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과 尹의 정상회담, 무엇이 다를까…“안보 협력에 확실한 우선순위”

입력 2022.04.25 (19:00) 수정 2022.05.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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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1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은 윤 당선인 취임 10일 만에 열리는 이례적 '초고속 회담'이자, 29년 만에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먼저 열리는 양국 간 정상회담입니다. 지난 주말부터 미국 측 준비단이 한국을 방문해, 우리 측과 회담 의제와 의전 문제를 조율하고 있습니다.

■최우선 의제는 '안보'…지난해 회담과 무엇이 다를까

"최우선 의제는 역시 '안보'입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가 오늘(25일) KBS와의 통화에서 한 말입니다.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보다 안보 협력에 확실한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의미입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대화와 외교를 통한 북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 인권 △글로벌 공급망 등을 다양하게 거론했습니다. 특히 양국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타이완 문제가 거론됐는데, 미국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인수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현 상황을 반영해 미래지향적으로 양국이 협력할 방안을 더 깊이 있게 구체적으로 짚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을 포함한 한국의 안보 상황, 경제 안보, 그리고 글로벌 이슈에 대해 한국이 앞으로 더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그 세 가지는 반드시 구체화해서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미국 측 실무답사단이 탑승한 미군 수송기가 착륙해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미국 측 실무답사단이 탑승한 미군 수송기가 착륙해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같은 내용은 이미 지난달 윤 당선인이 미국에 파견한 한미정책협의단이 미국 측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당시 협의단은 미국 측과 ①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 공조방안을 논의하고 ②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연내 재가동하자는 뜻도 미국 측에 전달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와의 협력,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한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의 공조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전략 참여에 이전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용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이 어느 정도로 협력할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KBS에 밝혔습니다. 김 연구부장은 "그동안 역내에서의 한미 동맹 역할은 중국으로 인해 상당히 협의가 어려웠다"면서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미국 측과의 포괄적 전략동맹을 확실하게 실질화하겠다는 입장이니만큼, 이 부분에서 어디까지 미국과 협력하기로 합의를 이뤄낼 것인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통' 케이건의 입국은 무엇을 말하나

회담 의제를 조율할 미국 측 관계자 입국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방한한 실무대표는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에드 케이건 선임국장입니다. 지난 23일 방한해 인수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케이건 선임국장은 미 국무부 한국과장과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냈고,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도 거론되던 한국통입니다.


케이건 국장의 입국을 미국의 동맹 강화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윤 당선인이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미국측과 소통하기 원활치 않은 입장이라는 점이 고려된 결과로 보입니다. 새 정부 관계자가 민주당 정부에서 임명된 이수혁 주미대사를 통해 회담 의제를 조율하기가 껄끄러울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당선인 신분으로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양측이 직접 만나 정확하게 의사소통하는 것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인수위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바이든, 일본보다 한국 먼저 오는 이유

알려진대로 이번 조기 한미정상회담은 5월 24일께 일본 도쿄에서 열릴 쿼드 정상회담 일정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통상 동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는 미국 대통령은 일본 방문 일정을 먼저 확정해왔고, 그에 맞추어 방한 일정을 결정하곤 했습니다. 만약 이번 쿼드 회담이 여름에 열렸다면, 한미정상회담도 비슷한 시기에 개최됐을 가능성이 크겠죠. 다만 이번에는 일본보다 한국에 먼저 간다는 점이 이전과 다릅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윤 당선인에게 쿼드 회의 참석을 정식으로 초청하거나, 한미일 정상회담을 제안하기 위해 일본보다 먼저 한국행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방한을 서둘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KBS에 "올해 같은 해에는 국내 정치를 담당하는 (미국 측) 보좌관들이 해외 방문을 하지 말라고 한다"며 "(한미 정상회담은) 꼭 가야 하는 나토 정상회의나 G7 회의가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양자 회담을 하러 오는 것이기 때문에 한미 관계 중요성을 평가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청와대 비웠는데...회담은 어디서?

다만 회담을 바라보는 인수위의 고조된 기대와 달리, 윤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 장소는 여전히 '미정'입니다.


당초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더라도 정상급 회담은 청와대 영빈관을 쓰자는 논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KBS 취재를 종합해보면, 청와대는 사실상 후보군에서 배제됐습니다. 회담 의전에 관여하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수위는 5월 10일부터 일반에 개방되는 청와대는 회담 장소로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거로 확인됩니다. 5월 10일 대대적인 개방 행사를 치르는데, 2주도 되지 않아 다시 출입을 통제하기는 어려울 거란 게 이유입니다.


지난해 11월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제7회 방산업체 CEO 간담회 현장 모습. 국방컨벤션은 다음달 21일 한미정상회담 개최장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지난해 11월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제7회 방산업체 CEO 간담회 현장 모습. 국방컨벤션은 다음달 21일 한미정상회담 개최장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현재 거론되는 후보 장소는 용산 국방컨벤션과 전쟁기념관 등입니다. 새 집무실과 가깝다는 건 장점이지만, 한미정상회담 수준의 최고위급 행사를 열기에 적절한 장소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케이건 국장은 내일(26일) 미국 측 의전팀과 함께 후보지를 답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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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과 尹의 정상회담, 무엇이 다를까…“안보 협력에 확실한 우선순위”
    • 입력 2022-04-25 19:00:21
    • 수정2022-05-19 10:53:31
    취재K

다음 달 21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은 윤 당선인 취임 10일 만에 열리는 이례적 '초고속 회담'이자, 29년 만에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먼저 열리는 양국 간 정상회담입니다. 지난 주말부터 미국 측 준비단이 한국을 방문해, 우리 측과 회담 의제와 의전 문제를 조율하고 있습니다.

■최우선 의제는 '안보'…지난해 회담과 무엇이 다를까

"최우선 의제는 역시 '안보'입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가 오늘(25일) KBS와의 통화에서 한 말입니다.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보다 안보 협력에 확실한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의미입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대화와 외교를 통한 북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 인권 △글로벌 공급망 등을 다양하게 거론했습니다. 특히 양국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타이완 문제가 거론됐는데, 미국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인수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현 상황을 반영해 미래지향적으로 양국이 협력할 방안을 더 깊이 있게 구체적으로 짚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을 포함한 한국의 안보 상황, 경제 안보, 그리고 글로벌 이슈에 대해 한국이 앞으로 더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그 세 가지는 반드시 구체화해서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미국 측 실무답사단이 탑승한 미군 수송기가 착륙해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같은 내용은 이미 지난달 윤 당선인이 미국에 파견한 한미정책협의단이 미국 측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당시 협의단은 미국 측과 ①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 공조방안을 논의하고 ②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연내 재가동하자는 뜻도 미국 측에 전달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와의 협력,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한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의 공조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전략 참여에 이전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용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이 어느 정도로 협력할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KBS에 밝혔습니다. 김 연구부장은 "그동안 역내에서의 한미 동맹 역할은 중국으로 인해 상당히 협의가 어려웠다"면서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미국 측과의 포괄적 전략동맹을 확실하게 실질화하겠다는 입장이니만큼, 이 부분에서 어디까지 미국과 협력하기로 합의를 이뤄낼 것인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통' 케이건의 입국은 무엇을 말하나

회담 의제를 조율할 미국 측 관계자 입국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방한한 실무대표는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에드 케이건 선임국장입니다. 지난 23일 방한해 인수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케이건 선임국장은 미 국무부 한국과장과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냈고,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도 거론되던 한국통입니다.


케이건 국장의 입국을 미국의 동맹 강화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윤 당선인이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미국측과 소통하기 원활치 않은 입장이라는 점이 고려된 결과로 보입니다. 새 정부 관계자가 민주당 정부에서 임명된 이수혁 주미대사를 통해 회담 의제를 조율하기가 껄끄러울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당선인 신분으로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양측이 직접 만나 정확하게 의사소통하는 것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인수위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바이든, 일본보다 한국 먼저 오는 이유

알려진대로 이번 조기 한미정상회담은 5월 24일께 일본 도쿄에서 열릴 쿼드 정상회담 일정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통상 동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는 미국 대통령은 일본 방문 일정을 먼저 확정해왔고, 그에 맞추어 방한 일정을 결정하곤 했습니다. 만약 이번 쿼드 회담이 여름에 열렸다면, 한미정상회담도 비슷한 시기에 개최됐을 가능성이 크겠죠. 다만 이번에는 일본보다 한국에 먼저 간다는 점이 이전과 다릅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윤 당선인에게 쿼드 회의 참석을 정식으로 초청하거나, 한미일 정상회담을 제안하기 위해 일본보다 먼저 한국행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방한을 서둘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KBS에 "올해 같은 해에는 국내 정치를 담당하는 (미국 측) 보좌관들이 해외 방문을 하지 말라고 한다"며 "(한미 정상회담은) 꼭 가야 하는 나토 정상회의나 G7 회의가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양자 회담을 하러 오는 것이기 때문에 한미 관계 중요성을 평가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청와대 비웠는데...회담은 어디서?

다만 회담을 바라보는 인수위의 고조된 기대와 달리, 윤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 장소는 여전히 '미정'입니다.


당초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더라도 정상급 회담은 청와대 영빈관을 쓰자는 논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KBS 취재를 종합해보면, 청와대는 사실상 후보군에서 배제됐습니다. 회담 의전에 관여하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수위는 5월 10일부터 일반에 개방되는 청와대는 회담 장소로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거로 확인됩니다. 5월 10일 대대적인 개방 행사를 치르는데, 2주도 되지 않아 다시 출입을 통제하기는 어려울 거란 게 이유입니다.


지난해 11월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제7회 방산업체 CEO 간담회 현장 모습. 국방컨벤션은 다음달 21일 한미정상회담 개최장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현재 거론되는 후보 장소는 용산 국방컨벤션과 전쟁기념관 등입니다. 새 집무실과 가깝다는 건 장점이지만, 한미정상회담 수준의 최고위급 행사를 열기에 적절한 장소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케이건 국장은 내일(26일) 미국 측 의전팀과 함께 후보지를 답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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