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자이한이 보는 푸틴의 전쟁, 원인과 결말

피터 자이한(Peter Zeihan, 1973년생, 국적: 미국) 세계적 지정학 전략가로 2017년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The Absent Superpower)'에서 미국이 에너지 자립에 따라 고립주의로 돌아가면 전 세계적으로 3대 전쟁이 일어날 것이며, 그 첫 무대가 우크라이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쯤 지난 3월 말, 화상 인터뷰를 통해 그가 바라보는 이번 전쟁의 원인과 배경, 결말 등을 물었다. [관련 영상] 시사기획 창 368회 ‘안전지대는 없다, 푸틴의 전쟁’

Q. 5년 전, 당신은 ’The Absent Superpower’라는 책에서 3가지 전쟁을 예상했고, 특히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측의 근거는?
러시아의 지형은 한국이나 미국의 지형과 다릅니다. 한반도는 산간지형이고 진입점이 거의 없습니다. 미국은 그 자체로 하나의 대륙입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열린 평원입니다. 그리고 이 지역의 경계에는 제가 '침략 통로' 혹은 '관문 통로'라고 부르는 곳들이 있는데 이곳을 통해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50번이 넘게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침입을 당했습니다. 50번의 침략 모두 9개의 관문 통로 중 한 곳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푸틴의 계획은 러시아를 확장해 모든 9개의 통로를 틀어막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코카서스(카프카스, the Caucasus)에서 한 일들, 예를 들어 조지아 침공이나 지난 여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의 해결 등은 러시아군을 이 통로들에 배치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의 경찰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크라이나입니다. 우크라이나가 통로를 통제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이 통로들 중 두 곳으로 가는 길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 곳은 루마니아에 있는 '베사라비아 갭'이라고 불리는 곳이고, 다른 곳은 폴란드 평원입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에서의 일이 끝나면 러시아는 계속 진군해 실제로 통로들을 막을 것이고 이 지점에서 NATO와의 끔찍한 전쟁이라는 위협이 생겨납니다.

Q . 실제 이번 전쟁이 발생한 가장 핵심적 이유는?
왜 '지금' 전쟁이 벌어졌을까요. 러시아군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고갈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출생률은 바닥을 쳤습니다. 러시아인들이 지금 움직이지 않았다면, 5년이나 10년을 더 기다렸다면, 애초에 공격을 할 수 있는 군대가 없었을 겁니다. 지형과 인구 변화가 전쟁의 이유를 말해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우리에게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몰락이 아닌 다른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을 줍니다. 왜냐하면, 이 전쟁에 투입할 러시아 군인의 공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러시아 역사에서는 특이한 일입니다. 아주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는 인구가 많았고 젊은이들도 많았습니다. 인구통계는 지난 반세기 동안 돌아섰고 이제 이들은 말 그대로 남아있는 군인들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Q. 전쟁 장기화의 원인이 병사 보급의 문제라고 보는가?
부분적으로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인구 통계와 군인들에 대해 말씀드리기 전에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 지에 대한 모든 사람의 추측이 틀렸다는 것을 말씀드려야겠군요. 저도 틀렸습니다. NATO도 틀렸고, 러시아인들도 틀렸고, 중국도 틀렸습니다. 모두가 틀렸어요. 우리는 모두 우크라이나가 수 주 내로 무너질 거라고 가정했습니다. 러시아인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하고 두려워했던 것만큼 군사적으로 유능하지 않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훨씬 나은 기량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거의 모든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병사 수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지휘관 역량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저는 푸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장에서 직접 병력을 지휘할 책임이 있는 상병과 중장을 얘기하는 겁니다. 1980년대 중반 모스크바에서는 교육제도가 붕괴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중 가장 젊은 집단이 지금 50대 후반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전장에 나가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병사들의 수에 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무대에서 이 병사들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들의 역량에 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Q. 한편에서는 이번 전쟁이 에너지 패권 전쟁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것이 에너지에 관한 전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이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입니다. 알루미늄은 3위고 철강은 2위, 비료는 1위입니다. 누군가 자원에 관한 패권을 쥔다면 그건 러시아입니다. NATO 동맹국, 미국, 일본, 한국, 타이완, 호주 등 테이블에서 러시아의 반대편에 서기로 한 모든 이들이 러시아가 자원으로 돈을 버는 것을 막기 위해 자원들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아직 진행 초반입니다. 이들이 모든 것을 심사숙고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훌륭합니다만, 몇 개월이 지난 뒤 동시다발적인 농업과 에너지, 금속, 제조 분야의 부족을 겪게 되는 것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 말은, 우리는 이미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일어날 것이 확실한 충분한 단계들을 거쳤습니다. 이것이 세계적인 경기 공항이 될지는 미정입니다. 그러나 지역적인 기근은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Q. 푸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경제제재가 효과를 볼까?
경제제재들은 확실히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몇 년이 지나면 러시아는 이번 전쟁으로부터 회복될 수 없을 겁니다. 러시아의 미래와 NATO의 미래는 우크라이나에서 결정될 겁니다. 그렇지만 경제제재의 목표가 전쟁을 막고 러시아를 철수하게 하는 거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러시아인들은 이 전쟁을 절대적인 국가적 생존의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들이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재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국제적인 규탄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러시아의 편에 서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러시아인들은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걸 압니다. 그들의 관점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데 실패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전쟁을 일으키고 나서 멈추는 겁니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여전히 유라시아 중부에서 불안정할 것이고, 이미 전쟁을 일으킨 대가를 치렀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인들은 끝까지 갈 겁니다.

Q. 중국이 러시아 원유나 자원을 수입하는 식으로 러시아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먼저 가능한지부터 말하고 그 다음에 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가능한 가입니다.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중국이 러시아의 채무 보증을 서거나 군대를 보내지 않는 한 말이죠.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그것이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에는 진행될 일이 별로 없다고 봅니다. 중국이 물건을 받는 데 필요한 항구들은 대륙의 건너편 발트해나 흑해에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원하는 초대형 유조선 한 대마다 먼저 발트해와 흑해에서 원유를 싣고자 7개의 셔틀 유조선을 빌려야 하고 이것을 더 먼 바다로 운송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NATO의 해군기지를 눈앞에 두고 한꺼번에 2백만 배럴의 원유를 더 큰 배로 옮겨야 합니다. (중국이 할 수 있는게)경제적 구원은 아닐 겁니다.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군사적 구원이 될 겁니다. 그러나 중국이 우크라이나에 50만 명의 군인을 보내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맞서 싸우게 한다는 생각도 제가 보기에는 무리입니다. 저는 중국이 이것을 진지하게 고려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Q. 러시아에 타격을 주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유가 하락. 1980년대 말 미국이 유가 낮춰 소련에 타격.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은?
이번에는 그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980년대는 일종의 '퍼펙트 스톰'이었습니다. 사우디는 다양한 이유로 하루 4백만 배럴이 넘는 아주 많은 잉여 생산 능력을 비축하고 있었습니다. 크게는 이란 혁명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우디는 이란으로부터 전체 (원유)시장을 가져올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레이건이 사우디 가문과 운명적인 대화를 했던 1985년에도 그 유휴 생산능력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것이 없습니다. 사우디는 유휴 생산능력이 하루 백만 배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운영상태로 돌리는 데 1년이 걸릴 겁니다. 베네수엘라는 20년이 걸릴 것이고 단지 증산이 아니라 감산을 막는 데만 500억 달러의 투자가 들어갈 겁니다. 리비아에서는 내전이 일어나고 있어서 해결책 일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란은, 만약 이란과 미국이 오늘 화해한다고 해도 여전히 1년이 더 지나야 하루 백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의 셰일가스요? 만약 바이든이 자신의 정당의 환경주의자들의 비명을 무시하고 나가서 계약을 체결하고 정부의 돈을 쓰기 시작할 수 있다면 말이죠. 우리가 1년간 셰일가스의 새로운 생산에 추가한 최대량은 하루 2백만 배럴이 약간 넘었습니다. (증산이) 문제없이 진행되었을 때 러시아산 원유가 지금으로부터 1년 후 사라질 양을 간신히 채워 넣을 만큼이 됩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날 어쨌든 유가는 (배럴당)10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시장에 원유를 쏟아붓는 것은 안타깝지만, 선택사항이 될 수 없습니다.

Q. 전쟁이 언제 끝날까?
그건 10억(달러)짜리 질문이군요. 도박을 하자면 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점령하는 건 아마도 9월경이라고 추측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가 마음대로 전쟁을 끝내게 내버려 둬야 가능한 일이죠. 최근 서방에서 우크라이나로 운송된 무기의 양이 급증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무기 체계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재블린이라는 대전차무기입니다. 재블린을 이용해 러시아 탱크들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스팅어라는 대공미사일입니다. 미국이 1980년대 소련이 아프간을 점령했을 때 무자헤딘에게 제공했습니다. 두 가지 모두 게릴라전에 뛰어난 무기들입니다. 개전 당시 우크라이나인들은 단지 수백 개의 재블린과 수십 개의 스팅어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미국은 어떤 스팅어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손에 넣게 된 것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발트해 3국으로부터 전달받은 중고들이었습니다. 이제 미국은 두 가지 모두 수백 개씩 보내고 있습니다. 러시아인들은 진군하면서 가능한 모든 민간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보이면 사살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제 가능한 이 전쟁을 피로 물들이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미국도 (러시아에 대해) 마찬가지입니다. 러시아가 이곳에 갇혀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오기 더 어렵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면 푸틴은 전쟁 이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생각을 덜 하게 될 겁니다.

(통·번역: 박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