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동물학대…“명확한 처벌 기준 마련해야”

입력 2022.04.1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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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입과 발이 묶인 채 버려진 유기견 ‘주홍이’제주에서 입과 발이 묶인 채 버려진 유기견 ‘주홍이’

어제(13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의 한 사설 유기견 쉼터 인근에서 입과 발이 결박된 채 버려진 강아지가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강아지의 입은 테이프로 묶여 있었고, 앞발도 노끈에 결박돼 뒤로 완전히 꺾여 있었습니다. 강아지는 사람이 다가오자 몸을 바닥에 끌며 풀숲으로 기어들어 갈 정도로 겁에 질린 상태였습니다.

당시 이 강아지를 발견한 봉사자는 "끈이 너무나도 꽉 묶여 있어 자르지 못할 정도였다"며 "칼로 자를 수 없어 펜치를 이용해 노끈과 테이프를 겨우 잘라냈다"고 말했습니다.

제주에서 입과 발이 묶인 채 버려진 유기견 ‘주홍이’제주에서 입과 발이 묶인 채 버려진 유기견 ‘주홍이’

발견 당시 사진과 영상을 SNS에 올린 또 다른 목격자는 게시글을 통해 '얼마나 세게 묶어뒀는지, 언제부터 묶여 있던 건지 입 주변에 상처와 진물이 나고 있었다'며 '사람도 하고 있기 힘든 자세로 두 발을 아주 꽉 묶어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SNS에 급속도로 확산하며 학대 행위에 대한 누리꾼들의 공분이 일고 있습니다.

학대를 당한 유기견은 '주홍이'로 쉼터에 머물던 강아지로 확인됐습니다.

■ '경고성 학대'였나…경찰 수사 착수

이 봉사자는 "누군가 쉼터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남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일부러 쉼터 인근에 학대한 강아지를 유기해 겁을 주려 했다는 겁니다. 현재 쉼터에는 160여 마리의 유기견이 지내고 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한림읍의 한 유기견 쉼터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한림읍의 한 유기견 쉼터

해당 쉼터를 공동 운영하고 있는 제주지역 동물보호단체 제제프렌즈도 SNS를 통해 "쉼터 앞에 아이(피해유기견)를 놓고 갔다는 건 쉼터 아이라는 걸 아는 누군가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해당 사건을 접수한 제주서부경찰서는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은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관계자 진술과 주변 CCTV 등을 토대로 범인을 찾고 있습니다.

다행히 주홍이는 현재 생명에 큰 지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단체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본 결과 묶여있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며 "현재 네 발로 잘 서 있고, 어깨 쪽에 힘을 가해도 잘 버티는 것으로 보아 뼈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주홍이는 임시보호처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입과 발이 묶인 채 버려진 유기견 ‘주홍이’가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제주에서 입과 발이 묶인 채 버려진 유기견 ‘주홍이’가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홍난영 제제프렌즈 대표는 "주홍이가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오늘은 밥을 조금 먹긴 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밖으로 나오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홍 대표는 "아무리 강아지가 싫을 수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처벌이 미흡하다 보니 개의치 않고 학대를 하는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 "동물 학대는 어차피 벌금형"


'동물 학대는 어차피 벌금형.' 지난해 길고양이 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인증 사진과 영상 등을 공유해 많은 이의 공분을 샀던 이른바 '고어전문방' 사건의 한 참여자가 채팅방에서 한 말입니다.

이들은 "산 채로 가죽 뜯는 영상", "동물을 갈아 죽이는 영상" 등을 요청한 것도 모자라 여성에 대한 범죄까지 언급해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지난해 검찰은 사건의 주요 실행자인 이 모 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대전지법 서산지원 재판부는 이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해 솜방망이 선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반면 이에 앞서 울산지방법원은 2020년 개를 주먹으로 때리는 등 6개월에 걸쳐 학대해 상해를 입힌 피고인에 대해, 검찰의 200만 원 벌금형 구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재판부의 동물권 인식에 따라 들쑥날쑥한 처벌이 내려지자 동물보호단체는 일관되고 강화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명확한 양형기준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도 법원의 실제 판결이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강화된 벌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동물 학대 관련 범죄의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출범한 제8기 양형위원회는 동물 학대와 관련한 양형기준을 설정 대상으로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10년간 약식기소를 제외하고 동물 학대로 형사 판결이 선고된 사례가 100여 건에 그치고, 다른 시급한 양형기준 대상보다 법정형이 낮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8기 양형위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로, 동물보호법 관련 양형기준은 내년 출범할 9기 양형위에서 다시 검토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 헤리티지 류윤정 변호사는 "경찰 등 일선 수사기관에서조차도 어느 정도까지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이 때문에 소극적인 판결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유기견 주홍이의 입과 발에 묶여 있던 노끈과 테이프유기견 주홍이의 입과 발에 묶여 있던 노끈과 테이프

이어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은 약하지 않다"며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는 언제든지 사람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날 수 있는 점에서 사회적 눈높이에 맞는 판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일관되고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게 되면 수사기관도 더욱 적극적으로 관련 사건에 임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조속한 양형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 동물 학대하면 최대 200시간 교육

한편 국회는 지난 5일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학대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전부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동물 학대 행위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때 재범 방지를 위해 최대 200시간 내에서 상담과 교육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도 담겼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된 뒤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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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 넘은 동물학대…“명확한 처벌 기준 마련해야”
    • 입력 2022-04-14 18:42:32
    취재K
제주에서 입과 발이 묶인 채 버려진 유기견 ‘주홍이’
어제(13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의 한 사설 유기견 쉼터 인근에서 입과 발이 결박된 채 버려진 강아지가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강아지의 입은 테이프로 묶여 있었고, 앞발도 노끈에 결박돼 뒤로 완전히 꺾여 있었습니다. 강아지는 사람이 다가오자 몸을 바닥에 끌며 풀숲으로 기어들어 갈 정도로 겁에 질린 상태였습니다.

당시 이 강아지를 발견한 봉사자는 "끈이 너무나도 꽉 묶여 있어 자르지 못할 정도였다"며 "칼로 자를 수 없어 펜치를 이용해 노끈과 테이프를 겨우 잘라냈다"고 말했습니다.

제주에서 입과 발이 묶인 채 버려진 유기견 ‘주홍이’
발견 당시 사진과 영상을 SNS에 올린 또 다른 목격자는 게시글을 통해 '얼마나 세게 묶어뒀는지, 언제부터 묶여 있던 건지 입 주변에 상처와 진물이 나고 있었다'며 '사람도 하고 있기 힘든 자세로 두 발을 아주 꽉 묶어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SNS에 급속도로 확산하며 학대 행위에 대한 누리꾼들의 공분이 일고 있습니다.

학대를 당한 유기견은 '주홍이'로 쉼터에 머물던 강아지로 확인됐습니다.

■ '경고성 학대'였나…경찰 수사 착수

이 봉사자는 "누군가 쉼터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남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일부러 쉼터 인근에 학대한 강아지를 유기해 겁을 주려 했다는 겁니다. 현재 쉼터에는 160여 마리의 유기견이 지내고 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한림읍의 한 유기견 쉼터
해당 쉼터를 공동 운영하고 있는 제주지역 동물보호단체 제제프렌즈도 SNS를 통해 "쉼터 앞에 아이(피해유기견)를 놓고 갔다는 건 쉼터 아이라는 걸 아는 누군가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해당 사건을 접수한 제주서부경찰서는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은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관계자 진술과 주변 CCTV 등을 토대로 범인을 찾고 있습니다.

다행히 주홍이는 현재 생명에 큰 지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단체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본 결과 묶여있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며 "현재 네 발로 잘 서 있고, 어깨 쪽에 힘을 가해도 잘 버티는 것으로 보아 뼈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주홍이는 임시보호처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입과 발이 묶인 채 버려진 유기견 ‘주홍이’가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홍난영 제제프렌즈 대표는 "주홍이가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오늘은 밥을 조금 먹긴 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밖으로 나오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홍 대표는 "아무리 강아지가 싫을 수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처벌이 미흡하다 보니 개의치 않고 학대를 하는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 "동물 학대는 어차피 벌금형"


'동물 학대는 어차피 벌금형.' 지난해 길고양이 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인증 사진과 영상 등을 공유해 많은 이의 공분을 샀던 이른바 '고어전문방' 사건의 한 참여자가 채팅방에서 한 말입니다.

이들은 "산 채로 가죽 뜯는 영상", "동물을 갈아 죽이는 영상" 등을 요청한 것도 모자라 여성에 대한 범죄까지 언급해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지난해 검찰은 사건의 주요 실행자인 이 모 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대전지법 서산지원 재판부는 이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해 솜방망이 선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반면 이에 앞서 울산지방법원은 2020년 개를 주먹으로 때리는 등 6개월에 걸쳐 학대해 상해를 입힌 피고인에 대해, 검찰의 200만 원 벌금형 구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재판부의 동물권 인식에 따라 들쑥날쑥한 처벌이 내려지자 동물보호단체는 일관되고 강화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명확한 양형기준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도 법원의 실제 판결이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강화된 벌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동물 학대 관련 범죄의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출범한 제8기 양형위원회는 동물 학대와 관련한 양형기준을 설정 대상으로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10년간 약식기소를 제외하고 동물 학대로 형사 판결이 선고된 사례가 100여 건에 그치고, 다른 시급한 양형기준 대상보다 법정형이 낮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8기 양형위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로, 동물보호법 관련 양형기준은 내년 출범할 9기 양형위에서 다시 검토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 헤리티지 류윤정 변호사는 "경찰 등 일선 수사기관에서조차도 어느 정도까지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이 때문에 소극적인 판결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유기견 주홍이의 입과 발에 묶여 있던 노끈과 테이프
이어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은 약하지 않다"며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는 언제든지 사람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날 수 있는 점에서 사회적 눈높이에 맞는 판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일관되고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게 되면 수사기관도 더욱 적극적으로 관련 사건에 임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조속한 양형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 동물 학대하면 최대 200시간 교육

한편 국회는 지난 5일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학대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전부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동물 학대 행위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때 재범 방지를 위해 최대 200시간 내에서 상담과 교육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도 담겼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된 뒤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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