는데, 기업의 책임을 묻는 형사소송 결과는 나왔습니까?
[기자]
조정위원회가 만들어진 게 소송을 통해 배상과 보상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인과 관계를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픽으로 정리해 봤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가습기살균제 성분별, 기업별로 형사 소송에서 유무죄가 엇갈렸습니다.
무죄가 난 회사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조정안이 무산되면 사실상 지원금도 어렵게 되고, 법적으로도 피해 구제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은 없는 겁니까?
[기자]
그동안 진전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이 만들어졌는데요.
이 특별법을 통해 피해자들은 피해 신청을 했고 요양급여와 수당 등을 지원받고 있긴 합니다.
그동안 4천 2백여 명이 피해자로 인정받았고, 추가로 3천 명 정도가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특별법에 의해 1,200억 원을 냈습니다.
하지만 이 돈도 거의 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2월 말 기준 기업이 낸 구제기금의 77%가 소진됐습니다.
정부는 조정위의 조정 결과를 보면서 추가 분담금 징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 : 류재현 / 영상편집 : 서정혁 그 래 픽 : 채상우, 노경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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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살균제 조정안 사실상 무산, 왜?
-
- 입력 2022-04-06 23:40:34
- 수정2022-04-07 00:31:05
[앵커]
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11년 만에 피해자 구제를 위한 최종 조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조정안이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조정 자체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옥시와 애경 두 기업이 조정안을 거부했기 때문인데요,
이 소식, KBS 재난미디어센터 이호준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지난주 화요일이죠,
11년 만에 가습기살균제 참사 최종 조정안이 마련됐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 오늘 조정안이 사실상 무산됐다고요?
[기자]
최종 조정안은 지원금을 낼 9개 회사가 모두 동의를 해야 합니다.
당초에는 피해자 단체가 반대할 것으로 우려됐는데, 막상 옥시와 애경이 조정안을 거부했습니다.
전체 지원금액은 9,240억 원인데, 이중 옥시가 53%, 애경산업이 7% 정도 부담해야 합니다.
합하면 60%가 넘고 금액으로는 5,600억 원이 넘습니다.
그러니까 두 기업이 지원을 거부하게 되면 피해자 구제 지원은 불가능해집니다.
[앵커]
옥시와 애경 두 기업이 조정안을 거부한 게 핵심인데, 정확히 거부 이유가 뭡니까?
[기자]
결국, 돈 문제입니다.
먼저 옥시는 이미 피해자 4백여 명에 대한 개별 보상에, 특별법에 따른 구제기금 등으로
총 3,640억 원을 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조정안대로라면 5천억 원을 추가로 내야 하거든요.
결국, 옥시 입장에서는 자신들만 과한 부담을 지운다는 속내가 담겨있습니다.
애경은 거부 결정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돈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미 보도해드렸지만, 지난주 나온 최종 조정안, 핵심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볼까요?
[기자]
이번 조정안 대상 피해자는 모두 7,027명입니다.
피해 생존자는 폐 기능 상태를 기준으로 초고도에서 등급외까지 6단계로 피해 등급을 나눴습니다.
피해 정도가 가장 심한 '초고도 피해자'는 나이 등에 따라 최소 8천만 원에서 최대 5억 3천만 원으로 책정됐고요.
폐 이식 등을 한 고도 피해자는 최대 4억 원까지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사망자의 경우 당시 나이에 따라 20세 미만은 최대 4억 원, 60세 이상은 2억 원이 지원금으로 정해졌습니다.
[앵커]
피해자 측은 두 기업의 조정안 거부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피해자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사실 피해자 단체들은 최종 조정안을 놓고도 지원금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었거든요.
사람이 죽고, 평생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피해를 입었는데, 한 명당 평균 1억 남짓의 지원금으로는 어렵다는 겁니다.
그런데 옥시와 애경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피해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단체들은 앞다퉈서 두 기업을 비판하는 성명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조정위가 두 기업을 더 설득하겠다는 입장인데, 피해자 단체들은 조정위 활동 연장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조정위를 만드는 과정부터, 조정안이 나오기까지 진통이 만만치 않았는데, 이런 결과라면 조정위의 역할이 없어지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원래 위원회 활동 시한은 지난달까지였습니다.
조정위원회는 관련 기업과 피해자 단체가 합의해서 구성했고, 그동안 중재 역할을 해왔던 건데요.
활동을 연장하려면 양측이 다시 합의해야 합니다.
일단 피해자 측은 조정위원회 존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요 기업 2곳이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입장에는 변수가 생겼습니다.
조정위가 다음 주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거취를 표명할 거로 보입니다.
[앵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관련 소송이 줄을 이어왔는데, 기업의 책임을 묻는 형사소송 결과는 나왔습니까?
[기자]
조정위원회가 만들어진 게 소송을 통해 배상과 보상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인과 관계를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픽으로 정리해 봤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가습기살균제 성분별, 기업별로 형사 소송에서 유무죄가 엇갈렸습니다.
무죄가 난 회사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조정안이 무산되면 사실상 지원금도 어렵게 되고, 법적으로도 피해 구제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은 없는 겁니까?
[기자]
그동안 진전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이 만들어졌는데요.
이 특별법을 통해 피해자들은 피해 신청을 했고 요양급여와 수당 등을 지원받고 있긴 합니다.
그동안 4천 2백여 명이 피해자로 인정받았고, 추가로 3천 명 정도가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특별법에 의해 1,200억 원을 냈습니다.
하지만 이 돈도 거의 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2월 말 기준 기업이 낸 구제기금의 77%가 소진됐습니다.
정부는 조정위의 조정 결과를 보면서 추가 분담금 징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 : 류재현 / 영상편집 : 서정혁 그 래 픽 : 채상우, 노경일 ]
가습기살균제 참사 발생 11년 만에 피해자 구제를 위한 최종 조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조정안이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조정 자체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옥시와 애경 두 기업이 조정안을 거부했기 때문인데요,
이 소식, KBS 재난미디어센터 이호준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지난주 화요일이죠,
11년 만에 가습기살균제 참사 최종 조정안이 마련됐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 오늘 조정안이 사실상 무산됐다고요?
[기자]
최종 조정안은 지원금을 낼 9개 회사가 모두 동의를 해야 합니다.
당초에는 피해자 단체가 반대할 것으로 우려됐는데, 막상 옥시와 애경이 조정안을 거부했습니다.
전체 지원금액은 9,240억 원인데, 이중 옥시가 53%, 애경산업이 7% 정도 부담해야 합니다.
합하면 60%가 넘고 금액으로는 5,600억 원이 넘습니다.
그러니까 두 기업이 지원을 거부하게 되면 피해자 구제 지원은 불가능해집니다.
[앵커]
옥시와 애경 두 기업이 조정안을 거부한 게 핵심인데, 정확히 거부 이유가 뭡니까?
[기자]
결국, 돈 문제입니다.
먼저 옥시는 이미 피해자 4백여 명에 대한 개별 보상에, 특별법에 따른 구제기금 등으로
총 3,640억 원을 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조정안대로라면 5천억 원을 추가로 내야 하거든요.
결국, 옥시 입장에서는 자신들만 과한 부담을 지운다는 속내가 담겨있습니다.
애경은 거부 결정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돈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미 보도해드렸지만, 지난주 나온 최종 조정안, 핵심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볼까요?
[기자]
이번 조정안 대상 피해자는 모두 7,027명입니다.
피해 생존자는 폐 기능 상태를 기준으로 초고도에서 등급외까지 6단계로 피해 등급을 나눴습니다.
피해 정도가 가장 심한 '초고도 피해자'는 나이 등에 따라 최소 8천만 원에서 최대 5억 3천만 원으로 책정됐고요.
폐 이식 등을 한 고도 피해자는 최대 4억 원까지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사망자의 경우 당시 나이에 따라 20세 미만은 최대 4억 원, 60세 이상은 2억 원이 지원금으로 정해졌습니다.
[앵커]
피해자 측은 두 기업의 조정안 거부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피해자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사실 피해자 단체들은 최종 조정안을 놓고도 지원금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었거든요.
사람이 죽고, 평생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피해를 입었는데, 한 명당 평균 1억 남짓의 지원금으로는 어렵다는 겁니다.
그런데 옥시와 애경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피해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단체들은 앞다퉈서 두 기업을 비판하는 성명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조정위가 두 기업을 더 설득하겠다는 입장인데, 피해자 단체들은 조정위 활동 연장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조정위를 만드는 과정부터, 조정안이 나오기까지 진통이 만만치 않았는데, 이런 결과라면 조정위의 역할이 없어지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원래 위원회 활동 시한은 지난달까지였습니다.
조정위원회는 관련 기업과 피해자 단체가 합의해서 구성했고, 그동안 중재 역할을 해왔던 건데요.
활동을 연장하려면 양측이 다시 합의해야 합니다.
일단 피해자 측은 조정위원회 존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요 기업 2곳이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입장에는 변수가 생겼습니다.
조정위가 다음 주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거취를 표명할 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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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관련 소송이 줄을 이어왔는데, 기업의 책임을 묻는 형사소송 결과는 나왔습니까?
[기자]
조정위원회가 만들어진 게 소송을 통해 배상과 보상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인과 관계를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픽으로 정리해 봤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가습기살균제 성분별, 기업별로 형사 소송에서 유무죄가 엇갈렸습니다.
무죄가 난 회사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조정안이 무산되면 사실상 지원금도 어렵게 되고, 법적으로도 피해 구제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은 없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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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진전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이 만들어졌는데요.
이 특별법을 통해 피해자들은 피해 신청을 했고 요양급여와 수당 등을 지원받고 있긴 합니다.
그동안 4천 2백여 명이 피해자로 인정받았고, 추가로 3천 명 정도가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특별법에 의해 1,200억 원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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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말 기준 기업이 낸 구제기금의 77%가 소진됐습니다.
정부는 조정위의 조정 결과를 보면서 추가 분담금 징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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