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병역…공정은 무엇인가?

입력 2022.04.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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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새*들 싸그리 다 닥치길"

어거스트 디(Agust-D)라는 가수가 2020년 5월 발표한 노래 '어떻게 생각해'의 일부다. 비상업적인 용도의 음악인 탓인지 다소 과격한 표현이 눈에 띈다. 이 가수는 자신의 군대 문제를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누군가를 향해 분노한다. 곧 군대를 가야 할 나이가 됐고 언젠가는 자발적으로 입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이 남성 가수, 방탄소년단 BTS의 멤버 가운데 한 명인 민윤기, 슈가다.

슈가의 다짐과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고 BTS 병역 논란이 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BTS 소속사 하이브의 이진형 커뮤니케이션 총괄이 불을 댕겼다. 한 간담회에서 병역 관련 질문을 받고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아티스트가 힘들어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멤버) 본인들의 계획을 잡는 부분도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와 아티스트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원론적인 태도를 내놓던 소속사가 병역 혜택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됐다. 논란의 시작이었다.

■병역 '면제·특례'는 어렵다

BTS에 대한 병역 혜택으로 종종 '면제'나 '특례' 등이 언급된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면제는 원칙적으로 질병이나 심신장애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어 신체등급 6급을 받은 사람만 해당된다. BTS 멤버 중에는 해당되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례는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기인하는 단어인데, 이 법은 1993년 병역법과 통폐합되면서 근거가 사라졌다.

현행 병역법상 BTS에 적용 가능하다고 보이는 병역 혜택은 '예술·체육요원'이다. 병역의 6가지 종류 가운데 보충역에 해당하고 '대체복무'라 부르기도 한다. 예술·체육요원으로 선정되면 2년 10개월을 의무 복무해야 한다. 복무 기간 동안 갖고 있는 특기를 활용해 최소 544시간 공익적인 업무를 해야 한다. 공익적 업무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권익 증진을 위한 문화예술 및 체육 활동, 미취학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 및 체육 지도ㆍ교육 활동 등이 있다. 60일 이하에 해당하는 군사교육도 받아야 한다.

이 같이 일정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제도임에도 종종 면제나 특례라고 불리는 것은 실질적으로 면제와 다름없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예술·체육요원 제도에 대해) 병역 특례라는 용어를 쓰는데 이것은 병역 면제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예술·체육요원, '그들'의 조건은?

예술·체육요원은 예술·체육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을 위한 예술·체육 분야의 업무에 복무하는 사람들로 정의된다. 목적이 추상적이다 보니 이를 실현할 각각의 구체적 기준이 마련돼 있다.

예술·체육요원이 되기 위한 조건은 병역법 시행령에 설정돼 있다.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 경쟁부문에서 원칙적으로 2위 이상, 역시 병무청장이 정한 국내예술경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해야 한다. 또는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분야에서 5년 이상 전수교육을 받은 사람도 해당된다. 체육 분야에서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경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한 사람이다.

이 조건은 종종 변화를 거쳤고 예외조항이 덧붙었다 사라지기도 했다. 예술 분야의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제대회 수는 한 때 140여 개에 달했고, 현재는 40여 개 정도다. 1994년에는 바둑기사 이창호가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자 이창호를 포함한 바둑기사 몇몇이 '예술' 요원으로 인정받아 특례를 받기도 했다.

체육 분야에서는 시행 초기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3위 내 입상하거나 한국체대 졸업 성적이 좋아도 혜택을 부여했다. 한 때 2002년 4강 신화에 달뜬 여론에 기대 축구 월드컵 16위 이상 입상자라는 기준이 추가됐기도 했고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위 이상 입상자도 포함됐다. 두 기준은 형평성 논란 끝에 2007년 사라졌다.

하지만 이 기준들 어디에도 BTS 같은 대중문화예술인을 위한 것은 없었고 지금도 없다.

■모두를 위한 '공정'은 존재하나?

제도의 변천사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BTS 관련 논란은 모두 정의와 공정에 대한 시각 차이에 뿌리를 두고 있다.

BTS를 예술·체육요원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회 국방위원회 성일종 의원은 국위선양 기여도가 그 어떤 예술·체육요원보다 BTS가 월등하다고 말한다. 올림픽 메달 1개의 경제적 가치는 최대 2690억 원 정도이지만, BTS의 경제 유발효과는 10년간 약 56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 성과가 좋으니 혜택을 주는 것이 정의라 주장한다. 또 전통예술은 대상자가 되는데, 왜 대중문화예술은 안되냐는 논리도 앞세운다. 국가에 기여하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올린 사람들에 대해 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예술·체육요원의 확대 적용에 반대하는 측도 공정성과 형평성을 논거로 제시한다. 대중예술이든 전통예술이든 왜 그들만 병역 혜택을 받느냐는 주장이다. 모든 혜택을 없애 일반 병역 대상자들과 BTS가 동등한 군 생활을 해야 그것이 공정이고 올바른 형평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정부는 2019년 명시적으로 BTS를 대체복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병역 의무 이행의 공정성·형평성을 제고하려는 정부의 기본 입장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묵은 논란…끝이 다가온다

BTS 멤버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김석진, 진은 1992년생, 올해로 만 30살이다. 학업 등을 이유로 병역 이행 연기가 가능한 28살을 훌쩍 넘겼지만, 2020년 병역법 개정 덕을 봤다. 새 병역법은 역시 '국위 선양'에 공이 있다고 인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하면 만 30살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BTS 때문에 개정된 것이다.

하지만 진이 30살이 됐다. 한차례 '유예'한 시한이 올해 말로 다가왔다. 변화를 위한다면 올해 안에 병역법을 어떤 식으로든 개정해야 한다. 콕 짚어 BTS를 위한 개정은 아니라고 할 테지만 그렇다고 올해를 넘긴 이후 개정할 마땅한 이유도 보이지 않는다. 소속사가 "조속히 결론이 나면 좋겠다"고 말한 이유도, 성일종 의원이 "4월 중 논의를 끝내겠다"고 말하는 것도 이에 근거한다.

병역을 놓고 논란이 어지럽지만, 당사자인 BTS의 입장은 조심스럽다. 그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그들의 팬클럽 이름은 공교롭게도 영어로 군대, 아미(ARMY)다. 그들의 군대를 향해서라도 솔직히 이야기를 한다면 좀 더 직접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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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4 07: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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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새*들 싸그리 다 닥치길"

어거스트 디(Agust-D)라는 가수가 2020년 5월 발표한 노래 '어떻게 생각해'의 일부다. 비상업적인 용도의 음악인 탓인지 다소 과격한 표현이 눈에 띈다. 이 가수는 자신의 군대 문제를 이용해 이익을 보려는 누군가를 향해 분노한다. 곧 군대를 가야 할 나이가 됐고 언젠가는 자발적으로 입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이 남성 가수, 방탄소년단 BTS의 멤버 가운데 한 명인 민윤기, 슈가다.

슈가의 다짐과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고 BTS 병역 논란이 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BTS 소속사 하이브의 이진형 커뮤니케이션 총괄이 불을 댕겼다. 한 간담회에서 병역 관련 질문을 받고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아티스트가 힘들어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멤버) 본인들의 계획을 잡는 부분도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와 아티스트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원론적인 태도를 내놓던 소속사가 병역 혜택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됐다. 논란의 시작이었다.

■병역 '면제·특례'는 어렵다

BTS에 대한 병역 혜택으로 종종 '면제'나 '특례' 등이 언급된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면제는 원칙적으로 질병이나 심신장애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어 신체등급 6급을 받은 사람만 해당된다. BTS 멤버 중에는 해당되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례는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기인하는 단어인데, 이 법은 1993년 병역법과 통폐합되면서 근거가 사라졌다.

현행 병역법상 BTS에 적용 가능하다고 보이는 병역 혜택은 '예술·체육요원'이다. 병역의 6가지 종류 가운데 보충역에 해당하고 '대체복무'라 부르기도 한다. 예술·체육요원으로 선정되면 2년 10개월을 의무 복무해야 한다. 복무 기간 동안 갖고 있는 특기를 활용해 최소 544시간 공익적인 업무를 해야 한다. 공익적 업무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권익 증진을 위한 문화예술 및 체육 활동, 미취학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 및 체육 지도ㆍ교육 활동 등이 있다. 60일 이하에 해당하는 군사교육도 받아야 한다.

이 같이 일정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제도임에도 종종 면제나 특례라고 불리는 것은 실질적으로 면제와 다름없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예술·체육요원 제도에 대해) 병역 특례라는 용어를 쓰는데 이것은 병역 면제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예술·체육요원, '그들'의 조건은?

예술·체육요원은 예술·체육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을 위한 예술·체육 분야의 업무에 복무하는 사람들로 정의된다. 목적이 추상적이다 보니 이를 실현할 각각의 구체적 기준이 마련돼 있다.

예술·체육요원이 되기 위한 조건은 병역법 시행령에 설정돼 있다.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 경쟁부문에서 원칙적으로 2위 이상, 역시 병무청장이 정한 국내예술경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해야 한다. 또는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분야에서 5년 이상 전수교육을 받은 사람도 해당된다. 체육 분야에서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경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한 사람이다.

이 조건은 종종 변화를 거쳤고 예외조항이 덧붙었다 사라지기도 했다. 예술 분야의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제대회 수는 한 때 140여 개에 달했고, 현재는 40여 개 정도다. 1994년에는 바둑기사 이창호가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자 이창호를 포함한 바둑기사 몇몇이 '예술' 요원으로 인정받아 특례를 받기도 했다.

체육 분야에서는 시행 초기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3위 내 입상하거나 한국체대 졸업 성적이 좋아도 혜택을 부여했다. 한 때 2002년 4강 신화에 달뜬 여론에 기대 축구 월드컵 16위 이상 입상자라는 기준이 추가됐기도 했고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위 이상 입상자도 포함됐다. 두 기준은 형평성 논란 끝에 2007년 사라졌다.

하지만 이 기준들 어디에도 BTS 같은 대중문화예술인을 위한 것은 없었고 지금도 없다.

■모두를 위한 '공정'은 존재하나?

제도의 변천사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BTS 관련 논란은 모두 정의와 공정에 대한 시각 차이에 뿌리를 두고 있다.

BTS를 예술·체육요원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회 국방위원회 성일종 의원은 국위선양 기여도가 그 어떤 예술·체육요원보다 BTS가 월등하다고 말한다. 올림픽 메달 1개의 경제적 가치는 최대 2690억 원 정도이지만, BTS의 경제 유발효과는 10년간 약 56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 성과가 좋으니 혜택을 주는 것이 정의라 주장한다. 또 전통예술은 대상자가 되는데, 왜 대중문화예술은 안되냐는 논리도 앞세운다. 국가에 기여하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올린 사람들에 대해 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예술·체육요원의 확대 적용에 반대하는 측도 공정성과 형평성을 논거로 제시한다. 대중예술이든 전통예술이든 왜 그들만 병역 혜택을 받느냐는 주장이다. 모든 혜택을 없애 일반 병역 대상자들과 BTS가 동등한 군 생활을 해야 그것이 공정이고 올바른 형평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정부는 2019년 명시적으로 BTS를 대체복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병역 의무 이행의 공정성·형평성을 제고하려는 정부의 기본 입장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묵은 논란…끝이 다가온다

BTS 멤버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김석진, 진은 1992년생, 올해로 만 30살이다. 학업 등을 이유로 병역 이행 연기가 가능한 28살을 훌쩍 넘겼지만, 2020년 병역법 개정 덕을 봤다. 새 병역법은 역시 '국위 선양'에 공이 있다고 인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하면 만 30살까지 병역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BTS 때문에 개정된 것이다.

하지만 진이 30살이 됐다. 한차례 '유예'한 시한이 올해 말로 다가왔다. 변화를 위한다면 올해 안에 병역법을 어떤 식으로든 개정해야 한다. 콕 짚어 BTS를 위한 개정은 아니라고 할 테지만 그렇다고 올해를 넘긴 이후 개정할 마땅한 이유도 보이지 않는다. 소속사가 "조속히 결론이 나면 좋겠다"고 말한 이유도, 성일종 의원이 "4월 중 논의를 끝내겠다"고 말하는 것도 이에 근거한다.

병역을 놓고 논란이 어지럽지만, 당사자인 BTS의 입장은 조심스럽다. 그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그들의 팬클럽 이름은 공교롭게도 영어로 군대, 아미(ARMY)다. 그들의 군대를 향해서라도 솔직히 이야기를 한다면 좀 더 직접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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