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3장의 사진이 보여 주는 중국 코로나19 현실

입력 2022.04.27 (08:00) 수정 2022.04.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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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방역 당국이 철문을 설치하고 있다. (출처: 웨이보)4월 25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방역 당국이 철문을 설치하고 있다. (출처: 웨이보)

방호복을 입은 두 남자가 철문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된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 한 아파트 입구입니다. 한마디로 출입문에 '철벽'을 쳤습니다. '누구도 허락 없이는 이곳을 나갈 수 없다.'는 걸 대놓고 보여줍니다.

철문이 들어선 4월 25일부터 이 아파트 주민들은 일제히 격리에 들어갔습니다. 미리 준비할 새도 없이 말입니다. 수차례 PCR 검사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언제 격리가 풀려서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기한 없는 '무한 격리'입니다.

상하이시가 현재 그렇습니다. 3월 중순부터 격리에 들어갔던 상하이 시민들 상당수가 아직도 집 밖을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동권을 침해받으며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생활을 40여 일 넘게 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시는 '상하이 꼴 나지 않도록 사전에 막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입니다.

우선 베이징시 인구 2천200만 명의 90% 정도를 대상으로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0일까지 모두가 3번씩 검사를 받습니다.

'체로 치듯' 감염자를 걸러내는 선제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임시 통제관리 지역도 130여 개로 늘었습니다. 확진자 1명 나왔다고 주거 단지 주민 전체를 임시로 '단기 격리' 시키는 방식입니다.

'철문 봉쇄'는 아니지만, 최소 4일 이상 집 밖을 못 나간다는 점, 준비할 새가 없다는 점은 같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가 임시 관리통제구역으로 설정되면서 이 근처 상점, 식당 등은 모두 문을 닫았어요. …지금은 꼭 필요한 야채만 공동구매할 수 있고 아파트 단지 문앞에서 받을수 있어요." - 베이징 시민 A씨


4월 25일, 베이징시 도시 봉쇄 가능성에 사재기에 나선 시민들로 마트가 북새통인 모습 (사진: 이창준 KBS 베이징 특파원)4월 25일, 베이징시 도시 봉쇄 가능성에 사재기에 나선 시민들로 마트가 북새통인 모습 (사진: 이창준 KBS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 시민들은 불안합니다. 앞서 상하이 사태를 봤고, 이제는 지인들이 집 밖을 못 나옵니다.

불안은 사재기로 나타났습니다.

베이징시에서 감염자가 가장 많이 나온 차오양구가 4월 25일 구민 전수 검사를 발표하자마자 사람들은 마트로 달려갔습니다. 봉쇄될 경우 제일 필요할 것들을 담기 위해서입니다.

쌀, 기름, 고기, 계란, 라면, 휴지, 여성용품 등을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집어 들었습니다.

"유통기한이 긴 것, 예를 들면 라면과 계란을 사세요. 우리 집에는 아이가 두 명 있어서 저는 많이 샀어요. 가족들도 많으니까 냉장고가 두 개가 있어서 채워 놓을려고요." - 마트에서 만난 베이징 시민 B씨

배송 서비스 역시 밀려드는 주문에 일찌감치 마감됐습니다. 텅 빈 판매대를 보면서 불안은 더 커져 갑니다.

상하이 시민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글. 이 시민은 ‘베이징 시민들에게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지글에 봉쇄에 대비해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상세히 적었다. 베이징 시민들은 이 글을 다들 본 것처럼 상하이 시민이 당부한 대로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상하이 시민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글. 이 시민은 ‘베이징 시민들에게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지글에 봉쇄에 대비해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상세히 적었다. 베이징 시민들은 이 글을 다들 본 것처럼 상하이 시민이 당부한 대로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베이징 시민들이 냉장고를 채우며 불안감을 덜어내는 사이, 상하이 시민들은 체념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상하이 시민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글입니다. (위 사진 참고) '베이징도 봉쇄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단박에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베이징 시민들에게 알려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 글은 베이징 시민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슬기로운 격리 생활'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말이죠. 일부만 추려봤습니다.

<베이징 시민들에게 알려 드립니다!>

2. 소고기, 소갈비, 닭가슴살, 닭 날개, 닭 다리 우선 사놓고 돼지고기는 걱정하지 마세요.
(정부에서) 나눠줍니다.

8. 샴푸, 클렌징크림, 휴지, 세제, 치약 모두 깜빡하고 사지 않아 초조할 수 있으니 사놓길.
9. 배달하는 친구 중 아는 친구가 있으면 안면을 터놓고 친하게 지내시길.
10. 옆집, 윗집 가장 가까운 이웃들과 인사하고 알고 지내시길. 물건 교환 등에 서로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함!

당초 나흘간 한다던 상하이시 봉쇄는 야금야금 이틀, 또 이틀 이렇게 늘었습니다. 미처 준비할 틈 없이 격리된 상하이 시민들은 무조건 대비하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굶주리고 기다려야 하는지 따지기보다는 미리 준비하는 편을 선택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이자 '내려놓기' 단계입니다. 베이징 시민들은 '충실하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담은 우스개까지 떠돌고 있습니다.

上海人民在封控中等物资 상하이 시민들은 봉쇄 중에 물자를 기다리고,
北京人民在物质中等封控 베이징 시민들은 물자 중에 봉쇄를 기다린다.

'닥치고 봉쇄'를 외치는 중국식 방역에 시민들은 지쳤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중국 정부가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動態淸零·둥타이칭링) 정책을 몇 달 사이 바꾸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코로나19 무관용' 정책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최대 치적 중 하나입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망률이 치솟을 때,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확산을 막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포기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분명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베이징 도시 전체가 봉쇄될지는 이제 감염자 수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중국만의 방역 정책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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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3장의 사진이 보여 주는 중국 코로나19 현실
    • 입력 2022-04-27 08:00:19
    • 수정2022-04-27 08:00:45
    특파원 리포트
4월 25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방역 당국이 철문을 설치하고 있다. (출처: 웨이보)
방호복을 입은 두 남자가 철문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된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 한 아파트 입구입니다. 한마디로 출입문에 '철벽'을 쳤습니다. '누구도 허락 없이는 이곳을 나갈 수 없다.'는 걸 대놓고 보여줍니다.

철문이 들어선 4월 25일부터 이 아파트 주민들은 일제히 격리에 들어갔습니다. 미리 준비할 새도 없이 말입니다. 수차례 PCR 검사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언제 격리가 풀려서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기한 없는 '무한 격리'입니다.

상하이시가 현재 그렇습니다. 3월 중순부터 격리에 들어갔던 상하이 시민들 상당수가 아직도 집 밖을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동권을 침해받으며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생활을 40여 일 넘게 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시는 '상하이 꼴 나지 않도록 사전에 막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입니다.

우선 베이징시 인구 2천200만 명의 90% 정도를 대상으로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0일까지 모두가 3번씩 검사를 받습니다.

'체로 치듯' 감염자를 걸러내는 선제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임시 통제관리 지역도 130여 개로 늘었습니다. 확진자 1명 나왔다고 주거 단지 주민 전체를 임시로 '단기 격리' 시키는 방식입니다.

'철문 봉쇄'는 아니지만, 최소 4일 이상 집 밖을 못 나간다는 점, 준비할 새가 없다는 점은 같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가 임시 관리통제구역으로 설정되면서 이 근처 상점, 식당 등은 모두 문을 닫았어요. …지금은 꼭 필요한 야채만 공동구매할 수 있고 아파트 단지 문앞에서 받을수 있어요." - 베이징 시민 A씨


4월 25일, 베이징시 도시 봉쇄 가능성에 사재기에 나선 시민들로 마트가 북새통인 모습 (사진: 이창준 KBS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 시민들은 불안합니다. 앞서 상하이 사태를 봤고, 이제는 지인들이 집 밖을 못 나옵니다.

불안은 사재기로 나타났습니다.

베이징시에서 감염자가 가장 많이 나온 차오양구가 4월 25일 구민 전수 검사를 발표하자마자 사람들은 마트로 달려갔습니다. 봉쇄될 경우 제일 필요할 것들을 담기 위해서입니다.

쌀, 기름, 고기, 계란, 라면, 휴지, 여성용품 등을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집어 들었습니다.

"유통기한이 긴 것, 예를 들면 라면과 계란을 사세요. 우리 집에는 아이가 두 명 있어서 저는 많이 샀어요. 가족들도 많으니까 냉장고가 두 개가 있어서 채워 놓을려고요." - 마트에서 만난 베이징 시민 B씨

배송 서비스 역시 밀려드는 주문에 일찌감치 마감됐습니다. 텅 빈 판매대를 보면서 불안은 더 커져 갑니다.

상하이 시민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글. 이 시민은 ‘베이징 시민들에게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지글에 봉쇄에 대비해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상세히 적었다. 베이징 시민들은 이 글을 다들 본 것처럼 상하이 시민이 당부한 대로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베이징 시민들이 냉장고를 채우며 불안감을 덜어내는 사이, 상하이 시민들은 체념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상하이 시민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글입니다. (위 사진 참고) '베이징도 봉쇄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단박에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베이징 시민들에게 알려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 글은 베이징 시민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슬기로운 격리 생활'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말이죠. 일부만 추려봤습니다.

<베이징 시민들에게 알려 드립니다!>

2. 소고기, 소갈비, 닭가슴살, 닭 날개, 닭 다리 우선 사놓고 돼지고기는 걱정하지 마세요.
(정부에서) 나눠줍니다.

8. 샴푸, 클렌징크림, 휴지, 세제, 치약 모두 깜빡하고 사지 않아 초조할 수 있으니 사놓길.
9. 배달하는 친구 중 아는 친구가 있으면 안면을 터놓고 친하게 지내시길.
10. 옆집, 윗집 가장 가까운 이웃들과 인사하고 알고 지내시길. 물건 교환 등에 서로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함!

당초 나흘간 한다던 상하이시 봉쇄는 야금야금 이틀, 또 이틀 이렇게 늘었습니다. 미처 준비할 틈 없이 격리된 상하이 시민들은 무조건 대비하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굶주리고 기다려야 하는지 따지기보다는 미리 준비하는 편을 선택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이자 '내려놓기' 단계입니다. 베이징 시민들은 '충실하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담은 우스개까지 떠돌고 있습니다.

上海人民在封控中等物资 상하이 시민들은 봉쇄 중에 물자를 기다리고,
北京人民在物质中等封控 베이징 시민들은 물자 중에 봉쇄를 기다린다.

'닥치고 봉쇄'를 외치는 중국식 방역에 시민들은 지쳤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중국 정부가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動態淸零·둥타이칭링) 정책을 몇 달 사이 바꾸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코로나19 무관용' 정책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최대 치적 중 하나입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망률이 치솟을 때,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확산을 막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포기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분명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베이징 도시 전체가 봉쇄될지는 이제 감염자 수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중국만의 방역 정책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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