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에 화려한 야경…평양 스카이라인의 ‘끝없는 변신’

입력 2022.04.22 (19:47) 수정 2022.04.2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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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송화 거리’평양 ‘송화 거리’

■ 1년 만에 허허 벌판에서 대규모 신도시로...평양 '송신·송화 지구'

저녁 어스름이 찾아오자 하나 둘 켜지는 화려한 조명에 건물들이 빛을 발하고, 초고층 아파트와 각양 각색의 건물들이 평양의 밤거리를 수놓기 시작한다. 단연 눈에 띄는 80층 아파트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5년간 매년 평양 1만 호 주택 건설' 목표에 따라 조성된 평양의 송화거리, 언뜻 봐선 여기가 북한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더 놀라운 건 공사기간이다. 지난해 3월 착공한 뒤 평양 동남부에 위치한 외곽 지역이 대규모 신도시로 변한 데에는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북한식 속도전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더 높이, 더 크게...달라지는 '스카이라인'

6.25 전쟁 직후 평양은 철저히 계획 도시로 거듭났다. 김일성 주석은 폐허가 된 도시 재건에 집중했고, 그 결과 평양 외곽에 우리의 신도시 개발과 비슷한 대규모 거리가 조성됐다. 이때 생겨난 곳이 천리마 거리, 낙원 거리 등이다.

대로변을 중심으로 주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1970년 대엔 20층 높이의 아파트가, 1980년대에는 창광거리와 경흥거리에 40층 높이의 아파트까지 세워졌다.

하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국가 주도의 대규모 건설 사업이 중단되면서 이후 평양은 주택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2000년대 들어 평양의 주택난 해결은 북한 당국의 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2008년 평양 10만 호 건설 사업이 발표됐지만, 자재난 등으로 당초 계획대로 완공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평양의 주택 사업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다시 한번 전환기를 맞게 된다. 집권 첫 해 대규모 주택단지인 '창전 거리'가 조성되고, 53층 주상복합아파트 '은하'로 대표되는 '미래과학자거리'도 탄생한다.

미래과학자거리 모습미래과학자거리 모습

북한의 웹 사이트 <조선의 오늘>은 미래과학자거리에 투입된 비용은 북한 돈으로 99억 5천여만 원, 총 부지 면적은 38만 9천 5백여 제곱미터, 연건축 면적 87만 6천여 제곱미터 크기라고 소개했다. 2천 584세대, 주택 19개 호동, 상업시설 17개 호동이 들어서 있는 대단지이다.

입주민들은 대부분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개발과 핵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가족이다. 김정은 정권의 과학기술 중시, 과학자 우대 정책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언론에서도 "우리 당의 과학 중시, 인재중시사상과 사회주의조선의 위력을 과시하는 기념비적창조물"이라고 선전했다.

평양의 스카이라인을 바꾼 '려명거리' 또한 대표적인 개발 지역으로 꼽힌다.

평양의 맨해튼, '평해튼'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지역은 북한의 10대 고층 건물 중 절반이 위치해 있을 정도로 부유촌이 됐다. 2016년 평양발로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북한 평양에 거주하는 상위 1% 부유층이 '려명거리'에 살고 있다고 한다. 당시 북한 노동당 7차 대회를 취재한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근처 독일식 레스토랑에 갔을 때 스테이크의 가격은 48달러(5만 6천 원) 라고 전했다. 평균 3천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북한 노동자가 1년 반을 모아야 먹을 수 있는 가격이니, 북한 내 빈부 격차도 상당해졌음을 알 수 있다.


보통강 강안(강변) 다락식(테라스식) 주택지구보통강 강안(강변) 다락식(테라스식) 주택지구

최근 태양절을 맞아 특히 주목받은 곳은 보통강 강변에 위치한 고급 주택지구이다.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강변을 따라 건물을 짓는 것은 과거에 보기 드물었던 광경이지만, 현재 평양의 각종 랜드마크는 강변 주변을 따라 형성되어 있을 정도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태양절(15일)을 앞두고 리춘히 조선중앙TV 아나운서에 새 집을 선물하고 리춘히 가족과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이뿐만 아니라 최성원 아나운서, 노동신문 동태관 논설위원 등 체제 선전에 앞장서는 이들도 입주권을 얻었다.

체제 결속의 첨병으로 활동하는 특권층에 대한 보상이자, 지속적인 충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대규모 건설은 김정은 위원장의 '건설 정치?'

구글 지도로 본 북한의 거리구글 지도로 본 북한의 거리

대북제재의 장기화와 코로나19 국경봉쇄로 북한의 대규모 공사들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왔지만, 이를 불식시키려는 듯 평양에는 초고층 건물들과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북한은 금수산 태양궁전 부근을 '화성 지구'로 지정하고 1만 세대 건설에 나섰다. 이곳은 정치·군사 용도로만 쓰이던 개발 제한 지역이었다. 이른바 '그린벨트'를 해제한 셈이다.

경제난 속에 북한이 연일 건설 분야의 치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침체된 내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한편, 대외적으로 자력 갱생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화성지구 만 세대 착공식 연설에서 "대규모 건설을 통해 결속하고, 대외 압박에 맞서자"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의 이런 행보에 대해 "제재를 받고 있음에도 전략전술무기를 만들어 내고, 대규모 거리와 주택을 건설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제재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 하는 의도"라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23일 오전 7시 50분 남북의 창 [요즘 북한은]에서 방송됩니다.

김소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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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K
평양 ‘송화 거리’
■ 1년 만에 허허 벌판에서 대규모 신도시로...평양 '송신·송화 지구'

저녁 어스름이 찾아오자 하나 둘 켜지는 화려한 조명에 건물들이 빛을 발하고, 초고층 아파트와 각양 각색의 건물들이 평양의 밤거리를 수놓기 시작한다. 단연 눈에 띄는 80층 아파트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5년간 매년 평양 1만 호 주택 건설' 목표에 따라 조성된 평양의 송화거리, 언뜻 봐선 여기가 북한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더 놀라운 건 공사기간이다. 지난해 3월 착공한 뒤 평양 동남부에 위치한 외곽 지역이 대규모 신도시로 변한 데에는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북한식 속도전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더 높이, 더 크게...달라지는 '스카이라인'

6.25 전쟁 직후 평양은 철저히 계획 도시로 거듭났다. 김일성 주석은 폐허가 된 도시 재건에 집중했고, 그 결과 평양 외곽에 우리의 신도시 개발과 비슷한 대규모 거리가 조성됐다. 이때 생겨난 곳이 천리마 거리, 낙원 거리 등이다.

대로변을 중심으로 주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1970년 대엔 20층 높이의 아파트가, 1980년대에는 창광거리와 경흥거리에 40층 높이의 아파트까지 세워졌다.

하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국가 주도의 대규모 건설 사업이 중단되면서 이후 평양은 주택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2000년대 들어 평양의 주택난 해결은 북한 당국의 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2008년 평양 10만 호 건설 사업이 발표됐지만, 자재난 등으로 당초 계획대로 완공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평양의 주택 사업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다시 한번 전환기를 맞게 된다. 집권 첫 해 대규모 주택단지인 '창전 거리'가 조성되고, 53층 주상복합아파트 '은하'로 대표되는 '미래과학자거리'도 탄생한다.

미래과학자거리 모습
북한의 웹 사이트 <조선의 오늘>은 미래과학자거리에 투입된 비용은 북한 돈으로 99억 5천여만 원, 총 부지 면적은 38만 9천 5백여 제곱미터, 연건축 면적 87만 6천여 제곱미터 크기라고 소개했다. 2천 584세대, 주택 19개 호동, 상업시설 17개 호동이 들어서 있는 대단지이다.

입주민들은 대부분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개발과 핵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가족이다. 김정은 정권의 과학기술 중시, 과학자 우대 정책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언론에서도 "우리 당의 과학 중시, 인재중시사상과 사회주의조선의 위력을 과시하는 기념비적창조물"이라고 선전했다.

평양의 스카이라인을 바꾼 '려명거리' 또한 대표적인 개발 지역으로 꼽힌다.

평양의 맨해튼, '평해튼'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지역은 북한의 10대 고층 건물 중 절반이 위치해 있을 정도로 부유촌이 됐다. 2016년 평양발로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북한 평양에 거주하는 상위 1% 부유층이 '려명거리'에 살고 있다고 한다. 당시 북한 노동당 7차 대회를 취재한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근처 독일식 레스토랑에 갔을 때 스테이크의 가격은 48달러(5만 6천 원) 라고 전했다. 평균 3천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북한 노동자가 1년 반을 모아야 먹을 수 있는 가격이니, 북한 내 빈부 격차도 상당해졌음을 알 수 있다.


보통강 강안(강변) 다락식(테라스식) 주택지구
최근 태양절을 맞아 특히 주목받은 곳은 보통강 강변에 위치한 고급 주택지구이다.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강변을 따라 건물을 짓는 것은 과거에 보기 드물었던 광경이지만, 현재 평양의 각종 랜드마크는 강변 주변을 따라 형성되어 있을 정도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태양절(15일)을 앞두고 리춘히 조선중앙TV 아나운서에 새 집을 선물하고 리춘히 가족과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이뿐만 아니라 최성원 아나운서, 노동신문 동태관 논설위원 등 체제 선전에 앞장서는 이들도 입주권을 얻었다.

체제 결속의 첨병으로 활동하는 특권층에 대한 보상이자, 지속적인 충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대규모 건설은 김정은 위원장의 '건설 정치?'

구글 지도로 본 북한의 거리
대북제재의 장기화와 코로나19 국경봉쇄로 북한의 대규모 공사들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왔지만, 이를 불식시키려는 듯 평양에는 초고층 건물들과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북한은 금수산 태양궁전 부근을 '화성 지구'로 지정하고 1만 세대 건설에 나섰다. 이곳은 정치·군사 용도로만 쓰이던 개발 제한 지역이었다. 이른바 '그린벨트'를 해제한 셈이다.

경제난 속에 북한이 연일 건설 분야의 치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침체된 내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한편, 대외적으로 자력 갱생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화성지구 만 세대 착공식 연설에서 "대규모 건설을 통해 결속하고, 대외 압박에 맞서자"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의 이런 행보에 대해 "제재를 받고 있음에도 전략전술무기를 만들어 내고, 대규모 거리와 주택을 건설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제재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 하는 의도"라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23일 오전 7시 50분 남북의 창 [요즘 북한은]에서 방송됩니다.

김소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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