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신고도 못 하는 동성 커플…인권위 “법적 가족으로 인정해야”

입력 2022.04.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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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커플도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인권위는 법적인 혼인이나 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동반자’로 인정하는 내용의 생활동반자법을 만들라고 국회의장에게 권고했습니다.

또 혼인·혈연·입양 중심의 가족 개념을 삭제하는 대신 ‘누구든지 가족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하라고도 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성소수자 커플 천여 명이 헌법에 보장된 혼인과 가족 생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등 차별을 겪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겁니다.

■ 사망 신고 못 하고 상속도 안돼…“성소수자 커플 기본권 침해”

부부 또는 연인 사이인 성소수자 커플들은 자신들의 관계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선 배우자가 숨졌을 때, 법적인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해 생기는 문제가 큽니다. 사망 신고를 하기 어렵고, 재산을 상속 받지 못하며, 유족 연금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숨진 배우자와 같이 살던 주택이더라도 “그 주택에서 가정 공동 생활을 하던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로 인정되지 않아, 임차권 승계 권리도 누리지 못합니다.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위급한 상황에서도 ‘보호자’로 인정되지 않아, 수술이나 입원 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각종 주거 복지 정책과 체류 허가를 위한 비자 발급, 건강 보험, 세제 혜택 등에서도 배제되고 있습니다.

인권위가 지난 2014년 실시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858명 중 16.9%가 파트너십 제도의 공백으로 인해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 “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해야” 요구 커졌지만…제도 개선은 안 돼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성소수자 커플은 물론, 비혼이나 동거 가구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그동안 법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4년 19대 국회에서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생활동반자법’을 발의를 추진했지만, 정치권 안팎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습니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는 아예 관련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습니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도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시민동반자법’ 제정을 약속했을 뿐입니다.


■ 프랑스·미국·대만 등 동성혼 인정…차별 줄이는 입법 노력”
해외에서는 동성 커플의 법적 지위를 보장해 차별을 줄여나가는 입법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인권위는 강조했습니다.

프랑스는 1999년부터 일종의 동반자 관계 등록 제도인 ‘시민연대계약’을 도입해, 동성 부부의 관계를 사실상 인정했고, 2013년에는 동성혼을 합법화했습니다.

독일도 지난 2017년 “혼인은 2명의 이성 또는 동성 간의 일생 동안의 결합”이라고, 관련 법률을 새정해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동성 커플이 미시간주와 오하이오주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동성 커플이 혼인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연방대법원이 판결하면서, 모든 주에서 동성혼이 허용됐습니다.

인근 국가인 대만도 동성 커플의 관계를 증명해주는 등록 제도를 마련해 이들의 지위를 인정해주다, 지난 2019년엔 동성혼 관련 법을 만들었습니다.


■ 인권위 “다양한 가족 형태, 법에 반영돼야”

인권위는 이번 진정 사건을 다루면서 “다양한 가족 형태가 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크고, 전형적인 ‘정상 가족’에 편입되지 못한 구성원들이 차별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 허용될 수 없다는 헌법정신과 국제인권규범의 원칙에 따라, 국가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성소수자의 가족 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인권위의 법률 제정 권고를 환영한다”며 “인권위의 결정에 따라 성소수자 커플들에 대한 차별적 제도와 위헌적인 상태를 국회가 조속히 개선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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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 신고도 못 하는 동성 커플…인권위 “법적 가족으로 인정해야”
    • 입력 2022-04-15 07:00:32
    취재K

동성 커플도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인권위는 법적인 혼인이나 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동반자’로 인정하는 내용의 생활동반자법을 만들라고 국회의장에게 권고했습니다.

또 혼인·혈연·입양 중심의 가족 개념을 삭제하는 대신 ‘누구든지 가족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하라고도 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성소수자 커플 천여 명이 헌법에 보장된 혼인과 가족 생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등 차별을 겪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겁니다.

■ 사망 신고 못 하고 상속도 안돼…“성소수자 커플 기본권 침해”

부부 또는 연인 사이인 성소수자 커플들은 자신들의 관계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선 배우자가 숨졌을 때, 법적인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해 생기는 문제가 큽니다. 사망 신고를 하기 어렵고, 재산을 상속 받지 못하며, 유족 연금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숨진 배우자와 같이 살던 주택이더라도 “그 주택에서 가정 공동 생활을 하던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로 인정되지 않아, 임차권 승계 권리도 누리지 못합니다.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위급한 상황에서도 ‘보호자’로 인정되지 않아, 수술이나 입원 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각종 주거 복지 정책과 체류 허가를 위한 비자 발급, 건강 보험, 세제 혜택 등에서도 배제되고 있습니다.

인권위가 지난 2014년 실시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858명 중 16.9%가 파트너십 제도의 공백으로 인해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 “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해야” 요구 커졌지만…제도 개선은 안 돼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성소수자 커플은 물론, 비혼이나 동거 가구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그동안 법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4년 19대 국회에서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생활동반자법’을 발의를 추진했지만, 정치권 안팎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습니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는 아예 관련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습니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도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시민동반자법’ 제정을 약속했을 뿐입니다.


■ 프랑스·미국·대만 등 동성혼 인정…차별 줄이는 입법 노력”
해외에서는 동성 커플의 법적 지위를 보장해 차별을 줄여나가는 입법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인권위는 강조했습니다.

프랑스는 1999년부터 일종의 동반자 관계 등록 제도인 ‘시민연대계약’을 도입해, 동성 부부의 관계를 사실상 인정했고, 2013년에는 동성혼을 합법화했습니다.

독일도 지난 2017년 “혼인은 2명의 이성 또는 동성 간의 일생 동안의 결합”이라고, 관련 법률을 새정해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동성 커플이 미시간주와 오하이오주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동성 커플이 혼인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연방대법원이 판결하면서, 모든 주에서 동성혼이 허용됐습니다.

인근 국가인 대만도 동성 커플의 관계를 증명해주는 등록 제도를 마련해 이들의 지위를 인정해주다, 지난 2019년엔 동성혼 관련 법을 만들었습니다.


■ 인권위 “다양한 가족 형태, 법에 반영돼야”

인권위는 이번 진정 사건을 다루면서 “다양한 가족 형태가 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크고, 전형적인 ‘정상 가족’에 편입되지 못한 구성원들이 차별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 허용될 수 없다는 헌법정신과 국제인권규범의 원칙에 따라, 국가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성소수자의 가족 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인권위의 법률 제정 권고를 환영한다”며 “인권위의 결정에 따라 성소수자 커플들에 대한 차별적 제도와 위헌적인 상태를 국회가 조속히 개선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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