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크라’ 여파로 세계연맹서 퇴출

[앵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명 피해가 늘면서 러시아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국경이 없다는 음악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세계 3대 콩쿠르의 하나로 불리는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가 국제콩쿠르연맹으로부터 회원 자격을 박탈당한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정연욱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1974년 정명훈, 그리고 2011년 손열음과 조성진을 배출한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쇼팽, 퀸엘리자베스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러시아 문화의 자부심입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지만 전 세계 116개 콩쿠르를 관리 감독하는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 WFIMC가 최근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회원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3일 긴급 총회에서 표결에 부친 결과, 회원의 90%가 자격 박탈에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맹은 "러시아의 야만적인 전쟁과 우크라이나에서의 잔혹한 인명 피해 앞에서, 러시아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콩쿠르를 더는 회원으로 유지할 수 없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피터 폴 카인라드/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 의장 : "차이콥스키 콩쿠르도 총회에 참석을 해서 입장을 밝혔지만 푸틴 대통령의 논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더는 연맹 회원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총회에 참석한 차이콥스키 콩쿠르 측은 "전 세계적인 음악 공동체가 정치적인 이유로 분열됨으로써 뛰어난 러시아 음악가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4년마다 열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다음 개최 시기는 내년.

이번 퇴출 결정에도 내년 콩쿠르를 개최할 순 있지만, 64년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정상급 대회에서 러시아 국내 행사로 위상이 추락하는 수모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고석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