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포즈하려고 여자친구와 배에 탔는데”…침몰한 日 유람선

입력 2022.04.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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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난 유람선 ‘카즈 1’ (출처: NHK 홈페이지)사고 난 유람선 ‘카즈 1’ (출처: NHK 홈페이지)

일본 홋카이도 시레토코반도 인근 바다에서 26명을 태운 유람선 '카즈 1'이 침몰한 지 사흘쨉니다. 현재까지 어린이 1명을 포함해 11명이 숨졌습니다. 승무원 2명을 제외한 관광객 24명은 모두 각지에서 온 일본인들이었습니다. 실종자 15명 가운데는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여자친구와 함께 승선했던 20대 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프러포즈 하려고 승선한 아들이 유람선 사고로 실종된 스즈키 씨 사연 (출처: 야후 재팬 홈페이지)프러포즈 하려고 승선한 아들이 유람선 사고로 실종된 스즈키 씨 사연 (출처: 야후 재팬 홈페이지)

■ "아들이 프러포즈 하려고 반지 사서 배에 탔는데…"

일본 홋카이도방송(HBC)에 소개된 51살 스즈키 씨. 침몰 3일째인 오늘도 시신발견 소식에 항구로 나가봤지만, 아들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스즈키 씨의 아들 22살 토모야 씨는 휴가를 내고 지난 23일 아침 침몰한 관광선 '카즈 1'에 올랐습니다. 여자친구와 함께였습니다.

"아들은 생일을 맞이해 여자친구에게 '깜짝' 이벤트를 해주려고 휴가를 내고 둘만의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진 않았지만, 반지를 샀고 배 위에서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할 계획이었던 거 같아요." 라고 스즈키씨는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아들 토모야 씨는 배에 타기 전 10초 정도의 짧은 동영상도 보냈다고 합니다. "지금 출발해요. 여자친구 표정이 엄청 기뻐보여요"라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스즈키 씨는 기억했습니다.

스즈키 씨는 침몰 소식이 전해진 뒤 여자친구의 부모님들도 사고 현장에 달려왔다면서 충격을 받은 그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로 괴로워 견딜 수가 없다고도 토로했습니다. 다만 여자친구의 부모님과 서로 울면서 나눈 얘기가 있다고 전했는데요. "따로따로가 아니라 어떤 모습이더라도 함께 발견되었으면 좋겠다. 이것만은 정말로 간절하게 바란다"라는 것이었습니다. " 최악의 상황을 이미 각오하고 있지만. 둘이 함께 발견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것뿐입니다" 스즈키 씨는 방송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 코로나19로 지친 탓?…파도 거칠고 높은데 서둘러 유람선 운영

시레토코 샤리쵸관광협회에 따르면 사고가 난 '카즈 1'을 운영하는 '시레토코유람선'은 사고 당일인 23일 , 다른 유람선 운영사들보다 발 빠르게 봄철 관광시즌을 개시했습니다.

'시레토코유람선' 홈페이지를 보면 유람선은 시레토코 반도 주변을 거쳐 시레토코 곶에서 돌아오는 코스를 운항합니다. 1시간 정도 걸리는 짧은 코스부터 약 3시간 가량 걸리는 코스까지 3종류가 있는데 이번에 침몰 사고가 난 '카즈 1'은 3시간 코스를 도는유람선으로 확인됐습니다.
시레토코 관광 유람선의 운항 코스(출처: NHK 홈페이지)시레토코 관광 유람선의 운항 코스(출처: NHK 홈페이지)

시레토코에서 다른 유람선을 운영하는 관계자는 NHK에 "당일 파도가 거칠어 바다에 나가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말했고, 지역의 어업조합장도 "파도가 높아 나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했지만 출항해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샤리쵸관광협회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관광객 수는 2019년 116만명을 넘었지만,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60만 명 가량에 그쳐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관광회사들은 봄 시즌을 맞아 관광객들에게 인기인 유람선 관광 등을 활성화해 관광객 숫자를 회복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 작년에도 사고 난 배…"같은 선장이 운항"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연락이 두절되기 전 '카즈 1'에 탄 승무원은 "엔진이 멈춰서 자력으로 운항할 수 없다"며 구조를 요청했다고 NHK가 전했습니다. 해상보안청은 해당 유람선 '카즈 1'에 어떤 이유로 이상이 생겼고, 조종이 불가능해졌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카즈 1’ 출항 후 해상보안청에 신고한 사고 경위 (출처: NHK 홈페이지)‘카즈 1’ 출항 후 해상보안청에 신고한 사고 경위 (출처: NHK 홈페이지)

'카즈 1'은 지난해 6월에도 사고가 났습니다. 배가 우토로항구를 출항한 직후 좌초한 건데요. 승객 21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행히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당시 업무상 과실로 검찰에 송치됐던 54살 도요타 선장은 바로 이번 사고가 낸 배의 선장이기도 합니다. 도요타 선장은 실종 상태입니다.

배의 상태도 정상적이었는지 의문입니다. 지난해 사고로 배의 전방에 깨진 부분이 있고, 여기로 물이 들어간 것 아니겠냐는 현지 보도도 있습니다.

사고가 난 '카즈 1'은 지난 23일 오전 10시쯤 홋카이도 샤리초의 항구를 출항했으며 약 27km 떨어진 가슈니 폭포 인근에서 "뱃머리가 침수하고 있다"며 해상보안청에 구조 요청을 했습니다. 이후 오후 2시쯤 "배가 30도 정도 기울었다"고 연락한 뒤 소식이 끊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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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러포즈하려고 여자친구와 배에 탔는데”…침몰한 日 유람선
    • 입력 2022-04-25 16: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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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난 유람선 ‘카즈 1’ (출처: NHK 홈페이지)
일본 홋카이도 시레토코반도 인근 바다에서 26명을 태운 유람선 '카즈 1'이 침몰한 지 사흘쨉니다. 현재까지 어린이 1명을 포함해 11명이 숨졌습니다. 승무원 2명을 제외한 관광객 24명은 모두 각지에서 온 일본인들이었습니다. 실종자 15명 가운데는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여자친구와 함께 승선했던 20대 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프러포즈 하려고 승선한 아들이 유람선 사고로 실종된 스즈키 씨 사연 (출처: 야후 재팬 홈페이지)
■ "아들이 프러포즈 하려고 반지 사서 배에 탔는데…"

일본 홋카이도방송(HBC)에 소개된 51살 스즈키 씨. 침몰 3일째인 오늘도 시신발견 소식에 항구로 나가봤지만, 아들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스즈키 씨의 아들 22살 토모야 씨는 휴가를 내고 지난 23일 아침 침몰한 관광선 '카즈 1'에 올랐습니다. 여자친구와 함께였습니다.

"아들은 생일을 맞이해 여자친구에게 '깜짝' 이벤트를 해주려고 휴가를 내고 둘만의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진 않았지만, 반지를 샀고 배 위에서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할 계획이었던 거 같아요." 라고 스즈키씨는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아들 토모야 씨는 배에 타기 전 10초 정도의 짧은 동영상도 보냈다고 합니다. "지금 출발해요. 여자친구 표정이 엄청 기뻐보여요"라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스즈키 씨는 기억했습니다.

스즈키 씨는 침몰 소식이 전해진 뒤 여자친구의 부모님들도 사고 현장에 달려왔다면서 충격을 받은 그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로 괴로워 견딜 수가 없다고도 토로했습니다. 다만 여자친구의 부모님과 서로 울면서 나눈 얘기가 있다고 전했는데요. "따로따로가 아니라 어떤 모습이더라도 함께 발견되었으면 좋겠다. 이것만은 정말로 간절하게 바란다"라는 것이었습니다. " 최악의 상황을 이미 각오하고 있지만. 둘이 함께 발견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것뿐입니다" 스즈키 씨는 방송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 코로나19로 지친 탓?…파도 거칠고 높은데 서둘러 유람선 운영

시레토코 샤리쵸관광협회에 따르면 사고가 난 '카즈 1'을 운영하는 '시레토코유람선'은 사고 당일인 23일 , 다른 유람선 운영사들보다 발 빠르게 봄철 관광시즌을 개시했습니다.

'시레토코유람선' 홈페이지를 보면 유람선은 시레토코 반도 주변을 거쳐 시레토코 곶에서 돌아오는 코스를 운항합니다. 1시간 정도 걸리는 짧은 코스부터 약 3시간 가량 걸리는 코스까지 3종류가 있는데 이번에 침몰 사고가 난 '카즈 1'은 3시간 코스를 도는유람선으로 확인됐습니다.
시레토코 관광 유람선의 운항 코스(출처: NHK 홈페이지)
시레토코에서 다른 유람선을 운영하는 관계자는 NHK에 "당일 파도가 거칠어 바다에 나가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말했고, 지역의 어업조합장도 "파도가 높아 나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했지만 출항해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샤리쵸관광협회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관광객 수는 2019년 116만명을 넘었지만,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60만 명 가량에 그쳐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관광회사들은 봄 시즌을 맞아 관광객들에게 인기인 유람선 관광 등을 활성화해 관광객 숫자를 회복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 작년에도 사고 난 배…"같은 선장이 운항"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연락이 두절되기 전 '카즈 1'에 탄 승무원은 "엔진이 멈춰서 자력으로 운항할 수 없다"며 구조를 요청했다고 NHK가 전했습니다. 해상보안청은 해당 유람선 '카즈 1'에 어떤 이유로 이상이 생겼고, 조종이 불가능해졌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카즈 1’ 출항 후 해상보안청에 신고한 사고 경위 (출처: NHK 홈페이지)
'카즈 1'은 지난해 6월에도 사고가 났습니다. 배가 우토로항구를 출항한 직후 좌초한 건데요. 승객 21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행히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당시 업무상 과실로 검찰에 송치됐던 54살 도요타 선장은 바로 이번 사고가 낸 배의 선장이기도 합니다. 도요타 선장은 실종 상태입니다.

배의 상태도 정상적이었는지 의문입니다. 지난해 사고로 배의 전방에 깨진 부분이 있고, 여기로 물이 들어간 것 아니겠냐는 현지 보도도 있습니다.

사고가 난 '카즈 1'은 지난 23일 오전 10시쯤 홋카이도 샤리초의 항구를 출항했으며 약 27km 떨어진 가슈니 폭포 인근에서 "뱃머리가 침수하고 있다"며 해상보안청에 구조 요청을 했습니다. 이후 오후 2시쯤 "배가 30도 정도 기울었다"고 연락한 뒤 소식이 끊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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