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가습기살균제 조정위 ‘연장’ 가닥…협상은 난항

입력 2022.04.28 (12:39) 수정 2022.04.2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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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지원 협상이 산 넘어 산입니다.

일단 조정위원회는 활동 연장 쪽으로 가닥을 잡아 한숨 돌렸는데, 조정안을 거부한 애경과 옥시가 추후 협상테이블에 다시 나올지는 불투명합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하루하루 커지고 있습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건조한 날씨에 피부는 쩍쩍 갈라지고, 목은 바짝바짝 탑니다.

이럴 땐 가습기가 도움이 되죠.

그런데 쓰면서도 깨끗한가 불안합니다.

그래서 살균제가 등장했습니다.

세균과 곰팡이, 물때까지 말끔하게 제거해 준다는 액체.

가습기 물 갈아줄 때마다 넣곤 했습니다.

그런데 사용할수록 기침이 늘었습니다.

폐가 망가지고, 결국엔 산소 호흡기가 없인 살 수 없게 됐습니다.

이 분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폐 이식까지 받았습니다.

벌써 12년째, 이제는 가족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안희주/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 "팔십 먹은 노모한테 말을 못 합니다. 병원에 갔다 와도…. 아이가 좀 어떠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저는 말을 못합니다."]

긴 투병 생활에 쌓여가는 병원비도 감당하기 힘듭니다.

아픈 자신도, 돌보는 가족도 하루하루가 고통입니다.

["집을 잡히고 재산을 잡히고 은행에 있는 대로 대출을 내고 가정이 파괴가 되고 그러면서도 일단은 생명이니까 살아야 될 것 아니에요."]

이제는 편안하게 숨 한 번 쉬는 게 소원인데요.

이런 피해자가 7천 명이 넘습니다.

제대로 된 배상을 받아야겠죠, 그래서 지난해 10월, 조정위가 출범됐습니다.

위원장을 환경부 장관이 추천했을 뿐, 피해자 단체와 가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민간 합의기구입니다.

9개 기업 모두 조정안에 동의하고, 피해자 과반이 찬성하면 조정이 성립되는데요.

하지만 강제적인 권한이 없어서였을까요. 옥시와 애경이 조정위에 불참했습니다.

최대 추산 분담금 9,240억 원 가운데 판매율이 가장 높은 옥시가 절반 이상을, 애경도 수백억 원을 책임지도록 했는데요.

이들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 60%가 넘습니다.

옥시와 애경은 분담금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조정을 꺼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갈 길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옥시와 애경의 분담금 일부를 다른 7개 기업에서 부담할 수 있을지 조율했는데, 모두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조정위가 다시 설득에 나설 수도 있지만, 합의가 성사될 진 미지수입니다.

[송기진/'가습기살균제 합의를 위한 피해자 단체' 실무 대표 : "저희들은 (기한을) 연장시켜 놓고, 옥시와 애경이 이 조정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설득과 압력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처단하자! 처단하자!"]

피해자 단체는 옥시 본사에 공개 서한을 보내고 불매 운동까지 나섰는데요.

옥시는 합리적 기준을 제시한다면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했고, 애경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조정위는 내일 이들의 의견을 듣고 활동 기한 연장 여부를 결정한 뒤, 다음 주 조정안 수정 등을 재논의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 조정위 구성, 좀 의아합니다.

피해 신청자만 7천여 명. 사회적 대참사인데 정부가 빠졌습니다.

정부는 두 당사자 간 합의가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업과 피해자 단체 모두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기업들은 이번 조정안을 끝으로 추가 부담은 국가가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고, 피해자들도 정부가 나서야 원만한 합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단, 조정위가 신규 피해자는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마련했습니다.

새 정부 의지가 중요해 보이는데요.

여야가 다음 주 환경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증인으로 옥시와 애경산업 대표를 채택했는데, 이 자리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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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8 12:39:43
    • 수정2022-04-28 1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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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지원 협상이 산 넘어 산입니다.

일단 조정위원회는 활동 연장 쪽으로 가닥을 잡아 한숨 돌렸는데, 조정안을 거부한 애경과 옥시가 추후 협상테이블에 다시 나올지는 불투명합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하루하루 커지고 있습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건조한 날씨에 피부는 쩍쩍 갈라지고, 목은 바짝바짝 탑니다.

이럴 땐 가습기가 도움이 되죠.

그런데 쓰면서도 깨끗한가 불안합니다.

그래서 살균제가 등장했습니다.

세균과 곰팡이, 물때까지 말끔하게 제거해 준다는 액체.

가습기 물 갈아줄 때마다 넣곤 했습니다.

그런데 사용할수록 기침이 늘었습니다.

폐가 망가지고, 결국엔 산소 호흡기가 없인 살 수 없게 됐습니다.

이 분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폐 이식까지 받았습니다.

벌써 12년째, 이제는 가족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안희주/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 "팔십 먹은 노모한테 말을 못 합니다. 병원에 갔다 와도…. 아이가 좀 어떠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저는 말을 못합니다."]

긴 투병 생활에 쌓여가는 병원비도 감당하기 힘듭니다.

아픈 자신도, 돌보는 가족도 하루하루가 고통입니다.

["집을 잡히고 재산을 잡히고 은행에 있는 대로 대출을 내고 가정이 파괴가 되고 그러면서도 일단은 생명이니까 살아야 될 것 아니에요."]

이제는 편안하게 숨 한 번 쉬는 게 소원인데요.

이런 피해자가 7천 명이 넘습니다.

제대로 된 배상을 받아야겠죠, 그래서 지난해 10월, 조정위가 출범됐습니다.

위원장을 환경부 장관이 추천했을 뿐, 피해자 단체와 가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민간 합의기구입니다.

9개 기업 모두 조정안에 동의하고, 피해자 과반이 찬성하면 조정이 성립되는데요.

하지만 강제적인 권한이 없어서였을까요. 옥시와 애경이 조정위에 불참했습니다.

최대 추산 분담금 9,240억 원 가운데 판매율이 가장 높은 옥시가 절반 이상을, 애경도 수백억 원을 책임지도록 했는데요.

이들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 60%가 넘습니다.

옥시와 애경은 분담금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조정을 꺼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갈 길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옥시와 애경의 분담금 일부를 다른 7개 기업에서 부담할 수 있을지 조율했는데, 모두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조정위가 다시 설득에 나설 수도 있지만, 합의가 성사될 진 미지수입니다.

[송기진/'가습기살균제 합의를 위한 피해자 단체' 실무 대표 : "저희들은 (기한을) 연장시켜 놓고, 옥시와 애경이 이 조정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설득과 압력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처단하자! 처단하자!"]

피해자 단체는 옥시 본사에 공개 서한을 보내고 불매 운동까지 나섰는데요.

옥시는 합리적 기준을 제시한다면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했고, 애경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조정위는 내일 이들의 의견을 듣고 활동 기한 연장 여부를 결정한 뒤, 다음 주 조정안 수정 등을 재논의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 조정위 구성, 좀 의아합니다.

피해 신청자만 7천여 명. 사회적 대참사인데 정부가 빠졌습니다.

정부는 두 당사자 간 합의가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업과 피해자 단체 모두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기업들은 이번 조정안을 끝으로 추가 부담은 국가가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고, 피해자들도 정부가 나서야 원만한 합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단, 조정위가 신규 피해자는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마련했습니다.

새 정부 의지가 중요해 보이는데요.

여야가 다음 주 환경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증인으로 옥시와 애경산업 대표를 채택했는데, 이 자리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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