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골드만삭스와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추악한 거래

입력 2022.04.11 (08:19) 수정 2022.04.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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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월가와 부패한 동남아의 정치인들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1. 사라진 45억 달러

처음 논란은 과다한 수수료였다. 2009년 출범한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1MDB(Malaysia Development Berhad)'의 채권 발행을 대행한 골드만삭스가 6억 달러(7천억원 정도)를 대행수수료로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2012년쯤이다. 여기서부터 썩은내가 진동했다.

2015년 7월, 말레이시아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인 '나집 라작' 총리의 계좌에 7억 달러(8천억 정도)가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전두환씨에게 대법원이 확인한 뇌물 등 추징금 2,205억 원의 4배에 달한다).
하지만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검찰은 현직 국가 수반을 소환도 못했다.

2016년 4월 출범 7년만에 결국 '1MDB'는 17억 달러(2조원 정도)의 디폴트를 내고 무너졌다.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부를 키우겠다던 12조원 규모의 투자금 대부분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09년 출범한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Malaysia Development Berhad)’, ‘나집 라작’ 총리등 부패한 공무원들에 의해 자금의 상당부분이 빼돌려져 돈세탁된 뒤 사라졌다. 사진 연합2009년 출범한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Malaysia Development Berhad)’, ‘나집 라작’ 총리등 부패한 공무원들에 의해 자금의 상당부분이 빼돌려져 돈세탁된 뒤 사라졌다. 사진 연합

2.골드만삭스의 꼬리자르기


지난 4월 8일 뉴욕시 연방법원 배심원들은 골드만삭스 전 임원 '로저 응'에 대한 3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결정을 내렸다. 금융산업이 발전한 미국은 금융 범죄를 엄벌한다. 그에게는 이제 최대 징역 30년형이 가능해졌다.

'로저 응'은 '1MDB'의 초대형 채권 거래 3건을 따내기 위해 16억 달러 (1조 9천억원 정도)의 뇌물을 말레이시아 정치인과 공무원들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뉴욕주 검찰은 '로저 응'이 3,500만 달러(430억원 정도)의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밝혔다.

'로저 응'은 라집 총리 등 말레이시아 정치인, 공무원들과 짜고 수십억 달러의 투자금을 돈세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렇게 빼돌린 돈으로 말레이시아 고위층은 런던과 비버리힐즈의 호화주택 그리고 반 고흐의 그림 등을 사모았다. 뉴욕주 검찰은 이렇게 최소 45억 달러(5조 5천억원 정도)가 빼돌려져 돈세탁됐다고 밝혔다.

‘로저 응’ 전 골드만 삭스 전무, 말레이시아 정치인들에게 1조원이 넘는 뇌물을 주고, 1MDB자금 수조원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8일 배심원단이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중형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사진 연합‘로저 응’ 전 골드만 삭스 전무, 말레이시아 정치인들에게 1조원이 넘는 뇌물을 주고, 1MDB자금 수조원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8일 배심원단이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중형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사진 연합

하지만 이같은 비리를 중개(?)한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처벌을 빠져나갔다(블룸버그는 골드만 삭스의 최고경영자(CEO) '블랭크 페인'이 1MDB의 고위간부를 2번 만났다고 보도했다). 대신 돈으로 막았다.


골드만삭스는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불기소 조건으로 모두 29억 달러(3조 5천억원 정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1MDB'와 관련해 모두 1억 7천만 달러(2천억원 정도)의 성과금을 받은 골드만 삭스의 대표이사 '블랭크 페인'은 성과급을 모두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골드만삭스의 추악한 스캔들은 직원 개인의 사적인 범죄가 됐다.

3.'나집 라작 Najib Razak'


그런데 2018년, 8천억 원이 입금된 뒤에도 검찰 수사를 빠져나간 '나집 라작' 총리가 총선에서 패배했다. 1957년 독립 이후 말레이시아 권력을 계속 독점해 온 '바리산 나시오날' 연대가 무너졌다.

'1MDB'스캔들이 결정타가 됐다. 경찰은 총선 일주일만에 '나집'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12대의 경찰차가 동원됐다. 압수수색은 18시간 동안 이뤄졌다.

새로 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마드(당시 92세) 총리는 일벌백계를 약속했다. 재판에 넘겨진 '나집 라작' 총리는 돈세탁과 배임 등 7개 혐의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만약 지난 2018년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이 추악한 진실은 드러날 수 있었을까.

경찰에 출석한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 45억 달러규모의 1MBD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5년 그의 통장에는 1MDB의 자금 7억달러(8천억원 정도)가 들어있었다. 사진 로이터 연합경찰에 출석한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 45억 달러규모의 1MBD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5년 그의 통장에는 1MDB의 자금 7억달러(8천억원 정도)가 들어있었다. 사진 로이터 연합

4. 조 로우(Jho Low)

나집 총리에게 '1MDB' 사업을 제안하고, 자금 운용에 핵심 역할을 했던 말레이시아 사업가 '조 로우'는 미국과 말레이시아 두나라로부터 기소됐지만 여전히 도피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수많은 사모펀드에 개입해 수조 원의 부를 쌓은 그는 '아시아의 개츠비(The Asian Great Gatsby)'로 불렸다.

'조 로우'를 다룬 책 '빌리언달러 웨일(Billion Dollar Whale)은 1MDB가 출범한 직후 1년여 동안 파티 비용으로 그가 8,500만 달러(1,040억 정도)를 썼다고 밝혔다. 그는 2010년 어느날 파티중에 만난 '린제이 로한'에게 16만 달러(2억 정도) 어치에 달하는 크리스털 샴페인 23병을 보내기도 했다.


뉴욕의 한 클럽에서 패리스 힐튼과 함께한 ‘조 로우’, 말레이시아의 사업가인 그는 1MDB의 자금 운용에 깊숙히 개입한 혐의로 7년째 수배중이다. 그는 패리스힐튼의 29번째 생일에 라스베가스의 한 카지노에서 25만달러의 칩을 선물하기도 했다.뉴욕의 한 클럽에서 패리스 힐튼과 함께한 ‘조 로우’, 말레이시아의 사업가인 그는 1MDB의 자금 운용에 깊숙히 개입한 혐의로 7년째 수배중이다. 그는 패리스힐튼의 29번째 생일에 라스베가스의 한 카지노에서 25만달러의 칩을 선물하기도 했다.

여전히 1MDB가 날려버린 수조 원의 자금은 오리무중이다. 이중 상당부분은 돈 세탁 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페이퍼 회사 장부 속에 숨어 있다. 미국 법무부는 꾸준히 이들 자금을 찾아내 말레이시아 정부에 돌려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1MDB의 자금 1조 3천억 원 정도가 반환됐다.

나집 총리(69)는 자신이 '조 로우'등 금융 사기꾼들에게 속았으며 자신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여전히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며 정치활동도 이어가고 있다(뉴욕 검찰은 '조 로우'가 '나집' 총리 부인에게 선물한 핑크 다이아몬드를 구입하면서 뉴욕의 한 보석상에 2,730만 달러(330억 정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수조 원의 국민돈이 사라졌지만, 결국 감옥에 갈 사람은 '로저 응' 1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 로우'는 마카오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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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골드만삭스와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추악한 거래
    • 입력 2022-04-11 08:19:56
    • 수정2022-04-11 09:59:24
    특파원 리포트
<strong>월가와 부패한 동남아의 정치인들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strong>

1. 사라진 45억 달러

처음 논란은 과다한 수수료였다. 2009년 출범한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1MDB(Malaysia Development Berhad)'의 채권 발행을 대행한 골드만삭스가 6억 달러(7천억원 정도)를 대행수수료로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2012년쯤이다. 여기서부터 썩은내가 진동했다.

2015년 7월, 말레이시아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인 '나집 라작' 총리의 계좌에 7억 달러(8천억 정도)가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전두환씨에게 대법원이 확인한 뇌물 등 추징금 2,205억 원의 4배에 달한다).
하지만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검찰은 현직 국가 수반을 소환도 못했다.

2016년 4월 출범 7년만에 결국 '1MDB'는 17억 달러(2조원 정도)의 디폴트를 내고 무너졌다.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부를 키우겠다던 12조원 규모의 투자금 대부분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09년 출범한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Malaysia Development Berhad)’, ‘나집 라작’ 총리등 부패한 공무원들에 의해 자금의 상당부분이 빼돌려져 돈세탁된 뒤 사라졌다. 사진 연합
2.골드만삭스의 꼬리자르기


지난 4월 8일 뉴욕시 연방법원 배심원들은 골드만삭스 전 임원 '로저 응'에 대한 3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결정을 내렸다. 금융산업이 발전한 미국은 금융 범죄를 엄벌한다. 그에게는 이제 최대 징역 30년형이 가능해졌다.

'로저 응'은 '1MDB'의 초대형 채권 거래 3건을 따내기 위해 16억 달러 (1조 9천억원 정도)의 뇌물을 말레이시아 정치인과 공무원들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뉴욕주 검찰은 '로저 응'이 3,500만 달러(430억원 정도)의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밝혔다.

'로저 응'은 라집 총리 등 말레이시아 정치인, 공무원들과 짜고 수십억 달러의 투자금을 돈세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렇게 빼돌린 돈으로 말레이시아 고위층은 런던과 비버리힐즈의 호화주택 그리고 반 고흐의 그림 등을 사모았다. 뉴욕주 검찰은 이렇게 최소 45억 달러(5조 5천억원 정도)가 빼돌려져 돈세탁됐다고 밝혔다.

‘로저 응’ 전 골드만 삭스 전무, 말레이시아 정치인들에게 1조원이 넘는 뇌물을 주고, 1MDB자금 수조원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8일 배심원단이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중형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사진 연합
하지만 이같은 비리를 중개(?)한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처벌을 빠져나갔다(블룸버그는 골드만 삭스의 최고경영자(CEO) '블랭크 페인'이 1MDB의 고위간부를 2번 만났다고 보도했다). 대신 돈으로 막았다.


골드만삭스는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불기소 조건으로 모두 29억 달러(3조 5천억원 정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1MDB'와 관련해 모두 1억 7천만 달러(2천억원 정도)의 성과금을 받은 골드만 삭스의 대표이사 '블랭크 페인'은 성과급을 모두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골드만삭스의 추악한 스캔들은 직원 개인의 사적인 범죄가 됐다.

3.'나집 라작 Najib Razak'


그런데 2018년, 8천억 원이 입금된 뒤에도 검찰 수사를 빠져나간 '나집 라작' 총리가 총선에서 패배했다. 1957년 독립 이후 말레이시아 권력을 계속 독점해 온 '바리산 나시오날' 연대가 무너졌다.

'1MDB'스캔들이 결정타가 됐다. 경찰은 총선 일주일만에 '나집'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12대의 경찰차가 동원됐다. 압수수색은 18시간 동안 이뤄졌다.

새로 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마드(당시 92세) 총리는 일벌백계를 약속했다. 재판에 넘겨진 '나집 라작' 총리는 돈세탁과 배임 등 7개 혐의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만약 지난 2018년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이 추악한 진실은 드러날 수 있었을까.

경찰에 출석한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 45억 달러규모의 1MBD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5년 그의 통장에는 1MDB의 자금 7억달러(8천억원 정도)가 들어있었다. 사진 로이터 연합
4. 조 로우(Jho Low)

나집 총리에게 '1MDB' 사업을 제안하고, 자금 운용에 핵심 역할을 했던 말레이시아 사업가 '조 로우'는 미국과 말레이시아 두나라로부터 기소됐지만 여전히 도피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수많은 사모펀드에 개입해 수조 원의 부를 쌓은 그는 '아시아의 개츠비(The Asian Great Gatsby)'로 불렸다.

'조 로우'를 다룬 책 '빌리언달러 웨일(Billion Dollar Whale)은 1MDB가 출범한 직후 1년여 동안 파티 비용으로 그가 8,500만 달러(1,040억 정도)를 썼다고 밝혔다. 그는 2010년 어느날 파티중에 만난 '린제이 로한'에게 16만 달러(2억 정도) 어치에 달하는 크리스털 샴페인 23병을 보내기도 했다.


뉴욕의 한 클럽에서 패리스 힐튼과 함께한 ‘조 로우’, 말레이시아의 사업가인 그는 1MDB의 자금 운용에 깊숙히 개입한 혐의로 7년째 수배중이다. 그는 패리스힐튼의 29번째 생일에 라스베가스의 한 카지노에서 25만달러의 칩을 선물하기도 했다.
여전히 1MDB가 날려버린 수조 원의 자금은 오리무중이다. 이중 상당부분은 돈 세탁 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페이퍼 회사 장부 속에 숨어 있다. 미국 법무부는 꾸준히 이들 자금을 찾아내 말레이시아 정부에 돌려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1MDB의 자금 1조 3천억 원 정도가 반환됐다.

나집 총리(69)는 자신이 '조 로우'등 금융 사기꾼들에게 속았으며 자신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여전히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며 정치활동도 이어가고 있다(뉴욕 검찰은 '조 로우'가 '나집' 총리 부인에게 선물한 핑크 다이아몬드를 구입하면서 뉴욕의 한 보석상에 2,730만 달러(330억 정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수조 원의 국민돈이 사라졌지만, 결국 감옥에 갈 사람은 '로저 응' 1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 로우'는 마카오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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