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짜리 3개 박아줄꺼ㅋ”…경쟁 업주까지 ‘별점테러’

입력 2022.04.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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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점주 A씨는 개업 이튿날 배달 앱에서 리뷰(시식평)를 통해 최저점인 별점 1점을 받는 이른바 '별점 테러'를 당했습니다.

첫 리뷰부터 세 번째 리뷰까지 연달아 별점 1점이 달린 겁니다.

"OO가루가 아까웠냐, 하나도 안 묻어있다"는 악성 리뷰까지 달렸습니다.

열심히 준비했기에 충격을 받았고 서운했지만 "더욱 노력하겠다"는 댓글을 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배달 앱에서 A씨 매장 리뷰로 올라왔던 별점과 평가 글배달 앱에서 A씨 매장 리뷰로 올라왔던 별점과 평가 글

■"오늘 옆 신규점, 알바시켜서 별점 1점으로 만들어야겠어요"

이 댓글은 대체 누가 단 걸까요?

전국 치킨집 점주들이 180명 넘게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댓글이 달렸던 당일(5일) 이 대화방에 있던 한 점주는 인근 신규 매장에 별점 테러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진호(가명)씨가 제보한 단체대화방 대화를 재구성한 모습김진호(가명)씨가 제보한 단체대화방 대화를 재구성한 모습

그는 "알바를 시켜서 별점 1점으로 시작하게 만들어야겠다"라며 "어제 오픈했는데 1점짜리 3개 박아줄 거"라고 했습니다.

"고의적으로 했다가 걸리면 큰일 난다"는 다른 점주의 말에는 "다 다른 휴대전화기를 사용할 건데 어떻게 걸리겠냐"고 했습니다.

그는 이 단체 대화방에 실제로 별점 1점을 연달아 준 배달 앱 리뷰를 캡처해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음식을 악의적으로 나쁘게 평가한 그야말로 '별점 테러'였습니다.

그리고 이 별점 테러를 당한 가게가 바로 A씨의 매장이었습니다.

A씨의 매장과 별점 테러를 가한 점주의 매장은 1km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같은 업종의 인근 경쟁점에 배달 앱 별점을 무기 삼아 공격을 한 겁니다.

각기 다른 번호로 나쁜 마음을 먹고 '공격'을 한다면 A씨 같은 신생 점주는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평가한 이용자가 이전에 악의적인 평가를 했던 이력이 없다면 배달 앱 업체가 이 리뷰의 진위를 가려내기도 어렵습니다.

■"점주들 행태 선 넘은 듯"…제3자가 제보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진호(가명) 씨는 점주들의 행태가 선을 넘은 것 같다며 KBS에 제보를 해왔습니다. 김 씨는 단톡방에는 들어가 있지만 이 둘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제3자입니다.

그는 "매장 운영하는 입장에서 배달 앱 별점 때문에 신경도 많이 쓰이고 스트레스도 엄청 받는다"며 "내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일도 하기 싫어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문을 할 때 리뷰를 보고 결정하는 고객들이 많아서 매장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사실도 아닌 내용으로 저렇게 평가되는 건 진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리 시작해 주문 취소 어렵다'고 하자 전화로 욕설…이후엔 1점 테러

자영업자들은 경쟁 업체까지 별점 테러를 하는 일은 드물지만 고객으로부터 당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서울 중랑구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B씨.

지난달 30일 밤 9시 45분쯤 배달 앱을 통해 만 6천 원짜리 9종 과일 도시락 2개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5분 후 주문을 취소하겠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미 조리를 시작해 주문 취소가 어렵다고 하자 욕설이 쏟아졌습니다.

B씨는 "무조건 취소해달라"는 말과 함께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욕설을 3분 넘게 들어야 했습니다.

결국 취소 없이 음식이 배달됐고 그날 밤 B 씨 매장 배달 앱 리뷰란엔 별점 1점짜리 평가가 올라왔습니다.

주문 취소를 해주지 않자 악의적으로 최하 평가를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이 고객이 나쁜 마음을 먹고 앞으로도 계속 '별점 테러'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B 씨는 "프랜차이즈 매장 같으면 브랜드를 보고 주문하는 고객도 있어서 별점으로 인한 영향이 덜할 수 있는데 나처럼 개인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는 별점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때문에 개인 매장 점주들은 상대적으로 별점 테러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B씨는 그러면서 "배달 앱으로 주문을 받으면 고객 정보도 확인할 수 없어 이 고객이 마음 먹고 가게를 망치려면 시켜먹고 싶을 때 우리한테 시키고 계속해서 별점 1점을 주면 막을 방도가 없다"고 했습니다.

악의적인 별점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욕설 쏟아낸 고객, 우리 가게 주문 못 하게 해주세요." 요청해봤지만….

B씨는 악의적인 별점 테러가 걱정돼 배달 앱 고객센터에 전화했습니다.

욕설을 녹음한 음성파일까지 보내 피해를 설명하고 B씨 매장에서는 더는 이 고객의 주문을 안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배달 앱 업체 측은 매장 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악의적이라고 판단되는 특정 고객을 차단하는 제도' 같은 건 없다고 했습니다.

또다시 별점 테러를 당하면 어떡하냐고 물었지만 특정 고객으로부터 가맹점주들을 방어할 방법은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B씨는 "콜센터 상담사 직원들은 욕설하는 고객이 있다면 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욕설하는 고객의 전화를 끊을 수도 있지만,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을 받는 자영업자들은 그런 권리나 보호 장치가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심지어 주문한 고객 정보조차 확인할 수 없어서 나쁜 마음을 먹은 고객이 있다고 해도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다"며 "자영업자들도 배달 앱 업체의 파트너인데 별점 테러를 하는 악성 고객으로부터 자영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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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점짜리 3개 박아줄꺼ㅋ”…경쟁 업주까지 ‘별점테러’
    • 입력 2022-04-09 08:00:39
    취재K

지난 5일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점주 A씨는 개업 이튿날 배달 앱에서 리뷰(시식평)를 통해 최저점인 별점 1점을 받는 이른바 '별점 테러'를 당했습니다.

첫 리뷰부터 세 번째 리뷰까지 연달아 별점 1점이 달린 겁니다.

"OO가루가 아까웠냐, 하나도 안 묻어있다"는 악성 리뷰까지 달렸습니다.

열심히 준비했기에 충격을 받았고 서운했지만 "더욱 노력하겠다"는 댓글을 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배달 앱에서 A씨 매장 리뷰로 올라왔던 별점과 평가 글
■"오늘 옆 신규점, 알바시켜서 별점 1점으로 만들어야겠어요"

이 댓글은 대체 누가 단 걸까요?

전국 치킨집 점주들이 180명 넘게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댓글이 달렸던 당일(5일) 이 대화방에 있던 한 점주는 인근 신규 매장에 별점 테러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진호(가명)씨가 제보한 단체대화방 대화를 재구성한 모습
그는 "알바를 시켜서 별점 1점으로 시작하게 만들어야겠다"라며 "어제 오픈했는데 1점짜리 3개 박아줄 거"라고 했습니다.

"고의적으로 했다가 걸리면 큰일 난다"는 다른 점주의 말에는 "다 다른 휴대전화기를 사용할 건데 어떻게 걸리겠냐"고 했습니다.

그는 이 단체 대화방에 실제로 별점 1점을 연달아 준 배달 앱 리뷰를 캡처해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음식을 악의적으로 나쁘게 평가한 그야말로 '별점 테러'였습니다.

그리고 이 별점 테러를 당한 가게가 바로 A씨의 매장이었습니다.

A씨의 매장과 별점 테러를 가한 점주의 매장은 1km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같은 업종의 인근 경쟁점에 배달 앱 별점을 무기 삼아 공격을 한 겁니다.

각기 다른 번호로 나쁜 마음을 먹고 '공격'을 한다면 A씨 같은 신생 점주는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평가한 이용자가 이전에 악의적인 평가를 했던 이력이 없다면 배달 앱 업체가 이 리뷰의 진위를 가려내기도 어렵습니다.

■"점주들 행태 선 넘은 듯"…제3자가 제보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진호(가명) 씨는 점주들의 행태가 선을 넘은 것 같다며 KBS에 제보를 해왔습니다. 김 씨는 단톡방에는 들어가 있지만 이 둘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제3자입니다.

그는 "매장 운영하는 입장에서 배달 앱 별점 때문에 신경도 많이 쓰이고 스트레스도 엄청 받는다"며 "내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일도 하기 싫어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문을 할 때 리뷰를 보고 결정하는 고객들이 많아서 매장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사실도 아닌 내용으로 저렇게 평가되는 건 진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리 시작해 주문 취소 어렵다'고 하자 전화로 욕설…이후엔 1점 테러

자영업자들은 경쟁 업체까지 별점 테러를 하는 일은 드물지만 고객으로부터 당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서울 중랑구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B씨.

지난달 30일 밤 9시 45분쯤 배달 앱을 통해 만 6천 원짜리 9종 과일 도시락 2개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5분 후 주문을 취소하겠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미 조리를 시작해 주문 취소가 어렵다고 하자 욕설이 쏟아졌습니다.

B씨는 "무조건 취소해달라"는 말과 함께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욕설을 3분 넘게 들어야 했습니다.

결국 취소 없이 음식이 배달됐고 그날 밤 B 씨 매장 배달 앱 리뷰란엔 별점 1점짜리 평가가 올라왔습니다.

주문 취소를 해주지 않자 악의적으로 최하 평가를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이 고객이 나쁜 마음을 먹고 앞으로도 계속 '별점 테러'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B 씨는 "프랜차이즈 매장 같으면 브랜드를 보고 주문하는 고객도 있어서 별점으로 인한 영향이 덜할 수 있는데 나처럼 개인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는 별점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때문에 개인 매장 점주들은 상대적으로 별점 테러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B씨는 그러면서 "배달 앱으로 주문을 받으면 고객 정보도 확인할 수 없어 이 고객이 마음 먹고 가게를 망치려면 시켜먹고 싶을 때 우리한테 시키고 계속해서 별점 1점을 주면 막을 방도가 없다"고 했습니다.

악의적인 별점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욕설 쏟아낸 고객, 우리 가게 주문 못 하게 해주세요." 요청해봤지만….

B씨는 악의적인 별점 테러가 걱정돼 배달 앱 고객센터에 전화했습니다.

욕설을 녹음한 음성파일까지 보내 피해를 설명하고 B씨 매장에서는 더는 이 고객의 주문을 안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배달 앱 업체 측은 매장 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악의적이라고 판단되는 특정 고객을 차단하는 제도' 같은 건 없다고 했습니다.

또다시 별점 테러를 당하면 어떡하냐고 물었지만 특정 고객으로부터 가맹점주들을 방어할 방법은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B씨는 "콜센터 상담사 직원들은 욕설하는 고객이 있다면 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욕설하는 고객의 전화를 끊을 수도 있지만,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을 받는 자영업자들은 그런 권리나 보호 장치가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심지어 주문한 고객 정보조차 확인할 수 없어서 나쁜 마음을 먹은 고객이 있다고 해도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다"며 "자영업자들도 배달 앱 업체의 파트너인데 별점 테러를 하는 악성 고객으로부터 자영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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