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응급실 치료비, 아직도 환자에게 전가

입력 2022.04.08 (11:02) 수정 2022.04.0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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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응급실 치료비 정부 부담 맞는지 문의 잇따라
병원 측 “응급실 퇴원은 외래진료…입원과 달라”
질병관리청 “격리구역 사용료 개념”


코로나19 환자의 치료비는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는데도 병원이 응급실 비용을 환자에게 떠넘기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비단 어느 한 곳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와 병원이 '코로나19 입원료'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차이로 빚어진 결과인데 응급실을 이용한 코로나19 환자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 응급실 찾은 코로나19 환자 "병원에서 30만 원 청구"

경기도 광주에 사는 23살 직장인 김 모 씨.

지난달 20일 코로나19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숨이 가빠왔습니다. 집에 있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로 재보니 호흡곤란 수준인 80~90%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치료를 받기 위해 119에 확진자임을 밝히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응급실에선 곧바로 격리구역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습니다. 각종 검사와 해열제 처방 등이 이어졌습니다. 응급실에서 나온 진단명도 코로나19였습니다. 하지만 산소 치료도 입원도 필요없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나왔고, 김 씨는 병원에 간 지 7시간 만인 이튿날 새벽 퇴원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병원은 김 씨에게 응급실 이용 비용 3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이는 김 씨가 알고 있던 것과 달랐습니다. 코로나 치료비는 정부에서 부담을 해줘서 환자가 별도로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 다른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라며 "몸이 아파 신경 쓸 여력도 없는데 병원이 환자에게 치료비 책임까지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응급실을 찾은 김 모 씨는 병원 측의 비용 청구에 당황했다고 전했다.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응급실을 찾은 김 모 씨는 병원 측의 비용 청구에 당황했다고 전했다.

이런 일은 그 전에도 있었습니다.

올해 2월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병원도 응급실을 찾은 코로나 확진자에게 53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심지어 이 환자의 경우 입원해야 한다는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병원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이유로 응급실 비용 결제를 요구한 것이었습니다.

올해 2월 강원도의 한 대학병원도 코로나19 환자에게 응급실 처치료 53만여 원을 청구했다.올해 2월 강원도의 한 대학병원도 코로나19 환자에게 응급실 처치료 53만여 원을 청구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코로나 응급실 비용'에 대한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역 보건소에도 관련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에 확진되면 무조건 입원하던 시기가 끝나고 대부분이 재택치료를 받게 되면서 응급실 비용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문의하는 글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갈무리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갈무리

■ 일부 병원 "응급실은 외래진료, 환자 부담이 마땅"

KBS가 전국의 병원 5곳을 표본 취재한 결과 5곳 모두 코로나 환자에게 응급실 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한 곳은 코로나 확진자가 입원 치료를 받았음에도 환자에게 응급실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이 확진자가 자신들의 병원 응급실을 이용한 후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됐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나머지 네 곳은 환자의 위중한 상태에 따라 입원 여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한국형 중증도 분류(KTAS)에 따라 입원과 외래진료로 구별된다는 겁니다. 중증도는 소생과 긴급, 응급, 준응급, 비응급 등 1~5단계로 나뉘는데 응급실 내원 환자의 중증도가 1~3등급이면 입원으로, 4~5등급이면 외래진료로 본다고 해당 병원들은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재택치료를 받는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대부분이 KTAS 4~5등급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런 코로나19 환자들은 외래진료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고, 이로 인한 비용도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겁니다.


■ 질병관리청 "격리실 입원료는 공간 사용료 개념"

코로나19 입원격리(재택)치료비 지침을 만든 질병관리청의 얘기는 다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입원격리(재택)치료비 지원업무(8판)>에 따르면 지원 대상은 '격리실 입원료(병실료) 및 코로나19 진단검사비'라고 돼있습니다.

여기서 격리실 입원료는 병원에서 주장하는 '입원'과 다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고 퇴원했더라도 당시 격리구역에 있었다면 그 공간에 대한 사용료 개념으로 봐야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질병청은 '입원', '외래'를 따질 게 아니라 코로나19 질병에 대한 지원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병원들이 '입원료'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격리실 입원료(병실료)’는 ‘공간에 대한 사용료’라고 정의했다.질병관리청은 ‘격리실 입원료(병실료)’는 ‘공간에 대한 사용료’라고 정의했다.

■ 병원은 편의주의…질병청은 뒷짐

물론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본인 부담을 징수한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보건소에 지원 금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직접 청구하려면 격리해제 후 다시 병원을 찾아가 영수증과 진료 상세 내역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이와 함께 치료비 청구서를 작성해 보건소에 제출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처야 합니다. 심사까지 최대 한 달이 걸릴 수도 있고 개별 신청인 만큼 돈을 지급해야 하는 보건소의 일도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격리 지침'에도 의료기관이나 약국 등이 직접 보건소로 신청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의료기관 등에서는 한꺼번에 환자 정보 등을 전산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무시하고 '환자에게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은 병원 편의주의적인 태도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지난달(3월) KBS에서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 치료비 국가 부담인데…대학병원이 53만 원 요구, 2022.3.14. KBS)

당시 질병청의 대답은 "코로나19 치료비는 정부가 주는 게 원칙"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청구하는 방식에 대해 명쾌하게 가르마를 타주는 해답은 아니었습니다.

현장에서 환자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파악할 지는 뒷전이었습니다. 자의적 해석을 하는 병원이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한 겁니다. 이는 다른 말로 자의적인 해석을 하도록 여지를 준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입원보다 재택치료가 늘어난 만큼 '치료비 청구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살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일 겁니다.

코로나 응급실 비용과 관련한 민원이 계속된다는 지적에 대해 질병청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지침을 만들어 병원에 다시 안내하겠다고만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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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응급실 치료비, 아직도 환자에게 전가
    • 입력 2022-04-08 11:02:00
    • 수정2022-04-08 11:04:30
    취재K
응급실 치료비 정부 부담 맞는지 문의 잇따라<br />병원 측 “응급실 퇴원은 외래진료…입원과 달라”<br />질병관리청 “격리구역 사용료 개념”

코로나19 환자의 치료비는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는데도 병원이 응급실 비용을 환자에게 떠넘기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비단 어느 한 곳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와 병원이 '코로나19 입원료'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차이로 빚어진 결과인데 응급실을 이용한 코로나19 환자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 응급실 찾은 코로나19 환자 "병원에서 30만 원 청구"

경기도 광주에 사는 23살 직장인 김 모 씨.

지난달 20일 코로나19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숨이 가빠왔습니다. 집에 있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로 재보니 호흡곤란 수준인 80~90%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치료를 받기 위해 119에 확진자임을 밝히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응급실에선 곧바로 격리구역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습니다. 각종 검사와 해열제 처방 등이 이어졌습니다. 응급실에서 나온 진단명도 코로나19였습니다. 하지만 산소 치료도 입원도 필요없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나왔고, 김 씨는 병원에 간 지 7시간 만인 이튿날 새벽 퇴원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병원은 김 씨에게 응급실 이용 비용 3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이는 김 씨가 알고 있던 것과 달랐습니다. 코로나 치료비는 정부에서 부담을 해줘서 환자가 별도로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 다른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라며 "몸이 아파 신경 쓸 여력도 없는데 병원이 환자에게 치료비 책임까지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응급실을 찾은 김 모 씨는 병원 측의 비용 청구에 당황했다고 전했다.
이런 일은 그 전에도 있었습니다.

올해 2월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병원도 응급실을 찾은 코로나 확진자에게 53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심지어 이 환자의 경우 입원해야 한다는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병원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이유로 응급실 비용 결제를 요구한 것이었습니다.

올해 2월 강원도의 한 대학병원도 코로나19 환자에게 응급실 처치료 53만여 원을 청구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코로나 응급실 비용'에 대한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역 보건소에도 관련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에 확진되면 무조건 입원하던 시기가 끝나고 대부분이 재택치료를 받게 되면서 응급실 비용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문의하는 글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갈무리
■ 일부 병원 "응급실은 외래진료, 환자 부담이 마땅"

KBS가 전국의 병원 5곳을 표본 취재한 결과 5곳 모두 코로나 환자에게 응급실 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한 곳은 코로나 확진자가 입원 치료를 받았음에도 환자에게 응급실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이 확진자가 자신들의 병원 응급실을 이용한 후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됐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나머지 네 곳은 환자의 위중한 상태에 따라 입원 여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한국형 중증도 분류(KTAS)에 따라 입원과 외래진료로 구별된다는 겁니다. 중증도는 소생과 긴급, 응급, 준응급, 비응급 등 1~5단계로 나뉘는데 응급실 내원 환자의 중증도가 1~3등급이면 입원으로, 4~5등급이면 외래진료로 본다고 해당 병원들은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재택치료를 받는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대부분이 KTAS 4~5등급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런 코로나19 환자들은 외래진료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고, 이로 인한 비용도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겁니다.


■ 질병관리청 "격리실 입원료는 공간 사용료 개념"

코로나19 입원격리(재택)치료비 지침을 만든 질병관리청의 얘기는 다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입원격리(재택)치료비 지원업무(8판)>에 따르면 지원 대상은 '격리실 입원료(병실료) 및 코로나19 진단검사비'라고 돼있습니다.

여기서 격리실 입원료는 병원에서 주장하는 '입원'과 다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고 퇴원했더라도 당시 격리구역에 있었다면 그 공간에 대한 사용료 개념으로 봐야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질병청은 '입원', '외래'를 따질 게 아니라 코로나19 질병에 대한 지원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병원들이 '입원료'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격리실 입원료(병실료)’는 ‘공간에 대한 사용료’라고 정의했다.
■ 병원은 편의주의…질병청은 뒷짐

물론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본인 부담을 징수한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보건소에 지원 금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직접 청구하려면 격리해제 후 다시 병원을 찾아가 영수증과 진료 상세 내역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이와 함께 치료비 청구서를 작성해 보건소에 제출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처야 합니다. 심사까지 최대 한 달이 걸릴 수도 있고 개별 신청인 만큼 돈을 지급해야 하는 보건소의 일도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격리 지침'에도 의료기관이나 약국 등이 직접 보건소로 신청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의료기관 등에서는 한꺼번에 환자 정보 등을 전산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무시하고 '환자에게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은 병원 편의주의적인 태도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지난달(3월) KBS에서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 치료비 국가 부담인데…대학병원이 53만 원 요구, 2022.3.14. KBS)

당시 질병청의 대답은 "코로나19 치료비는 정부가 주는 게 원칙"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청구하는 방식에 대해 명쾌하게 가르마를 타주는 해답은 아니었습니다.

현장에서 환자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파악할 지는 뒷전이었습니다. 자의적 해석을 하는 병원이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한 겁니다. 이는 다른 말로 자의적인 해석을 하도록 여지를 준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입원보다 재택치료가 늘어난 만큼 '치료비 청구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살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일 겁니다.

코로나 응급실 비용과 관련한 민원이 계속된다는 지적에 대해 질병청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지침을 만들어 병원에 다시 안내하겠다고만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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