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넘고, 인도 달리고’…전동킥보드 단속·사고 증가

입력 2022.04.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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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규제를 한층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해(2021년) 5월 시행됐습니다. 킥보드 이용 시 안전수칙을 위반하면 벌금을 물도록 했습니다. 안전모 미착용 2만 원, 승차정원 위반 4만 원, 무면허 운전 10만 원, 음주측정 불응 13만 원 등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실제로 전동킥보드 안전수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 둘이 타고, 안전모 안 쓰고…위법 행위 빈번

전동킥보드 한 대에 두 명이 올라탄 채, 보도를 질주하고 있다. 안전모도 쓰지 않은 모습이다.전동킥보드 한 대에 두 명이 올라탄 채, 보도를 질주하고 있다. 안전모도 쓰지 않은 모습이다.

전동킥보드의 승차정원은 1명입니다. 2명 이상이 한 킥보드에 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전동킥보드 취재를 위해 도심 대로변으로 나간 지 1시간 만에, 이러한 승차정원 위반 행위를 마주했습니다. 운전 방향을 바꿀 때에는 중심을 잡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길 표면이 매끄럽지 않거나, 차량이나 사람을 갑자기 피해야 할 때, 자칫 넘어지거나 사고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개인 안전을 위한 기본수칙은 안전모 착용임에도, 이를 지키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일부 킥보드 대여 업체는 이용자 안전을 위해 킥보드에 고리를 설치해 안전모를 달아 놓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킥보드에 그대로 달아놓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킥보드 운전자에게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니, "귀찮아서 그렇다", "머리가 망가져서 싫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한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가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킥보드에 고리를 달아서 안전모를 걸어 놓았다.한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가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킥보드에 고리를 달아서 안전모를 걸어 놓았다.

■ 길에서 불쑥 등장...‘킥라니’ 오명도 여전


도로에서 불쑥 튀어나와 운전자들을 놀라게 만드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고라니’입니다. 킥보드와 이 고라니를 합친 ‘킥라니’라는 신조어가 생긴 지가 오래입니다. 그런데 그 오명은 여전합니다.

도로 위 전동킥보드를 보니, 차선을 넘나들며 달리거나 4차선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도로를 가로지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렇다보니, 운전자들은 사고가 날까봐 불안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골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킥보드로 사고 위험이 있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2021년) 10월 강원도 춘천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해보니, 킥보드가 빠른 속도로 골목을 달리다가 교차 지점에서 마주한 차량과 부딪쳤습니다.

경찰은 "도로뿐 아니라 골목에서도 교차 지점에서는 반드시 서행하거나 잠시 멈춰 주변을 살피고 이동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개정안 시행 8개월여 만에 ‘7만 3천여 건’ 적발…사고도 증가

지난해(2021년) 5월 전동킥보드 관련 개정안이 시행된 후 12월까지, 경찰이 전국에서 단속을 벌인 결과, 무려 73,566건이 적발됐습니다. 하루 300건 이상인 셈입니다.

유형별로는 안전모가 58,580건(80%)으로 가장 많고, 무면허 7,168건(10%), 음주 2,589건(4%), 승차정원 위반 416건(1%)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법안을 강화하고 단속을 벌여도,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7년부터 5년간 전동킥보드 사고 현황을 살펴보니, 매년 2배씩 증가했습니다. 지난해(2021년) 발생한 사고 건수는 1,735건으로, 5년 전보다 15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사고로 인한 사상자 역시 매년 2배씩 늘었습니다. 5년간 부상자는 모두 3,721명, 사망자는 45명에 달합니다. 전동킥보드 이용 증가로 사고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사고 건수와 사상자 현황을 볼 때 분명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 인도 위 달리는 킥보드로 보행자 불안…킥보드 이용자 "도로가 무섭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도로 가장 끝 차로나 자전거 도로에서 다녀야 합니다. 그런데 거리를 다니다보면 인도를 달리는 킥보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 킥보드도 있습니다. 인도 위를 달리는 킥보드 때문에 보행자들이 놀랄 때가 부지기수입니다.

킥보드 이용자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일부 킥보드 이용자들은 차도를 이용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고 답합니다. 킥보드의 최대 속도가 시속 25킬로미터인데, 자동차의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빨라, 차량으로부터 위협을 느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보도를 이용한다는 겁니다.

■대학 캠퍼스 활보하는 킥보드…안전수칙 안 지켜도 단속 안 돼

대학교 캠퍼스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달리는 전동킥보드 운전자대학교 캠퍼스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달리는 전동킥보드 운전자

마지막으로 하나 살펴볼 것이 있습니다. 바로 대학교 내 전동킥보드의 위법 행위입니다.

전동킥보드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층, 20대입니다. 그만큼 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킥보드를 이용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정작 캠퍼스에서는 단속이 어렵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합니다.

도로교통법 규정된 도로에서만 단속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를 보면, 도로를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라고 정의합니다.

물론 대학교 캠퍼스의 경우는 특히나 모두에게 열려있는 장소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캠퍼스 출입구에 차량 차단문을 설치한 경우, 경찰은 차량 출입이 통제되는 곳으로 해석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보지 않아서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캠퍼스를 활보하는 킥보드를 누구도 단속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차선을 마구 넘나들어도, 보도 위를 달려도, 안전모를 쓰지 않아도 벌금을 내지 않습니다. 일부 대학은 이 때문에 전동킥보드 안전운전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며, 무엇보다 학생들의 준법정신이 필요하다고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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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선 넘고, 인도 달리고’…전동킥보드 단속·사고 증가
    • 입력 2022-04-27 08:00:18
    취재K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규제를 한층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해(2021년) 5월 시행됐습니다. 킥보드 이용 시 안전수칙을 위반하면 벌금을 물도록 했습니다. 안전모 미착용 2만 원, 승차정원 위반 4만 원, 무면허 운전 10만 원, 음주측정 불응 13만 원 등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실제로 전동킥보드 안전수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 둘이 타고, 안전모 안 쓰고…위법 행위 빈번

전동킥보드 한 대에 두 명이 올라탄 채, 보도를 질주하고 있다. 안전모도 쓰지 않은 모습이다.
전동킥보드의 승차정원은 1명입니다. 2명 이상이 한 킥보드에 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전동킥보드 취재를 위해 도심 대로변으로 나간 지 1시간 만에, 이러한 승차정원 위반 행위를 마주했습니다. 운전 방향을 바꿀 때에는 중심을 잡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길 표면이 매끄럽지 않거나, 차량이나 사람을 갑자기 피해야 할 때, 자칫 넘어지거나 사고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개인 안전을 위한 기본수칙은 안전모 착용임에도, 이를 지키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일부 킥보드 대여 업체는 이용자 안전을 위해 킥보드에 고리를 설치해 안전모를 달아 놓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킥보드에 그대로 달아놓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킥보드 운전자에게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니, "귀찮아서 그렇다", "머리가 망가져서 싫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한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가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킥보드에 고리를 달아서 안전모를 걸어 놓았다.
■ 길에서 불쑥 등장...‘킥라니’ 오명도 여전


도로에서 불쑥 튀어나와 운전자들을 놀라게 만드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고라니’입니다. 킥보드와 이 고라니를 합친 ‘킥라니’라는 신조어가 생긴 지가 오래입니다. 그런데 그 오명은 여전합니다.

도로 위 전동킥보드를 보니, 차선을 넘나들며 달리거나 4차선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도로를 가로지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렇다보니, 운전자들은 사고가 날까봐 불안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골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킥보드로 사고 위험이 있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2021년) 10월 강원도 춘천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해보니, 킥보드가 빠른 속도로 골목을 달리다가 교차 지점에서 마주한 차량과 부딪쳤습니다.

경찰은 "도로뿐 아니라 골목에서도 교차 지점에서는 반드시 서행하거나 잠시 멈춰 주변을 살피고 이동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개정안 시행 8개월여 만에 ‘7만 3천여 건’ 적발…사고도 증가

지난해(2021년) 5월 전동킥보드 관련 개정안이 시행된 후 12월까지, 경찰이 전국에서 단속을 벌인 결과, 무려 73,566건이 적발됐습니다. 하루 300건 이상인 셈입니다.

유형별로는 안전모가 58,580건(80%)으로 가장 많고, 무면허 7,168건(10%), 음주 2,589건(4%), 승차정원 위반 416건(1%)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법안을 강화하고 단속을 벌여도,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7년부터 5년간 전동킥보드 사고 현황을 살펴보니, 매년 2배씩 증가했습니다. 지난해(2021년) 발생한 사고 건수는 1,735건으로, 5년 전보다 15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사고로 인한 사상자 역시 매년 2배씩 늘었습니다. 5년간 부상자는 모두 3,721명, 사망자는 45명에 달합니다. 전동킥보드 이용 증가로 사고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사고 건수와 사상자 현황을 볼 때 분명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 인도 위 달리는 킥보드로 보행자 불안…킥보드 이용자 "도로가 무섭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도로 가장 끝 차로나 자전거 도로에서 다녀야 합니다. 그런데 거리를 다니다보면 인도를 달리는 킥보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 킥보드도 있습니다. 인도 위를 달리는 킥보드 때문에 보행자들이 놀랄 때가 부지기수입니다.

킥보드 이용자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일부 킥보드 이용자들은 차도를 이용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고 답합니다. 킥보드의 최대 속도가 시속 25킬로미터인데, 자동차의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빨라, 차량으로부터 위협을 느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보도를 이용한다는 겁니다.

■대학 캠퍼스 활보하는 킥보드…안전수칙 안 지켜도 단속 안 돼

대학교 캠퍼스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달리는 전동킥보드 운전자
마지막으로 하나 살펴볼 것이 있습니다. 바로 대학교 내 전동킥보드의 위법 행위입니다.

전동킥보드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층, 20대입니다. 그만큼 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킥보드를 이용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정작 캠퍼스에서는 단속이 어렵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합니다.

도로교통법 규정된 도로에서만 단속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를 보면, 도로를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라고 정의합니다.

물론 대학교 캠퍼스의 경우는 특히나 모두에게 열려있는 장소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캠퍼스 출입구에 차량 차단문을 설치한 경우, 경찰은 차량 출입이 통제되는 곳으로 해석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보지 않아서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캠퍼스를 활보하는 킥보드를 누구도 단속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차선을 마구 넘나들어도, 보도 위를 달려도, 안전모를 쓰지 않아도 벌금을 내지 않습니다. 일부 대학은 이 때문에 전동킥보드 안전운전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며, 무엇보다 학생들의 준법정신이 필요하다고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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