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실로 변한 구급차…새 생명 받은 119 대원들

입력 2022.04.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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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에서 딸 아이를 출산한 27살 캄보디아 이주 여성 학나롱 씨 (화면제공=제주동부소방서)구급차에서 딸 아이를 출산한 27살 캄보디아 이주 여성 학나롱 씨 (화면제공=제주동부소방서)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 곳, 다름 아닌 구급차였습니다.

구급차에서 소중한 새 생명이 태어난 건 19일 밤 10시 14분쯤.

구급대원들은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캄보디아 이주 여성 학나롱 씨(27)를 태우고 10여km 떨어진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학 씨에게서 양수가 터지며 출산이 임박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구급차는 출발한 지 5분 만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 씨에게서 태아의 머리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구급대원들은 구급차를 급히 멈춰 세워 응급 분만을 준비했습니다.

이들은 119 전문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아이를 받은 뒤 탯줄을 묶어 잘랐습니다. 대원들은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한 대처 요령을 교육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응급 분만을 준비한 지 1분 만에, 학 씨는 3.5kg의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서강훈 제주동부소방서 소방사는 "셋째 출산이다 보니 생각보다 아이가 빨리 나와, 다급하게 응급 분만을 시작했다"며 "병원에 인계할 때 산모와 아이 상태가 괜찮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김기수 씨와 학나롱 씨의 셋째 딸 김지연 양 (화면 제공=김기수)김기수 씨와 학나롱 씨의 셋째 딸 김지연 양 (화면 제공=김기수)

학 씨는 22일 서귀포의료원에서 퇴원해, 서귀포시 남원읍 집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구급차에서 출산한 셋째 딸 아이에게 김지연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남편 김기수 씨는 "구급차에서 아이가 태어난 건 TV에서만 봤지, 내가 해당될지는 전혀 몰랐다"며 "젊은 구급대원분들이 열심히 아이를 받아주신 덕분에, 요 며칠 새 아이도 건강하게 크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학나롱 씨의 집을 찾아 신생아 용품을 선물한 제주동부소방서 구급대원들(화면 제공=제주동부소방서)학나롱 씨의 집을 찾아 신생아 용품을 선물한 제주동부소방서 구급대원들(화면 제공=제주동부소방서)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오늘(25일) 기저귀와 배냇저고리 등 신생아 용품을 들고 학 씨의 집을 다시 찾았습니다. 지연 양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입니다.

남편 김 씨는 "내가 그분들에게 감사드려야 하는데, 반대로 아이 분유부터 필요한 걸 물어보셔서 몸 둘 바를 몰랐다"며 "아이 건강하게 잘 키워서 아이가 컸을 때 꼭 인사라도 드리고 싶다"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제주동부소방서는 올해부터 농어촌 지역 임산부들의 인적사항과 임신 주기 등을 파악해 응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병상이 부족해 임산부들의 병원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임산부들을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정현 제주동부소방서 현장대응과 소방장은 "서귀포에서 분만 가능한 병원은 서귀포의료원 한 곳밖에 없다"며 "안전한 출산을 위해 임산부들 정보를 미리 등록해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소중한 새 생명이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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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만실로 변한 구급차…새 생명 받은 119 대원들
    • 입력 2022-04-26 07:00:27
    취재K
구급차에서 딸 아이를 출산한 27살 캄보디아 이주 여성 학나롱 씨 (화면제공=제주동부소방서)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 곳, 다름 아닌 구급차였습니다.

구급차에서 소중한 새 생명이 태어난 건 19일 밤 10시 14분쯤.

구급대원들은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캄보디아 이주 여성 학나롱 씨(27)를 태우고 10여km 떨어진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학 씨에게서 양수가 터지며 출산이 임박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구급차는 출발한 지 5분 만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 씨에게서 태아의 머리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구급대원들은 구급차를 급히 멈춰 세워 응급 분만을 준비했습니다.

이들은 119 전문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아이를 받은 뒤 탯줄을 묶어 잘랐습니다. 대원들은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한 대처 요령을 교육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응급 분만을 준비한 지 1분 만에, 학 씨는 3.5kg의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서강훈 제주동부소방서 소방사는 "셋째 출산이다 보니 생각보다 아이가 빨리 나와, 다급하게 응급 분만을 시작했다"며 "병원에 인계할 때 산모와 아이 상태가 괜찮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김기수 씨와 학나롱 씨의 셋째 딸 김지연 양 (화면 제공=김기수)
학 씨는 22일 서귀포의료원에서 퇴원해, 서귀포시 남원읍 집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구급차에서 출산한 셋째 딸 아이에게 김지연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남편 김기수 씨는 "구급차에서 아이가 태어난 건 TV에서만 봤지, 내가 해당될지는 전혀 몰랐다"며 "젊은 구급대원분들이 열심히 아이를 받아주신 덕분에, 요 며칠 새 아이도 건강하게 크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학나롱 씨의 집을 찾아 신생아 용품을 선물한 제주동부소방서 구급대원들(화면 제공=제주동부소방서)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오늘(25일) 기저귀와 배냇저고리 등 신생아 용품을 들고 학 씨의 집을 다시 찾았습니다. 지연 양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입니다.

남편 김 씨는 "내가 그분들에게 감사드려야 하는데, 반대로 아이 분유부터 필요한 걸 물어보셔서 몸 둘 바를 몰랐다"며 "아이 건강하게 잘 키워서 아이가 컸을 때 꼭 인사라도 드리고 싶다"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제주동부소방서는 올해부터 농어촌 지역 임산부들의 인적사항과 임신 주기 등을 파악해 응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병상이 부족해 임산부들의 병원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임산부들을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정현 제주동부소방서 현장대응과 소방장은 "서귀포에서 분만 가능한 병원은 서귀포의료원 한 곳밖에 없다"며 "안전한 출산을 위해 임산부들 정보를 미리 등록해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소중한 새 생명이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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