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원희룡…독배 받아든 정치인 출신 부동산 수장

입력 2022.04.13 (10:53) 수정 2022.04.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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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다시 한 번 등장한 정치인 출신 국토부장관 후보
‘실세 정치인’ 뒷바람 타겠지만 김현미 전 장관 실패는 부담
집값은 ‘심리’…시장에 어떤 신호 주느냐가 관건


■ '투기와 전쟁' 선포로 야심찬 출발...결국 '송구하다'로 끝난 부동산 정책

"이번 대책은 그러한 분들에게 보내는 1차 메시지입니다. 부동산 정책은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 취임사 中(2017.6.23)

약 5년 전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의 취임사 중 일부분입니다. 투기꾼들에게 준엄한 경고를 날리면서 부동산 정책은 정부가 결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나타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반, 정확히 1,285일 동안 김 장관은 부동산 수장직으로 있다 자리를 떠납니다. 군대로 치면 '불명예 제대'입니다. 떠나는 그날까지도 희망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된 만큼 머지 않아 우리 국민들의 주거안정은 꼭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 이임사 中(2020.12.28)

결과는 아시는 대로 김 전 장관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공식적으로만 20번 넘는 부동산 대책에도 매매가, 전셋값 모두 큰 폭으로 뛰었고 5년 만의 정권교체의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뛰고 나는 집값을 잡아보겠다고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거의 주마다 열었습니다.

오늘(13일) 41번째 회의를 끝으로 문을 닫게 됐는데요, 지금의 경제 수장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마지막으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 결과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으로 연결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4.13 마지막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 왜 원희룡인가?...혹시 '대장동 1타 강사'라서?

현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이었던 김현미 전 장관과 새 정부 원희룡 장관 후보자의 공통점은 정권 초기 '실세 정치인'이라는 점입니다.

단점을 빼고 장점만 놓고 보면 정치인 출신 장관을 기용한 이유는 뚜렷합니다. "추진력 있게 일을 처리하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김현미 장관이 재직하던 3년 넘는 기간 국토부 내부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부 내부는 물론 외부 기관과 갈등이 생겼을 경우 장관이 이른바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는 데다 각종 정책도 눈치 보지 않고 추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소야대 국면 하에서 개별 부처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공약 대부분이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 부동산 수장은 '독이 든 성배' 자리

비록 이번 대선 과정에서 원희룡 후보자가 '대장동 저격수', '대장동 1타 강사'로 불리면서 어느 정도 활약을 했지만 이 활동이 부동산 수장으로 임명되는데 변수가 됐다고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장동 문제와 얽히고 설킨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지사로서 행정 경험이 풍부하기는 하지만 부동산 분야 전문 업무나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도 불안요소입니다.


흔히 축구 A대표팀 감독의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합니다.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치는 높지만 만족시키기 쉽지 않다는 뜻일 것입니다. 지금의 국토부 장관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하기는 쉽지 않고 실패할 경우 자칫 '정치적 독배'를 마셔야 할 상황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벌써부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꿈틀거린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원희룡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으로 임명되면 이제 본격적인 '살얼음 시험대'에 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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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미-원희룡…독배 받아든 정치인 출신 부동산 수장
    • 입력 2022-04-13 10:53:48
    • 수정2022-04-13 17:10:49
    취재K
다시 한 번 등장한 정치인 출신 국토부장관 후보<br />‘실세 정치인’ 뒷바람 타겠지만 김현미 전 장관 실패는 부담<br />집값은 ‘심리’…시장에 어떤 신호 주느냐가 관건

■ '투기와 전쟁' 선포로 야심찬 출발...결국 '송구하다'로 끝난 부동산 정책

"이번 대책은 그러한 분들에게 보내는 1차 메시지입니다. 부동산 정책은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 취임사 中(2017.6.23)

약 5년 전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의 취임사 중 일부분입니다. 투기꾼들에게 준엄한 경고를 날리면서 부동산 정책은 정부가 결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나타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반, 정확히 1,285일 동안 김 장관은 부동산 수장직으로 있다 자리를 떠납니다. 군대로 치면 '불명예 제대'입니다. 떠나는 그날까지도 희망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된 만큼 머지 않아 우리 국민들의 주거안정은 꼭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 이임사 中(2020.12.28)

결과는 아시는 대로 김 전 장관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공식적으로만 20번 넘는 부동산 대책에도 매매가, 전셋값 모두 큰 폭으로 뛰었고 5년 만의 정권교체의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뛰고 나는 집값을 잡아보겠다고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거의 주마다 열었습니다.

오늘(13일) 41번째 회의를 끝으로 문을 닫게 됐는데요, 지금의 경제 수장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마지막으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 결과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으로 연결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4.13 마지막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 왜 원희룡인가?...혹시 '대장동 1타 강사'라서?

현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이었던 김현미 전 장관과 새 정부 원희룡 장관 후보자의 공통점은 정권 초기 '실세 정치인'이라는 점입니다.

단점을 빼고 장점만 놓고 보면 정치인 출신 장관을 기용한 이유는 뚜렷합니다. "추진력 있게 일을 처리하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김현미 장관이 재직하던 3년 넘는 기간 국토부 내부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부 내부는 물론 외부 기관과 갈등이 생겼을 경우 장관이 이른바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는 데다 각종 정책도 눈치 보지 않고 추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소야대 국면 하에서 개별 부처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공약 대부분이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 부동산 수장은 '독이 든 성배' 자리

비록 이번 대선 과정에서 원희룡 후보자가 '대장동 저격수', '대장동 1타 강사'로 불리면서 어느 정도 활약을 했지만 이 활동이 부동산 수장으로 임명되는데 변수가 됐다고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장동 문제와 얽히고 설킨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지사로서 행정 경험이 풍부하기는 하지만 부동산 분야 전문 업무나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도 불안요소입니다.


흔히 축구 A대표팀 감독의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합니다.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치는 높지만 만족시키기 쉽지 않다는 뜻일 것입니다. 지금의 국토부 장관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하기는 쉽지 않고 실패할 경우 자칫 '정치적 독배'를 마셔야 할 상황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벌써부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꿈틀거린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원희룡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으로 임명되면 이제 본격적인 '살얼음 시험대'에 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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