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 특별지자체…대구·경북은?

입력 2022.04.26 (13:03) 수정 2022.04.2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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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쉬운 것 부터 통합하자"…특별지자체 추진 활발
부산·울산·경남이 '1호'…대구·경북 "빠르면 올 하반기"
광역 사무 선정 한계 뚜렷…미국, 일본의 광역 연합은?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권 시장은 경북도청에서 일하고 있고 이 지사 앞에는 대구시장이란 명패가 있습니다.

이 두 지자체는 2018년부터 서로 근무지를 바꿔 일하는 교환근무를 진행했습니다. 상생협력을 늘리고 행정통합까지 가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의미가 있다", "보여주기식이다" 말이 많았죠. 결국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시·도민의 공감대 부족과 중앙 정부의 지원 저조로 결국 흐지부지됐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행정통합 대신, 쉬운 것부터 통합하자 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바로 특별 지방자치제도입니다.


■ 부·울·경 특별 지자체 출범…"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 기대"

특별지자체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실시에 따라 도입된 제도로, 두 개 이상의 자치단체가 특별 목적의 광역사무 처리가 필요한 경우 설치하는 특수형태의 조직입니다.

가장 먼저 부산, 울산, 경남이 지난 19일 '부울경 특별연합'을 출범했습니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시·도 간 협력이 필요한 120여 개 광역 사무를 다루고 광역 교통과 물류단지 지정 등 3개 분야의 국가 사무 업무도 위임받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 사무에서 지역의 여건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고 사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의 해결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 전국 곳곳에서 특별 지자체 추진이 활발합니다.


■ "대구·경북도 빠르면 올 하반기 출범"…숙제도 많아

특히 대구·경북은 지난달 광역행정기획단을 출범하고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광역 사무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광역 사무가 선정되면 시민 의견을 수렴해 최종 규약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이후 시·도 의회 의결을 거쳐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으면 공식적인 특별 지자체 설치 절차를 완료하게 됩니다.

광역행정기획단은 빠르면 올 하반기 대구·경북 특별 지자체를 출범할 계획입니다. 광역 사무에는 비교적 합의가 쉬운 광역 교통과 시·도 간 연계 관광 사업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고요.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부문도 포함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합의가 된 사안은 이견이 없지만 합의가 어려운 사안은 광역 사무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실제로 대구·경북은 취수원 다변화나 통합신공항 문제에서도 쉽사리 합의하지 못하고 있죠. 이런 사안은 광역 사무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요. 이렇게 되자 특별 지자체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자료출처: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자료출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 미국·일본도 광역연합…효과도 한계도 '뚜렷'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이런 광역 연합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요?

먼저, 미국의 '미네소타 트윈시티'는 세인트 폴과 미네아폴리스를 지칭하는 '트윈시티'의 인구 증가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1967년 설립됐습니다. 설립 취지에 맞게 지역 교통과 공원 부족 문제, 폐수처리와 재활용 등 환경 분야에서 협력했고 성과를 보였습니다.

출범한 지 50여 년이 지나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출범 전보다 인구는 69%가 늘어났고 공원은 2배, 무료 도로는 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료출처: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자료출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일본에서도 12개 자치단체가 연합한 '간사이 광역연합'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광역 재해 대응과 관광, 의료, 자격 시험과 면허 등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합의가 쉬운 사업 위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광역 사무로 인해 행정 비용을 절감했고, 특히 긴급 의료 대응 분야는 주민 안전망 확대라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앙 정부의 협조 여부입니다. 간사이 광역연합이 중앙 정부에 매년 수십 건의 권한 이양을 제안하고 있지만 실제 이양은 미미합니다. 특히 민주당 정권에서 논의됐던 권한 일괄 이관 관련 법률은 총선에서 자민당이 집권한 뒤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큰 변수가 있죠. 곧 있을 지방선거인데요.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단체장의 의지가 필수적인데 민선 8기 단체장 변화에 따라 특별 지자체 사업의 우선순위가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 도 나옵니다.

■ "중앙 정부와 협의, 공감대 형성 등 지속가능성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을 위한 협의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시·도 간 이해충돌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돼야 합니다. 더욱이 특별 지자체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시·도민들의 공감도 이끌어 내야겠죠.

서로 다른 광역단체를 단순히 묶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성과를 내려면 협업과 책임이라는 기반 위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꾸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픽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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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뭉쳐야 산다” 특별지자체…대구·경북은?
    • 입력 2022-04-26 13:03:47
    • 수정2022-04-28 20:44:37
    취재K
<strong>"쉬운 것 부터 통합하자"…특별지자체 추진 활발<br />부산·울산·경남이 '1호'…대구·경북 "빠르면 올 하반기"<br />광역 사무 선정 한계 뚜렷…미국, 일본의 광역 연합은?</strong>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권 시장은 경북도청에서 일하고 있고 이 지사 앞에는 대구시장이란 명패가 있습니다.

이 두 지자체는 2018년부터 서로 근무지를 바꿔 일하는 교환근무를 진행했습니다. 상생협력을 늘리고 행정통합까지 가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의미가 있다", "보여주기식이다" 말이 많았죠. 결국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시·도민의 공감대 부족과 중앙 정부의 지원 저조로 결국 흐지부지됐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행정통합 대신, 쉬운 것부터 통합하자 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바로 특별 지방자치제도입니다.


■ 부·울·경 특별 지자체 출범…"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 기대"

특별지자체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실시에 따라 도입된 제도로, 두 개 이상의 자치단체가 특별 목적의 광역사무 처리가 필요한 경우 설치하는 특수형태의 조직입니다.

가장 먼저 부산, 울산, 경남이 지난 19일 '부울경 특별연합'을 출범했습니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시·도 간 협력이 필요한 120여 개 광역 사무를 다루고 광역 교통과 물류단지 지정 등 3개 분야의 국가 사무 업무도 위임받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 사무에서 지역의 여건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고 사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의 해결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 전국 곳곳에서 특별 지자체 추진이 활발합니다.


■ "대구·경북도 빠르면 올 하반기 출범"…숙제도 많아

특히 대구·경북은 지난달 광역행정기획단을 출범하고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광역 사무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광역 사무가 선정되면 시민 의견을 수렴해 최종 규약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이후 시·도 의회 의결을 거쳐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으면 공식적인 특별 지자체 설치 절차를 완료하게 됩니다.

광역행정기획단은 빠르면 올 하반기 대구·경북 특별 지자체를 출범할 계획입니다. 광역 사무에는 비교적 합의가 쉬운 광역 교통과 시·도 간 연계 관광 사업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고요.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부문도 포함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합의가 된 사안은 이견이 없지만 합의가 어려운 사안은 광역 사무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실제로 대구·경북은 취수원 다변화나 통합신공항 문제에서도 쉽사리 합의하지 못하고 있죠. 이런 사안은 광역 사무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요. 이렇게 되자 특별 지자체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자료출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 미국·일본도 광역연합…효과도 한계도 '뚜렷'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이런 광역 연합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요?

먼저, 미국의 '미네소타 트윈시티'는 세인트 폴과 미네아폴리스를 지칭하는 '트윈시티'의 인구 증가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1967년 설립됐습니다. 설립 취지에 맞게 지역 교통과 공원 부족 문제, 폐수처리와 재활용 등 환경 분야에서 협력했고 성과를 보였습니다.

출범한 지 50여 년이 지나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출범 전보다 인구는 69%가 늘어났고 공원은 2배, 무료 도로는 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료출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일본에서도 12개 자치단체가 연합한 '간사이 광역연합'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광역 재해 대응과 관광, 의료, 자격 시험과 면허 등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합의가 쉬운 사업 위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광역 사무로 인해 행정 비용을 절감했고, 특히 긴급 의료 대응 분야는 주민 안전망 확대라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앙 정부의 협조 여부입니다. 간사이 광역연합이 중앙 정부에 매년 수십 건의 권한 이양을 제안하고 있지만 실제 이양은 미미합니다. 특히 민주당 정권에서 논의됐던 권한 일괄 이관 관련 법률은 총선에서 자민당이 집권한 뒤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큰 변수가 있죠. 곧 있을 지방선거인데요.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단체장의 의지가 필수적인데 민선 8기 단체장 변화에 따라 특별 지자체 사업의 우선순위가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 도 나옵니다.

■ "중앙 정부와 협의, 공감대 형성 등 지속가능성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을 위한 협의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시·도 간 이해충돌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돼야 합니다. 더욱이 특별 지자체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시·도민들의 공감도 이끌어 내야겠죠.

서로 다른 광역단체를 단순히 묶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성과를 내려면 협업과 책임이라는 기반 위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꾸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픽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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