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식당 한끼에 7천 원…캠퍼스 물가 ‘비상’

입력 2022.04.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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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권 10장에 7만 원... 캠퍼스 물가도 비상

"학교 식당 가격이 이번달에 500원 더 올라서 7,000원이 됐어요. 전 보통 10개 묶음으로 식권을 사왔는데 , 한 번에 7만 원을 써야하는 거에요. 이럴 바에는 학교 밖에서 먹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세대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의 말입니다. 연세대는 지난 1일부터 학교 식당 '한경관'의 식대를 500원 올렸습니다.

연세대는 2019년 7월 6,000원에서 6,500원으로 한경관 식대를 인상했었습니다. 학교식당 물가가 2년 여만에 15% 넘게 오른 셈입니다.

캠퍼스 밥값 물가 상승, 비단 연세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서울대학교는 학생회관 식당 밥값을 1,000원씩 올려 7,000원짜리 메뉴가 생겼고, 중앙대학교는 지난해 9월 학생식당 한 곳의 식대를 3,200원으로 400원 올렸습니다. 고려대학교에선 1,000원에 제공하던 아침 식사가 사라졌습니다.

신촌에서도 관악에서도, 학생식당과 비슷한 가격으로 점심 한 끼를 파는 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럴 거면 학생식당이 왜 있냐'는 대학생들의 푸념, 이유 있어 보입니다.

이번 달부터 한 끼 7,000원으로 오른 연세대 구내 식당이번 달부터 한 끼 7,000원으로 오른 연세대 구내 식당

■ "코로나 19에 물가 상승까지... 버틸 방법 없어"

학교 식당 가격을 결정하는 생활협동조합도 할 말은 있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0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닭고기와 소고기, 곡물 등도 일제히 가격이 오르며 식탁 물가가 크게 뛰었습니다.

그 여파가 학생 식당까지 미쳤다는 게 생협 측 주장입니다.

연세대학교 생협 관계자는 "육류, 면류부터 올리브유, 설탕, 소금까지 식자재가 가릴 것 없이 모두 올랐다"며 "식당 측에서 요구한 것보다 훨씬 덜 올라가게 1차 조정을 해놓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중앙대 생협 관계자도 "원자재들이 계속 오르고 있어 그동안 학교에서 방어하고 있었다"면서 "가격 상승 압박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대면 수업 활성화로 캠퍼스에 등교하는 학생이 없었으니 구내식당에도 손님이 없었고, 자연스레 저렴한 메뉴는 사라졌습니다.

학생 식당 운영 자체가 어렵기도 했습니다. 성균관대학교는 비대면 수업 기간에 학생 식당을 4곳 중의 1곳만 운영하다 최근에야 다시 정상화했습니다.


■ "생협 혼자 부담 안 돼…. 학교 지원 필요"

학생들도 이런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식대 인상 전에 학생회와 협의 과정을 거친다지만, 학내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 중 하나인 학생들이 가격 결정 과정을 알기 어렵다는 겁니다.

연세대 재학생 A 씨는 "학생들에게 가격 인상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과정이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 가서 식권을 사 보니 가격이 올라 있더라는 겁니다.

연세대 생협 측은 다음 달 추가로 식대를 올리기 전에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 인상안을 만들겠다고 취재진에게 밝혔습니다. 하지만 밥값은 이달 초에 이미 한 차례 올랐습니다.

코로나19 등의 상황을 생각해 대학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울대 학생 단체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이재현 대표는 "식사는 학생에게 제공하는 기본적인 복지라는 공감대가 있어 대학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재정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대학이 직접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립대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7번째, 국공립대 등록금은 8번째로 높습니다.

13년간 등록금이 동결됐지만, 애초 높게 책정됐던 탓입니다. 비싼 등록금에 가뜩이나 가벼운 대학생들의 주머니를 생각하면, 높아만가는 캠퍼스 물가에 대해 학교가 뒷짐만 지고 있는 건 무책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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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식당 한끼에 7천 원…캠퍼스 물가 ‘비상’
    • 입력 2022-04-22 07:00:45
    취재K

■ 식권 10장에 7만 원... 캠퍼스 물가도 비상

"학교 식당 가격이 이번달에 500원 더 올라서 7,000원이 됐어요. 전 보통 10개 묶음으로 식권을 사왔는데 , 한 번에 7만 원을 써야하는 거에요. 이럴 바에는 학교 밖에서 먹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세대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의 말입니다. 연세대는 지난 1일부터 학교 식당 '한경관'의 식대를 500원 올렸습니다.

연세대는 2019년 7월 6,000원에서 6,500원으로 한경관 식대를 인상했었습니다. 학교식당 물가가 2년 여만에 15% 넘게 오른 셈입니다.

캠퍼스 밥값 물가 상승, 비단 연세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서울대학교는 학생회관 식당 밥값을 1,000원씩 올려 7,000원짜리 메뉴가 생겼고, 중앙대학교는 지난해 9월 학생식당 한 곳의 식대를 3,200원으로 400원 올렸습니다. 고려대학교에선 1,000원에 제공하던 아침 식사가 사라졌습니다.

신촌에서도 관악에서도, 학생식당과 비슷한 가격으로 점심 한 끼를 파는 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럴 거면 학생식당이 왜 있냐'는 대학생들의 푸념, 이유 있어 보입니다.

이번 달부터 한 끼 7,000원으로 오른 연세대 구내 식당
■ "코로나 19에 물가 상승까지... 버틸 방법 없어"

학교 식당 가격을 결정하는 생활협동조합도 할 말은 있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0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닭고기와 소고기, 곡물 등도 일제히 가격이 오르며 식탁 물가가 크게 뛰었습니다.

그 여파가 학생 식당까지 미쳤다는 게 생협 측 주장입니다.

연세대학교 생협 관계자는 "육류, 면류부터 올리브유, 설탕, 소금까지 식자재가 가릴 것 없이 모두 올랐다"며 "식당 측에서 요구한 것보다 훨씬 덜 올라가게 1차 조정을 해놓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중앙대 생협 관계자도 "원자재들이 계속 오르고 있어 그동안 학교에서 방어하고 있었다"면서 "가격 상승 압박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대면 수업 활성화로 캠퍼스에 등교하는 학생이 없었으니 구내식당에도 손님이 없었고, 자연스레 저렴한 메뉴는 사라졌습니다.

학생 식당 운영 자체가 어렵기도 했습니다. 성균관대학교는 비대면 수업 기간에 학생 식당을 4곳 중의 1곳만 운영하다 최근에야 다시 정상화했습니다.


■ "생협 혼자 부담 안 돼…. 학교 지원 필요"

학생들도 이런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식대 인상 전에 학생회와 협의 과정을 거친다지만, 학내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 중 하나인 학생들이 가격 결정 과정을 알기 어렵다는 겁니다.

연세대 재학생 A 씨는 "학생들에게 가격 인상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과정이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 가서 식권을 사 보니 가격이 올라 있더라는 겁니다.

연세대 생협 측은 다음 달 추가로 식대를 올리기 전에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 인상안을 만들겠다고 취재진에게 밝혔습니다. 하지만 밥값은 이달 초에 이미 한 차례 올랐습니다.

코로나19 등의 상황을 생각해 대학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울대 학생 단체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이재현 대표는 "식사는 학생에게 제공하는 기본적인 복지라는 공감대가 있어 대학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재정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대학이 직접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립대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7번째, 국공립대 등록금은 8번째로 높습니다.

13년간 등록금이 동결됐지만, 애초 높게 책정됐던 탓입니다. 비싼 등록금에 가뜩이나 가벼운 대학생들의 주머니를 생각하면, 높아만가는 캠퍼스 물가에 대해 학교가 뒷짐만 지고 있는 건 무책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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