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외교장관 공관…급선회 반복한 尹의 역설

입력 2022.04.21 (19:05) 수정 2022.04.2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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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관저 후보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관저를 옮길 예정이라고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결정이 뒤바뀐 겁니다.

당선 회견에서 "단단한 외교와 튼튼한 안보"를 강조했던 윤 당선인이 결론적으로 국방부에 이어 외교부 업무공간을 차지하게 된 상황은 다소 역설적입니다.

■ "원래 안 가려고 했는데"…한 달 만에 바뀐 이유

인수위는 당초 외교부 장관 공관은 후보지에서 배제했습니다. 이미 현직 장관이 입주해있고, 각종 행사도 열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육군참모총장은 주로 충남 계룡대에서 집무하기에 서울 공관을 자주 비워 부담이 덜했습니다.

하지만 인수위가 직접 가보니, 1975년에 준공된 낡은 건물이어서 리모델링에만 반년 가까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합니다. 반면 외부 손님을 자주 맞이하는 외교장관 공관은 유지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외교부는 지난해 정의용 장관 취임 직후에도 주거동 거실·식당 마루와 옥상 방수, 정원 산책로 등을 손봤습니다. (자료 :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인수위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은 어제(20일) 브리핑에서 "대안으로 외교장관 공관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다른 대안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지만 현 시점에서 입주는 기정사실로 보입니다. 집무실에 이어 관저도 '졸속 이전'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경호, 의전, 비용 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육참총장 공관이 불합리한 게 많아 대안을 찾은 것"이라며 "졸속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지난해 4월 17일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제공 : 외교부]지난해 4월 17일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제공 : 외교부]
■외교장관 공관, 靑 관저보다 3배 넓어…"외교자산"

그렇다면 외교장관 공관은 어떤 곳일까요? 우선 면적이 넓습니다. 대지 1만 4,710㎡(4,458평), 건물 면적은 1,434㎡(434평)입니다. 축구장 2개 면적입니다. 지금의 청와대 관저와 비교하면 대지는 3배 이상, 건물 면적은 본채 기준 1.8배입니다. 한남동에 있는 공관 6개 중에 가장 규모가 큽니다.

공관이 이렇게 넓은 이유는 단순히 장관의 지위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위를 기준으로 지었다면 대통령 관저가 가장 넓어야겠죠) 공관은 주거 목적의 관사와 달리 업무공간을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외교장관 공관은 외교활동의 자산으로 불립니다. 주한 외교사절 초청행사, 해외 주요 인사 방한 때 환영 연회 등이 수시로 열리는 곳입니다.

외교부는 공관 행사 내역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9월 15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8월 22일),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6월 4일), 존 케리 미국 대통령기후특사(4월 17일) 등이 공관을 찾았습니다.

■ "국방부에 이어 외교부까지…"

외교장관 공관이 어디로 옮겨갈지에 대해선 인수위는 함구하고 있습니다. 외교부 역시 공식 이전통보를 받지 않은 상태이기에 이와 관련해 언급할 수 없다며 답변을 삼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요 예산도 지금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육참총장 공관 리모델링 예산은 25억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대통령 집무실 이전비용 360억 원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이사 트럭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화면출처 : 연합뉴스]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이사 트럭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화면출처 : 연합뉴스]
대선 이후, 취임식 일정에 맞춰 청와대를 이전하는 것은 무리라는 속도조절론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인수위는 5월 10일 청와대 개방을 목표로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였습니다. 1월 27일 윤 당선인이 직접 발표한 '광화문 집무실' 공약은 53일 만에 '용산 집무실'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인수위는 국방부와 외교부를 둘러본 후 전자를 최종 낙점했습니다. 한숨 돌렸을 외교부, 이제 공관을 내줘야 할 처지입니다. 대체 장소를 찾아야 해 당분간 혼란은 피할 수 없을 듯 보입니다.

■ 관저 이전, 한 차례 더?

당선인이 임기 5년 안에 관저를 한 차례 더 옮길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지난달 20일 윤 당선인은 용산 집무실 이전을 직접 발표하며 "장기적으로는 이 구역(국방부 청사) 안에 관저나 외부 손님들을 모실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윤한홍 인수위 청와대 이전 TF(태스크포스) 팀장도 국방부 안에 관저가 신축될 때까지만 한남동 공관을 임시로 쓴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앞으로의 계획은 미정 상태입니다. 원일희 인수위 대변인은 어제 관저 신축에 대해 "(공관 이전과) 별개 문제로, 중장기 과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후 복수의 인수위 관계자들에게 추가로 문의해보니, 현재로선 신축 계획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당장 당선인이 입주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어서 신축을 논의할 상황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와 관련해 차기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진 후보자는 오늘(21일) "인수위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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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1 19:05:11
    • 수정2022-04-21 22:38:26
    취재K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관저 후보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관저를 옮길 예정이라고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결정이 뒤바뀐 겁니다.

당선 회견에서 "단단한 외교와 튼튼한 안보"를 강조했던 윤 당선인이 결론적으로 국방부에 이어 외교부 업무공간을 차지하게 된 상황은 다소 역설적입니다.

■ "원래 안 가려고 했는데"…한 달 만에 바뀐 이유

인수위는 당초 외교부 장관 공관은 후보지에서 배제했습니다. 이미 현직 장관이 입주해있고, 각종 행사도 열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육군참모총장은 주로 충남 계룡대에서 집무하기에 서울 공관을 자주 비워 부담이 덜했습니다.

하지만 인수위가 직접 가보니, 1975년에 준공된 낡은 건물이어서 리모델링에만 반년 가까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합니다. 반면 외부 손님을 자주 맞이하는 외교장관 공관은 유지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외교부는 지난해 정의용 장관 취임 직후에도 주거동 거실·식당 마루와 옥상 방수, 정원 산책로 등을 손봤습니다. (자료 :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인수위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은 어제(20일) 브리핑에서 "대안으로 외교장관 공관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다른 대안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지만 현 시점에서 입주는 기정사실로 보입니다. 집무실에 이어 관저도 '졸속 이전'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경호, 의전, 비용 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육참총장 공관이 불합리한 게 많아 대안을 찾은 것"이라며 "졸속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지난해 4월 17일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제공 : 외교부] ■외교장관 공관, 靑 관저보다 3배 넓어…"외교자산"

그렇다면 외교장관 공관은 어떤 곳일까요? 우선 면적이 넓습니다. 대지 1만 4,710㎡(4,458평), 건물 면적은 1,434㎡(434평)입니다. 축구장 2개 면적입니다. 지금의 청와대 관저와 비교하면 대지는 3배 이상, 건물 면적은 본채 기준 1.8배입니다. 한남동에 있는 공관 6개 중에 가장 규모가 큽니다.

공관이 이렇게 넓은 이유는 단순히 장관의 지위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위를 기준으로 지었다면 대통령 관저가 가장 넓어야겠죠) 공관은 주거 목적의 관사와 달리 업무공간을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외교장관 공관은 외교활동의 자산으로 불립니다. 주한 외교사절 초청행사, 해외 주요 인사 방한 때 환영 연회 등이 수시로 열리는 곳입니다.

외교부는 공관 행사 내역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9월 15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8월 22일),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6월 4일), 존 케리 미국 대통령기후특사(4월 17일) 등이 공관을 찾았습니다.

■ "국방부에 이어 외교부까지…"

외교장관 공관이 어디로 옮겨갈지에 대해선 인수위는 함구하고 있습니다. 외교부 역시 공식 이전통보를 받지 않은 상태이기에 이와 관련해 언급할 수 없다며 답변을 삼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요 예산도 지금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육참총장 공관 리모델링 예산은 25억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대통령 집무실 이전비용 360억 원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이사 트럭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화면출처 : 연합뉴스]대선 이후, 취임식 일정에 맞춰 청와대를 이전하는 것은 무리라는 속도조절론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인수위는 5월 10일 청와대 개방을 목표로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였습니다. 1월 27일 윤 당선인이 직접 발표한 '광화문 집무실' 공약은 53일 만에 '용산 집무실'로 바뀌었습니다.

당시 인수위는 국방부와 외교부를 둘러본 후 전자를 최종 낙점했습니다. 한숨 돌렸을 외교부, 이제 공관을 내줘야 할 처지입니다. 대체 장소를 찾아야 해 당분간 혼란은 피할 수 없을 듯 보입니다.

■ 관저 이전, 한 차례 더?

당선인이 임기 5년 안에 관저를 한 차례 더 옮길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지난달 20일 윤 당선인은 용산 집무실 이전을 직접 발표하며 "장기적으로는 이 구역(국방부 청사) 안에 관저나 외부 손님들을 모실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윤한홍 인수위 청와대 이전 TF(태스크포스) 팀장도 국방부 안에 관저가 신축될 때까지만 한남동 공관을 임시로 쓴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앞으로의 계획은 미정 상태입니다. 원일희 인수위 대변인은 어제 관저 신축에 대해 "(공관 이전과) 별개 문제로, 중장기 과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후 복수의 인수위 관계자들에게 추가로 문의해보니, 현재로선 신축 계획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당장 당선인이 입주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어서 신축을 논의할 상황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와 관련해 차기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진 후보자는 오늘(21일) "인수위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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