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학 ‘기피 신고’ 기피한 정호영…심사 지원자들만 확인?

입력 2022.04.27 (07:00) 수정 2022.05.1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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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KBS 탐사보도부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의 의대 편입학 지원 사실을 사전에 학교 측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단독] 정호영, 자녀 경북대 의대 편입 사전 신고 규정 안 지킨 듯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6868)

경북대학교는 '2017·2018년 학년도 당시 정 후보자가 기피 신청 등을 했는지'를 묻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대해 "기피(회피) 신고는 편입 서류전형, 면접고사, 구술평가 출제·평가 등 참여 위원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정 후보자는 당시 관련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아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 심사 가능 교수 먼저 모으고 회피·배제 여부 판단?

정 후보자가 사전에 기피 신고를 했다면 경북대는 이렇게 답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후 경북대는 국회에 보낸 추가 답변을 통해 정 후보자로부터 기피 신청을 받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2017학년도 및 2018학년도 기피(회피) 신고는 의과대학 학사편입학 서류전형, 면접고사, 구술평가 출제·평가 등에 참여하는 위원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정호영 후보자는 당시 관련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아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 질의에 대한 경북대 답변 자료 중

경북대는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심사일정 공지 후 심사가 가능한 교수 지원자를 모집(회피·제척 여부 확인)하고, 지원자 중 입학전형위원장이 전공별 적합성을 판단하여 심사위원을 선정"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즉 ① 먼저 심사를 맡을 수 있는 교수들의 지원을 받은 다음 ② 자녀·친인척 등이 응시했는지 파악해서 회피·배제 여부를 판단했 는 겁니다.

■ 서울대·충남대 "전체 교직원 대상 자진 신고 접수…데이터 교차 분석"

경북대를 포함한 각 대학은 '입시전형 회피·배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14학년도부터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입니다. '가이드라인'은 "대학은 입학 관련 업무 참여자를 대상으로 회피·배제를 실시"한다며 ① 회피 대상은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② 배제 대상은 4촌 이내 친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자체적으로 회피·배제 절차 및 시스템 등을 갖추고 적극 활용"하라며 제도 운용은 대학 자율로 맡기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회피 신고 대상은 전 교직원입니다. 입시철이 되면 학교 측은 전체 교직원에게 입시 일정과 특수 관계 여부를 자진 신고할 것을 알리는 공문을 보냅니다. 이에 따라 교직원들이 신고하면 입시 업무에 종사할 인원을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됩니다. 2019년부터는 아예 학교 내부망에 회피·배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직원들이 언제든 로그인하고 입력하게 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충남대학교 역시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신고 대상은 전 교직원입니다. 특히 응시생과의 관계를 파악하는데는 자진 신고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충남대학교 교직원 회피 배제 운영 지침'에 따르면 학교는 아예 대학 원서접수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개인정보제공·활용 동의서를 받은 뒤 연말정산자료, 인사현황자료, 가족 장학사항,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종합하여 시스템 및 지원자 서류를 통해 응시생과의 관련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후 자진신고 자료와 시스템 검증 결과를 검토하는 교차 확인 과정을 거치는 등 입시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와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충남대는 2017~2020학년도 의대 편입학자 가운데 교수 자녀 현황을 묻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2018 자녀-불합격(교수) 2020 사촌조카-미지원(교수)"라는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데이터를 답변 자료로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 경북대도 2020학년도에는 전 교직원에게 자진신고 이메일

다시 경북대 사례로 돌아가면 당시 학교는 응시생과 특수 관계가 있을 수 있는 교직원들로부터 입시 업무 지원을 받은 뒤 다시 신고를 통해 걸러냈다는 희한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상식적으로도 서울대나 충남대처럼 전 직원을 상대로 사전 신고를 받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당시 경북대의 회피·배제 제도가 '규정 위반'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운용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실제 경북대는 국회 답변 자료를 통해 2020학년도 입시 과정에서는 전 교직원에게 응시생과의 특수 관계를 알릴 것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고 답했습니다.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 설명은 없습니다. 경북대 측에 관련 제도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청했지만,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연락이 된 경우에도 "잘 모르겠다." 정도의 답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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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녀 입학 ‘기피 신고’ 기피한 정호영…심사 지원자들만 확인?
    • 입력 2022-04-27 07:00:36
    • 수정2022-05-12 18:19:18
    탐사K

앞서 KBS 탐사보도부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의 의대 편입학 지원 사실을 사전에 학교 측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단독] 정호영, 자녀 경북대 의대 편입 사전 신고 규정 안 지킨 듯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6868)

경북대학교는 '2017·2018년 학년도 당시 정 후보자가 기피 신청 등을 했는지'를 묻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대해 "기피(회피) 신고는 편입 서류전형, 면접고사, 구술평가 출제·평가 등 참여 위원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정 후보자는 당시 관련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아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 심사 가능 교수 먼저 모으고 회피·배제 여부 판단?

정 후보자가 사전에 기피 신고를 했다면 경북대는 이렇게 답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후 경북대는 국회에 보낸 추가 답변을 통해 정 후보자로부터 기피 신청을 받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2017학년도 및 2018학년도 기피(회피) 신고는 의과대학 학사편입학 서류전형, 면접고사, 구술평가 출제·평가 등에 참여하는 위원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정호영 후보자는 당시 관련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아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 질의에 대한 경북대 답변 자료 중

경북대는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심사일정 공지 후 심사가 가능한 교수 지원자를 모집(회피·제척 여부 확인)하고, 지원자 중 입학전형위원장이 전공별 적합성을 판단하여 심사위원을 선정"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즉 ① 먼저 심사를 맡을 수 있는 교수들의 지원을 받은 다음 ② 자녀·친인척 등이 응시했는지 파악해서 회피·배제 여부를 판단했 는 겁니다.

■ 서울대·충남대 "전체 교직원 대상 자진 신고 접수…데이터 교차 분석"

경북대를 포함한 각 대학은 '입시전형 회피·배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14학년도부터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입니다. '가이드라인'은 "대학은 입학 관련 업무 참여자를 대상으로 회피·배제를 실시"한다며 ① 회피 대상은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② 배제 대상은 4촌 이내 친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자체적으로 회피·배제 절차 및 시스템 등을 갖추고 적극 활용"하라며 제도 운용은 대학 자율로 맡기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회피 신고 대상은 전 교직원입니다. 입시철이 되면 학교 측은 전체 교직원에게 입시 일정과 특수 관계 여부를 자진 신고할 것을 알리는 공문을 보냅니다. 이에 따라 교직원들이 신고하면 입시 업무에 종사할 인원을 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됩니다. 2019년부터는 아예 학교 내부망에 회피·배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직원들이 언제든 로그인하고 입력하게 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충남대학교 역시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신고 대상은 전 교직원입니다. 특히 응시생과의 관계를 파악하는데는 자진 신고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충남대학교 교직원 회피 배제 운영 지침'에 따르면 학교는 아예 대학 원서접수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개인정보제공·활용 동의서를 받은 뒤 연말정산자료, 인사현황자료, 가족 장학사항,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종합하여 시스템 및 지원자 서류를 통해 응시생과의 관련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후 자진신고 자료와 시스템 검증 결과를 검토하는 교차 확인 과정을 거치는 등 입시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와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충남대는 2017~2020학년도 의대 편입학자 가운데 교수 자녀 현황을 묻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2018 자녀-불합격(교수) 2020 사촌조카-미지원(교수)"라는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데이터를 답변 자료로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 경북대도 2020학년도에는 전 교직원에게 자진신고 이메일

다시 경북대 사례로 돌아가면 당시 학교는 응시생과 특수 관계가 있을 수 있는 교직원들로부터 입시 업무 지원을 받은 뒤 다시 신고를 통해 걸러냈다는 희한한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상식적으로도 서울대나 충남대처럼 전 직원을 상대로 사전 신고를 받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당시 경북대의 회피·배제 제도가 '규정 위반'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운용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실제 경북대는 국회 답변 자료를 통해 2020학년도 입시 과정에서는 전 교직원에게 응시생과의 특수 관계를 알릴 것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고 답했습니다. 왜 이렇게 바뀌었는지 설명은 없습니다. 경북대 측에 관련 제도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청했지만,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연락이 된 경우에도 "잘 모르겠다." 정도의 답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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