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만에 구조대 왔지만…고시원 화재에 또 ‘참변’

입력 2022.04.11 (19:15) 수정 2022.04.1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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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아침 서울 영등포의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60대와 70대 남성, 두 명이 숨졌습니다.

불이 난지 6분 만에 소방당국이 출동했고, 간이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는데도 인명 피해를 막지 못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이도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침 6시 반부터 시작한 불은 순식간에 건물을 태웠습니다.

연기가 근처 고층아파트 높이까지 치솟습니다.

2층 고시원에 있던 18명 가운데 16명은 대피했습니다.

하지만 2명은 고시원 복도와 휴게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윤영재/영등포소방서 소방행정과장 : "대피하지 못하고 복도에서 연기 흡입을 하고 쓰러져서 화상을 입은 것으로..."]

실내를 채운 연기가 문제였습니다.

이 고시원엔 좁다란 복도를 따라 작은 방이 33개나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창문이 있긴 했지만, 연기가 빠지기엔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고시원에는 호실마다 간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인명 피해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소방당국은 2011년 설치된 간이 스프링클러가 화재 때 정상 작동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스프링클러의 헤드는 72도 이상의 열을 감지해야 작동하는데, 연기만으로 이 열을 감지하려면 불이 나고도 몇 분이 소요됩니다.

뒤늦게 작동을 하더라도 이미 상당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한 뒤일 수밖에 없습니다.

숨진 두 명은 파킨슨병과 대장암 등을 앓고 있어, 거동도 불편했습니다.

[최영상/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자력 피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위험에 도달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소방시설을 강화하거나 연기를 배출해주는 배연설비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법이..."]

시민단체인 홈리스행동은 간이 스프링클러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과신하다 일어난 사고라며, 최저주거기준을 개선하라고 촉구했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이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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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분 만에 구조대 왔지만…고시원 화재에 또 ‘참변’
    • 입력 2022-04-11 19:15:43
    • 수정2022-04-11 19:30:17
    뉴스 7
[앵커]

오늘 아침 서울 영등포의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60대와 70대 남성, 두 명이 숨졌습니다.

불이 난지 6분 만에 소방당국이 출동했고, 간이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는데도 인명 피해를 막지 못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이도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침 6시 반부터 시작한 불은 순식간에 건물을 태웠습니다.

연기가 근처 고층아파트 높이까지 치솟습니다.

2층 고시원에 있던 18명 가운데 16명은 대피했습니다.

하지만 2명은 고시원 복도와 휴게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윤영재/영등포소방서 소방행정과장 : "대피하지 못하고 복도에서 연기 흡입을 하고 쓰러져서 화상을 입은 것으로..."]

실내를 채운 연기가 문제였습니다.

이 고시원엔 좁다란 복도를 따라 작은 방이 33개나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창문이 있긴 했지만, 연기가 빠지기엔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고시원에는 호실마다 간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인명 피해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소방당국은 2011년 설치된 간이 스프링클러가 화재 때 정상 작동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스프링클러의 헤드는 72도 이상의 열을 감지해야 작동하는데, 연기만으로 이 열을 감지하려면 불이 나고도 몇 분이 소요됩니다.

뒤늦게 작동을 하더라도 이미 상당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한 뒤일 수밖에 없습니다.

숨진 두 명은 파킨슨병과 대장암 등을 앓고 있어, 거동도 불편했습니다.

[최영상/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자력 피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위험에 도달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소방시설을 강화하거나 연기를 배출해주는 배연설비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법이..."]

시민단체인 홈리스행동은 간이 스프링클러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과신하다 일어난 사고라며, 최저주거기준을 개선하라고 촉구했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이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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