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경찰 조직 분리’ 연구용역을?… 경찰 “부적절”

입력 2022.04.14 (15:33) 수정 2022.04.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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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경찰 조직을 ‘행정·사법·정보경찰’로 분리하는 독일식 모델의 도입 방안에 대해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했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대검은 연구목적에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권한의 비대화, 공룡경찰 탄생 우려로 행정, 사법, 정보경찰 분리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고 썼는데, 국가의 한 정부 기관이 다른 정부 기관의 기능과 조직 형태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아직도 경찰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 검찰, 수사권 조정 대립 국면서 ‘경찰 조직 분리’ 연구용역

KBS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은 지난 2019년 6월 ‘독일의 행정·사법·정보경찰 분리 모델 및 도입 방안 등 연구’라는 과제명의 정책연구용역을 한국형사법학회에 의뢰했습니다. 과제 담당은 대검 형사정책단이고, 연구 기간은 2019년 6월 18일부터 6개월이었습니다. 계약금은 2천만 원입니다.

보고서 원문은 대검이 비공개로 지정해놓은 상태입니다. 다만, ‘정책연구 활용결과 보고서’를 보면, 연구 목적으로 ‘경찰 조직의 분리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대검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권한의 비대화, 공룡 경찰 탄생 우려로 행정·사법·정보경찰 분리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며, “독일의 경우 연방경찰청과 연방범죄수사청, 연방헌법수호청이 별개의 기관으로 설립되어, 행정·사법·정보경찰이 분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독일식 분리 모델의 실제 운영 모습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우리나라로의 도입 방안 등을 연구하고자 한다”고 적었습니다.

이 연구용역의 ‘평가 결과서’에는 연구 결과에 대해 “독일식 분리 모델의 실제 운영 모습을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독일식 분리 모델의 우리나라로의 도입이 가능한 것인지, 구체적인 도입 방법은 무엇이 될 수 있을 것인지를 도출”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 “경찰 조직 개편 연구용역을 왜 검찰이 하나” 비판도

검찰이 용역을 발주한 시점은, 검·경이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며 대립할 때입니다.

2019년 4월 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극한 대립 속에 수사권 조정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경찰을 겨냥해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 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다음 날 경찰은 “검사는 영장 청구를 통해 언제든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만큼 경찰 수사권 비대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얼마 뒤 검찰은 경찰 수장이었던 강신명 전 청장을 정보경찰을 동원해 총선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구속하고, 정보경찰 폐지를 수사권 조정의 쟁점으로 부각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대검이 “공룡 경찰 탄생 우려”를 언급하며, 경찰을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은 연구용역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정책 개발에 써야 할 연구 용역을 검찰 조직 이익을 지키는 데 활용했다는 겁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연구용역은 본연의 업무 범위 안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아직도 경찰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대검은 해당 연구용역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정책연구 활용결과 보고서를 보면 ‘정책 활용 결과’ 부분에 “검찰제도의 개혁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이라고 썼습니다.

또 ‘업무와의 연계 타당성’에 대해서는 “검찰의 구성, 기능 및 역할과 관련한 검찰제도의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것으로 업무와의 연계성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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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이 ‘경찰 조직 분리’ 연구용역을?… 경찰 “부적절”
    • 입력 2022-04-14 15:33:02
    • 수정2022-04-14 15:57:29
    취재K

대검찰청이 경찰 조직을 ‘행정·사법·정보경찰’로 분리하는 독일식 모델의 도입 방안에 대해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했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대검은 연구목적에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권한의 비대화, 공룡경찰 탄생 우려로 행정, 사법, 정보경찰 분리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고 썼는데, 국가의 한 정부 기관이 다른 정부 기관의 기능과 조직 형태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아직도 경찰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 검찰, 수사권 조정 대립 국면서 ‘경찰 조직 분리’ 연구용역

KBS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은 지난 2019년 6월 ‘독일의 행정·사법·정보경찰 분리 모델 및 도입 방안 등 연구’라는 과제명의 정책연구용역을 한국형사법학회에 의뢰했습니다. 과제 담당은 대검 형사정책단이고, 연구 기간은 2019년 6월 18일부터 6개월이었습니다. 계약금은 2천만 원입니다.

보고서 원문은 대검이 비공개로 지정해놓은 상태입니다. 다만, ‘정책연구 활용결과 보고서’를 보면, 연구 목적으로 ‘경찰 조직의 분리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대검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권한의 비대화, 공룡 경찰 탄생 우려로 행정·사법·정보경찰 분리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며, “독일의 경우 연방경찰청과 연방범죄수사청, 연방헌법수호청이 별개의 기관으로 설립되어, 행정·사법·정보경찰이 분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독일식 분리 모델의 실제 운영 모습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우리나라로의 도입 방안 등을 연구하고자 한다”고 적었습니다.

이 연구용역의 ‘평가 결과서’에는 연구 결과에 대해 “독일식 분리 모델의 실제 운영 모습을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독일식 분리 모델의 우리나라로의 도입이 가능한 것인지, 구체적인 도입 방법은 무엇이 될 수 있을 것인지를 도출”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 “경찰 조직 개편 연구용역을 왜 검찰이 하나” 비판도

검찰이 용역을 발주한 시점은, 검·경이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며 대립할 때입니다.

2019년 4월 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극한 대립 속에 수사권 조정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경찰을 겨냥해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 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다음 날 경찰은 “검사는 영장 청구를 통해 언제든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만큼 경찰 수사권 비대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얼마 뒤 검찰은 경찰 수장이었던 강신명 전 청장을 정보경찰을 동원해 총선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구속하고, 정보경찰 폐지를 수사권 조정의 쟁점으로 부각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대검이 “공룡 경찰 탄생 우려”를 언급하며, 경찰을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은 연구용역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정책 개발에 써야 할 연구 용역을 검찰 조직 이익을 지키는 데 활용했다는 겁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연구용역은 본연의 업무 범위 안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아직도 경찰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대검은 해당 연구용역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정책연구 활용결과 보고서를 보면 ‘정책 활용 결과’ 부분에 “검찰제도의 개혁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이라고 썼습니다.

또 ‘업무와의 연계 타당성’에 대해서는 “검찰의 구성, 기능 및 역할과 관련한 검찰제도의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것으로 업무와의 연계성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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