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없는’ 어린이 보호구역…사고 나면, 책임은?

[앵커]

이른바 '민식이법'의 도입으로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에 대해 처벌이 대폭 강화됐습니다.

문제는 유치원이나 학교가 없어진 지 한참 됐는데도 보호구역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현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도심 3차선 도로에 '어린이보호구역' 표시가 있습니다.

이 일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건 2010년, 근처에 유치원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해당 유치원은 1년도 더 전에 문을 닫았지만, 보호구역은 해제되지 않았습니다.

10여 년 전 지정된 또 다른 어린이보호구역입니다.

근처에 하나 있던 유치원은 폐원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추창호/꽃 배달업소 주인 : "조심을 많이 하고, 부담감을 많이 갖고 있는데, 이게 없어진 지가 상당히 2~3년 됐는데도 그냥 이렇게 방치되고."]

주택가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곳도 유치원이 사라진 곳입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린이보호구역이란 표시는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현행 법상 보호구역 지정은 의무사항인데, 해제는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이길복/원주시 교통행정과장 : "어린이보호구역을 지정해 달라고 할 때는 별도 문서로 요청을 하지만, 폐원 등의 사유로 해제가 될 때는 별도 요청을 하지 않고 있어 어린이보호구역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문제는 사고가 날 경웁니다.

일반 도로와는 달리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는 가중 처벌 대상입니다.

[김기현/변호사 : "수사기관으로서는 살아 있는 법을 적용하지 않을 수는 없으므로, 신속하게 보호구역 지정을 해제해서 과도하거나 부당한 처벌을 방지하도록 하는."]

현재 전국의 어린이보호구역은 18,700여 곳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어린이 없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얼마나 되는지는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현기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