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이었다고요?…이런 게 ‘혐오표현’입니다

입력 2022.04.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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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최근 우리 사회에 혐오 현상이 도를 넘어서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혐오표현을 해놓고도 “표현의 자유”라거나 “웃자고 한 말이다”라는 등, 혐오표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KBS는 국내 혐오 연구 권위자인 김민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와 함께 ‘혐오표현 체크리스트’를 제작했습니다. 아래의 점검표를 활용해 시민 누구나 쉽게 점검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체크리스트는 형사처벌 등 법적 규제를 위한 기준은 아닙니다. 직장, 학교, 미디어 등 일상에서의 기준을 제시한 것입니다. 우리 생활에서 오가는 혐오표현은 왜 생겨나며 이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바탕으로 어떤 것이 혐오표현에 해당하는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부정적인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표출하는가?

"운전을 저렇게 하는 거 보니 안 봐도 김 여사네"
"OO 출신은 원래 게으르지"


'어떤 집단 사람은 게으를 것이다' '특정 성별은 운전을 못하거나 운동신경이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개인을 범주화해 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차별이 됩니다.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지요.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부풀리기도 합니다.

설사 그 편견이 일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편견이 역사적·구조적 차별의 결과인 경우도 있습니다. "A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범죄율이 높아 위험하다"고 할 때, 실제 범죄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회적 배제와 차별의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사회의 책임을 특정 집단에게 돌리는 것으로 부당한 일입니다.

■ 열등한 존재로 묘사하거나 비인격적·경멸적 이름 붙이기인가?

"맘충" "OO인은 바퀴벌레" "꼴페미" "OO인은 더러워"

대표적으로 대상을 곤충에 비유해 비하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어떤 집단을 더러운 존재, 나아가 박멸해야 하는 존재로 격하하기 위해 비유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류의 혐오표현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자체로 모욕적으로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그 집단에 대해 ‘하찮게 대해도 좋다’, 즉 ‘차별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게 됩니다. 이런 표현은 차별을 정당화, 조장, 강화하는 효과를 매우 강하게 갖게 되며 이는 실제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웃음거리나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가?

장애인을 흉내 내는 경우
흑인으로 분장하고 코미디를 하는 경우


어떤 집단을 웃음거리로 여기는 경우 혐오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웃음거리로 여기는 것이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강자나 권력자에 대한 조롱과 희화화는 권력 감시 또는 풍자의 일환으로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조롱과 희화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기시되어 왔습니다.

사회적 강자의 경우는 웃음거리로 만든다 해도 공고하게 지위가 유지되는 반면, 약자에 대한 조롱은 지위 자체를 격하시키는 효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호기심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약자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은 그 집단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할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동료 시민으로서 존중하며 그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과 호기심 차원에서 접근하는 일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보호·동정의 대상으로 묘사하는가?

"불쌍한 장애인분들 도와드려야죠"
"미영 씨는 우리 팀의 꽃이니까 그냥 쉬어"


좋은 의도로 말했다거나 칭찬을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특정 집단에 대해 과도한 일반화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똑같이, 착한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장애인은 천사 같다”는 등의 고정관념으로 장애인을 다른 방식으로 대하다가 실제로 착하지 않은 장애인을 만날 경우, 이에 대해 실망한 다음 또 다른 편견을 갖기도 합니다.

또한, 남성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한 회사에서 여성 직원을 위한답시고 “꽃”에 비유해 다른 존재로 취급한다거나 해낼 수 있는 업무를 맡기지 않는 경우 조직적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모두 해당 집단의 구성원에게 특정 행동규범을 강요하는 굴레로 작동할 수 있고, 강요된 규범에서 벗어난 구성원에 대한 비난 혹은 집단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다른 사람과 똑같이 평등하게 대하는 것을 뜻합니다.

■ 질병·범죄 등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공포감을 부추기는가?

"OO인들 때문에 코로나가 퍼지고 있다"
"모든 OOO이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모든 테러리스트는 OOO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혐오표현이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집단이 ‘질병을 일으킨다’, ‘범죄를 저지른다’라는 말에 대해서는 혐오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병과 범죄를 막는 것은 정당한 일이며 나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또한, 선동자들은 혐오를 부추기기 위해 질병과 범죄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안전을 위해 해당 집단을 ‘쫓아내야 한다’거나 ‘분리시켜야 한다’고 선동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혐오표현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며, 안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질병이나 범죄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보다 엉뚱한 방향으로 주의를 집중하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더 위험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집단에 질병과 범죄에 대한 부당한 책임을 돌리게 되면, 그 집단에 대한 낙인이 심화하고 사회에서 더욱 배제되면서, 범죄 대응이나 방역은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 차별, 적개심, 폭력 등을 선동하는가?

"OO족 짱깨들을 한국에서 몰아내자"
"선 넘으면 처맞는다는 걸 깨닫게 해줘야 함"


혐오표현이 초래하는 해악의 마지막 단계는 차별이나 적개심, 폭력 등을 선동하는 것입니다. 선동이란 다른 사람을 부추겨서 어떤 행동에 나서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동성애자를 차별해도 된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거나, 동성애자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거나, ‘동성애자에게 폭력을 가해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선동이 실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은 혐오표현은 그만큼 심각한 혐오표현이라고 분류할 수 있으며, 혐오표현을 형사처벌하는 나라들은 주로 선동형 혐오표현을 그 대상으로 삼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시사기획 창' - '혐오 팬데믹' 편(4월26일 화요일 밤 10시 KBS 1TV 방송) 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작성자
김민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송형국 K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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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담이었다고요?…이런 게 ‘혐오표현’입니다
    • 입력 2022-04-21 14:05:17
    취재K
<strong>최근 우리 사회에 혐오 현상이 도를 넘어서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혐오표현을 해놓고도 “표현의 자유”라거나 “웃자고 한 말이다”라는 등, 혐오표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br /><br />KBS는 국내 혐오 연구 권위자인 김민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와 함께 ‘혐오표현 체크리스트’를 제작했습니다. 아래의 점검표를 활용해 시민 누구나 쉽게 점검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br /><br />이 체크리스트는 형사처벌 등 법적 규제를 위한 기준은 아닙니다. 직장, 학교, 미디어 등 일상에서의 기준을 제시한 것입니다. 우리 생활에서 오가는 혐오표현은 왜 생겨나며 이는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바탕으로 어떤 것이 혐오표현에 해당하는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strong><br />

■ 부정적인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표출하는가?

"운전을 저렇게 하는 거 보니 안 봐도 김 여사네"
"OO 출신은 원래 게으르지"


'어떤 집단 사람은 게으를 것이다' '특정 성별은 운전을 못하거나 운동신경이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개인을 범주화해 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차별이 됩니다.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지요.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부풀리기도 합니다.

설사 그 편견이 일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편견이 역사적·구조적 차별의 결과인 경우도 있습니다. "A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범죄율이 높아 위험하다"고 할 때, 실제 범죄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회적 배제와 차별의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사회의 책임을 특정 집단에게 돌리는 것으로 부당한 일입니다.

■ 열등한 존재로 묘사하거나 비인격적·경멸적 이름 붙이기인가?

"맘충" "OO인은 바퀴벌레" "꼴페미" "OO인은 더러워"

대표적으로 대상을 곤충에 비유해 비하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어떤 집단을 더러운 존재, 나아가 박멸해야 하는 존재로 격하하기 위해 비유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류의 혐오표현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자체로 모욕적으로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그 집단에 대해 ‘하찮게 대해도 좋다’, 즉 ‘차별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게 됩니다. 이런 표현은 차별을 정당화, 조장, 강화하는 효과를 매우 강하게 갖게 되며 이는 실제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웃음거리나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가?

장애인을 흉내 내는 경우
흑인으로 분장하고 코미디를 하는 경우


어떤 집단을 웃음거리로 여기는 경우 혐오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웃음거리로 여기는 것이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강자나 권력자에 대한 조롱과 희화화는 권력 감시 또는 풍자의 일환으로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조롱과 희화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기시되어 왔습니다.

사회적 강자의 경우는 웃음거리로 만든다 해도 공고하게 지위가 유지되는 반면, 약자에 대한 조롱은 지위 자체를 격하시키는 효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호기심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약자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은 그 집단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할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동료 시민으로서 존중하며 그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과 호기심 차원에서 접근하는 일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보호·동정의 대상으로 묘사하는가?

"불쌍한 장애인분들 도와드려야죠"
"미영 씨는 우리 팀의 꽃이니까 그냥 쉬어"


좋은 의도로 말했다거나 칭찬을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특정 집단에 대해 과도한 일반화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똑같이, 착한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장애인은 천사 같다”는 등의 고정관념으로 장애인을 다른 방식으로 대하다가 실제로 착하지 않은 장애인을 만날 경우, 이에 대해 실망한 다음 또 다른 편견을 갖기도 합니다.

또한, 남성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한 회사에서 여성 직원을 위한답시고 “꽃”에 비유해 다른 존재로 취급한다거나 해낼 수 있는 업무를 맡기지 않는 경우 조직적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모두 해당 집단의 구성원에게 특정 행동규범을 강요하는 굴레로 작동할 수 있고, 강요된 규범에서 벗어난 구성원에 대한 비난 혹은 집단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다른 사람과 똑같이 평등하게 대하는 것을 뜻합니다.

■ 질병·범죄 등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공포감을 부추기는가?

"OO인들 때문에 코로나가 퍼지고 있다"
"모든 OOO이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모든 테러리스트는 OOO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혐오표현이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집단이 ‘질병을 일으킨다’, ‘범죄를 저지른다’라는 말에 대해서는 혐오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병과 범죄를 막는 것은 정당한 일이며 나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또한, 선동자들은 혐오를 부추기기 위해 질병과 범죄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안전을 위해 해당 집단을 ‘쫓아내야 한다’거나 ‘분리시켜야 한다’고 선동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혐오표현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며, 안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질병이나 범죄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보다 엉뚱한 방향으로 주의를 집중하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더 위험한 상황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집단에 질병과 범죄에 대한 부당한 책임을 돌리게 되면, 그 집단에 대한 낙인이 심화하고 사회에서 더욱 배제되면서, 범죄 대응이나 방역은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 차별, 적개심, 폭력 등을 선동하는가?

"OO족 짱깨들을 한국에서 몰아내자"
"선 넘으면 처맞는다는 걸 깨닫게 해줘야 함"


혐오표현이 초래하는 해악의 마지막 단계는 차별이나 적개심, 폭력 등을 선동하는 것입니다. 선동이란 다른 사람을 부추겨서 어떤 행동에 나서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동성애자를 차별해도 된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거나, 동성애자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거나, ‘동성애자에게 폭력을 가해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선동이 실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은 혐오표현은 그만큼 심각한 혐오표현이라고 분류할 수 있으며, 혐오표현을 형사처벌하는 나라들은 주로 선동형 혐오표현을 그 대상으로 삼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시사기획 창' - '혐오 팬데믹' 편(4월26일 화요일 밤 10시 KBS 1TV 방송) 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작성자
김민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송형국 K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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