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바이든 대통령, 제주서 참배해야”…4·3 책임 묻는 美 매체 기고 눈길

입력 2022.04.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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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 힐’에 게재된 기고문 (‘더 힐’ 홈페이지 갈무리)지난 6일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 힐’에 게재된 기고문 (‘더 힐’ 홈페이지 갈무리)

올해 미국에서 첫 4·3 추념식이 열리는 등 4·3의 진실 규명을 위한 움직임이 해외까지 확산하고 있는데요.

최근 저명한 국제외교학자가 미국의 유명 매체에 당시 미국의 책임을 묻는 기고문을 실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 "4·3 학살, 미국 책임" 美 정치매체에 실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파견한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한 지난주, 미국의 유명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제주 4·3 관련 내용이 실렸습니다.

지난 6일 '바이든 대통령은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이 게재된 겁니다. 기고문을 쓴 사람은 미국 터프츠 대학 외교전문대학원 이성윤 교수입니다.

보수 성향의 이 교수는 미국 내 유명 외교 분야 전문가로, 백악관에서도 자문을 구하는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이성윤 미국 터프츠 대학 외교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6일 ‘더 힐’에 4·3 관련 기고문을 게재했다. (‘더 힐’ 홈페이지 재편집)이성윤 미국 터프츠 대학 외교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6일 ‘더 힐’에 4·3 관련 기고문을 게재했다. (‘더 힐’ 홈페이지 재편집)

이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1948년부터 6년간 제주에서 800명 이상의 10살 미만 어린이를 포함해 약 3만 명이 정부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4·3의 참상을 알렸습니다.

최근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 당선인으로는 처음 윤석열 당선인이 제주 4·3 추념식을 방문한 사실도 언급했습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의 지속적인 부정과 미국의 침묵이 완전한 진실과 화해의 길을 막았다"며 윤 당선인의 방문은 "환영할만한 발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침묵'이라고 말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4·3 당시 한국 경찰 등 무력 기구에 대한 사실상의 통제권은 미국에 있었다"며 "주한미군 정부는 제주도에서 만연했던 독단적인 살해와 인명 실종, 고문 및 광범위한 재산 파괴를 무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미 외교정책 특사들이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알려야 한다고 요구한 이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한국을 방문할 때 윤 대통령과 함께 평화의 공원에서 참배할 것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이성윤 교수 "바이든 참배, 한미동맹 전환점 될 것"

이성윤 미국 터프츠 대학 외교전문대학원 교수가 KBS와 화상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성윤 미국 터프츠 대학 외교전문대학원 교수가 KBS와 화상 인터뷰를 하는 모습.

미국 의회 전문매체에 어떻게 미국의 과거 책임을 묻는 기고문이 실리게 된 걸까. 취재진은 미국 현지에 있는 이성윤 교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4·3은 미군정 하에서 발생한 거대한 사건으로, 민간인 학살로서는 최대의 비극"이라며 "한미동맹을 앞으로 더 튼튼하게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과거를 묻어버려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 교수는 이어 "더힐은 정치외교와 안보 문제를 많이 다루는 매체로, 상하원 의원들도 많이 읽고 보좌관들에게는 거의 필독서"라며 "미국 정계에서 4·3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당시 민간인 대학살이 이어지는데 미군정이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알면서도 방치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2016년 5월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 모습지난 2016년 5월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 모습

바이든 대통령의 참배를 제안한 것과 관련 해선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하면 앞으로 한미동맹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2016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원자폭탄 피해지인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 전례도 들었습니다.

이 교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해 일본 아베 총리와 함께 묵념하고, 과거는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하면 역사는 그 방문을 도덕적이고 선하며 정당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미국 정부가 4·3 유족 학생들에게 학비 등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 "미국 언론 심장에 화살 꽂은 것…유족으로서 감사"

양수연 재미4·3기념사업회·유족회 대표가 KBS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양수연 재미4·3기념사업회·유족회 대표가 KBS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그동안 미국의 유명 매체에 4·3 관련 내용이 소개된 적은 있었지만, 미국 대통령의 구체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학자의 목소리가 실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양수연 재미4·3기념사업회·유족회 대표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주요 언론에서 4·3이 소개된 적은 있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섬에서 아픈 역사가 있었다는 정도였다"며 "실질적으로 누구의 책임인지 언급하고 대통령의 사과까지 유도한 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양 대표는 이어 "더힐은 미국 정책 결정자들이 매일 보는 미국 언론의 심장과 같은 매체"라며 "최대 정치매체에 제주4·3사건이 미국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심장에 화살을 꽂은 것과 같다"고 바라봤습니다.

제74주년 4·3 희생자 추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학교 패컬티클럽에서 ‘제1회 미주 4·3 추념식’이 열렸다. (재미4·3기념사업회·유족회 제공)제74주년 4·3 희생자 추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학교 패컬티클럽에서 ‘제1회 미주 4·3 추념식’이 열렸다. (재미4·3기념사업회·유족회 제공)

양 대표는 또 "이 교수는 미국 보수성향 학자들이 굉장히 신뢰하는 분으로, 합리적인 보수로 거론되는 분"이라며 "한국식 좌우 이념을 넘어 인권 문제로 현실을 직시해주셨다는 점에서 유족으로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4·3 추념식이 열린 올해, 당시 미 군정의 책임을 묻는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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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4 06:02:05
    취재K
지난 6일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 힐’에 게재된 기고문 (‘더 힐’ 홈페이지 갈무리)
올해 미국에서 첫 4·3 추념식이 열리는 등 4·3의 진실 규명을 위한 움직임이 해외까지 확산하고 있는데요.

최근 저명한 국제외교학자가 미국의 유명 매체에 당시 미국의 책임을 묻는 기고문을 실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 "4·3 학살, 미국 책임" 美 정치매체에 실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파견한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한 지난주, 미국의 유명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제주 4·3 관련 내용이 실렸습니다.

지난 6일 '바이든 대통령은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이 게재된 겁니다. 기고문을 쓴 사람은 미국 터프츠 대학 외교전문대학원 이성윤 교수입니다.

보수 성향의 이 교수는 미국 내 유명 외교 분야 전문가로, 백악관에서도 자문을 구하는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이성윤 미국 터프츠 대학 외교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6일 ‘더 힐’에 4·3 관련 기고문을 게재했다. (‘더 힐’ 홈페이지 재편집)
이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1948년부터 6년간 제주에서 800명 이상의 10살 미만 어린이를 포함해 약 3만 명이 정부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4·3의 참상을 알렸습니다.

최근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 당선인으로는 처음 윤석열 당선인이 제주 4·3 추념식을 방문한 사실도 언급했습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의 지속적인 부정과 미국의 침묵이 완전한 진실과 화해의 길을 막았다"며 윤 당선인의 방문은 "환영할만한 발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침묵'이라고 말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4·3 당시 한국 경찰 등 무력 기구에 대한 사실상의 통제권은 미국에 있었다"며 "주한미군 정부는 제주도에서 만연했던 독단적인 살해와 인명 실종, 고문 및 광범위한 재산 파괴를 무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미 외교정책 특사들이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알려야 한다고 요구한 이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한국을 방문할 때 윤 대통령과 함께 평화의 공원에서 참배할 것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이성윤 교수 "바이든 참배, 한미동맹 전환점 될 것"

이성윤 미국 터프츠 대학 외교전문대학원 교수가 KBS와 화상 인터뷰를 하는 모습.
미국 의회 전문매체에 어떻게 미국의 과거 책임을 묻는 기고문이 실리게 된 걸까. 취재진은 미국 현지에 있는 이성윤 교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4·3은 미군정 하에서 발생한 거대한 사건으로, 민간인 학살로서는 최대의 비극"이라며 "한미동맹을 앞으로 더 튼튼하게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과거를 묻어버려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 교수는 이어 "더힐은 정치외교와 안보 문제를 많이 다루는 매체로, 상하원 의원들도 많이 읽고 보좌관들에게는 거의 필독서"라며 "미국 정계에서 4·3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당시 민간인 대학살이 이어지는데 미군정이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알면서도 방치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2016년 5월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 모습
바이든 대통령의 참배를 제안한 것과 관련 해선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하면 앞으로 한미동맹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2016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원자폭탄 피해지인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 전례도 들었습니다.

이 교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해 일본 아베 총리와 함께 묵념하고, 과거는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하면 역사는 그 방문을 도덕적이고 선하며 정당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미국 정부가 4·3 유족 학생들에게 학비 등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 "미국 언론 심장에 화살 꽂은 것…유족으로서 감사"

양수연 재미4·3기념사업회·유족회 대표가 KBS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그동안 미국의 유명 매체에 4·3 관련 내용이 소개된 적은 있었지만, 미국 대통령의 구체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학자의 목소리가 실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양수연 재미4·3기념사업회·유족회 대표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주요 언론에서 4·3이 소개된 적은 있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섬에서 아픈 역사가 있었다는 정도였다"며 "실질적으로 누구의 책임인지 언급하고 대통령의 사과까지 유도한 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양 대표는 이어 "더힐은 미국 정책 결정자들이 매일 보는 미국 언론의 심장과 같은 매체"라며 "최대 정치매체에 제주4·3사건이 미국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심장에 화살을 꽂은 것과 같다"고 바라봤습니다.

제74주년 4·3 희생자 추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학교 패컬티클럽에서 ‘제1회 미주 4·3 추념식’이 열렸다. (재미4·3기념사업회·유족회 제공)
양 대표는 또 "이 교수는 미국 보수성향 학자들이 굉장히 신뢰하는 분으로, 합리적인 보수로 거론되는 분"이라며 "한국식 좌우 이념을 넘어 인권 문제로 현실을 직시해주셨다는 점에서 유족으로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4·3 추념식이 열린 올해, 당시 미 군정의 책임을 묻는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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