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김중업”…건축가 삶 다큐로 만든 구상모 PD 인터뷰

입력 2022.04.16 (09: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세계 건축 사조에서 K건축, 혹은 건축 '한류'를 현재 말할수 있을까? 혹은 '그런 날이 올까' 하는 궁금증이 있다면, KBS1TV 다큐인사이트 '자화상, 중업' 을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SNS등에 '다시보기'로 이미 올라가 있는데 , 그래도 추천드리면 영상과 함께 구상모 KBS PD의 인터뷰와 글도 한번 검색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는 그만큼 할 말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건축가 '김중업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루면서 배우 윤여정이 주연한 '화녀(火女)'란 영화를 보도자료 맨 위에 언급하는 그런 이야기꾼이기도 했습니다.


배우 윤여정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1971년 개봉한 영화 '화녀'에는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 삼일빌딩(아래 사진)이 등장합니다.

허름한 옷을 입은 채 고향 친구와 함께 서울로 올라온 윤여정은 '서울엔 31층 빌딩이 있다'는 친구의 말에 “31층? 떨어져 죽기 편리하겠다”고 농담을 주고 받습니다. 그러면서 두 인물은 서울에서 열심히 일해 성공하면 이 건물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합니다.

고 (故)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에서 대한민국의 근대화 상징으로 등장한 '삼일빌딩'은 영화 속에서처럼 당시에는 한 번쯤 보고 가야 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출처=KBS 1TV 다큐인사이트출처=KBS 1TV 다큐인사이트

1980년 중반, 서울 여의도 63빌딩이 들어서기 전까지 한국의 마천루로 손꼽히던 건축물이었다는 것이 '건축예술가' 김중업을 재조명한 구 피디의 설명입니다.

참고로 삼일빌딩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50년의 세월을 오가는 변화상과 역사적 기록 사진들을 구 피디는 '자화상, 중업'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참고로 김중업은 건축계 이외 분야에서 화가인 김환기, 박서보, 이중섭, 시인 조병화, 구상 등 당대 내로라하는 문화예술인과 활발히 교류했고, 1950년대 토목과 같은 수준에서 바라보던 '건축'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예술로 승격시켜 한국 현대 건축 이끈 1세대 건축가로 평가(아래 동영상 참고)받고 있습니다.


그래도 왜 제3의 공간 등 새로운 건축 개념과 '힐링'이 대세인 이 시점에 건축가 김중업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까? 6개월 안팎이란 긴 시간 동안 기획과 제작을 책임진 피디의 대답이 듣고 싶어졌습니다.

"김중업이라는 인물의 특수성에 끌렸습니다. 1922년에 태어나 1988년에 돌아가셨는데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몸소 체험하신 분이지요. 특히 건축가였기에 그 변화를 정말 다방면으로 경험하고 고민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중업이라는 건축가'가 어쩌면 우리에게도 돌아볼만한 역사가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아주 볼품없는 순간이더라도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고군분투했던 것 자체가 역사라는 걸 건축가의 인생으로 보여줬다는 느낌이었지요."

구 피디는 책과 논문을 통한 꾸준한 학습을 통해 인간 김중업에도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김중업 건축가는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산 건축가라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인생에서 성취하기도 했지만, 일제강점기, 전쟁, 전후 복구, 독재 등 모든 순간에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자 했던 외로운 건축 예술가의 모습이 강하게 느껴졌다고.


결국, 이런 순수한 인간, 건축 예술가인 김중업의 모습이 2022년, 현재에 '다시 돌아볼 만'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서 피디는 건축가 다큐 제작에 나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피디가 제작과정에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영상과 음악이라고. 구 피디는 이전 작품에서 같이 호흡을 맞춰본 신광연 촬영 감독과 박민준 음악감독(예명인 DJ soulscape로 더 널리 알려짐) 과 이번에도 함께 작업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모노 드라마 속의 독백체로 들리는 진중한 나래이션은 연기자 이순재 씨가 맡아 시대상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잘 보시면 이 다큐는 김중업 건축가가 남긴 기록에 의해서 진행이 됩니다. 그가 남긴 일기나 편지 기고문 등을 현대에 맞게 '어미' 정도만 좀 바꿔서 이순재 선생의 나레이션으로 진행했습니다. 그가 인생에서 느낀 기쁨과 좌절감 모두 가장 생생하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보시는 분들이 김중업 건축가가 처했던 상황에 최대한 이입할 수 있길 바란 것이지요."

그의 말대로 다큐 촬영에는 '빛과 그림자'를 가장 많이 신경 쓴 것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구 피디는 "아쉽게도 촬영이 거의 겨울에 진행돼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서 원하는 만큼 다양하게 찍지는 못했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화면 안의 음영(陰影)을 분명히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그것이 김중업이란 건축가의 인생과도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중업이 설계한 건물로 위는 주한 프랑스대사관, 아래는 제주대 본관 건물. (출처=다큐인사이트)김중업이 설계한 건물로 위는 주한 프랑스대사관, 아래는 제주대 본관 건물. (출처=다큐인사이트)

우연하게도 김중업 건축가의 자서전도 ‘건축가의 빛과 그림자’란 제목이라고 구 피디는 설명했습니다.

이번 건축가 관련 다큐는 제작진의 발로 뛰는 노력을 통한 뛰어난 고증으로도 새롭게 평가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중업이 젊은 시절인 1950년대 초, 프랑스에서 세계 건축 거장 ‘르 코르뷔지에’에게 건축을 배운 시기에 대해서는 잘 안 알려져 있는데 이 부분을 고증을 통해 생생하게 밝혀낸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기도 한 인도인 건축가 ‘발크리쉬나 도쉬’와 김중업의 놀라운 과거 인연을 공개한 것이지요.도쉬는 1950년대 초 김중업이 프랑스에서 세계 건축 거장 ‘르 코르뷔지에’에게 건축을 배울 시기, 함께 일을 배웠고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해 냈습니다. 정말 전율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미 본방이 나간 '자화상, 중업'에서 인도 건축가 도쉬는 김중업과의 첫 만남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회상하면서 오랜 인연을 드러냈습니다.

당시 함께 일을 하면서 많은 교감을 나눴던 두 사람의 인연과 청년 중업의 모습 등이 다큐 제작진의 고증을 통해 드러난 셈입니다.


구 피디는 이번 다큐를 통해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을 직,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김중업 건축가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된 셈이라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해외 자료들은 모두 오랜 '빈티지'의 느낌이 나고 아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며 "사실은 매우 팍팍한 시절이었지만 김중업 선생님의 마음에는 항상 낭만이 살아있었기 때문에 매우 좋은 우연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구 피디는 이미 2020년 '시대유감, 삼풍'이란 다큐를 만든 적이 있는데, 당시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원인을 대한민국 발전사와 함께 깊게 들여다봤던 경험이 이번에 절묘하게 힘을 발휘한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김중업 건축가의 삶과 철학과 현재도 유효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중업 선생님이 평생 주창했던 것이 '건축가는 싸고 빠르게 건물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고민을 담아내고 보다 나은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상징으로써의 건축물을 탄생시키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는데요. 2022년 빼곡하게 아파트가 들어선 서울의 풍경, 우리 사회가 겪었던 '삼풍백화점의 붕괴'라는 비극 그리고, 이런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것 처럼 끊임없이 사회를 향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던 건축가 김중업의 모습이 중첩되면서 눈앞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구 피디는 최근 의미 있는 상을 받았습니다. 제34회 한국PD대상 올해의 작품상 TV 부문에는 KBS '다큐인사이트-아임 뚜렛'(시사·다큐)이 선정된 것.

그는 이 다큐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구 피디는 "당시 뚜렛증후군을 지닌 스물아홉 살 청년들의 삶을 담은 다큐였는데 2021년에 제작된 수많은 시사다큐멘터리와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것이라 개인적으로 매우 기쁜 수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제작 과정에 대해서는 "그들과 남다른 소통에 별다른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진심을 쏟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며 "이전에 제가 제작했던 탈북청소년의 이야기 '우리가 태어난 곳'이나 수상한 '아임뚜렛'은 모두 지금 저와 함께 숨 쉬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경험을 쌓게 해줬고 '김중업 건축가' 같이 지금은 만나볼 수 없는 사람의 삶을 상상하고 되짚어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잠시 홍보 대행사에도 근무했던 입사 8년 차 피디는 '다큐의 힘' 넓게 보면 '스토리텔링의 힘'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 세상의 모든 다큐멘터리는 크게 보면 결국 '휴먼 다큐'라고 본다면 결국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유의 근원에는 인간이 있는 것이고, 한 사람의 삶을 깊게 들여다보면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가 살고 있는 사회의 '빛과 그림자 한계와 희망'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건축가의) 아들이나 제자 등의 제공한 자료들이 큰 도움이 됐는데 그 중에도 '김중업 건축박물관' 소장 자료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1세대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주한 프랑스대사관,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유엔 묘지 정문, 서강대 본관, 구 서산부인과 등뿐만 아니라 그가 설계한 주택들도 다큐를 통해 재조명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장래 희망을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예술가 김중업”…건축가 삶 다큐로 만든 구상모 PD 인터뷰
    • 입력 2022-04-16 09:00:20
    취재K
<strong>세계 건축 사조에서 K건축, 혹은 건축 '한류'를 현재 말할수 있을까? 혹은 '그런 날이 올까' 하는 궁금증이 있다면, KBS1TV 다큐인사이트 '자화상, 중업' 을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strong><br /><br /><strong>SNS등에 '다시보기'로 이미 올라가 있는데 , 그래도 추천드리면 영상과 함께 구상모 KBS PD의 인터뷰와 글도 한번 검색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strong><strong>그는 그만큼 할 말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strong><br /><br /><strong>건축가 '김중업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루면서 배우 윤여정이 주연한 '화녀(火女)'란 영화를 보도자료 맨 위에 언급하는 그런 이야기꾼이기도 했습니다.</strong>

배우 윤여정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1971년 개봉한 영화 '화녀'에는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 삼일빌딩(아래 사진)이 등장합니다.

허름한 옷을 입은 채 고향 친구와 함께 서울로 올라온 윤여정은 '서울엔 31층 빌딩이 있다'는 친구의 말에 “31층? 떨어져 죽기 편리하겠다”고 농담을 주고 받습니다. 그러면서 두 인물은 서울에서 열심히 일해 성공하면 이 건물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합니다.

고 (故)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에서 대한민국의 근대화 상징으로 등장한 '삼일빌딩'은 영화 속에서처럼 당시에는 한 번쯤 보고 가야 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출처=KBS 1TV 다큐인사이트
1980년 중반, 서울 여의도 63빌딩이 들어서기 전까지 한국의 마천루로 손꼽히던 건축물이었다는 것이 '건축예술가' 김중업을 재조명한 구 피디의 설명입니다.

참고로 삼일빌딩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50년의 세월을 오가는 변화상과 역사적 기록 사진들을 구 피디는 '자화상, 중업'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참고로 김중업은 건축계 이외 분야에서 화가인 김환기, 박서보, 이중섭, 시인 조병화, 구상 등 당대 내로라하는 문화예술인과 활발히 교류했고, 1950년대 토목과 같은 수준에서 바라보던 '건축'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예술로 승격시켜 한국 현대 건축 이끈 1세대 건축가로 평가(아래 동영상 참고)받고 있습니다.


그래도 왜 제3의 공간 등 새로운 건축 개념과 '힐링'이 대세인 이 시점에 건축가 김중업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까? 6개월 안팎이란 긴 시간 동안 기획과 제작을 책임진 피디의 대답이 듣고 싶어졌습니다.

"김중업이라는 인물의 특수성에 끌렸습니다. 1922년에 태어나 1988년에 돌아가셨는데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몸소 체험하신 분이지요. 특히 건축가였기에 그 변화를 정말 다방면으로 경험하고 고민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중업이라는 건축가'가 어쩌면 우리에게도 돌아볼만한 역사가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아주 볼품없는 순간이더라도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고군분투했던 것 자체가 역사라는 걸 건축가의 인생으로 보여줬다는 느낌이었지요."

구 피디는 책과 논문을 통한 꾸준한 학습을 통해 인간 김중업에도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김중업 건축가는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산 건축가라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인생에서 성취하기도 했지만, 일제강점기, 전쟁, 전후 복구, 독재 등 모든 순간에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자 했던 외로운 건축 예술가의 모습이 강하게 느껴졌다고.


결국, 이런 순수한 인간, 건축 예술가인 김중업의 모습이 2022년, 현재에 '다시 돌아볼 만'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서 피디는 건축가 다큐 제작에 나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피디가 제작과정에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영상과 음악이라고. 구 피디는 이전 작품에서 같이 호흡을 맞춰본 신광연 촬영 감독과 박민준 음악감독(예명인 DJ soulscape로 더 널리 알려짐) 과 이번에도 함께 작업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모노 드라마 속의 독백체로 들리는 진중한 나래이션은 연기자 이순재 씨가 맡아 시대상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잘 보시면 이 다큐는 김중업 건축가가 남긴 기록에 의해서 진행이 됩니다. 그가 남긴 일기나 편지 기고문 등을 현대에 맞게 '어미' 정도만 좀 바꿔서 이순재 선생의 나레이션으로 진행했습니다. 그가 인생에서 느낀 기쁨과 좌절감 모두 가장 생생하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보시는 분들이 김중업 건축가가 처했던 상황에 최대한 이입할 수 있길 바란 것이지요."

그의 말대로 다큐 촬영에는 '빛과 그림자'를 가장 많이 신경 쓴 것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구 피디는 "아쉽게도 촬영이 거의 겨울에 진행돼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서 원하는 만큼 다양하게 찍지는 못했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화면 안의 음영(陰影)을 분명히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그것이 김중업이란 건축가의 인생과도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중업이 설계한 건물로 위는 주한 프랑스대사관, 아래는 제주대 본관 건물. (출처=다큐인사이트)
우연하게도 김중업 건축가의 자서전도 ‘건축가의 빛과 그림자’란 제목이라고 구 피디는 설명했습니다.

이번 건축가 관련 다큐는 제작진의 발로 뛰는 노력을 통한 뛰어난 고증으로도 새롭게 평가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중업이 젊은 시절인 1950년대 초, 프랑스에서 세계 건축 거장 ‘르 코르뷔지에’에게 건축을 배운 시기에 대해서는 잘 안 알려져 있는데 이 부분을 고증을 통해 생생하게 밝혀낸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기도 한 인도인 건축가 ‘발크리쉬나 도쉬’와 김중업의 놀라운 과거 인연을 공개한 것이지요.도쉬는 1950년대 초 김중업이 프랑스에서 세계 건축 거장 ‘르 코르뷔지에’에게 건축을 배울 시기, 함께 일을 배웠고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해 냈습니다. 정말 전율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미 본방이 나간 '자화상, 중업'에서 인도 건축가 도쉬는 김중업과의 첫 만남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회상하면서 오랜 인연을 드러냈습니다.

당시 함께 일을 하면서 많은 교감을 나눴던 두 사람의 인연과 청년 중업의 모습 등이 다큐 제작진의 고증을 통해 드러난 셈입니다.


구 피디는 이번 다큐를 통해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을 직,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김중업 건축가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된 셈이라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해외 자료들은 모두 오랜 '빈티지'의 느낌이 나고 아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며 "사실은 매우 팍팍한 시절이었지만 김중업 선생님의 마음에는 항상 낭만이 살아있었기 때문에 매우 좋은 우연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구 피디는 이미 2020년 '시대유감, 삼풍'이란 다큐를 만든 적이 있는데, 당시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원인을 대한민국 발전사와 함께 깊게 들여다봤던 경험이 이번에 절묘하게 힘을 발휘한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김중업 건축가의 삶과 철학과 현재도 유효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중업 선생님이 평생 주창했던 것이 '건축가는 싸고 빠르게 건물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고민을 담아내고 보다 나은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상징으로써의 건축물을 탄생시키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는데요. 2022년 빼곡하게 아파트가 들어선 서울의 풍경, 우리 사회가 겪었던 '삼풍백화점의 붕괴'라는 비극 그리고, 이런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것 처럼 끊임없이 사회를 향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던 건축가 김중업의 모습이 중첩되면서 눈앞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구 피디는 최근 의미 있는 상을 받았습니다. 제34회 한국PD대상 올해의 작품상 TV 부문에는 KBS '다큐인사이트-아임 뚜렛'(시사·다큐)이 선정된 것.

그는 이 다큐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구 피디는 "당시 뚜렛증후군을 지닌 스물아홉 살 청년들의 삶을 담은 다큐였는데 2021년에 제작된 수많은 시사다큐멘터리와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것이라 개인적으로 매우 기쁜 수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제작 과정에 대해서는 "그들과 남다른 소통에 별다른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진심을 쏟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며 "이전에 제가 제작했던 탈북청소년의 이야기 '우리가 태어난 곳'이나 수상한 '아임뚜렛'은 모두 지금 저와 함께 숨 쉬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경험을 쌓게 해줬고 '김중업 건축가' 같이 지금은 만나볼 수 없는 사람의 삶을 상상하고 되짚어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잠시 홍보 대행사에도 근무했던 입사 8년 차 피디는 '다큐의 힘' 넓게 보면 '스토리텔링의 힘'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 세상의 모든 다큐멘터리는 크게 보면 결국 '휴먼 다큐'라고 본다면 결국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유의 근원에는 인간이 있는 것이고, 한 사람의 삶을 깊게 들여다보면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가 살고 있는 사회의 '빛과 그림자 한계와 희망'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건축가의) 아들이나 제자 등의 제공한 자료들이 큰 도움이 됐는데 그 중에도 '김중업 건축박물관' 소장 자료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1세대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주한 프랑스대사관,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유엔 묘지 정문, 서강대 본관, 구 서산부인과 등뿐만 아니라 그가 설계한 주택들도 다큐를 통해 재조명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장래 희망을 밝혔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