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원은 ‘정상 청력자’만 가능할까?

입력 2022.04.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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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공무원을 채용할 때 정상 청력만을 인정하는 지금의 신체검사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밝혔습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청력을 교정한 사람의 채용에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경찰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의 신체검사 기준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경찰청장에게 표명했습니다.

■ 교정 청력자 지원 불가능…경찰청 "소리 분별력은 매우 중요"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사람은 경찰공무원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신체검사 기준은 교정 청력을 인정하지 않아 지원할 수 없었습니다. 진정인은 이 기준이 교정청력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신체검사 기준표를 보면, 경찰 채용 시 청력 기준은 '좌우 각 40dB(데시벨) 이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경우'를 정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표에는 교정 청력이 포함되는지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경찰청은 표에 나온 게 '교정 전 청력'을 뜻한다는 입장입니다. 대민업무 특성상 소음에 노출된 현장에서 소리의 분별력은 직무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는 겁니다.


경찰청은 경찰 업무 대부분이 소음에 노출된 현장에서 이뤄지고, 육성이나 무전기 사용 등 상황을 청취하고 전파할 때 소리의 분별력은 직무수행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모든 초임 경찰관은 예외 없이 현장 보직부터 시작해야 하며, 그런만큼 청력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청력은 교정하더라도 일반청력보다 분별력이 떨어진다는 게 경찰병원 이비인후과 전문가의 소견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경찰 입장을 정리하면, 40dB의 기준은 경찰업무의 특성을 반영해 결정한 수치이고 과도한 제한이 아니라는 겁니다.

■ 호주·캐나다 청력보조기 사용 인정 안 해…미국 LA 경찰은 인정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경찰청이 2019년 실시한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신체검사 기준 개선 연구'를 보면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일정 정도 주파수대에서 20~45데시벨 이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는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청력보조기 사용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지역마다 경찰 채용 기준이 조금씩 다른 미국의 경우, 뉴욕주는 500~6000헤르츠서 25dB~30dB 이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LA 시에선 소음 상황에서 의사소통할 수 있고 속삭이며 말하는 것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때 청력보조기 사용도 무방(추가 검사 필요)합니다.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의 경우 한쪽 청력 상실이나 청력보조기 사용은 무방하며, 적절한 청력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추가 검진을 통해 적격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 인권위 "차별로 보기 어려워 진정 기각"…개선할 필요는 있어

인권위는 우리 경찰의 청력 기준이 다른 나라의 기준보다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또 경찰업무 수행과 청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보다 상세한 검토와 기준 마련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차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진정사건은 기각됐습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에 의견을 내기로 했습니다.


인권위는 난청자 모두가 일률적으로 '어음 분별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난청 중에서도 소리 전달에 어려움이 있는 전음성 난청(귀에서 달팽이관까지의 소리 전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난청. 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알아듣는 정도가 좋아질 수 있음)의 경우는 보청기를 착용하면 말소리를 구분하는 어음 분별력이 거의 정상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착용 등이 보편화 되면서, 교정시력이 인정돼 가고 있고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보청기가 개발·보급되고 있는 점 ▲국내에서도 현장 소음이나 무전기 사용 등 경찰과 직무 여건이 비슷한 소방공무원의 채용기준에서는 '교정 청력'이 인정되고 있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권위는 경찰 채용에서도 교정 청력자의 응시 기회를 일률적으로 배제하기보다는 청력과 어음 분별력에 관한 신체 기준을 더 세밀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장애인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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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지원은 ‘정상 청력자’만 가능할까?
    • 입력 2022-04-07 12:01:47
    취재K

경찰공무원을 채용할 때 정상 청력만을 인정하는 지금의 신체검사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밝혔습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청력을 교정한 사람의 채용에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경찰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의 신체검사 기준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경찰청장에게 표명했습니다.

■ 교정 청력자 지원 불가능…경찰청 "소리 분별력은 매우 중요"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사람은 경찰공무원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신체검사 기준은 교정 청력을 인정하지 않아 지원할 수 없었습니다. 진정인은 이 기준이 교정청력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신체검사 기준표를 보면, 경찰 채용 시 청력 기준은 '좌우 각 40dB(데시벨) 이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경우'를 정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표에는 교정 청력이 포함되는지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경찰청은 표에 나온 게 '교정 전 청력'을 뜻한다는 입장입니다. 대민업무 특성상 소음에 노출된 현장에서 소리의 분별력은 직무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는 겁니다.


경찰청은 경찰 업무 대부분이 소음에 노출된 현장에서 이뤄지고, 육성이나 무전기 사용 등 상황을 청취하고 전파할 때 소리의 분별력은 직무수행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모든 초임 경찰관은 예외 없이 현장 보직부터 시작해야 하며, 그런만큼 청력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청력은 교정하더라도 일반청력보다 분별력이 떨어진다는 게 경찰병원 이비인후과 전문가의 소견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경찰 입장을 정리하면, 40dB의 기준은 경찰업무의 특성을 반영해 결정한 수치이고 과도한 제한이 아니라는 겁니다.

■ 호주·캐나다 청력보조기 사용 인정 안 해…미국 LA 경찰은 인정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경찰청이 2019년 실시한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신체검사 기준 개선 연구'를 보면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일정 정도 주파수대에서 20~45데시벨 이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는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청력보조기 사용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지역마다 경찰 채용 기준이 조금씩 다른 미국의 경우, 뉴욕주는 500~6000헤르츠서 25dB~30dB 이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LA 시에선 소음 상황에서 의사소통할 수 있고 속삭이며 말하는 것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때 청력보조기 사용도 무방(추가 검사 필요)합니다.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의 경우 한쪽 청력 상실이나 청력보조기 사용은 무방하며, 적절한 청력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추가 검진을 통해 적격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 인권위 "차별로 보기 어려워 진정 기각"…개선할 필요는 있어

인권위는 우리 경찰의 청력 기준이 다른 나라의 기준보다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또 경찰업무 수행과 청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보다 상세한 검토와 기준 마련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차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진정사건은 기각됐습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에 의견을 내기로 했습니다.


인권위는 난청자 모두가 일률적으로 '어음 분별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난청 중에서도 소리 전달에 어려움이 있는 전음성 난청(귀에서 달팽이관까지의 소리 전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난청. 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알아듣는 정도가 좋아질 수 있음)의 경우는 보청기를 착용하면 말소리를 구분하는 어음 분별력이 거의 정상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착용 등이 보편화 되면서, 교정시력이 인정돼 가고 있고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보청기가 개발·보급되고 있는 점 ▲국내에서도 현장 소음이나 무전기 사용 등 경찰과 직무 여건이 비슷한 소방공무원의 채용기준에서는 '교정 청력'이 인정되고 있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권위는 경찰 채용에서도 교정 청력자의 응시 기회를 일률적으로 배제하기보다는 청력과 어음 분별력에 관한 신체 기준을 더 세밀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장애인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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