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동물도 공포…잇따르는 ‘개 물림’ 사고 왜?

입력 2022.04.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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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개 물림 사고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춘천에서 사냥개 3마리가 사람을 공격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도 우리를 탈출한 개 5마리가 길고양이와 다른 강아지를 물어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잇따르는 ‘개 물림’ 사고 대책은 없는 걸까요?


■ “사람도, 고양이도 물렸어요”…잇따르는 개 물림 사고

지난해 12월 강원도 춘천시 신사우동에 사는 80대 할머니는 자신의 집 앞에서 사냥개 3마리의 습격을 당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온몸을 크게 다쳐 한 달여 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지금도 개에 물린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지난 22일에는 춘천시 삼천동의 한 공원에 목줄이 없는 개 5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이 개들은 몰려다니다 고양이 한 마리를 물어 죽였습니다. 이어 다른 집 마당에까지 들어가 세 살짜리 강아지도 죽였습니다. 처참한 현장을 목격한 개 주인은 밤잠까지 설쳤다고 말합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기 3~4일 전부터 개떼가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사람들까지 위협했다고 기억합니다. 한 주민은 “개들이 침을 흘리면서 나에게 달려들어 큰일 날 뻔했다.”라고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또 개들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에 산책로에는 사흘간 인적이 끊겼고, 개들이 달려들까 봐 막대기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개들에게는 주인이 있었습니다. 동네의 한 주민이 키우는 개들인데 우리를 탈출했던 겁니다. 취재진이 만난 가해 견주는 본인도 놀랐다며 “개들이 온순한 성격이라 전혀 예상치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개 주인을 만났을 당시 우리의 문은 제대로 잠겨있지 않았고, 울타리는 성인 키보다 낮았습니다.

피해를 당한 집 마당에는 두 마리 개 중 한 마리만 남았습니다.피해를 당한 집 마당에는 두 마리 개 중 한 마리만 남았습니다.

동네를 불안에 떨게 하였던 이 개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주인에게 돌아갔던 개 5마리 가운데 지금은 한 마리만 남아 있었습니다. 개 주인은 다른 네 마리를 이미 분양했다고 말했습니다.

■ 동물보호법에는 ‘맹견 5종 관리 의무’ 명시…이외 행정조치 불가

현행 동물보호법은 맹견 소유자에게 맹견을 관리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3조의2 (맹견의 관리) ① 맹견의 소유자 등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1. 소유자 등 없이 맹견을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지 아니하게 할 것
2. 월령이 3개월 이상인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목줄 및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맹견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한 이동장치를 할 것

법에서 명시한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입니다. 지자체는 이들 맹견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견주에 대해 과태료로 최대 3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개의 주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현행 법상 그럴 수 없습니다. 이번 사고의 개들이 이 맹견 5종에는 속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 5대 맹견이 아닌 개들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돌아다녀도 견주에게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없는 겁니다.

■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 단속 ‘저조’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개 물림 사고는 11,000여 건으로, 한 해 평균 2,000건이 넘습니다. 이는 모두 사람이 물린 경우입니다. 반려동물 등 다른 동물이 직접적으로 입은 피해나 공포감 조성 등 간접적인 위협까지 하면 피해 사례는 더 광범위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반려견 수나 개 물림 사고 건수와 비교하면 단속실적은 저조합니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해 기준 동불보호법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43건뿐입니다. 목줄 미착용이 26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등록 3건, 맹견의 입마개 미착용 1건 등입니다. 서울이나 경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년 동안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서울시는 119건, 경기도의 경우 146건을 적발했습니다. 각 지자체는 “부족한 인력 탓”이라고 똑같은 답변을 했습니다 .

■ 강화한 동물보호법 시행까진 2년 …견주의 책임의식 중요

견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어제(26일) 공포됐습니다. 이에 따라 2년 후부터는 맹견이 아닌 개도 공격성이 있다면 기질평가를 통해 맹견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맹견으로 지정되면 시ㆍ도지사에게 사육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제18조(맹견사육허가 등) ① 등록대상동물인 맹견을 사육하려는 사람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추어 시ㆍ도지사에게 맹견사육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24조(맹견 아닌 개의 기질평가) ① 시ㆍ도지사는 제2조 제5호 가목에 따른 맹견이 아닌 개가 사람 또는 동물에게 위해를 가한 경우 그 개의 소유자에게 해당 동물에 대한 기질평가를 받을 것을 명할 수 있다.
[시행일: 2024. 4. 27.]

법이 시행되기까지는 앞으로도 2년. 공백이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른 단속 실적으로 보면, 강화한 법이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우선은 반려견을 기르는 견주들의 책임의식부터 키워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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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도, 동물도 공포…잇따르는 ‘개 물림’ 사고 왜?
    • 입력 2022-04-27 07:00:36
    취재K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개 물림 사고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춘천에서 사냥개 3마리가 사람을 공격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도 우리를 탈출한 개 5마리가 길고양이와 다른 강아지를 물어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잇따르는 ‘개 물림’ 사고 대책은 없는 걸까요?

■ “사람도, 고양이도 물렸어요”…잇따르는 개 물림 사고

지난해 12월 강원도 춘천시 신사우동에 사는 80대 할머니는 자신의 집 앞에서 사냥개 3마리의 습격을 당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온몸을 크게 다쳐 한 달여 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지금도 개에 물린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지난 22일에는 춘천시 삼천동의 한 공원에 목줄이 없는 개 5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이 개들은 몰려다니다 고양이 한 마리를 물어 죽였습니다. 이어 다른 집 마당에까지 들어가 세 살짜리 강아지도 죽였습니다. 처참한 현장을 목격한 개 주인은 밤잠까지 설쳤다고 말합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기 3~4일 전부터 개떼가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사람들까지 위협했다고 기억합니다. 한 주민은 “개들이 침을 흘리면서 나에게 달려들어 큰일 날 뻔했다.”라고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또 개들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에 산책로에는 사흘간 인적이 끊겼고, 개들이 달려들까 봐 막대기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개들에게는 주인이 있었습니다. 동네의 한 주민이 키우는 개들인데 우리를 탈출했던 겁니다. 취재진이 만난 가해 견주는 본인도 놀랐다며 “개들이 온순한 성격이라 전혀 예상치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개 주인을 만났을 당시 우리의 문은 제대로 잠겨있지 않았고, 울타리는 성인 키보다 낮았습니다.

피해를 당한 집 마당에는 두 마리 개 중 한 마리만 남았습니다.
동네를 불안에 떨게 하였던 이 개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주인에게 돌아갔던 개 5마리 가운데 지금은 한 마리만 남아 있었습니다. 개 주인은 다른 네 마리를 이미 분양했다고 말했습니다.

■ 동물보호법에는 ‘맹견 5종 관리 의무’ 명시…이외 행정조치 불가

현행 동물보호법은 맹견 소유자에게 맹견을 관리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3조의2 (맹견의 관리) ① 맹견의 소유자 등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1. 소유자 등 없이 맹견을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지 아니하게 할 것
2. 월령이 3개월 이상인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목줄 및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맹견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한 이동장치를 할 것

법에서 명시한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입니다. 지자체는 이들 맹견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견주에 대해 과태료로 최대 3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개의 주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현행 법상 그럴 수 없습니다. 이번 사고의 개들이 이 맹견 5종에는 속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 5대 맹견이 아닌 개들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돌아다녀도 견주에게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없는 겁니다.

■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 단속 ‘저조’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개 물림 사고는 11,000여 건으로, 한 해 평균 2,000건이 넘습니다. 이는 모두 사람이 물린 경우입니다. 반려동물 등 다른 동물이 직접적으로 입은 피해나 공포감 조성 등 간접적인 위협까지 하면 피해 사례는 더 광범위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반려견 수나 개 물림 사고 건수와 비교하면 단속실적은 저조합니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해 기준 동불보호법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43건뿐입니다. 목줄 미착용이 26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등록 3건, 맹견의 입마개 미착용 1건 등입니다. 서울이나 경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년 동안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서울시는 119건, 경기도의 경우 146건을 적발했습니다. 각 지자체는 “부족한 인력 탓”이라고 똑같은 답변을 했습니다 .

■ 강화한 동물보호법 시행까진 2년 …견주의 책임의식 중요

견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어제(26일) 공포됐습니다. 이에 따라 2년 후부터는 맹견이 아닌 개도 공격성이 있다면 기질평가를 통해 맹견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맹견으로 지정되면 시ㆍ도지사에게 사육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제18조(맹견사육허가 등) ① 등록대상동물인 맹견을 사육하려는 사람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추어 시ㆍ도지사에게 맹견사육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24조(맹견 아닌 개의 기질평가) ① 시ㆍ도지사는 제2조 제5호 가목에 따른 맹견이 아닌 개가 사람 또는 동물에게 위해를 가한 경우 그 개의 소유자에게 해당 동물에 대한 기질평가를 받을 것을 명할 수 있다.
[시행일: 2024. 4. 27.]

법이 시행되기까지는 앞으로도 2년. 공백이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른 단속 실적으로 보면, 강화한 법이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우선은 반려견을 기르는 견주들의 책임의식부터 키워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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