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해킹]① 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

입력 2022.04.22 (13:26) 수정 2022.05.0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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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지난해 말 국내 아파트 거실 모습이 몰래 촬영된 영상이 해외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아파트 '월패드 해킹 의혹'이 부각됐습니다. KBS는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 아파트 해킹이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관련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실태를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시리즈 목차
[아파트 해킹①]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
[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
[아파트 해킹③] 내집 홈게이트웨이 어디에?…"3가지만 보세요"


■ '월패드' 해킹돼 사생활 유출…"내 집인데도 항상 조심스러워"

"해커들이 한국 17만 가구의 사생활 영상을 유출했다."

지난해 말, 해외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글입니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거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여성이 소파에 앉아 식사하는 모습, 전화하거나 TV를 시청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어떻게 찍혀 유출된 것일까? 방문자 확인을 위해 아파트 거실에 설치된 장비, '월패드'의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주로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를 구축한 아파트에서 이러한 해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지능형 홈네트워크' 적용한 아파트…해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 이유

각 가정의 거실 등에 월패드가 있다면 해당 아파트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를 적용한 경우입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는 2009년 관련 고시가 처음 제정됐습니다. 이때부터 아파트는 건축할 때 선택적으로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를 넣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관련 산업을 더 육성하기 위해 아예 50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의 경우 의무적으로 '지능형 홈네트워크'를 하게끔 강화됐습니다. 이 고시는 건축법에도 그대로 준용됩니다.

주택 단지 내 지능형 정보통신과 가전기기 등을 서로 상호 연동해 주거서비스를 한층 더 편리하고 손쉽게 제어하기 위한 설비가 지능형 홈네트워크입니다. 주로 거실에 있는 월패드를 통해 단지 CCTV나 지하 주차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고 엘리베이터 호출은 물론 도어락 개폐, 가스차단기 제어, 세대 내 통화 등 모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손쉬운 제어 바탕에는 통신망이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의 망이 집 안에 있는 개인 월패드까지 하나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해킹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이자 유일한 장치가 바로 '홈게이트웨이'입니다. 해커 등이 외부에서 단일망을 통해 집 안으로 접근하려 할 경우 집 안에 설치된 홈게이트웨이가 IP 주소를 임의로 바꿔 차단하는 일종의 방어막 역할을 합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가 해킹 위험에서 안전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장치기 때문에 관련 고시가 지난 10여 년간 아홉 차례나 개정이 되는 동안 이 홈게이트웨이는 한 번도 필수 설비에서 빠진 적이 없습니다.

■ '홈게이트웨이' 필수 설비인데도…시공 수년간 누락

그런데 이 필수 설비가 지난 수년간 수많은 아파트에서 누락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은 현장 취재와 사용 전 통신공사감리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실태를 확인했습니다.

경기 시흥의 한 아파트를 방문해 통신단자함을 확인해봤지만, '홈게이트웨이'가 없었고 이는 올해
1월 입주한 부산광역시 동래구의 한 아파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송태선(전 공동주택품질검수위원)
"현재 이 (홈게이트웨이 미시공) 상태라면 복도에 있는 스위칭허브(단지 공동망)에서 IP를 탐색해보면 월패드의 IP가 고스란히 밖으로 노출돼 있다는 거죠. 무조건 (해킹에) 뚫리는 겁니다."

해킹 위험을 막는 데 필수적인 홈게이트웨이가 설치돼 있지 않은 아파트는 취재진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확보한 일부 지역의 감리보고서 내용을 추린 것만 120여 개 단지, 최소 15만 가구가 넘습니다. 범위를 전국으로 넓혀 실태를 파악한다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세대의 주민들은 이를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법적으로 이상이 없이 맞게 지었을 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특별하게 문제가 없는 한 대개의 주민들은 통신단자함을 열어보는 일이 흔치 않습니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이 해킹을 막는 필수 설비가 '홈게이트웨이'가 수많은 아파트 시공 단계에서 빠진 상황. 아파트 중심인 한국의 주거 특성까지 더해 국내 수많은 아파트가 해커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아파트 해킹]① 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6629
[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7123
[아파트 해킹]③ 내 집 홈게이트웨이는 어디에?…“3가지만 보세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7390
[아파트 해킹]④ “필수인 것 몰랐다”더니…10년간 회의만 최소 9차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8022
[아파트 해킹]⑤ 감리도 준공승인도 ‘10년 넘게 통과’…어떻게 가능했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8702
[아파트 해킹]⑥ “우리 집도 없어요”…건설사·제조사에 문의 빗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51994
[아파트 해킹]⑦ “홈게이트웨이 누락엔 과기부도 한몫”…바로잡을 기회 스스로 찼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57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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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해킹]① 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
    • 입력 2022-04-22 13:26:55
    • 수정2022-05-06 16:28:34
    취재K
<strong>지난해 말 국내 아파트 거실 모습이 몰래 촬영된 영상이 해외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아파트 '월패드 해킹 의혹'이 부각됐습니다. KBS는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 아파트 해킹이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관련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실태를 연속으로 보도합니다.</strong><strong> </strong><br /><br />시리즈 목차<br /><strong>[아파트 해킹①]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strong><br />[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br />[아파트 해킹③] 내집 홈게이트웨이 어디에?…"3가지만 보세요"

■ '월패드' 해킹돼 사생활 유출…"내 집인데도 항상 조심스러워"

"해커들이 한국 17만 가구의 사생활 영상을 유출했다."

지난해 말, 해외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글입니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거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여성이 소파에 앉아 식사하는 모습, 전화하거나 TV를 시청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어떻게 찍혀 유출된 것일까? 방문자 확인을 위해 아파트 거실에 설치된 장비, '월패드'의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주로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를 구축한 아파트에서 이러한 해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지능형 홈네트워크' 적용한 아파트…해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 이유

각 가정의 거실 등에 월패드가 있다면 해당 아파트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를 적용한 경우입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는 2009년 관련 고시가 처음 제정됐습니다. 이때부터 아파트는 건축할 때 선택적으로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를 넣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관련 산업을 더 육성하기 위해 아예 50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의 경우 의무적으로 '지능형 홈네트워크'를 하게끔 강화됐습니다. 이 고시는 건축법에도 그대로 준용됩니다.

주택 단지 내 지능형 정보통신과 가전기기 등을 서로 상호 연동해 주거서비스를 한층 더 편리하고 손쉽게 제어하기 위한 설비가 지능형 홈네트워크입니다. 주로 거실에 있는 월패드를 통해 단지 CCTV나 지하 주차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고 엘리베이터 호출은 물론 도어락 개폐, 가스차단기 제어, 세대 내 통화 등 모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손쉬운 제어 바탕에는 통신망이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의 망이 집 안에 있는 개인 월패드까지 하나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해킹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이자 유일한 장치가 바로 '홈게이트웨이'입니다. 해커 등이 외부에서 단일망을 통해 집 안으로 접근하려 할 경우 집 안에 설치된 홈게이트웨이가 IP 주소를 임의로 바꿔 차단하는 일종의 방어막 역할을 합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가 해킹 위험에서 안전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장치기 때문에 관련 고시가 지난 10여 년간 아홉 차례나 개정이 되는 동안 이 홈게이트웨이는 한 번도 필수 설비에서 빠진 적이 없습니다.

■ '홈게이트웨이' 필수 설비인데도…시공 수년간 누락

그런데 이 필수 설비가 지난 수년간 수많은 아파트에서 누락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은 현장 취재와 사용 전 통신공사감리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실태를 확인했습니다.

경기 시흥의 한 아파트를 방문해 통신단자함을 확인해봤지만, '홈게이트웨이'가 없었고 이는 올해
1월 입주한 부산광역시 동래구의 한 아파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송태선(전 공동주택품질검수위원)
"현재 이 (홈게이트웨이 미시공) 상태라면 복도에 있는 스위칭허브(단지 공동망)에서 IP를 탐색해보면 월패드의 IP가 고스란히 밖으로 노출돼 있다는 거죠. 무조건 (해킹에) 뚫리는 겁니다."

해킹 위험을 막는 데 필수적인 홈게이트웨이가 설치돼 있지 않은 아파트는 취재진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확보한 일부 지역의 감리보고서 내용을 추린 것만 120여 개 단지, 최소 15만 가구가 넘습니다. 범위를 전국으로 넓혀 실태를 파악한다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세대의 주민들은 이를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법적으로 이상이 없이 맞게 지었을 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특별하게 문제가 없는 한 대개의 주민들은 통신단자함을 열어보는 일이 흔치 않습니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이 해킹을 막는 필수 설비가 '홈게이트웨이'가 수많은 아파트 시공 단계에서 빠진 상황. 아파트 중심인 한국의 주거 특성까지 더해 국내 수많은 아파트가 해커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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