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포화 딛고 한국 온 우크라이나 태권 남매 “희망의 발차기 보여드릴게요!”

입력 2022.04.21 (10:4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입국 후 자가 격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태권 남매 가족. 왼쪽부터 아버지 루슬란, 아들 다비드, 딸 예바

"꿈은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승리를 믿습니다.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 것이 될 겁니다!"
(Dreams come true. We believe in victory. Everything will be Ukraine!)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태권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날. 아버지와 10대 남매 등 일가족 3명은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키이우에 사는 할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집으로 돌아가라. 키이우가 폭격당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지난 2월 24일에 일어난 일이다.

우크라이나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인 다비드 하브릴로프(13살), 예바 하브릴로바(12살), 그리고 두 남매의 아버지 루슬란 하브릴로프(42살)의 얘기다.

세 명의 가족은 우여곡절 끝에 폴란드를 거쳐 지난 18일 오전 한국 땅을 밟았다. 고양시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로 페어 연기를 하는 남매

다비드와 예바, 두 남매에게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서 열리는 태권도 대회 참가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이었다. 예바는 "작년 한 해 동안 한국 대회 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요. 오빠와 저는 개인 및 남녀 페어로 우크라이나 클럽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전쟁에 모든 것이 날아가는 듯 했다. 그래도 남매와 가족들은 고향인 폴타바에 머물기로 했다. 인근 도시인 오흐티르카가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파괴되고, 집에서 14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가 거의 포위되는 상황이었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대회를 함께 준비했던 국가대표 동료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했다. 설상가상으로 남매를 가르쳤던 코치는 800km나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어 만날 수도 없었다. 그래도 남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코치와 함께 하루 두 시간씩 주 6일 동안 훈련했다.

가족이 운영하는 체육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을 위한 쉼터로 변신했다.가족이 운영하는 체육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을 위한 쉼터로 변신했다.

그러는 사이 전쟁 난민이 쏟아졌다. 남매 가족은 운영하는 스포츠클럽을 난민들을 위한 쉼터로 내놓았다. 다비드는 "우리 가족은 난민들을 돕기로 했습니다. 샤워는 물론이고 무료 식사와 잠자리까지 제공했어요. 어떤 날에는 50명이 함께 체육관에서 자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2021 우크라이나 클럽 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다비드-예바 남매2021 우크라이나 클럽 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다비드-예바 남매

남매는 오늘(21일) 개막하는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예바는 대회 이튿날인 22일 유소년 여자 개인전, 다비드는 23일 유소년 남자 개인전에 나선다. 첫 날인 21일 남매가 함께 나설 예정이던 유소년 남녀 페어 경기는 자가격리 관계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안타깝게도 남매들 지도했던 코치는 징집령 때문에 이번 대회에 함께하지 못했다. 남매의 엄마와 나머지 가족들은 여전히 체육관에서 난민들을 돌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갑작스런 전쟁으로 대회 출전 등록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 조직위는 특수 상황임을 고려해 초청 선수 자격으로 남매의 대회 출전을 허락했다.

전쟁 포화를 뚫고 태권도 종주국 대회 출전이라는 꿈을 이룬 남매. 결과를 떠나 평화를 되찾은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것이 이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전쟁 포화 딛고 한국 온 우크라이나 태권 남매 “희망의 발차기 보여드릴게요!”
    • 입력 2022-04-21 10:41:22
    취재K
한국 입국 후 자가 격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태권 남매 가족. 왼쪽부터 아버지 루슬란, 아들 다비드, 딸 예바

"꿈은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승리를 믿습니다.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 것이 될 겁니다!"
(Dreams come true. We believe in victory. Everything will be Ukraine!)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태권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날. 아버지와 10대 남매 등 일가족 3명은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키이우에 사는 할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집으로 돌아가라. 키이우가 폭격당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지난 2월 24일에 일어난 일이다.

우크라이나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인 다비드 하브릴로프(13살), 예바 하브릴로바(12살), 그리고 두 남매의 아버지 루슬란 하브릴로프(42살)의 얘기다.

세 명의 가족은 우여곡절 끝에 폴란드를 거쳐 지난 18일 오전 한국 땅을 밟았다. 고양시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 태권도 품새 국가대표로 페어 연기를 하는 남매

다비드와 예바, 두 남매에게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서 열리는 태권도 대회 참가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이었다. 예바는 "작년 한 해 동안 한국 대회 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요. 오빠와 저는 개인 및 남녀 페어로 우크라이나 클럽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전쟁에 모든 것이 날아가는 듯 했다. 그래도 남매와 가족들은 고향인 폴타바에 머물기로 했다. 인근 도시인 오흐티르카가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파괴되고, 집에서 14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가 거의 포위되는 상황이었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대회를 함께 준비했던 국가대표 동료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했다. 설상가상으로 남매를 가르쳤던 코치는 800km나 떨어진 곳에 머물고 있어 만날 수도 없었다. 그래도 남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코치와 함께 하루 두 시간씩 주 6일 동안 훈련했다.

가족이 운영하는 체육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을 위한 쉼터로 변신했다.
그러는 사이 전쟁 난민이 쏟아졌다. 남매 가족은 운영하는 스포츠클럽을 난민들을 위한 쉼터로 내놓았다. 다비드는 "우리 가족은 난민들을 돕기로 했습니다. 샤워는 물론이고 무료 식사와 잠자리까지 제공했어요. 어떤 날에는 50명이 함께 체육관에서 자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2021 우크라이나 클럽 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다비드-예바 남매
남매는 오늘(21일) 개막하는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예바는 대회 이튿날인 22일 유소년 여자 개인전, 다비드는 23일 유소년 남자 개인전에 나선다. 첫 날인 21일 남매가 함께 나설 예정이던 유소년 남녀 페어 경기는 자가격리 관계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안타깝게도 남매들 지도했던 코치는 징집령 때문에 이번 대회에 함께하지 못했다. 남매의 엄마와 나머지 가족들은 여전히 체육관에서 난민들을 돌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갑작스런 전쟁으로 대회 출전 등록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 조직위는 특수 상황임을 고려해 초청 선수 자격으로 남매의 대회 출전을 허락했다.

전쟁 포화를 뚫고 태권도 종주국 대회 출전이라는 꿈을 이룬 남매. 결과를 떠나 평화를 되찾은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것이 이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