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된 상하이에선 무슨 일이…강제로 격리소, 식료품 대란까지

입력 2022.04.21 (14:48) 수정 2022.04.2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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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임시 병원에 수용된 상하이 시민들코로나19 임시 병원에 수용된 상하이 시민들

2,500만 명의 시민이 중국 상하이에 갇혔습니다. 3월 28일부터 시작된 도시 봉쇄 때문입니다.

소수의 확진자도 발본색원한다는 명분 아래 도시를 봉쇄하고 강제 검사를 반복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상하이는 철저한 통제 속에 관리되고 있습니다.

봉쇄가 한 달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도시 곳곳에서 봉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복통 진료 못 받고 극단적 선택…"병원 15곳 중 2곳만 진료"

지난 13일(현지시각) 오후 9시쯤 상하이에 살던 천순핑 씨는 복통 증세를 보였습니다. 대기자가 많아 기다리다가 오후 11시 50분쯤에야 겨우 구급차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병원들은 수용 환자들이 모두 코로나19 감염자들이라며 진료를 거부했습니다. 몇몇 병원은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구급차에 있던 의사는 심한 병이 아니니 약을 사 먹으라며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습니다. 자정이 넘긴 시간, 문을 연 약국은 없었습니다.

천 씨는 고통을 참으며 귀가했고 다음 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는 "가족에게 작별을 고해야겠어. 고통 참을 수 없어. 생의 종점에 다가온 것 같아"는 심경을 담은 유서를 남겼습니다. 현지 언론도 천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천 씨의 아들은 웨이보에 사연을 올렸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불치병 때문도, 교통사고 때문도 아니었다"며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웨이보에는 천 씨처럼 코로나19 방역에 밀려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하이 시민이 적어도 수백 명에 달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1시간 30분 동안 15곳의 병원에 전화를 걸었으나 12곳이 불통이었다"며 "2곳만 정상적으로 진료했고, 한 곳은 등록 환자만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천식 환자가 구급차의 늑장 대응으로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숨지는 일이 벌어져 상하이 방역 당국이 공식으로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격리소로 향하는 롄친촌 마을 주민들격리소로 향하는 롄친촌 마을 주민들

■ 마을 주민 통째로 격리소행…새벽에 문 강제 개방하기도

한밤 중에 격리소로 이송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난 16일 밤, 상하이 푸둥신구 롄친촌 마을 주민 3천여 명에게 '이송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어린이와 노약자까지 모두 99대의 버스에 나눠 탔습니다.

당국은 통고문에서 이 마을이 코로나19에 오염돼 주민 안전을 위해 대대적 소독이 불가피하다면서 모든 주민이 귀중품만 챙겨서 지정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오랜 봉쇄에도 이 마을에서 지속적으로 코로나19 양성 사례가 발견되자 내린 조치였습니다.

당국은 통고문에서 소독을 통해 안전한 환경을 마련한 뒤 주민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내 집에서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지난 19일 새벽 3시쯤 상하이 푸퉈구의 한 주택 현관문이 강제로 열렸습니다. 방역복을 입은 공안과 주민위원회 관계자들은 94살 할머니와 74살 아들을 격리소로 옮겼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13일 실시한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는데, 당국은 이들이 고령인데다 지병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가격리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8일 정책이 바뀌었다며 격리소로 옮기라는 통보가 왔습니다.

두 사람은 자연 치유돼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으니 집에 머무르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고 결국 강제로 격리소로 옮겨졌습니다.

지난달 30일, 상하이 마트의 텅 빈 진열대지난달 30일, 상하이 마트의 텅 빈 진열대

■ 공급망 무너지며 식료품 대란…코로나19 사망자 늘어

격리소로 옮겨지지 않고 집에 머무른다 해도 어려움은 남아 있습니다. 도시 봉쇄로 공급망이 무너져 식료품 대란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사재기한 식료품을 10배 이상의 고가로 판매해 폭리를 챙긴 판매업자들이 체포되고 타지에서 상하이에 보낸 채소 등 구호 물자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배송 지연으로 부패해 버려졌습니다.

주민들은 직접 생필품 도매업자를 찾아 거주지 단위로 공동구매를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시 봉쇄에도 사망자는 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첫 사망자가 나온 뒤 20일까지 모두 17명의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확인됐습니다. 신규 확진자도 하루 2만 명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상하이시는 '통제구역', '관리통제구역, '방어구역' 인구수를 조정하며 봉쇄를 조금 완화했지만, 도시 전면 봉쇄 자체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회 경제적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격리 시설 밖에서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면 제로 코로나'만이 방역 완화의 기점이 될 것으로 보여 상하이의 문이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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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쇄된 상하이에선 무슨 일이…강제로 격리소, 식료품 대란까지
    • 입력 2022-04-21 14:48:16
    • 수정2022-04-21 15: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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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임시 병원에 수용된 상하이 시민들
2,500만 명의 시민이 중국 상하이에 갇혔습니다. 3월 28일부터 시작된 도시 봉쇄 때문입니다.

소수의 확진자도 발본색원한다는 명분 아래 도시를 봉쇄하고 강제 검사를 반복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상하이는 철저한 통제 속에 관리되고 있습니다.

봉쇄가 한 달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도시 곳곳에서 봉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복통 진료 못 받고 극단적 선택…"병원 15곳 중 2곳만 진료"

지난 13일(현지시각) 오후 9시쯤 상하이에 살던 천순핑 씨는 복통 증세를 보였습니다. 대기자가 많아 기다리다가 오후 11시 50분쯤에야 겨우 구급차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병원들은 수용 환자들이 모두 코로나19 감염자들이라며 진료를 거부했습니다. 몇몇 병원은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구급차에 있던 의사는 심한 병이 아니니 약을 사 먹으라며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습니다. 자정이 넘긴 시간, 문을 연 약국은 없었습니다.

천 씨는 고통을 참으며 귀가했고 다음 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는 "가족에게 작별을 고해야겠어. 고통 참을 수 없어. 생의 종점에 다가온 것 같아"는 심경을 담은 유서를 남겼습니다. 현지 언론도 천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천 씨의 아들은 웨이보에 사연을 올렸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불치병 때문도, 교통사고 때문도 아니었다"며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웨이보에는 천 씨처럼 코로나19 방역에 밀려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하이 시민이 적어도 수백 명에 달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1시간 30분 동안 15곳의 병원에 전화를 걸었으나 12곳이 불통이었다"며 "2곳만 정상적으로 진료했고, 한 곳은 등록 환자만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천식 환자가 구급차의 늑장 대응으로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숨지는 일이 벌어져 상하이 방역 당국이 공식으로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격리소로 향하는 롄친촌 마을 주민들
■ 마을 주민 통째로 격리소행…새벽에 문 강제 개방하기도

한밤 중에 격리소로 이송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난 16일 밤, 상하이 푸둥신구 롄친촌 마을 주민 3천여 명에게 '이송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어린이와 노약자까지 모두 99대의 버스에 나눠 탔습니다.

당국은 통고문에서 이 마을이 코로나19에 오염돼 주민 안전을 위해 대대적 소독이 불가피하다면서 모든 주민이 귀중품만 챙겨서 지정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오랜 봉쇄에도 이 마을에서 지속적으로 코로나19 양성 사례가 발견되자 내린 조치였습니다.

당국은 통고문에서 소독을 통해 안전한 환경을 마련한 뒤 주민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내 집에서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지난 19일 새벽 3시쯤 상하이 푸퉈구의 한 주택 현관문이 강제로 열렸습니다. 방역복을 입은 공안과 주민위원회 관계자들은 94살 할머니와 74살 아들을 격리소로 옮겼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13일 실시한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는데, 당국은 이들이 고령인데다 지병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가격리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8일 정책이 바뀌었다며 격리소로 옮기라는 통보가 왔습니다.

두 사람은 자연 치유돼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으니 집에 머무르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고 결국 강제로 격리소로 옮겨졌습니다.

지난달 30일, 상하이 마트의 텅 빈 진열대
■ 공급망 무너지며 식료품 대란…코로나19 사망자 늘어

격리소로 옮겨지지 않고 집에 머무른다 해도 어려움은 남아 있습니다. 도시 봉쇄로 공급망이 무너져 식료품 대란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사재기한 식료품을 10배 이상의 고가로 판매해 폭리를 챙긴 판매업자들이 체포되고 타지에서 상하이에 보낸 채소 등 구호 물자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배송 지연으로 부패해 버려졌습니다.

주민들은 직접 생필품 도매업자를 찾아 거주지 단위로 공동구매를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시 봉쇄에도 사망자는 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첫 사망자가 나온 뒤 20일까지 모두 17명의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확인됐습니다. 신규 확진자도 하루 2만 명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상하이시는 '통제구역', '관리통제구역, '방어구역' 인구수를 조정하며 봉쇄를 조금 완화했지만, 도시 전면 봉쇄 자체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회 경제적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격리 시설 밖에서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면 제로 코로나'만이 방역 완화의 기점이 될 것으로 보여 상하이의 문이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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