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벗는 미국…코로나 끝나가는 걸까요?

입력 2022.04.20 (14:09) 수정 2022.04.2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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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미국 뉴스에서는 환호 소리가 반복적으로 나왔습니다. 비행기를 탄 승객들에게 기장이 "마스크 착용은 자율에 맡깁니다. 마스크가 필요없는 분들은 수거하겠습니다"라고 방송하자, 승객들이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입니다.

미국 연방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5월 초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플로리다 연방법원에서 "과도하다"라고 판시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가장 밀폐된 공간으로(시간적으로도) 여겨지는 기내에서 마스크 의무화가 폐지됐다는 것은 사실상 미국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직까지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65%선에 머물러 있는 만큼 감염된 누군가가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을 거란 두려움도 큽니다. 실제로 제가 다녀본 워싱턴 디씨 내 건물, 지하철에선 여전히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다니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과연 코로나의 끝이 보인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역학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모든 지역에서 코로나 확진자의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 좋은 소식은, 전 세계 사망자 수가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겁니다.

4.19. WHO 전세계 사망자 추세4.19. WHO 전세계 사망자 추세

그러나 여전히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확진자 수, 압도적으로 높은 입원환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달 째 봉쇄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상하이시는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노인들의 낮은 백신 접종률과 그로 인한 연쇄적 감염이 이어지며 봉쇄 기간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캐나다 역시 환자 수가 늘고 있습니다. 영국에선 오미크론 파동 때보다도 사망자 수가 늘었습니다.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위험이 높다고 지목되어 온 남아프리카에서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변이 바이러스 발생을 보고했습니다. BA.4와 BA.5라고 불리는 두 개의 오미크론 하위 변이는 원조 오미크론 만큼 파급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됐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마스크 벗는 미국...코로나 끝나가는 걸까요?

미국은 이미 지난해 6월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했다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백신 보급이 일정 정도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각 주별로 실내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해제했다가 델타 변이가 급속히 유행하며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번복했었습니다. 델타 변이는 당시 백신 접종률이 낮고, 방역 지침이 허술한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 공화당 지지 주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고, 입원환자와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어 겨울에 찾아온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경험했듯이,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룻밤 자고 나면 10배 씩 올랐습니다. 하루 150만 명 확진이라는 숫자를 믿기 힘든 상황이 몇 주간 지속됐었죠.

지난 2주 동안 미국의 신규 확진자 건수는 32개 주에서 39%가 증가했습니다. 부활절 휴일과 주말을 감안하면 확진자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텔스 오미크론, BA.2 같은 변이의 확산도 눈에 띕니다.

미국 동북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미국 동북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

■오미크론 파동에서 미국인 절반 감염...집단 면역력 형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는 안정적입니다. 1차 오미크론 파동 당시 미국인의 50%가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그만큼 면역력이 탄탄해졌다는 해석입니다. 3차, 4차 백신 접종도 이어진 것도 면역력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했습니다. 무엇보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일주일 뒤에 후행지표로 보이던 입원환자 수가 변동이 없다는 게 달라진 점입니다.

미 동북부에서 확진자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와중에도 입원환자 증가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스텔스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증가세인 만큼 단언하긴 어렵다면서도 미국 전역에서 동부의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만큼 입원률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란 조심스런 기대를 내놓고 있습니다.(실제로 동북부에서 확진자 수가 증가한 데 비해 입원환자가 늘지 않는다면 이는 새로운 데이터가 될 겁니다)
미국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는 가운데서도 사망자, 입원환자 수는 감소추세를 나타낸다.       출처 워싱턴포스트미국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는 가운데서도 사망자, 입원환자 수는 감소추세를 나타낸다. 출처 워싱턴포스트

■ 아직 끝나지 않았어! 방심은 금물

지난 주, 세계보건기구는 여전히 대유행 중이다, 아직은 엔데믹(대유행이 풍토병으로 변하는 단계)이 아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석달에 한번 씩 열리는 WHO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주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대유행으로 인한 비상사태가 끝났음을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금은 방심할 때와는 거리가 멀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대유행의 터널을 지나오는 2년 반 동안 영국과 미국은 2차 3차 대유행의 선제타격을 받아왔습니다. 오미크론 파동을 경험했다고 해서,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이 올바른 결정일 지, 많은 이들이 회의적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지침은 여전히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를 내걸고 있고, 백악관은 플로리다 연방법원의 마스크 의무화 해제 판단에 대해 불복해 항소할 방침입니다. 전문가들은 "써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바이러스는 우리의 면역력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지금도 변이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대유행 이래 미국에선 98만 8000명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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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벗는 미국…코로나 끝나가는 걸까요?
    • 입력 2022-04-20 14:09:48
    • 수정2022-04-20 14:12:28
    특파원 리포트

아침부터 미국 뉴스에서는 환호 소리가 반복적으로 나왔습니다. 비행기를 탄 승객들에게 기장이 "마스크 착용은 자율에 맡깁니다. 마스크가 필요없는 분들은 수거하겠습니다"라고 방송하자, 승객들이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입니다.

미국 연방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5월 초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플로리다 연방법원에서 "과도하다"라고 판시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가장 밀폐된 공간으로(시간적으로도) 여겨지는 기내에서 마스크 의무화가 폐지됐다는 것은 사실상 미국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직까지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65%선에 머물러 있는 만큼 감염된 누군가가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을 거란 두려움도 큽니다. 실제로 제가 다녀본 워싱턴 디씨 내 건물, 지하철에선 여전히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다니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과연 코로나의 끝이 보인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역학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모든 지역에서 코로나 확진자의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 좋은 소식은, 전 세계 사망자 수가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겁니다.

4.19. WHO 전세계 사망자 추세
그러나 여전히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확진자 수, 압도적으로 높은 입원환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달 째 봉쇄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상하이시는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노인들의 낮은 백신 접종률과 그로 인한 연쇄적 감염이 이어지며 봉쇄 기간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캐나다 역시 환자 수가 늘고 있습니다. 영국에선 오미크론 파동 때보다도 사망자 수가 늘었습니다.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위험이 높다고 지목되어 온 남아프리카에서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변이 바이러스 발생을 보고했습니다. BA.4와 BA.5라고 불리는 두 개의 오미크론 하위 변이는 원조 오미크론 만큼 파급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됐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마스크 벗는 미국...코로나 끝나가는 걸까요?

미국은 이미 지난해 6월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했다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백신 보급이 일정 정도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각 주별로 실내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해제했다가 델타 변이가 급속히 유행하며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번복했었습니다. 델타 변이는 당시 백신 접종률이 낮고, 방역 지침이 허술한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 공화당 지지 주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고, 입원환자와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어 겨울에 찾아온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경험했듯이,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룻밤 자고 나면 10배 씩 올랐습니다. 하루 150만 명 확진이라는 숫자를 믿기 힘든 상황이 몇 주간 지속됐었죠.

지난 2주 동안 미국의 신규 확진자 건수는 32개 주에서 39%가 증가했습니다. 부활절 휴일과 주말을 감안하면 확진자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텔스 오미크론, BA.2 같은 변이의 확산도 눈에 띕니다.

미국 동북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
■오미크론 파동에서 미국인 절반 감염...집단 면역력 형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는 안정적입니다. 1차 오미크론 파동 당시 미국인의 50%가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그만큼 면역력이 탄탄해졌다는 해석입니다. 3차, 4차 백신 접종도 이어진 것도 면역력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했습니다. 무엇보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일주일 뒤에 후행지표로 보이던 입원환자 수가 변동이 없다는 게 달라진 점입니다.

미 동북부에서 확진자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와중에도 입원환자 증가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스텔스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증가세인 만큼 단언하긴 어렵다면서도 미국 전역에서 동부의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만큼 입원률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란 조심스런 기대를 내놓고 있습니다.(실제로 동북부에서 확진자 수가 증가한 데 비해 입원환자가 늘지 않는다면 이는 새로운 데이터가 될 겁니다)
미국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는 가운데서도 사망자, 입원환자 수는 감소추세를 나타낸다.       출처 워싱턴포스트
■ 아직 끝나지 않았어! 방심은 금물

지난 주, 세계보건기구는 여전히 대유행 중이다, 아직은 엔데믹(대유행이 풍토병으로 변하는 단계)이 아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석달에 한번 씩 열리는 WHO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주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대유행으로 인한 비상사태가 끝났음을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금은 방심할 때와는 거리가 멀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대유행의 터널을 지나오는 2년 반 동안 영국과 미국은 2차 3차 대유행의 선제타격을 받아왔습니다. 오미크론 파동을 경험했다고 해서,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이 올바른 결정일 지, 많은 이들이 회의적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지침은 여전히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를 내걸고 있고, 백악관은 플로리다 연방법원의 마스크 의무화 해제 판단에 대해 불복해 항소할 방침입니다. 전문가들은 "써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바이러스는 우리의 면역력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지금도 변이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대유행 이래 미국에선 98만 8000명 이상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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