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손실보상’ 논의는 어디까지?…일단, 50조는 안 될 듯

입력 2022.04.0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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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손실보상"

윤석열 당선인의 '1호 공약'이다. 코로나19로 입은 소상공인의 피해액을 '깎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상하겠다는 취지다.

윤 당선인은 "50조원을 손실보상하겠다"고 거듭 발언했다. '손실보상 50조' '50조 추경'과 같은 표현이 소상공인들의 뇌리에 박힌 이유다.

1. 코로나 2년 총 손실액을 계산하니…

인수위원회 역시 손실보상 정책에 최대 역점을 두고 있다. TF 기구로 <코로나 비상대응 특위>를 꾸렸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회의를 직접 주재한다. 8차 회의까지 했다.

첫 단추는 산수다. 코로나19 전 기간 소상공인이 입은 손실 총액을 계산부터 하겠다는 것이다. 손실 규모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필요한 예산을 정하겠다는 바텀업(Bottom-Up) 접근이다.

지난주 국세청은 전국 소상공인의 2년 치(2020년, 2021년) 부가세 내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넘겼다. 중기부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총 손실액을 산출하고 있다.

1차 추계 결과는 지난 6일 인수위에 보고했다. 1차 추계 결과, 손실 총액은 얼마일까. 인수위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아직 미확정, 미리 흘러나가면 혼선만 부추길 테니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2. 관건① 사각지대 : 550만, 320만, 80만…

중기부는 현재 시행 중인 손실보상법에 따라 손실액을 산출했다. 문제는 현행 기준으로는 빠져나가는 소상공인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른바 '사각지대' 논란이다.

첫 손실보상이었던 지난해 3분기를 보자. 전국의 자영업자는 550만여 명. 법이 정한 요건에 따른 소상공인 320만여 명. 이 중 80만여 명만 손실보상을 받았다.

550만 - 320만 - 80만, 이 틈새를 메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사각지대'를 줄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일단은 정부의 방역조치에 따른 직접 피해가 아닌 간접 피해까지 책임지는 쪽으로 방향은 잡았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간접 피해를 어떻게 정의하고, 기준을 뭐로 잡을지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라고 중기부에 주문했다.

그 결과는 오는 13일과 20일 차례로 인수위에 보고된다.

3. 관건② 정책 수단 : 보상·지원·대출 총동원

직접 피해는 보상하고, 간접 피해는 지원한다. 인수위는 이렇게 기조를 잡았다.

보상과 지원,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돈을 준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대상 요건, 계산 방식 모두 다르다. 정부의 의무냐 아니냐도 확연히 다르다.


대출 정책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이니까 나중에 갚아야 하는 돈이다. 다만, 대출액 중 일부를 인건비나 임대료 등 영업에 꼭 필요한 용도로 썼다면 안 갚아도 되는 식으로 설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 급여보호프로그램) 정책과 비슷한 뼈대다. 이재명 후보도 '한국형 PPP'를 공약했던 적이 있다.

4. 관건③ 소급 여부 : 소급 아닌 소급

최대 관심은 소급 보상 여부다. 손실보상법은 2021년 7월에 시행됐다. 법 시행된 이후의 손실만 보상한다. 그 이전의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기했다.

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소급보상은 불가능하다. 법을 바꾸려면 시간이 걸린다. 당선인이 약속한 최대한 신속한 보상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인수위는 '사실상의 소급'을 고민하고 있다. 손실보상법 시행 이전의 손실을 메워주되, 이름은 보상이 아니라 지원금 형태로 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면 손실보상법을 우회할 수 있다.


관건은 액수다. 소급보상 명목으로 지원금을 얼마나 줄 것인가.


윤 당선인은 "소상공인 1인당 최대 천만 원"을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다. 올 초 정부는 3백만 원씩을 방역지원금으로 줬다. 그 차액인 6백~7백만 원 정도를 지급하는 방안을 인수위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5. 추경액 '50조'에는 못 미칠 듯

소급 여부는 손실보상법을 만들 당시에도 최대 쟁점이었다. 기획재정부가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며 반대했고, 소급 주장은 그 반대에 가로막혔다.

지금의 기재부는 그때의 기재부와 입장을 달리할까. 달리한다면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까.

인수위 관계자들은 '50조 추경'은 힘들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계속 하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지급한 방역지원금을 더해 50조를 맞추면 된다는 식의 분위기가 인수위 안팎에서 읽힌다. 대출 지원도 포함해 50조를 맞출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일종의 원안 후퇴인 셈인데,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이 재정건전성을 거듭 강조해 왔기에 고민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면서 '온전한 보상'을 다 해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묘수가 없다면, 추경 규모는 50조 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다.

인수위는 10일 소상공인연합회와 간담회를 한다. 인수위 출범 이후 소상공인 단체와는 처음 만나는 자리다. 손실보상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다.

간담회 이후 추가 보고와 내부 논의를 거쳐, 인수위는 최종 방안를 이달 말쯤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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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전한 손실보상’ 논의는 어디까지?…일단, 50조는 안 될 듯
    • 입력 2022-04-09 07:01:00
    취재K

"온전한 손실보상"

윤석열 당선인의 '1호 공약'이다. 코로나19로 입은 소상공인의 피해액을 '깎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상하겠다는 취지다.

윤 당선인은 "50조원을 손실보상하겠다"고 거듭 발언했다. '손실보상 50조' '50조 추경'과 같은 표현이 소상공인들의 뇌리에 박힌 이유다.

1. 코로나 2년 총 손실액을 계산하니…

인수위원회 역시 손실보상 정책에 최대 역점을 두고 있다. TF 기구로 <코로나 비상대응 특위>를 꾸렸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회의를 직접 주재한다. 8차 회의까지 했다.

첫 단추는 산수다. 코로나19 전 기간 소상공인이 입은 손실 총액을 계산부터 하겠다는 것이다. 손실 규모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필요한 예산을 정하겠다는 바텀업(Bottom-Up) 접근이다.

지난주 국세청은 전국 소상공인의 2년 치(2020년, 2021년) 부가세 내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넘겼다. 중기부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총 손실액을 산출하고 있다.

1차 추계 결과는 지난 6일 인수위에 보고했다. 1차 추계 결과, 손실 총액은 얼마일까. 인수위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아직 미확정, 미리 흘러나가면 혼선만 부추길 테니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2. 관건① 사각지대 : 550만, 320만, 80만…

중기부는 현재 시행 중인 손실보상법에 따라 손실액을 산출했다. 문제는 현행 기준으로는 빠져나가는 소상공인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른바 '사각지대' 논란이다.

첫 손실보상이었던 지난해 3분기를 보자. 전국의 자영업자는 550만여 명. 법이 정한 요건에 따른 소상공인 320만여 명. 이 중 80만여 명만 손실보상을 받았다.

550만 - 320만 - 80만, 이 틈새를 메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사각지대'를 줄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일단은 정부의 방역조치에 따른 직접 피해가 아닌 간접 피해까지 책임지는 쪽으로 방향은 잡았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간접 피해를 어떻게 정의하고, 기준을 뭐로 잡을지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라고 중기부에 주문했다.

그 결과는 오는 13일과 20일 차례로 인수위에 보고된다.

3. 관건② 정책 수단 : 보상·지원·대출 총동원

직접 피해는 보상하고, 간접 피해는 지원한다. 인수위는 이렇게 기조를 잡았다.

보상과 지원,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돈을 준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대상 요건, 계산 방식 모두 다르다. 정부의 의무냐 아니냐도 확연히 다르다.


대출 정책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이니까 나중에 갚아야 하는 돈이다. 다만, 대출액 중 일부를 인건비나 임대료 등 영업에 꼭 필요한 용도로 썼다면 안 갚아도 되는 식으로 설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 급여보호프로그램) 정책과 비슷한 뼈대다. 이재명 후보도 '한국형 PPP'를 공약했던 적이 있다.

4. 관건③ 소급 여부 : 소급 아닌 소급

최대 관심은 소급 보상 여부다. 손실보상법은 2021년 7월에 시행됐다. 법 시행된 이후의 손실만 보상한다. 그 이전의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기했다.

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소급보상은 불가능하다. 법을 바꾸려면 시간이 걸린다. 당선인이 약속한 최대한 신속한 보상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인수위는 '사실상의 소급'을 고민하고 있다. 손실보상법 시행 이전의 손실을 메워주되, 이름은 보상이 아니라 지원금 형태로 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면 손실보상법을 우회할 수 있다.


관건은 액수다. 소급보상 명목으로 지원금을 얼마나 줄 것인가.


윤 당선인은 "소상공인 1인당 최대 천만 원"을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다. 올 초 정부는 3백만 원씩을 방역지원금으로 줬다. 그 차액인 6백~7백만 원 정도를 지급하는 방안을 인수위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5. 추경액 '50조'에는 못 미칠 듯

소급 여부는 손실보상법을 만들 당시에도 최대 쟁점이었다. 기획재정부가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며 반대했고, 소급 주장은 그 반대에 가로막혔다.

지금의 기재부는 그때의 기재부와 입장을 달리할까. 달리한다면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까.

인수위 관계자들은 '50조 추경'은 힘들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계속 하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지급한 방역지원금을 더해 50조를 맞추면 된다는 식의 분위기가 인수위 안팎에서 읽힌다. 대출 지원도 포함해 50조를 맞출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일종의 원안 후퇴인 셈인데,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이 재정건전성을 거듭 강조해 왔기에 고민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면서 '온전한 보상'을 다 해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묘수가 없다면, 추경 규모는 50조 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다.

인수위는 10일 소상공인연합회와 간담회를 한다. 인수위 출범 이후 소상공인 단체와는 처음 만나는 자리다. 손실보상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다.

간담회 이후 추가 보고와 내부 논의를 거쳐, 인수위는 최종 방안를 이달 말쯤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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