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정보라·안톤 허가 말하는 ‘부커상과 저주토끼’

입력 2022.04.15 (0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정보라/'저주토끼' 작가

Q.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됐나?

미국의 여성 SF 작가 어슐러 르 귄 선생님이 SF 작가가 되신 이유가 SF 잡지가 원고료를 가장 많이 줬기 때문이라고 그러셨는데요. 저도 대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운영하는 문학상이 있었는데요. 그거 당선되면 백만 원 준다고 해서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내재적인 열망은 돈을 벌고 싶어서였어요.

Q. <저주토끼>는 어떻게 쓰게 됐는지?

제가 '환상문학웹진 거울'이라는 데 필진으로 속해 있는데요. 거기에서 2015년 말에 십이지신 특집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거든요. 근데 십이지신 하자는 얘기가 나오자마자 멋있는 동물들 있잖아요. 용, 뱀, 말, 호랑이 이런 거 다 나가고요. 그리고 이제 익숙한 동물들 개, 돼지, 닦, 쥐 이런 것도 다 선점되고. 제가 고개 디밀었더니 양하고 토끼밖에 안 남았더라고요. 근데 양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도저히 소설을 쓸 수가 없어서 그래서 토끼로 결정을 했고요. 근데 토끼는 자연계에서, 동물 중에서는 최약체라고 하더라고요. 몸에 무기가 될만한 게 하나도 없고 보들보들하고 말랑말랑하고. 그래서 그러면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동물이니까 무섭게 만들어보자 이렇게 생각을 해서 그런 방향으로 쓰게 됐습니다.

안톤 허/'저주토끼' 번역가

Q. <저주토끼>의 성공을 예감했나?

처음 읽었을 때 문장 하나만 딱 읽어보고 아 이 책은 진짜 문학적으로 일단 뛰어나구나, 문체가 뛰어나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야기가 굉장히 참신했고. 그냥 저한테는 너무나도 당연했어요. 읽자마자 아, 이거는 너무나도 잘 먹힐 것 같다. 영미권에 너무나도 잘 먹힐 것 같다 라는 생각이 정말 확 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그 질문을 들으면 당황스러워요. 그러니까 무엇을 보고 이게 잘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느냐, 저한테. 너무 뻔하거든요. 변기에 머리가 나오는데 누가 그런 이야기를 싫어하겠어요? 얼마나 재밌어요?

Q. 번역가가 본 <저주토끼>의 문학성은?

아이러니가 되게 강한 문체에요. 그러니까 공포스러운 문장인데 왠지 너무 웃겨요. 혹은 동화 같은 문장인데, 동화책에 나올만한 문장인데 굉장히 리얼리즘 소설처럼 소름이 돋아요. 소름이 돋는 이유가 그런 현실의 경험을 이렇게 문학적으로, 문체로 전달을 했다라는 증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전달력, 그런 아이러니, 이런 거가 정보라 작가님의 문학성이라고 봐요. 그리고 상상력. 헤헤헤. 변기에서 머리가 나와요.

Q.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라 쓴 이유는?

세상의 불의나 부정에 대해서 저주해서 나쁜 놈이 망했다, 여기에서 끝난다고 해서 그 상황을 겪은 생존자들이 기억이라든가 그때 겪었던 감정이라든가 이런 걸 싹 잊어버리고 그냥 랄라라 이러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그러니까 쓸쓸하다고 말씀드린 거였어요.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고 세상은 계속 어느 정도는 불의하고 부정할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사회도 어느 정도는 부조리가 있기 때문에 그런 건 그냥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Q. 변기에서 머리가 나오는 발상은 어디서?

사실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들은 얘기는 '화장실에 가면 뭐가 나올까 봐 무섭다' 였는데요. 그렇게 따지면 그렇게까지 비현실적이진 않은 것 같은데요. 저기 변비가 생기신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상 속의 어떤 장면이나 사물이나 어떤 인물이나 이런 거를 거기에서부터 출발해서 거기에서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만드는데요. 근데 그게 제가 일상 속에서 만났던 장면이나 사물이나 인물이기 때문에 특히 인물인 경우에는 그 장면이나 주변 정황을 그대로 쓰면 굉장히 모욕이 되거나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본인 허락을... 제가 변기에서 머리 나오는 얘기 쓰는 건데, 주인공이 돼줄래? 하면 동의하실 분이 아무도 안 계실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야기는 최대한 비현실적으로 만들려고 해요. 가능하면 현실 상황의 논리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Q. 수상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지?

한국문학을 위해서, 이 책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을 위해서 정말 번역가가 얼마나 별의별 얼마나 고생하는지 제가 말로 표현할 수가 없고요. 그분들 중에 그 누가 타도 저는 너무나도 행복할 것 같아요. 제가 탄 것처럼 행복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솔직히 우리 중에 누가 타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그분들도 아마 마찬가지일 거예요.

Q.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는?

소수자와 고통과 상실에 대한 얘기를 계속 쓰고 싶고요. 그런데 그런 것만 쓰면 독자분들이 읽으시기에 괴로우니까. 제가 포항 남자를 만나서 포항으로 시집을 갔는데요. 재작년에. 근데 죽도시장에 갔더니 막 이따만 한 대게하고 막 그런 걸 막 팔고 시댁 제사상에 막 저만한 문어가 막 올라오고 너무 충격이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해양수산물시리즈를 쓰고 있어요. 문어하고 대게는 썼고요. 상어, 멸치, 김 이런 걸 쓸 거예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영상] 정보라·안톤 허가 말하는 ‘부커상과 저주토끼’
    • 입력 2022-04-15 08:00:41
    현장영상
정보라/'저주토끼' 작가

Q.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됐나?

미국의 여성 SF 작가 어슐러 르 귄 선생님이 SF 작가가 되신 이유가 SF 잡지가 원고료를 가장 많이 줬기 때문이라고 그러셨는데요. 저도 대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운영하는 문학상이 있었는데요. 그거 당선되면 백만 원 준다고 해서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내재적인 열망은 돈을 벌고 싶어서였어요.

Q. <저주토끼>는 어떻게 쓰게 됐는지?

제가 '환상문학웹진 거울'이라는 데 필진으로 속해 있는데요. 거기에서 2015년 말에 십이지신 특집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거든요. 근데 십이지신 하자는 얘기가 나오자마자 멋있는 동물들 있잖아요. 용, 뱀, 말, 호랑이 이런 거 다 나가고요. 그리고 이제 익숙한 동물들 개, 돼지, 닦, 쥐 이런 것도 다 선점되고. 제가 고개 디밀었더니 양하고 토끼밖에 안 남았더라고요. 근데 양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도저히 소설을 쓸 수가 없어서 그래서 토끼로 결정을 했고요. 근데 토끼는 자연계에서, 동물 중에서는 최약체라고 하더라고요. 몸에 무기가 될만한 게 하나도 없고 보들보들하고 말랑말랑하고. 그래서 그러면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동물이니까 무섭게 만들어보자 이렇게 생각을 해서 그런 방향으로 쓰게 됐습니다.

안톤 허/'저주토끼' 번역가

Q. <저주토끼>의 성공을 예감했나?

처음 읽었을 때 문장 하나만 딱 읽어보고 아 이 책은 진짜 문학적으로 일단 뛰어나구나, 문체가 뛰어나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야기가 굉장히 참신했고. 그냥 저한테는 너무나도 당연했어요. 읽자마자 아, 이거는 너무나도 잘 먹힐 것 같다. 영미권에 너무나도 잘 먹힐 것 같다 라는 생각이 정말 확 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그 질문을 들으면 당황스러워요. 그러니까 무엇을 보고 이게 잘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느냐, 저한테. 너무 뻔하거든요. 변기에 머리가 나오는데 누가 그런 이야기를 싫어하겠어요? 얼마나 재밌어요?

Q. 번역가가 본 <저주토끼>의 문학성은?

아이러니가 되게 강한 문체에요. 그러니까 공포스러운 문장인데 왠지 너무 웃겨요. 혹은 동화 같은 문장인데, 동화책에 나올만한 문장인데 굉장히 리얼리즘 소설처럼 소름이 돋아요. 소름이 돋는 이유가 그런 현실의 경험을 이렇게 문학적으로, 문체로 전달을 했다라는 증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전달력, 그런 아이러니, 이런 거가 정보라 작가님의 문학성이라고 봐요. 그리고 상상력. 헤헤헤. 변기에서 머리가 나와요.

Q.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라 쓴 이유는?

세상의 불의나 부정에 대해서 저주해서 나쁜 놈이 망했다, 여기에서 끝난다고 해서 그 상황을 겪은 생존자들이 기억이라든가 그때 겪었던 감정이라든가 이런 걸 싹 잊어버리고 그냥 랄라라 이러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그러니까 쓸쓸하다고 말씀드린 거였어요.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고 세상은 계속 어느 정도는 불의하고 부정할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사회도 어느 정도는 부조리가 있기 때문에 그런 건 그냥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Q. 변기에서 머리가 나오는 발상은 어디서?

사실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들은 얘기는 '화장실에 가면 뭐가 나올까 봐 무섭다' 였는데요. 그렇게 따지면 그렇게까지 비현실적이진 않은 것 같은데요. 저기 변비가 생기신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상 속의 어떤 장면이나 사물이나 어떤 인물이나 이런 거를 거기에서부터 출발해서 거기에서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만드는데요. 근데 그게 제가 일상 속에서 만났던 장면이나 사물이나 인물이기 때문에 특히 인물인 경우에는 그 장면이나 주변 정황을 그대로 쓰면 굉장히 모욕이 되거나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본인 허락을... 제가 변기에서 머리 나오는 얘기 쓰는 건데, 주인공이 돼줄래? 하면 동의하실 분이 아무도 안 계실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야기는 최대한 비현실적으로 만들려고 해요. 가능하면 현실 상황의 논리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Q. 수상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지?

한국문학을 위해서, 이 책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을 위해서 정말 번역가가 얼마나 별의별 얼마나 고생하는지 제가 말로 표현할 수가 없고요. 그분들 중에 그 누가 타도 저는 너무나도 행복할 것 같아요. 제가 탄 것처럼 행복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솔직히 우리 중에 누가 타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그분들도 아마 마찬가지일 거예요.

Q.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는?

소수자와 고통과 상실에 대한 얘기를 계속 쓰고 싶고요. 그런데 그런 것만 쓰면 독자분들이 읽으시기에 괴로우니까. 제가 포항 남자를 만나서 포항으로 시집을 갔는데요. 재작년에. 근데 죽도시장에 갔더니 막 이따만 한 대게하고 막 그런 걸 막 팔고 시댁 제사상에 막 저만한 문어가 막 올라오고 너무 충격이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해양수산물시리즈를 쓰고 있어요. 문어하고 대게는 썼고요. 상어, 멸치, 김 이런 걸 쓸 거예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