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탄소중립 키워드는 ‘원전’…재생에너지 어떻게 되나?

입력 2022.04.13 (06:01) 수정 2022.04.1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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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우리나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탄소 정책 윤곽이 나왔습니다. 핵심은 '원전' 입니다.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세계적 흐름은 지켜가면서도, '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으로 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겁니다.

■ 인수위 "탄소중립 목표는 그대로, 원자력은 확대"

인수위 자료를 요약하면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탄소중립 그대로', 둘째는 '원전 확대'입니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목표는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입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 '0'인 탄소중립은 시기와 감축 목표 모두 준수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추진 방법은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 노선을 택했습니다. 탈원전 기조를 벗어나 원자력 발전(원전)을 다시 늘리겠다는 겁니다. 그 이유로는 '사회경제적 부담'을 꼽았습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발전 이용률이 줄었고, 그 결과 한국전력의 적자가 커졌다는 겁니다. 한전의 적자는 결과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들에게 부담이 된다고도 했습니다.

■ 기후환경 전문가들 평가는?

기후환경 전문가들이 우려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겁니다.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새 정부의 방침을 확인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한전의 적자가 탈원전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단체인 '플랜 1.5' 윤세종 변호사는 " 전기가격은 국제 유가와 LNG 도입 가격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고 있기 때문에, 탈원전과 한전 적자 및 전기요금 상승 요인을 연결짓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016년 원전 발전량은 16만 1,995 GWh에서 2020년 16만 183 GWh로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도 문재인 정부에서 원자력 발전이 줄어든 건 안전 문제로 인한 시설 점검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습니다.

석 위원은 " 원자로 격납 건물 콘크리트에 구멍이 나고, 철판이 부식되는 등 원자력 발전 관련 안전문제가 불거졌다"면서 "2018년부터 원자력 발전소들의 가동을 중지하고 점검에 들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수위원회 기후에너지 브리핑 자료인수위원회 기후에너지 브리핑 자료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한 원자력 발전 감소는 인수위원회가 밝힌 자료에서도 잘 나옵니다. 인수위 발표자료를 보면, 2017년에서 2021년 사이에 비리와 지진, 공극 등 '특수상황'으로 원자력 발전 이용 저하가 발생했다고 설명돼 있습니다.

기후 환경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인수위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위해, 환경문제에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 '재생에너지'는 어떻게 되나?

인수위는 원전 확대를 위해 친환경 경제활동의 판단기준인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 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여기에 기존 원전보다는 안전성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진 소형 원자력발전(SMR) 개발도 함께 추진할 예정입니다.

물론 새 정부 역시 재생에너지 전체를 포기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기존보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줄이고, 그 자리를 원전으로 채우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하지만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쓰는 민간운동인 'RE100'에 원자력 발전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에서 원전 중심의 탄소 감축에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기후솔루션 자료. 국제에너지 연구기관 엠버(EMBER) 자료 기반기후솔루션 자료. 국제에너지 연구기관 엠버(EMBER) 자료 기반

실제로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법인인 '기후솔루션'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턱없이 모자라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상위 11개 기업이 모두 98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소비했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의 풍력·태양광 발전량보다 4.5배 많은 수준입니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삼성전자가 한 해 사용한 전력량보다 20%가 적다면서, 재생에너지가 적은 환경 때문에 국내 산업계가 수출 등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6.2%에 불과합니다. 애플과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새 납품조건으로 '재생에너지 전기 100%'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비율입니다.

기후위기의 주범인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원전 사용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원전 못지 않게 재생에너지 발전의 조속한 확대가 수출경쟁력에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자칫 새 정부가 원전 확대 위주로만 정책을 편다면, 재생에너지 발전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각기 다른 특성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원자력 발전 등 나머지 발전원을 줄여야 한다.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면 재생에너지가 시장에 들어올 여지가 줄어든다"면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세종 변호사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RE100'에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원만 인정된다."며, "세계 시장에서 이미 재생에너지가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라는 흐름이 확립되어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부족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우선적으로 채우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새 정부, '기후정책 조직'도 '새 판'으로

원희룡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위 위원장원희룡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위 위원장

이번 정책 기조 변화를 총괄해 온 원희룡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에 관한 정직하고 현실성 있고 책임 있는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 기후·에너지팀의 잠정적 결론"이라고 말했습니다.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선 원자력 발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겁니다.

기후에너지 정책을 이끌 정책 기구의 변화도 예상됩니다.

미국 백악관에 있는 '글로벌 기후팀'처럼 대통령실 아래 기후정책 관련 부서를 새로 만드는 방안 등을 폭넓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 등 기존 정부 기관의 재구성 및 재배치도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적 구성의 변화도 예고했습니다.

현재 인수위원회는 기후·에너지 정책을 검토하는 자문그룹을 두고 있습니다. 자문그룹은 인수위 안팎의 전문가 10여 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김상협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은 브리핑에서 "탄소중립위원회가 총괄하는데, 보고받은 부처 모두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 위원구성이 편향돼있다"라면서 개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하는 기후 환경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줄고, 산업계와 원자력 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가 위주로 바뀔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아 보이는 대목입니다.

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는 브리핑에서 기후에너지 관련 정책을 2주 뒤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기후정책 등을 이끌 정부 조직의 확실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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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정부 탄소중립 키워드는 ‘원전’…재생에너지 어떻게 되나?
    • 입력 2022-04-13 06:01:16
    • 수정2022-04-13 06:04:54
    취재K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우리나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탄소 정책 윤곽이 나왔습니다. 핵심은 '원전' 입니다.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세계적 흐름은 지켜가면서도, '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으로 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겁니다.

■ 인수위 "탄소중립 목표는 그대로, 원자력은 확대"

인수위 자료를 요약하면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탄소중립 그대로', 둘째는 '원전 확대'입니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목표는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입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 '0'인 탄소중립은 시기와 감축 목표 모두 준수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추진 방법은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 노선을 택했습니다. 탈원전 기조를 벗어나 원자력 발전(원전)을 다시 늘리겠다는 겁니다. 그 이유로는 '사회경제적 부담'을 꼽았습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발전 이용률이 줄었고, 그 결과 한국전력의 적자가 커졌다는 겁니다. 한전의 적자는 결과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들에게 부담이 된다고도 했습니다.

■ 기후환경 전문가들 평가는?

기후환경 전문가들이 우려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겁니다.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새 정부의 방침을 확인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한전의 적자가 탈원전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단체인 '플랜 1.5' 윤세종 변호사는 " 전기가격은 국제 유가와 LNG 도입 가격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고 있기 때문에, 탈원전과 한전 적자 및 전기요금 상승 요인을 연결짓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016년 원전 발전량은 16만 1,995 GWh에서 2020년 16만 183 GWh로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도 문재인 정부에서 원자력 발전이 줄어든 건 안전 문제로 인한 시설 점검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습니다.

석 위원은 " 원자로 격납 건물 콘크리트에 구멍이 나고, 철판이 부식되는 등 원자력 발전 관련 안전문제가 불거졌다"면서 "2018년부터 원자력 발전소들의 가동을 중지하고 점검에 들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수위원회 기후에너지 브리핑 자료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한 원자력 발전 감소는 인수위원회가 밝힌 자료에서도 잘 나옵니다. 인수위 발표자료를 보면, 2017년에서 2021년 사이에 비리와 지진, 공극 등 '특수상황'으로 원자력 발전 이용 저하가 발생했다고 설명돼 있습니다.

기후 환경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인수위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위해, 환경문제에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 '재생에너지'는 어떻게 되나?

인수위는 원전 확대를 위해 친환경 경제활동의 판단기준인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 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여기에 기존 원전보다는 안전성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진 소형 원자력발전(SMR) 개발도 함께 추진할 예정입니다.

물론 새 정부 역시 재생에너지 전체를 포기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기존보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줄이고, 그 자리를 원전으로 채우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하지만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쓰는 민간운동인 'RE100'에 원자력 발전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에서 원전 중심의 탄소 감축에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기후솔루션 자료. 국제에너지 연구기관 엠버(EMBER) 자료 기반
실제로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법인인 '기후솔루션'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턱없이 모자라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상위 11개 기업이 모두 98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소비했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의 풍력·태양광 발전량보다 4.5배 많은 수준입니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삼성전자가 한 해 사용한 전력량보다 20%가 적다면서, 재생에너지가 적은 환경 때문에 국내 산업계가 수출 등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6.2%에 불과합니다. 애플과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새 납품조건으로 '재생에너지 전기 100%'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비율입니다.

기후위기의 주범인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원전 사용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원전 못지 않게 재생에너지 발전의 조속한 확대가 수출경쟁력에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자칫 새 정부가 원전 확대 위주로만 정책을 편다면, 재생에너지 발전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각기 다른 특성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원자력 발전 등 나머지 발전원을 줄여야 한다.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면 재생에너지가 시장에 들어올 여지가 줄어든다"면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세종 변호사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RE100'에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원만 인정된다."며, "세계 시장에서 이미 재생에너지가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라는 흐름이 확립되어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부족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우선적으로 채우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새 정부, '기후정책 조직'도 '새 판'으로

원희룡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위 위원장
이번 정책 기조 변화를 총괄해 온 원희룡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에 관한 정직하고 현실성 있고 책임 있는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 기후·에너지팀의 잠정적 결론"이라고 말했습니다.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선 원자력 발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겁니다.

기후에너지 정책을 이끌 정책 기구의 변화도 예상됩니다.

미국 백악관에 있는 '글로벌 기후팀'처럼 대통령실 아래 기후정책 관련 부서를 새로 만드는 방안 등을 폭넓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 등 기존 정부 기관의 재구성 및 재배치도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적 구성의 변화도 예고했습니다.

현재 인수위원회는 기후·에너지 정책을 검토하는 자문그룹을 두고 있습니다. 자문그룹은 인수위 안팎의 전문가 10여 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김상협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은 브리핑에서 "탄소중립위원회가 총괄하는데, 보고받은 부처 모두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 위원구성이 편향돼있다"라면서 개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하는 기후 환경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줄고, 산업계와 원자력 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가 위주로 바뀔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아 보이는 대목입니다.

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는 브리핑에서 기후에너지 관련 정책을 2주 뒤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기후정책 등을 이끌 정부 조직의 확실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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