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침’이 격려 행위? 동성 간 신체 접촉에 관대한 경찰

입력 2022.04.07 (19:31) 수정 2022.04.0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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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동성 친구나 동료끼리의 신체접촉, 과연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을까요?

학창 시절에 종종 볼 수 있었던,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찌르는 행위가, 직장 내에서 고소로 비화된 일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동성 간이라도 수치심을 준다며, 당한 쪽에서 '추행' 피해를 호소한 건데, 경찰은 그걸 '격려' 행위로 보고 불송치 결정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양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0대 회사원 A 씨가 직장 동료에게 신체 접촉을 당한 건 지난해 4월입니다.

휴게실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가오더니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찔렀다는 겁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왜 그러느냐, 왜 나한테 이렇게 아프게 똥침을 하느냐' 막 그런 식으로 제가 따졌더니 자기가 당황해 가지고 '웃고 다녀'(그러더라고요)..."]

A 씨는 이 직장 동료가 그날 퇴근을 하면서도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고 갔다고 말합니다.

민감한 부위를 잇따라 접촉 당한 A 씨는 결국, 강제추행 혐의로 올해 초 고소장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달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느끼기에는 분명히 좀 불쾌하고 과한 관심에 힘들었다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경찰이) '같은 동료, 동성이라 이뻐할 수는 있어요'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불송치 결정서를 살펴봤습니다.

가해자가 평소 직장 동료 이상의 호감이나 동성애를 나타낸 적이 없다.

당시 행위는 격려 차원으로 볼 수 있고, 통념상 '성적 만족감'과 관련된 행위로는 보기 어렵다고 경찰은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강제추행은 성욕을 만족하기 위한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죄가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아무리 동성끼리라도 부적절한 신체 접촉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최근의 사회적 인식이기도 합니다.

[황다연/KBS 자문변호사 : "직장 내에서 동료가 동성 직장 동료의 엉덩이를 만진 사건 같은 경우에 '성적 수치심이나 성적으로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다'라고 봤기 때문에 모두 유죄 판결을 선고한 사례가 있습니다."]

A 씨는 불송치 결정에 불복해 이의 신청을 내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양민철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 류재현/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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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똥침’이 격려 행위? 동성 간 신체 접촉에 관대한 경찰
    • 입력 2022-04-07 19:31:05
    • 수정2022-04-07 22:20:07
    뉴스 7
[앵커]

동성 친구나 동료끼리의 신체접촉, 과연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을까요?

학창 시절에 종종 볼 수 있었던,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찌르는 행위가, 직장 내에서 고소로 비화된 일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동성 간이라도 수치심을 준다며, 당한 쪽에서 '추행' 피해를 호소한 건데, 경찰은 그걸 '격려' 행위로 보고 불송치 결정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양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0대 회사원 A 씨가 직장 동료에게 신체 접촉을 당한 건 지난해 4월입니다.

휴게실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가오더니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찔렀다는 겁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왜 그러느냐, 왜 나한테 이렇게 아프게 똥침을 하느냐' 막 그런 식으로 제가 따졌더니 자기가 당황해 가지고 '웃고 다녀'(그러더라고요)..."]

A 씨는 이 직장 동료가 그날 퇴근을 하면서도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고 갔다고 말합니다.

민감한 부위를 잇따라 접촉 당한 A 씨는 결국, 강제추행 혐의로 올해 초 고소장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달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느끼기에는 분명히 좀 불쾌하고 과한 관심에 힘들었다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경찰이) '같은 동료, 동성이라 이뻐할 수는 있어요'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불송치 결정서를 살펴봤습니다.

가해자가 평소 직장 동료 이상의 호감이나 동성애를 나타낸 적이 없다.

당시 행위는 격려 차원으로 볼 수 있고, 통념상 '성적 만족감'과 관련된 행위로는 보기 어렵다고 경찰은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강제추행은 성욕을 만족하기 위한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죄가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아무리 동성끼리라도 부적절한 신체 접촉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최근의 사회적 인식이기도 합니다.

[황다연/KBS 자문변호사 : "직장 내에서 동료가 동성 직장 동료의 엉덩이를 만진 사건 같은 경우에 '성적 수치심이나 성적으로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다'라고 봤기 때문에 모두 유죄 판결을 선고한 사례가 있습니다."]

A 씨는 불송치 결정에 불복해 이의 신청을 내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양민철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 류재현/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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