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밀키트’…원산지 속이고, 표기도 안하고

입력 2022.04.12 (23:47) 수정 2022.04.1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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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간편하게 조리해먹을 수 있는 밀키트 많이들 이용하실텐데요.

덩달아 거리 곳곳에서 밀키트만 전문으로 파는 매장도 쉽게 찾을 수 있죠.

매장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산지 바꿔치기 같은 소비자를 속이는 행태도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고 합니다.

단속현장을 동행취재한 경제부 이지은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요즘 주변에 보면 밀키트 전문점 정말 많던데, 전문 브랜드가 어느 정도 생겨났죠?

[기자]

네, 지금 보시는 것이 서울 지역을 표시한 지도인데요.

거리 곳곳을 촘촘하게 메운 이 점들이 바로 밀키트 전문점입니다.

불과 500미터 안에 매장 5개가 들어선 곳도 있는데요.

업계 추산 지난해 10여개이던 프랜차이즈는 올해 들어서만 100개 넘게 생겨났고요.

전국 가맹점이 3백 개가 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앵커]

짧은 기간에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이런 밀키트 매장에서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가 잇따라 적발됐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주 저희 취재진이 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서울과 인천 등 밀키트 매장의 원산지 표기 실태를 점검했는데요.

먼저 다섯 달 전에 문을 연 한 밀키트 판매점의 경우엔요

원산지 안내판엔 국내산 숙주라고 돼 있는데 거래 명세서를 확인해보니 중국이나 미얀마 등지에서 들여온 수입산인 걸로 드러났습니다.

숙주 1킬로그램에 천5백 원으로, 국내산의 절반값입니다.

국산이라며 판매한 두부 역시 값싼 외국산이었습니다.

또 다른 밀키트 매장은 국내산 배추로 된 김치를 쓴다고 했지만, 확인해보니 중국산이었습니다.

[앵커]

밀키트는 보통 미리 만들어진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원산지를 바꿀 수 있는 거죠?

[기자]

제품에 들어가는 육류나 소스 등 주요 재료는 본사에서 공급받습니다.

그런데 채소나 두부처럼 금방 상하기 쉬운 재료는 점주들이 직접 마트나 시장에서 사와 진공 포장해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원산지 바꿔치기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 점을 이용해 강원도 철원에서 도축된 돼지고기를 제주산으로 속이거나, 외국산 콩나물의 원산지를 아예 표시하지 않은 곳도 있었습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최근 20일 동안 마흔 개 매장을 단속한 결과 열 곳이 규정을 어겼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원산지 표시를 아예 안한 경우도 있던데, 국내산이든 외국산이든 정확한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은 기본 아닌가요?

[기자]

네,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반입니다.

원산지 표시법상 표기를 안하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앵커]

특히나 무인 매장 형태로 운영된다고 하니, 원산지를 거짓으로 쓰거나, 아예 쓰지 않아도 확인할 방법도 마땅치 않겠네요?

[기자]

네, 무인 매장 특성상 직원이 있는 시간이 드물죠.

단속에 안 걸리면 그만이라 생각하기 쉽고요.

점주 상당수가 주부나 은퇴자 같은 초보 창업자들이어서 관리에 미숙한 점도 분명 있습니다.

결국 답답한 건 원산지 궁금해도 물어볼 데가 없는 소비자들인데요.

관리 당국은 밀키트 매장에 대한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신종 업종인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원산지 속이기 행태가 밀키트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경쟁이 과열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요?

[기자]

네, 점주들은 값싼 수입 재료로 원가를 낮춰 이윤을 남겨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해명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취재하면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 한목소리로 밀키트 전문점이 포화 상태에 진입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보셨던 것처럼 불과 5백미터 안에 5개 매장이 들어선 곳도 있을 정도라 경쟁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앵커]

지금도 밀키트 전문점 창업 생각하시는 분들 계실텐데 잘 참고하셔야할 대목인 것 같네요.

[기자]

네. 미국에선 일상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밀키트 수요가 감소했단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무슨 아이스크림, 무슨 카스테라처럼 장사가 잘된다고 하면 너도나도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사라졌던 전례 간과해선 안되겠고요.

따라서 창업 전 꼼꼼한 분석, 반드시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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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2 23:47:05
    • 수정2022-04-13 00: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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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간편하게 조리해먹을 수 있는 밀키트 많이들 이용하실텐데요.

덩달아 거리 곳곳에서 밀키트만 전문으로 파는 매장도 쉽게 찾을 수 있죠.

매장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산지 바꿔치기 같은 소비자를 속이는 행태도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고 합니다.

단속현장을 동행취재한 경제부 이지은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요즘 주변에 보면 밀키트 전문점 정말 많던데, 전문 브랜드가 어느 정도 생겨났죠?

[기자]

네, 지금 보시는 것이 서울 지역을 표시한 지도인데요.

거리 곳곳을 촘촘하게 메운 이 점들이 바로 밀키트 전문점입니다.

불과 500미터 안에 매장 5개가 들어선 곳도 있는데요.

업계 추산 지난해 10여개이던 프랜차이즈는 올해 들어서만 100개 넘게 생겨났고요.

전국 가맹점이 3백 개가 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앵커]

짧은 기간에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이런 밀키트 매장에서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가 잇따라 적발됐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주 저희 취재진이 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서울과 인천 등 밀키트 매장의 원산지 표기 실태를 점검했는데요.

먼저 다섯 달 전에 문을 연 한 밀키트 판매점의 경우엔요

원산지 안내판엔 국내산 숙주라고 돼 있는데 거래 명세서를 확인해보니 중국이나 미얀마 등지에서 들여온 수입산인 걸로 드러났습니다.

숙주 1킬로그램에 천5백 원으로, 국내산의 절반값입니다.

국산이라며 판매한 두부 역시 값싼 외국산이었습니다.

또 다른 밀키트 매장은 국내산 배추로 된 김치를 쓴다고 했지만, 확인해보니 중국산이었습니다.

[앵커]

밀키트는 보통 미리 만들어진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원산지를 바꿀 수 있는 거죠?

[기자]

제품에 들어가는 육류나 소스 등 주요 재료는 본사에서 공급받습니다.

그런데 채소나 두부처럼 금방 상하기 쉬운 재료는 점주들이 직접 마트나 시장에서 사와 진공 포장해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원산지 바꿔치기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 점을 이용해 강원도 철원에서 도축된 돼지고기를 제주산으로 속이거나, 외국산 콩나물의 원산지를 아예 표시하지 않은 곳도 있었습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최근 20일 동안 마흔 개 매장을 단속한 결과 열 곳이 규정을 어겼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원산지 표시를 아예 안한 경우도 있던데, 국내산이든 외국산이든 정확한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은 기본 아닌가요?

[기자]

네,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반입니다.

원산지 표시법상 표기를 안하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앵커]

특히나 무인 매장 형태로 운영된다고 하니, 원산지를 거짓으로 쓰거나, 아예 쓰지 않아도 확인할 방법도 마땅치 않겠네요?

[기자]

네, 무인 매장 특성상 직원이 있는 시간이 드물죠.

단속에 안 걸리면 그만이라 생각하기 쉽고요.

점주 상당수가 주부나 은퇴자 같은 초보 창업자들이어서 관리에 미숙한 점도 분명 있습니다.

결국 답답한 건 원산지 궁금해도 물어볼 데가 없는 소비자들인데요.

관리 당국은 밀키트 매장에 대한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신종 업종인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원산지 속이기 행태가 밀키트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경쟁이 과열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요?

[기자]

네, 점주들은 값싼 수입 재료로 원가를 낮춰 이윤을 남겨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해명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취재하면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 한목소리로 밀키트 전문점이 포화 상태에 진입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보셨던 것처럼 불과 5백미터 안에 5개 매장이 들어선 곳도 있을 정도라 경쟁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앵커]

지금도 밀키트 전문점 창업 생각하시는 분들 계실텐데 잘 참고하셔야할 대목인 것 같네요.

[기자]

네. 미국에선 일상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밀키트 수요가 감소했단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무슨 아이스크림, 무슨 카스테라처럼 장사가 잘된다고 하면 너도나도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사라졌던 전례 간과해선 안되겠고요.

따라서 창업 전 꼼꼼한 분석, 반드시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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