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버스에 깔려 다리 잃은 장애인 ‘간병비 부담 이중고’…‘개문발차’ 논란 사례도

입력 2022.04.15 (06:00) 수정 2022.05.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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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깔려 오른쪽 다리를 잃은 70대 장애인 A 씨의 아들이 사고 장소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버스에 깔려 오른쪽 다리를 잃은 70대 장애인 A 씨의 아들이 사고 장소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버스에 깔려 오른쪽 다리 잃은 70대 장애인

어린 시절부터 왼쪽 다리에 장애를 갖고 살아온 70대 A 씨.
불편한 몸에도 양복점과 세탁소를 운영하며 3형제를 키워온 A 씨는 일흔의 나이에도 일손을 놓지 않고 성실히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A씨에게 날벼락 같은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사고가 난 지난 1월 21일, A 씨의 일상은 여느 때와 같이 평범했습니다.

일터에 출근해 옷 수선일을 하고, 오후 2시 반쯤 매일 타는 시내버스로 퇴근길에 올랐습니다.

30여 분을 달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시내버스.
왼쪽 다리가 불편한 A 씨가 균형을 잡기 위해 양문형 버스 뒷문의 손잡이를 잡고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빨리 접힌 버스 뒷문에 A 씨의 왼손이 끼고 말았습니다.

A씨는 오른손으로 다급히 버스 문을 두들기며 구호를 요청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하차 모습을 끝까지 보지 않은 버스 기사는 그대로 출발했고, 손이 빠지며 넘어진 A 씨는 엎드린 자세로 버스 뒷바퀴에 깔렸습니다.

하필이면 평생 의지하고 살아온 오른쪽 다리였습니다.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A 씨는 두 달여 동안 7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습니다.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A 씨. 고령의 나이에 7번의 수술을 견뎠지만, 삶을 지탱해온 오른쪽 다리를 잃어야 했다.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A 씨. 고령의 나이에 7번의 수술을 견뎠지만, 삶을 지탱해온 오른쪽 다리를 잃어야 했다.

■ 일상 잃었는데.. 간병비 부담까지 '이중고'

A 씨와 A 씨 가족들은 오른쪽 다리를 잃은 아픔도 모자라, 간병비 부담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병원비는 버스회사가 가입한 버스공제조합에서 지급되지만, 하루 14만 원 안팎인 간병비는 약관상 시세보다 적은 11만 5천 원 씩, 그것도 최장 60일만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버스공제조합의 간병비 지급 기준. 상해 등급 1급을 받아도 보장 일수는 60일에 불과하다.버스공제조합의 간병비 지급 기준. 상해 등급 1급을 받아도 보장 일수는 60일에 불과하다.

여기에 욕창 매트와 특수 휠체어 등 의료기기 임대료, 성인 기저귀 등 소모품 비용은 온전히 피해자의 부담이어서 단순 계산으로도 한 달 500만 원가량의 비용이 기약 없이 들어갈 처지입니다.

버스공제조합에 사정을 읍소했지만, 약관상 정해진 항목과 기간 외의 비용은 지급할 수 없다며 추가 간병비 등을 보상받으려면 민사 소송을 제기하라는 답변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소송을 준비하는 시간과 결론이 나기까지 버티기가 쉽지 않고, 승소를 하더라도 통상 70% 내외의 비용을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어서, 대부분 터무니없는 금액에 합의를 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간병비 지급 기한 비현실적.."핵가족화 시대 맞게 변해야"

보험 업계에서는 표준 약관상 '간병비 60일' 기준이 구시대적이라고 말합니다.

'가족 간병'이 대부분이었던 과거 대가족 시절이나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적었던 때를 기준으로 정하다 보니, 가족 구성원이 적고 대부분 경제 활동을 하는 현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종합보험회사 이사인 고승기 씨는 "핵가족화 시대에서는 간병인 고용이 필수와 다름없다"며, "민간 보험이나 공제조합 모두 최소 180일 수준의 간병비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간 보험은 합의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모자란 간병비를 일부 보전하지만, 공제조합은 그마저도 쉽지 않다"며, "버스회사가 비용을 더 내더라도 피해를 보전할 확실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버스공제조합의 관리부처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금감원이 관련 보상 기준의 '표준 약관'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며, 현재는 '자동차 사고 피해자 공제분쟁조정' 절차를 통해 합의를 권고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입니다.

취재진에게 ‘개문발차’를 주장하는 피해자 가족. 경찰 수사 등을 지켜본 뒤,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취재진에게 ‘개문발차’를 주장하는 피해자 가족. 경찰 수사 등을 지켜본 뒤,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 피해자 가족, '개문발차' 주장..'논란 예고'

지난해 1월, 경기도 파주에서도 20대 여성이 출입문에 팔이 끼여 버스에 끌려가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번 사고와 마찬가지로, 승객의 하차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안전부주의'가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은 이번 사고가 '안전부주의'가 아닌 '개문발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개문발차는 '문이 열린 상태에서 차량이 출발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교통사고 12대 중과실 중 하나인 '승객 추락방지 의무 위반'에 해당된다는게 피해자 가족들의 주장입니다.

당시 손이 끼어있었던 만큼, 문이 열려있는 상태에서 버스가 출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해당 버스회사는 "버스 뒷문에 압력 센서가 있어 문이 열린 채로는 출발할 수 없다"며, "구형 버스이긴 하지만 정기 점검에서도 문제가 없었던 만큼, 문을 열고 출발한 건 아니다" 라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하차를 끝까지 지켜보지 않은 '안전부주의' 부분은 명백히 인정한다"면서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역시, 단순 '안전부주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피해자 측이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향후 이를 둘러싼 법적 분쟁과 함께 상당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 기사] 버스에 깔려 다리 잃은 장애인, 간병비 부담 ‘이중고’(kbs.co.kr)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39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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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버스에 깔려 다리 잃은 장애인 ‘간병비 부담 이중고’…‘개문발차’ 논란 사례도
    • 입력 2022-04-15 06:00:52
    • 수정2022-05-15 10:45:43
    취재후·사건후
버스에 깔려 오른쪽 다리를 잃은 70대 장애인 A 씨의 아들이 사고 장소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버스에 깔려 오른쪽 다리 잃은 70대 장애인

어린 시절부터 왼쪽 다리에 장애를 갖고 살아온 70대 A 씨.
불편한 몸에도 양복점과 세탁소를 운영하며 3형제를 키워온 A 씨는 일흔의 나이에도 일손을 놓지 않고 성실히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A씨에게 날벼락 같은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사고가 난 지난 1월 21일, A 씨의 일상은 여느 때와 같이 평범했습니다.

일터에 출근해 옷 수선일을 하고, 오후 2시 반쯤 매일 타는 시내버스로 퇴근길에 올랐습니다.

30여 분을 달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시내버스.
왼쪽 다리가 불편한 A 씨가 균형을 잡기 위해 양문형 버스 뒷문의 손잡이를 잡고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빨리 접힌 버스 뒷문에 A 씨의 왼손이 끼고 말았습니다.

A씨는 오른손으로 다급히 버스 문을 두들기며 구호를 요청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하차 모습을 끝까지 보지 않은 버스 기사는 그대로 출발했고, 손이 빠지며 넘어진 A 씨는 엎드린 자세로 버스 뒷바퀴에 깔렸습니다.

하필이면 평생 의지하고 살아온 오른쪽 다리였습니다.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A 씨는 두 달여 동안 7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습니다.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A 씨. 고령의 나이에 7번의 수술을 견뎠지만, 삶을 지탱해온 오른쪽 다리를 잃어야 했다.
■ 일상 잃었는데.. 간병비 부담까지 '이중고'

A 씨와 A 씨 가족들은 오른쪽 다리를 잃은 아픔도 모자라, 간병비 부담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병원비는 버스회사가 가입한 버스공제조합에서 지급되지만, 하루 14만 원 안팎인 간병비는 약관상 시세보다 적은 11만 5천 원 씩, 그것도 최장 60일만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버스공제조합의 간병비 지급 기준. 상해 등급 1급을 받아도 보장 일수는 60일에 불과하다.
여기에 욕창 매트와 특수 휠체어 등 의료기기 임대료, 성인 기저귀 등 소모품 비용은 온전히 피해자의 부담이어서 단순 계산으로도 한 달 500만 원가량의 비용이 기약 없이 들어갈 처지입니다.

버스공제조합에 사정을 읍소했지만, 약관상 정해진 항목과 기간 외의 비용은 지급할 수 없다며 추가 간병비 등을 보상받으려면 민사 소송을 제기하라는 답변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소송을 준비하는 시간과 결론이 나기까지 버티기가 쉽지 않고, 승소를 하더라도 통상 70% 내외의 비용을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어서, 대부분 터무니없는 금액에 합의를 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간병비 지급 기한 비현실적.."핵가족화 시대 맞게 변해야"

보험 업계에서는 표준 약관상 '간병비 60일' 기준이 구시대적이라고 말합니다.

'가족 간병'이 대부분이었던 과거 대가족 시절이나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적었던 때를 기준으로 정하다 보니, 가족 구성원이 적고 대부분 경제 활동을 하는 현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종합보험회사 이사인 고승기 씨는 "핵가족화 시대에서는 간병인 고용이 필수와 다름없다"며, "민간 보험이나 공제조합 모두 최소 180일 수준의 간병비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간 보험은 합의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모자란 간병비를 일부 보전하지만, 공제조합은 그마저도 쉽지 않다"며, "버스회사가 비용을 더 내더라도 피해를 보전할 확실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버스공제조합의 관리부처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금감원이 관련 보상 기준의 '표준 약관'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며, 현재는 '자동차 사고 피해자 공제분쟁조정' 절차를 통해 합의를 권고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입니다.

취재진에게 ‘개문발차’를 주장하는 피해자 가족. 경찰 수사 등을 지켜본 뒤,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 피해자 가족, '개문발차' 주장..'논란 예고'

지난해 1월, 경기도 파주에서도 20대 여성이 출입문에 팔이 끼여 버스에 끌려가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번 사고와 마찬가지로, 승객의 하차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안전부주의'가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은 이번 사고가 '안전부주의'가 아닌 '개문발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개문발차는 '문이 열린 상태에서 차량이 출발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교통사고 12대 중과실 중 하나인 '승객 추락방지 의무 위반'에 해당된다는게 피해자 가족들의 주장입니다.

당시 손이 끼어있었던 만큼, 문이 열려있는 상태에서 버스가 출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해당 버스회사는 "버스 뒷문에 압력 센서가 있어 문이 열린 채로는 출발할 수 없다"며, "구형 버스이긴 하지만 정기 점검에서도 문제가 없었던 만큼, 문을 열고 출발한 건 아니다" 라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하차를 끝까지 지켜보지 않은 '안전부주의' 부분은 명백히 인정한다"면서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역시, 단순 '안전부주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피해자 측이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향후 이를 둘러싼 법적 분쟁과 함께 상당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 기사] 버스에 깔려 다리 잃은 장애인, 간병비 부담 ‘이중고’(kbs.co.kr)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39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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