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평화의 소녀상 ‘도쿄전’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입력 2022.04.08 (06: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드디어 도쿄 전시를 끝냈습니다. 무사히 끝낼 수 있을지 정말로 긴장했었는데 이제야 안심이 됩니다. 매우 기뻐요” |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 2022> 실행위원회의 공동대표인 오카모토 유카 씨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습니다. 도쿄의 외곽 구니타치시(国立市)의 갤러리에서 열린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은 4월 5일 ‘무사히’ 막을 내렸습니다.
2019년 아이치트리엔날레 전시 중단 사태 이후, 번번이 개최에 어려움을 겪어온 표현의 부자유전. 이번 전시에도 평화의 소녀상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사진, 강제징용 피해자 추도비, 일왕의 모습이 담긴 ‘원근을 안고’ 시리즈 등이 출품됐습니다.
그동안 전시 거부나 중단 등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해 왔던, 그리고 우익 세력이 민감해 하는 내용의 작품들을 한데 모은 전시입니다.
아이치트리엔날레는 협박으로 사흘 만에 중단됐고, 나고야 전시 때는 실제로 폭죽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배달됐습니다. 지난해 6월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 전시는 개막 하루 전 무산됐습니다.
일본을 모욕한다는 이유로 우익 세력들이 전시를 지독하게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행위원회는 도쿄전 개최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을 촬영하는 취재진
쇼와 일왕이 등장하는 ‘원근을 안고’
■첫 번째 조건 ‘경찰을 움직여라’
실행위원회는 다시 도쿄의 전시 공간을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표현의 부자유전을 열었다가는 곧바로 우익들의 ‘표적’이 될 거라는 사실은 일본에서 전시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익의 협박과 방해도 문제지만, 굳이 나서 인근 주민에게 민폐를 끼치고 싫은 소리를 들을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정말로 약한 곳을 노립니다. 작년에도 실행위원회에게 직접 말하라고 해도, 끝까지 갤러리 오너만 괴롭혔습니다. 오너는 주변 주민과의 관계도 있기 때문에 전시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
실행위원회가 전시 장소로서 갖춰야할 조건으로 먼저 고려한 건 ‘공립’ 시설인지의 여부입니다. 지난해 무산된 도쿄 전시는 민간 갤러리 측이 우익의 방해와 협박을 견디지 못해 무산됐습니다.
일단 개최가 결정되면 민간보다는 공립 시설이 방해 공작에 더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공립일 경우, ‘경찰’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큰 이유였습니다. 구니타치시 갤러리에서 열린 ‘표현의 부자유전’ 기간 동안에는 경찰 3백 명 가량이 동원됐습니다.
경찰들이 ‘표현의 부자유전’ 전시장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주간에는 경찰들이 전시장을 에워쌌고, 확성기를 설치한 우익 차량을 계속 경계했습니다. 경찰들은 새벽에도 철수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또 전시장 안팎에선 변호사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보안검사까지 받아야 해 그야말로 물샐 틈 없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습니다.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보안검색대
전시장 앞에서 우익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는 변호사
실행위원회 측도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더 적극적인 건 구니타치시였습니다. 시 입장에서는, 전시 개최가 결정된 이상 사고를 막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실행위원회가 고려했던 전시장의 조건은 경비만이 아니었습니다. ‘표현의 부자유전’을 개최하겠다고 신청했다가는 심사 과정에서 ‘불가’ 결정이 나올 게 확실했습니다.
문제의 전시로 낙인 찍힌 이상, 운영자 측의 ‘심사’도 피해야만 했습니다. 이번 전시가 ‘도쿄전’임에도 불구하고, 도쿄의 중심인 23구가 아닌 비교적 외곽에서 하게 된 이유입니다.
‘경찰의 힘을 빌릴 수 있고’, ‘심사 절차가 없는’ , ‘공립 전시시설’ |
그렇게 도쿄 내 100여 곳에서 구니타치시 갤러리로 범위가 좁혀졌습니다.
■우익 방해? ‘표현의 부자유’ 취지 돋보였다
이번에도 우익의 방해는 심각했습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전시 첫날은 확성기 차량 20대, 둘째 날은 40대가 동원됐습니다.
경찰 통제선 뒤로 우익들의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한번 다녀가는 게 아니라 전시장 주변을 계속 돌며 고함과 괴성을 질러댑니다. 구니타치 시청사는 주택가에 있고, 바로 앞은 아이들을 위한 공원입니다.
“조선인 강제징용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부자유전을 당장 그만둬라! 일본을 떠나라! ” |
이들의 괴성 때문에 관람객 인터뷰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전시를 보기 위해 구니타치시를 찾았다는 관람객은 감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런 평가를 했습니다.
작품과 함께 이들의 소음을 듣고 있다보니까, 그야말로 ‘표현의 부자유’라는 주제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과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이건 이들을 위한 전시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고요. 전시의 취지를 잘 전달한다는 의미에선 대성공한 전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의외로 이번 전시에 대한 협박은 전혀 없었고 방해 행위도 적었다고 합니다. 전시에 대한 반대 의견 표명, 전시 내용 문의를 포함해 100건 정도의 전화가 갤러리와 실행위원회 측으로 걸려왔고, 마지막 날 항의문을 전달받은 게 전부입니다.
실행위원회 측이 전달받은 항의문. 일왕의 모습이 담긴 작품과 관련해 ‘초상권 사용허가’를 받았는지 묻고 있다
오카모토 대표는 일본 경시청이 지난해 여름 협박 메일을 보낸 용의자를 체포한 뒤 집을 압수수색했고, 최근에 약식 기소한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전시 왜 안 돼?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
전시가 결정된 뒤 구니타치시의 대응은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시는 전시가 시작되기 직전, 홈페이지에 ‘시민예술홀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 관한 시의 생각에 대해서’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요약)을 올렸습니다.
시민 여러분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이 있어 시의 입장을 시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구니타치 시민홀의 이용과 관련해서는, 조례·규칙 등의 룰에 기초해 승인·결정한 것입니다. 시설을 이용함에 있어 내용에 의해 가부를 판단하거나 부당한 차별적 취급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산업육성 정책의 원칙)’과 같은 생각입니다. 시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각각의 시민·단체가 법령에 따라 실시하는 다양한 이벤트·활동의 장으로서 공공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실시된 이 전시회의 이력으로 봤을 때 이번 개최 기간에도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민 여러분이 안심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연계해 필요한 대응을 하겠습니다.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
전시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혼란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시가 나서 주민들의 협조도 당부했습니다.
전시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관람객들은 ‘평화의 소녀상’이나 ‘표현의 부자유전’에 대해서는 뉴스를 통해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소녀상의 손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아 함께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
그들은 소녀상 옆에 앉아서 사진을 찍고, 손을 어루만지고, 눈을 응시했습니다. 한 관람객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도 했습니다.
좀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는 그녀에게 왜 우는지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이런 역사를 제대로 몰랐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와서 제 두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하고 싶었어요. |
자신의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고 있어서 이 전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실행위원회 측은 SNS팀을 꾸려 이번 전시를 홍보해왔습니다. 오카모토 대표는 그 덕분에 20~30대 관람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평가했습니다.
관람객들이 전시 감상을 써 전시실 입구 쪽에 마련된 벽에 붙이고 있다
관람객들이 써 붙인 전시 감상평이 빼곡히 붙어 있다
‘이런 전시가 왜 안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가 없는 곳에 평화는 없다. 평화가 없는 곳에 표현의 자유는 없다’ ‘드디어 전시를 볼 수 있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억압, 탄압에 절대로 지지 않는다!’ -전시 감상평 중- |
전시는 코로나 확산 방지와 만의 하나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관람객을 40명 정원에 하루 열 팀으로 정했습니다. 나흘 간 1,600명이 볼 수 있는 전시 예약은 전시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대부분 찼습니다.
전시장 인근의 한국 음식점은 전시 기간 내내 실행위원들의 점심 도시락을 챙겨줬습니다. 이런 전시를 열어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전시가 끝난 후,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 2022 실행위원들
오카모토 대표는 표현의 부자유전 개최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추가로 3개 지역에서 실행위원회가 꾸려져 전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평화의 소녀상 ‘도쿄전’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
- 입력 2022-04-08 06:03:31
“드디어 도쿄 전시를 끝냈습니다. 무사히 끝낼 수 있을지 정말로 긴장했었는데 이제야 안심이 됩니다. 매우 기뻐요” |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 2022> 실행위원회의 공동대표인 오카모토 유카 씨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습니다. 도쿄의 외곽 구니타치시(国立市)의 갤러리에서 열린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은 4월 5일 ‘무사히’ 막을 내렸습니다.
2019년 아이치트리엔날레 전시 중단 사태 이후, 번번이 개최에 어려움을 겪어온 표현의 부자유전. 이번 전시에도 평화의 소녀상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사진, 강제징용 피해자 추도비, 일왕의 모습이 담긴 ‘원근을 안고’ 시리즈 등이 출품됐습니다.
그동안 전시 거부나 중단 등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해 왔던, 그리고 우익 세력이 민감해 하는 내용의 작품들을 한데 모은 전시입니다.
아이치트리엔날레는 협박으로 사흘 만에 중단됐고, 나고야 전시 때는 실제로 폭죽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배달됐습니다. 지난해 6월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 전시는 개막 하루 전 무산됐습니다.
일본을 모욕한다는 이유로 우익 세력들이 전시를 지독하게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행위원회는 도쿄전 개최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조건 ‘경찰을 움직여라’
실행위원회는 다시 도쿄의 전시 공간을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표현의 부자유전을 열었다가는 곧바로 우익들의 ‘표적’이 될 거라는 사실은 일본에서 전시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익의 협박과 방해도 문제지만, 굳이 나서 인근 주민에게 민폐를 끼치고 싫은 소리를 들을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정말로 약한 곳을 노립니다. 작년에도 실행위원회에게 직접 말하라고 해도, 끝까지 갤러리 오너만 괴롭혔습니다. 오너는 주변 주민과의 관계도 있기 때문에 전시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
실행위원회가 전시 장소로서 갖춰야할 조건으로 먼저 고려한 건 ‘공립’ 시설인지의 여부입니다. 지난해 무산된 도쿄 전시는 민간 갤러리 측이 우익의 방해와 협박을 견디지 못해 무산됐습니다.
일단 개최가 결정되면 민간보다는 공립 시설이 방해 공작에 더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공립일 경우, ‘경찰’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큰 이유였습니다. 구니타치시 갤러리에서 열린 ‘표현의 부자유전’ 기간 동안에는 경찰 3백 명 가량이 동원됐습니다.
주간에는 경찰들이 전시장을 에워쌌고, 확성기를 설치한 우익 차량을 계속 경계했습니다. 경찰들은 새벽에도 철수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또 전시장 안팎에선 변호사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보안검사까지 받아야 해 그야말로 물샐 틈 없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습니다.
실행위원회 측도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더 적극적인 건 구니타치시였습니다. 시 입장에서는, 전시 개최가 결정된 이상 사고를 막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실행위원회가 고려했던 전시장의 조건은 경비만이 아니었습니다. ‘표현의 부자유전’을 개최하겠다고 신청했다가는 심사 과정에서 ‘불가’ 결정이 나올 게 확실했습니다.
문제의 전시로 낙인 찍힌 이상, 운영자 측의 ‘심사’도 피해야만 했습니다. 이번 전시가 ‘도쿄전’임에도 불구하고, 도쿄의 중심인 23구가 아닌 비교적 외곽에서 하게 된 이유입니다.
‘경찰의 힘을 빌릴 수 있고’, ‘심사 절차가 없는’ , ‘공립 전시시설’ |
그렇게 도쿄 내 100여 곳에서 구니타치시 갤러리로 범위가 좁혀졌습니다.
■우익 방해? ‘표현의 부자유’ 취지 돋보였다
이번에도 우익의 방해는 심각했습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전시 첫날은 확성기 차량 20대, 둘째 날은 40대가 동원됐습니다.
이들은 한번 다녀가는 게 아니라 전시장 주변을 계속 돌며 고함과 괴성을 질러댑니다. 구니타치 시청사는 주택가에 있고, 바로 앞은 아이들을 위한 공원입니다.
“조선인 강제징용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부자유전을 당장 그만둬라! 일본을 떠나라! ” |
이들의 괴성 때문에 관람객 인터뷰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전시를 보기 위해 구니타치시를 찾았다는 관람객은 감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런 평가를 했습니다.
작품과 함께 이들의 소음을 듣고 있다보니까, 그야말로 ‘표현의 부자유’라는 주제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과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이건 이들을 위한 전시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고요. 전시의 취지를 잘 전달한다는 의미에선 대성공한 전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의외로 이번 전시에 대한 협박은 전혀 없었고 방해 행위도 적었다고 합니다. 전시에 대한 반대 의견 표명, 전시 내용 문의를 포함해 100건 정도의 전화가 갤러리와 실행위원회 측으로 걸려왔고, 마지막 날 항의문을 전달받은 게 전부입니다.
오카모토 대표는 일본 경시청이 지난해 여름 협박 메일을 보낸 용의자를 체포한 뒤 집을 압수수색했고, 최근에 약식 기소한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전시 왜 안 돼?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
전시가 결정된 뒤 구니타치시의 대응은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시는 전시가 시작되기 직전, 홈페이지에 ‘시민예술홀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 관한 시의 생각에 대해서’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요약)을 올렸습니다.
시민 여러분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이 있어 시의 입장을 시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구니타치 시민홀의 이용과 관련해서는, 조례·규칙 등의 룰에 기초해 승인·결정한 것입니다. 시설을 이용함에 있어 내용에 의해 가부를 판단하거나 부당한 차별적 취급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산업육성 정책의 원칙)’과 같은 생각입니다. 시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각각의 시민·단체가 법령에 따라 실시하는 다양한 이벤트·활동의 장으로서 공공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실시된 이 전시회의 이력으로 봤을 때 이번 개최 기간에도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민 여러분이 안심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연계해 필요한 대응을 하겠습니다.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
전시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혼란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시가 나서 주민들의 협조도 당부했습니다.
전시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관람객들은 ‘평화의 소녀상’이나 ‘표현의 부자유전’에 대해서는 뉴스를 통해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소녀상 옆에 앉아서 사진을 찍고, 손을 어루만지고, 눈을 응시했습니다. 한 관람객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도 했습니다.
좀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는 그녀에게 왜 우는지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이런 역사를 제대로 몰랐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와서 제 두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하고 싶었어요. |
자신의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고 있어서 이 전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실행위원회 측은 SNS팀을 꾸려 이번 전시를 홍보해왔습니다. 오카모토 대표는 그 덕분에 20~30대 관람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전시가 왜 안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가 없는 곳에 평화는 없다. 평화가 없는 곳에 표현의 자유는 없다’ ‘드디어 전시를 볼 수 있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억압, 탄압에 절대로 지지 않는다!’ -전시 감상평 중- |
전시는 코로나 확산 방지와 만의 하나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관람객을 40명 정원에 하루 열 팀으로 정했습니다. 나흘 간 1,600명이 볼 수 있는 전시 예약은 전시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대부분 찼습니다.
전시장 인근의 한국 음식점은 전시 기간 내내 실행위원들의 점심 도시락을 챙겨줬습니다. 이런 전시를 열어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오카모토 대표는 표현의 부자유전 개최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추가로 3개 지역에서 실행위원회가 꾸려져 전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
-
지종익 기자 jigu@kbs.co.kr
지종익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