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격리시설 안돼” 상하이 시민 집단 반발…아파트 출입문도 봉인

입력 2022.04.14 (08:01) 수정 2022.04.1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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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의 봉쇄가 끝 없이 계속되는 가운데 4월 12일 밤, 상하이의 한 아파트 입구에 수십여 명의 주민들이 모였습니다.

고성을 지르고 방역 당국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변에 있는 호텔이 코로나 19 감염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임시 격리시설로 쓰이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이 코로나 확산과 감염을 우려해 반발한 것입니다.

이 같은 집단 반발은 중국에서는 보기 힘든 것으로 코로나 확산과 봉쇄 장기화에 따른 시민들의 불안감과 불만이 더해져 폭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임시 병원(격리시설)으로 바뀐 상하이 국제컨벤션 센터 (출처: 신화사=AP)임시 병원(격리시설)으로 바뀐 상하이 국제컨벤션 센터 (출처: 신화사=AP)

상하이에는 최근 한 달 동안 국제회의를 개최하던 컨벤션 센터 등이 코로나 감염자 치료를 위한 임시 격리시설로 변했습니다.

지금까지 16만 병상 이상에 이르는 임시 격리시설 100여 곳이 만들어졌습니다.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코로나 감염자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격리시설이 더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어 상하이 곳곳에서 시민들의 반발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봉쇄 완화에 거리로 나온 상하이 시민들 (출처:웨이보)봉쇄 완화에 거리로 나온 상하이 시민들 (출처:웨이보)

■도시봉쇄 완화했지만... "변한 게 없다"

지난 11일, 상하이시 정부는 봉쇄에 지쳐가는 시민들을 위해 봉쇄 완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도시 전체를 '통제 구역'과 '관리통제 구역' 그리고 '방어 구역' 등 3곳으로 세분화시킨 것입니다.

'통제 구역'은 1주일 동안 집 밖을 못 나가고, 이후 1주일 동안도 집에서 머물며 체온 등 건강 상태를 확인해 거주위원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관리통제 구역'은 통제구역과 달리 1주일 동안만 건강 상태를 보고하면 되며 '방어 구역'은 곧바로 외출할 수 있습니다.

상하이 시 정부 발표 때만 해도 짧게는 10일, 길게는 1달 보름 가량을 밖에 나가지 못했던 시민들, 특히 방어구역에 포함된 시민들에게는 집 밖을 나갈 수 있다는 소식에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워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외출 조건을 받아본 시민들은 봉쇄 완화 정책 발표 전이나 후나 달라진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하이시가 방어 구역으로 분류된 지역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 보낸 통지문입니다.

외출해서는 '전동차, 자전거'를 탈 수 없다.

매일 1가구 당 한 사람만 외출할 수 있다.

외출한 뒤 1시간 안에 돌아와야 하고 돌아온 뒤에는 자가 항원 검사를 해야 한다.

가구당 1명만 외출할 수 있으며 나가서는 걸어 다녀야 하고 1시간 안에 귀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부로 나간 뒤 갈 수 있는 곳은 슈퍼마켓이나 약국 아니면 패스트푸드점에 불과했습니다.

음식은 매장 안에서 먹을 수 없고 포장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러다 보니 전면 통제와 달라진게 뭐냐는 불만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외출 뒤 돌아와 자가 항원 검사 결과 코로나 양성반응이라도 나오면 해당 단지가 방어 구역에서 봉쇄 강도가 가장 높은 통제 구역으로 바뀌기 때문에 시민들은 외출을 극히 자제하고 있습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국교민들도 될 수 있으면 외출을 삼가는 상황이라고 상하이 한국상회 관계자는 KBS에 전했습니다.

상하이에 사는 한 중국 시민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2일 동안 집에 갇혀 있다 나왔는데 유일한 풍경이 버려진 거리였다며 이런 끔찍한 시나리오를 보게 돼 안타깝다."라고 말하는 등 봉쇄 완화에 따른 활기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방어 구역으로 분류된 지역의 시민들은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지만 통제 구역과 관리 통제 구역에 있는 시민들은 언제 문 밖을 나와 외부 공기를 쐴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상하이 한 아파트에 붙어있는 봉인상하이 한 아파트에 붙어있는 봉인

■ 아파트 현관문까지 봉인…'PCR 검사' 결과 기다리다 사망

상하이의 봉쇄 정책이 완화됐지만 문 밖을 나갈 수 없는 시민들은 전체 상하이 인구의 대략 60 퍼센트에 달합니다.

지난 12일 밤, 상하이 한 아파트 단지에 현관문에 갑자기 봉인이 붙었습니다.

'가구마다 격리하고, 나오거나 다른 가정을 방문하지 말라'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봉인을 훼손하면 처벌하겠다라는 내용은 없지만, 그동안 전례를 보면 충분히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봉인 부착 사실을 확인한 아파트 주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 외에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시민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자물쇠로 걸어 잠그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봉쇄조치 속에 PCR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숨지는 사고까지 일어났습니다.

평소 중국 정책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중국 경제학자는 자신의 웨이보에 최근 신장 기저질환이 있는 모친이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PCR 검사 음성 결과를 4시간 넘게 기다리다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3월 말 상하이의 한 병원 간호사가 천식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를 해줄 병원을 찾지 못해 숨졌는데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 중앙정부는 올해 초 산시성 시안에서 30대 남성이 코로나 19 PCR 음성 결과가 없어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일이 발생한 이후, PCR 검사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환자를 떠넘기거나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입니다.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출처: 웨이보)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출처: 웨이보)

상하이 '교차 감염' 커…자포자기

상하이 신규 감염자는 지난 12일 현재 2만 6천 명 대로 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난 3월 초부터 지금까지 모두 25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코로나에 감염됐습니다.

상하이 인구 100명 중 1명은 코로나에 감염된 것입니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합니다.

상하이 시민들은 지난달부터 여러 차례 PCR 검사를 받았습니다.

중국은 PCR 검사 실시를 전날 또는 당일에 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미리 예고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특정 시간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검사를 받는 게 일상화됐습니다.

거리 두기 없이 검사를 받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코로나 양성 인자가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 옆에 있는 사람들도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입니다.

실제로 교차 감염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4일이면 끝날 줄 알았던 도시 봉쇄가 길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붕괴되고 있고 상하이의 수만 개 업체가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상하이의 의료 체계와 생필품 공급 시스템은 밑바닥을 보여 시민들의 삶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28일째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고, 아파트가 통제 구역에 묶여 앞으로도 최소한 14일 이상 집에 머물러야 하는 한 교민은 KBS와의 통화에서 " 상하이의 도시 봉쇄가 언제 풀릴지 이제는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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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격리시설 안돼” 상하이 시민 집단 반발…아파트 출입문도 봉인
    • 입력 2022-04-14 08:01:03
    • 수정2022-04-14 08:03:24
    특파원 리포트

중국 상하이의 봉쇄가 끝 없이 계속되는 가운데 4월 12일 밤, 상하이의 한 아파트 입구에 수십여 명의 주민들이 모였습니다.

고성을 지르고 방역 당국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변에 있는 호텔이 코로나 19 감염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임시 격리시설로 쓰이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이 코로나 확산과 감염을 우려해 반발한 것입니다.

이 같은 집단 반발은 중국에서는 보기 힘든 것으로 코로나 확산과 봉쇄 장기화에 따른 시민들의 불안감과 불만이 더해져 폭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임시 병원(격리시설)으로 바뀐 상하이 국제컨벤션 센터 (출처: 신화사=AP)
상하이에는 최근 한 달 동안 국제회의를 개최하던 컨벤션 센터 등이 코로나 감염자 치료를 위한 임시 격리시설로 변했습니다.

지금까지 16만 병상 이상에 이르는 임시 격리시설 100여 곳이 만들어졌습니다.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코로나 감염자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격리시설이 더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어 상하이 곳곳에서 시민들의 반발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봉쇄 완화에 거리로 나온 상하이 시민들 (출처:웨이보)
■도시봉쇄 완화했지만... "변한 게 없다"

지난 11일, 상하이시 정부는 봉쇄에 지쳐가는 시민들을 위해 봉쇄 완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도시 전체를 '통제 구역'과 '관리통제 구역' 그리고 '방어 구역' 등 3곳으로 세분화시킨 것입니다.

'통제 구역'은 1주일 동안 집 밖을 못 나가고, 이후 1주일 동안도 집에서 머물며 체온 등 건강 상태를 확인해 거주위원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관리통제 구역'은 통제구역과 달리 1주일 동안만 건강 상태를 보고하면 되며 '방어 구역'은 곧바로 외출할 수 있습니다.

상하이 시 정부 발표 때만 해도 짧게는 10일, 길게는 1달 보름 가량을 밖에 나가지 못했던 시민들, 특히 방어구역에 포함된 시민들에게는 집 밖을 나갈 수 있다는 소식에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워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외출 조건을 받아본 시민들은 봉쇄 완화 정책 발표 전이나 후나 달라진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하이시가 방어 구역으로 분류된 지역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 보낸 통지문입니다.

외출해서는 '전동차, 자전거'를 탈 수 없다.

매일 1가구 당 한 사람만 외출할 수 있다.

외출한 뒤 1시간 안에 돌아와야 하고 돌아온 뒤에는 자가 항원 검사를 해야 한다.

가구당 1명만 외출할 수 있으며 나가서는 걸어 다녀야 하고 1시간 안에 귀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부로 나간 뒤 갈 수 있는 곳은 슈퍼마켓이나 약국 아니면 패스트푸드점에 불과했습니다.

음식은 매장 안에서 먹을 수 없고 포장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러다 보니 전면 통제와 달라진게 뭐냐는 불만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외출 뒤 돌아와 자가 항원 검사 결과 코로나 양성반응이라도 나오면 해당 단지가 방어 구역에서 봉쇄 강도가 가장 높은 통제 구역으로 바뀌기 때문에 시민들은 외출을 극히 자제하고 있습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국교민들도 될 수 있으면 외출을 삼가는 상황이라고 상하이 한국상회 관계자는 KBS에 전했습니다.

상하이에 사는 한 중국 시민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2일 동안 집에 갇혀 있다 나왔는데 유일한 풍경이 버려진 거리였다며 이런 끔찍한 시나리오를 보게 돼 안타깝다."라고 말하는 등 봉쇄 완화에 따른 활기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방어 구역으로 분류된 지역의 시민들은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지만 통제 구역과 관리 통제 구역에 있는 시민들은 언제 문 밖을 나와 외부 공기를 쐴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상하이 한 아파트에 붙어있는 봉인
■ 아파트 현관문까지 봉인…'PCR 검사' 결과 기다리다 사망

상하이의 봉쇄 정책이 완화됐지만 문 밖을 나갈 수 없는 시민들은 전체 상하이 인구의 대략 60 퍼센트에 달합니다.

지난 12일 밤, 상하이 한 아파트 단지에 현관문에 갑자기 봉인이 붙었습니다.

'가구마다 격리하고, 나오거나 다른 가정을 방문하지 말라'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봉인을 훼손하면 처벌하겠다라는 내용은 없지만, 그동안 전례를 보면 충분히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봉인 부착 사실을 확인한 아파트 주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 외에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시민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자물쇠로 걸어 잠그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봉쇄조치 속에 PCR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숨지는 사고까지 일어났습니다.

평소 중국 정책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중국 경제학자는 자신의 웨이보에 최근 신장 기저질환이 있는 모친이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PCR 검사 음성 결과를 4시간 넘게 기다리다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3월 말 상하이의 한 병원 간호사가 천식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를 해줄 병원을 찾지 못해 숨졌는데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 중앙정부는 올해 초 산시성 시안에서 30대 남성이 코로나 19 PCR 음성 결과가 없어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일이 발생한 이후, PCR 검사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환자를 떠넘기거나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입니다.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출처: 웨이보)
상하이 '교차 감염' 커…자포자기

상하이 신규 감염자는 지난 12일 현재 2만 6천 명 대로 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난 3월 초부터 지금까지 모두 25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코로나에 감염됐습니다.

상하이 인구 100명 중 1명은 코로나에 감염된 것입니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합니다.

상하이 시민들은 지난달부터 여러 차례 PCR 검사를 받았습니다.

중국은 PCR 검사 실시를 전날 또는 당일에 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미리 예고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특정 시간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검사를 받는 게 일상화됐습니다.

거리 두기 없이 검사를 받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코로나 양성 인자가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 옆에 있는 사람들도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입니다.

실제로 교차 감염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4일이면 끝날 줄 알았던 도시 봉쇄가 길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붕괴되고 있고 상하이의 수만 개 업체가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상하이의 의료 체계와 생필품 공급 시스템은 밑바닥을 보여 시민들의 삶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28일째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고, 아파트가 통제 구역에 묶여 앞으로도 최소한 14일 이상 집에 머물러야 하는 한 교민은 KBS와의 통화에서 " 상하이의 도시 봉쇄가 언제 풀릴지 이제는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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