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범행은 인간이 될 것”…제주 동물학대 강력 수사 촉구

입력 2022.04.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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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방지연합이 SNS에 공개했던 경기도 이천 강아지 성 학대 사건 당시 현장동물학대방지연합이 SNS에 공개했던 경기도 이천 강아지 성 학대 사건 당시 현장

사례 1 : 경기도 이천에서 수족관에 묶여 있던 생후 3개월 진돗개에게 성적 학대를 저지른 남성. 이 남성은 범행 한 달 전 외국인 피해자를 강제추행 한 것으로도 확인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받았습니다. (2019년 대구지방법원)

사례 2 : 자신을 따라오는 강아지를 주거지로 유인해 성적 학대를 저지렀던 남성. 이 남성은 뇌병변 2급 장애인 피해자를 강제추행 한 것으로도 확인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았습니다. (2015년 광주지방법원)

사례 3 : 주거지로 침입해 집 안 물건을 부수고 피해자를 폭행했던 남성, 이 남성은 피해자 반려견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숨을 쉬지 못하게 한 뒤, 겁먹은 피해자를 위협해 성폭행해 징역 2년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2019년 인천지방법원)

지난해 동물자유연대와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이 펴낸 '동물학대 판례평석'에 소개된 사례들입니다.

지난해 길고양이 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인증 사진과 영상 등을 공유해 많은 이의 공분을 샀던 이른바 '고어전문방' 사건에서 참가자들은 "산 채로 가죽 뜯는 영상", "동물을 갈아 죽이는 영상" 등을 요청한 것도 모자라 '여성에 대한 범죄'까지 언급해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중학생 딸의 동창을 성추행하고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영학중학생 딸의 동창을 성추행하고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영학

중학생 딸의 동창을 성추행하고 살해한 이영학 역시 재판 과정에서 딸이 자신을 무서워 한 이유에 대해 '개 여섯 마리를 화가 나 망치로 때려 죽였기 때문'이라며 학대 사실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동물학대와 강력범죄와의 연관성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드러난 바 있습니다.

최근 제주에서 동물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동물보호단체가 조속한 범인 검거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이유입니다.

제주도 동물학대 사건 강력 수사 촉구 기자회견제주도 동물학대 사건 강력 수사 촉구 기자회견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는 어제(21일)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 학대범들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평범한 일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고, 어딘가에서 이 상황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다음 범행은 인간이 될 것이란 것 또한 잊어선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찰은 수사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보다는, 더는 학대받는 동물이 발생하지 않고, 반려동물 가족이 고통받지 않도록 강력한 수사로 사건에 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제주에서는 최근 7살 된 푸들을 코만 내놓은 채 생매장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앞선 지난 13일에는 한 사설 유기견 쉼터 인근에서 입과 발이 결박된 채 버려진 강아지가 발견돼 전국적으로 큰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코만 밖으로 나온 채 생매장된 푸들제주에서 코만 밖으로 나온 채 생매장된 푸들

제주서부경찰서는 관계자 진술과 주변 CCTV 등을 분석해 범인을 쫓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황입니다.

■ 동물학대범 얼굴 공개하고, 피해 동물 관련 권리 박탈

동물학대와 강력범죄는 모두 약자를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과거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동물 학대자의 70%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질렀고, 연쇄살인범의 경우 대부분 동물학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연방수사국 FBI는 이점에 착안해 이미 2015년부터 동물학대 범죄를 반사회적 범죄로 보고, 국가사건보고시스템에 동물학대 항목을 신설해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30여 개 주에서는 동물학대자에게 법원이 심리와 정신의학분석, 치료와 상담 교육 등을 받도록 명령하고 있습니다.

국회도서관이 지난해 발간한 '동물학대 행위자 심리상담 제도 도입 관련 미국 입법례'에 따르면, 테네시주는 다른 주와 달리 동물학대범 등록법을 통해 동물학대 범죄자의 이름과 사진 등을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이트에는 범죄자의 사진과 이름, 주소, 판결 날짜 등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https://www.tn.gov/tbi/tennessee-animal-abuse-registry.html)

일리노이주는 인도적 동물 돌봄법을 통해 동물을 구타하거나 잔인하게 대하는 행위, 굶주리거나 과로하게 하는 등의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A급 경범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2회 이상 위반할 경우 4급 중범죄로 처벌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 오리건주 등은 법원이 동물학대 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에게 심리치료 또는 심리상담 등을 받도록 명령할 수 있고, 해당 동물에 대한 권리 박탈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법원이 동물 학대 행위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때 재범 방지를 위해 최대 200시간 내에서 상담과 교육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바 있습니다.

■ "실질적인 처벌 위해 동물학대 양형기준 확립해야"

하지만 여전히 동물학대에 대한 명확한 양형기준이 없어 실질적인 처벌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는 "지난 10년 동안 전국적으로 4,400명의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 가운데 실형 선고 비율은 1%가 안 된다"며"천인공노할 동물학대를 저질러도 법원에서 불기소 처분과 벌금, 집행유예 등을 내리기 때문에, 법원의 처벌이 오히려 동물학대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의 한 유기견 쉼터 인근에서 입과 발이 결박된 채 발견된 주홍이제주의 한 유기견 쉼터 인근에서 입과 발이 결박된 채 발견된 주홍이

지난해 정부는 법원의 실제 판결이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강화된 벌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제8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동물 학대 관련 범죄의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했지만 제외됐습니다.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장은 "실질적이고 강화된 처벌을 내리기 위해 명확한 양형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경찰의 초동조치에 대한 전문성 강화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송 팀장은 "동물들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초동 단계에서의 증거수집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죽은 경우에는 사체 부검 등도 필요하다"며 "경찰에서 지난해 '동물대상범죄 벌칙해설'을 전국으로 배포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시민들 역시 학대 행위를 발견했을 때 용기를 내 영상 등 증거를 확보하고, 즉각 신고할 수 있는 인식을 마련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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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범행은 인간이 될 것”…제주 동물학대 강력 수사 촉구
    • 입력 2022-04-22 07:00:46
    취재K
동물학대방지연합이 SNS에 공개했던 경기도 이천 강아지 성 학대 사건 당시 현장
사례 1 : 경기도 이천에서 수족관에 묶여 있던 생후 3개월 진돗개에게 성적 학대를 저지른 남성. 이 남성은 범행 한 달 전 외국인 피해자를 강제추행 한 것으로도 확인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받았습니다. (2019년 대구지방법원)

사례 2 : 자신을 따라오는 강아지를 주거지로 유인해 성적 학대를 저지렀던 남성. 이 남성은 뇌병변 2급 장애인 피해자를 강제추행 한 것으로도 확인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았습니다. (2015년 광주지방법원)

사례 3 : 주거지로 침입해 집 안 물건을 부수고 피해자를 폭행했던 남성, 이 남성은 피해자 반려견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숨을 쉬지 못하게 한 뒤, 겁먹은 피해자를 위협해 성폭행해 징역 2년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2019년 인천지방법원)

지난해 동물자유연대와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이 펴낸 '동물학대 판례평석'에 소개된 사례들입니다.

지난해 길고양이 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인증 사진과 영상 등을 공유해 많은 이의 공분을 샀던 이른바 '고어전문방' 사건에서 참가자들은 "산 채로 가죽 뜯는 영상", "동물을 갈아 죽이는 영상" 등을 요청한 것도 모자라 '여성에 대한 범죄'까지 언급해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중학생 딸의 동창을 성추행하고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영학
중학생 딸의 동창을 성추행하고 살해한 이영학 역시 재판 과정에서 딸이 자신을 무서워 한 이유에 대해 '개 여섯 마리를 화가 나 망치로 때려 죽였기 때문'이라며 학대 사실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동물학대와 강력범죄와의 연관성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드러난 바 있습니다.

최근 제주에서 동물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동물보호단체가 조속한 범인 검거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이유입니다.

제주도 동물학대 사건 강력 수사 촉구 기자회견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는 어제(21일)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 학대범들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평범한 일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고, 어딘가에서 이 상황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다음 범행은 인간이 될 것이란 것 또한 잊어선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찰은 수사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보다는, 더는 학대받는 동물이 발생하지 않고, 반려동물 가족이 고통받지 않도록 강력한 수사로 사건에 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제주에서는 최근 7살 된 푸들을 코만 내놓은 채 생매장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앞선 지난 13일에는 한 사설 유기견 쉼터 인근에서 입과 발이 결박된 채 버려진 강아지가 발견돼 전국적으로 큰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코만 밖으로 나온 채 생매장된 푸들
제주서부경찰서는 관계자 진술과 주변 CCTV 등을 분석해 범인을 쫓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황입니다.

■ 동물학대범 얼굴 공개하고, 피해 동물 관련 권리 박탈

동물학대와 강력범죄는 모두 약자를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과거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동물 학대자의 70%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질렀고, 연쇄살인범의 경우 대부분 동물학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연방수사국 FBI는 이점에 착안해 이미 2015년부터 동물학대 범죄를 반사회적 범죄로 보고, 국가사건보고시스템에 동물학대 항목을 신설해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30여 개 주에서는 동물학대자에게 법원이 심리와 정신의학분석, 치료와 상담 교육 등을 받도록 명령하고 있습니다.

국회도서관이 지난해 발간한 '동물학대 행위자 심리상담 제도 도입 관련 미국 입법례'에 따르면, 테네시주는 다른 주와 달리 동물학대범 등록법을 통해 동물학대 범죄자의 이름과 사진 등을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이트에는 범죄자의 사진과 이름, 주소, 판결 날짜 등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https://www.tn.gov/tbi/tennessee-animal-abuse-registry.html)

일리노이주는 인도적 동물 돌봄법을 통해 동물을 구타하거나 잔인하게 대하는 행위, 굶주리거나 과로하게 하는 등의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A급 경범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2회 이상 위반할 경우 4급 중범죄로 처벌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 오리건주 등은 법원이 동물학대 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에게 심리치료 또는 심리상담 등을 받도록 명령할 수 있고, 해당 동물에 대한 권리 박탈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법원이 동물 학대 행위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때 재범 방지를 위해 최대 200시간 내에서 상담과 교육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바 있습니다.

■ "실질적인 처벌 위해 동물학대 양형기준 확립해야"

하지만 여전히 동물학대에 대한 명확한 양형기준이 없어 실질적인 처벌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는 "지난 10년 동안 전국적으로 4,400명의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 가운데 실형 선고 비율은 1%가 안 된다"며"천인공노할 동물학대를 저질러도 법원에서 불기소 처분과 벌금, 집행유예 등을 내리기 때문에, 법원의 처벌이 오히려 동물학대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의 한 유기견 쉼터 인근에서 입과 발이 결박된 채 발견된 주홍이
지난해 정부는 법원의 실제 판결이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강화된 벌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제8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동물 학대 관련 범죄의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했지만 제외됐습니다.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장은 "실질적이고 강화된 처벌을 내리기 위해 명확한 양형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경찰의 초동조치에 대한 전문성 강화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송 팀장은 "동물들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초동 단계에서의 증거수집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죽은 경우에는 사체 부검 등도 필요하다"며 "경찰에서 지난해 '동물대상범죄 벌칙해설'을 전국으로 배포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시민들 역시 학대 행위를 발견했을 때 용기를 내 영상 등 증거를 확보하고, 즉각 신고할 수 있는 인식을 마련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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