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느슨해지는 北 ‘핵 사용 기준’…“근본 이익 침탈에도 사용”

입력 2022.04.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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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을 맞아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을 맞아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이 열렸습니다. 북한의 열병식은 매번 절도 있게 행진하는 군인들과 이를 열렬히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 북한이 새로 개발한 무기들이 등장하며 '웅장한 풍경'을 연출해 왔으니, 이 점에서는 새로울 게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과거와 달라진 점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위압적이고 딱딱한 군 행사에 '축제'같은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입니다.

주체사상탑 주위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주체사상탑 주위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열병식 중간 평양 하늘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졌습니다. 주체사상탑 기둥에서도 불꽃이 터져나왔고, 대동강에는 불꽃놀이 화약을 심기 위해 특별히 '부교'가 띄워지기도 했습니다.

열병식에 참석한 주민들이 환호하는 모습.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 뒤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열병식에 참석한 주민들이 환호하는 모습.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 뒤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열병식의 마지막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7형'이 장식했는데, '화성 17형'이 열병식장에 등장하자 검은 밤 하늘에 화려한 불꽃이 터지며 이날의 주인공이 등장했음을 알렸습니다.

신 전략무기들을 대거 동원한 열병식은 이웃 국가나 적대 관계 국가 입장에선 고강도의 '무력시위'로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무시무시한 전략 병기와 화려한 불꽃 배경이 그려낸 이질적인 풍경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비정규군 창건 기념일에 '열병식'

올해 4월은 북한에게 여러 가지로 특별한 달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지 10년째이고,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지 110년째, 또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일이 몰려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열병식 준비 정황이 포착됐고, 많은 사람들이 김일성 생일 110년째인 15일에 개최될 걸로 예상했습니다.

조선인민혁명군. 김일성이 창건했다고 주장하는 항일 무장군사조직입니다. 북한 정규군인 '조선인민군' 창건 기념일도 아닌, 비정규 유격대 창건일을 이렇게 화려하게 기념했습니다.

90년 전 일본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해 조선인민혁명군이 탄생했고, 지금 그 정신을 이어받아 '미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해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셈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는 흰색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에 참석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는 흰색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에 참석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군 '원수복' 입고 연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흰색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에 등장했습니다.

공식 집권한 2012년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은 뒤, 원수복을 입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입니다.

연설하는 목소리에는 이전 연설과 달리 비장함을 실었습니다.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는 제안만 되풀이하는 미국,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북 강경책을 예고한 남측 새 정부, 북미 협상 진척을 달가워하지 않는 일본, 인권을 내세워 북한을 계속 압박하는 유럽, 지금은 북한을 두둔해주지만 언제 입장을 바꿀 지 알 수 없는 '우방국' 중국…

김 위원장은 "우리는 계속 강해져야 합니다"라고 했고, 정치사상 강군화와 군사기술 강군화를 통해 "최정예 강군으로 발전시키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독려했습니다.

■건드리면 '핵무력' 사용도 불사?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핵무력' 사용에 관한 언급입니다.

핵 보유국들은 핵무기 개발 완성과 함께 '핵무력' 사용 원칙을 대내외에 공표합니다. '아무 때나 쓰지 않을테니 불안해 하지 마'라는 의미인데, 핵 보유를 정당화하려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북한은 2013년 4월 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를 채택합니다. 2012년 4월 헌법을 개정해 핵보유국 지위를 명문화한 뒤 내놓은 후속조치입니다.

10개 항 가운데 4항과 5항에서 '핵 사용 원칙'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기는 적대적인 다른 핵보유국이 우리 공화국을 침략하거나 공격하는 경우 그를 격퇴하고 보복타격을 가하기 위하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최종명령에 의하여서만 사용할 수 있다.

5.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하여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비핵국가들에 대하여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다.
(북한 '자위적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데 대한 법' 중에서)

핵보유국이 공격하면 공격무기가 핵무기든 재래식 무기든 상관없이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비핵국가에 대해서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조건에 따라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핵 선제공격' 독트린을 밝힌 것인데, 사용 조건은 '침략·공격 행위'가 일어날 때로 명시했습니다.

"우리 공화국은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관련 수단과 기술을 이전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2016년 1월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중)

2016년 1월 6일 북한은 4차 핵실험을 벌인 뒤 바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수소탄 시험에 완전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을 먼저 쓰지 않겠다고 또 조건을 걸었습니다.

이번에도 '핵 선제사용' 가능성을 열어두었는데, 핵 사용 조건으로 이번엔 '자주권 침해'를 내세웠습니다.

자주권 침해는 군사적 공격이 될 수도 있고, 외교적 간섭이 될 수도 있습니다.

2013년보다 핵 사용 조건을 더 완화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입니다.

"우리 공화국이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를 겨냥하여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금 확언하였다."
(2021년 1월 열린 노동당 8차대회 보고 내용)

2021년 1월 열린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핵무기 사용 원칙을 다시 한 번 언급합니다.

적대세력이 먼저 핵을 사용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다."

"전쟁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 무력이 동원되게 된다."
(지난 4일 김여정 부부장 담화 중)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는 핵 사용 가능성을 더욱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남한에서 '선제타격' 발언이 나오는 상황에 대한 반발이었습니다.

비핵국가인 남한과 '군사적 대결' 상황이 오면 전쟁 초기부터 바로 핵을 쓰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25일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김정원 위원장의 연설 내용)

이번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근본 이익 침탈'에도 핵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근본 이익 침탈'은 군사적 대결이나 자주권 침해보다 훨씬 범위가 넓습니다.

핵 사용의 문턱을 확 낮춰, 위협의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근본 이익' 용어는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그해 4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등장했습니다.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국가와 인민의 근본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습니다.

다음달 한미 정상이 만납니다.

북한은 말(김정은 연설)과 행동(잇단 미사일 발사와 열병식)을 총동원해,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설정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핵 또는 북한 문제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 놓고 해법을 제시하라는 것입니다.

당분간 한반도에서 '강 대 강' 힘겨루기가 더욱 팽팽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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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8 18:01:57
    취재K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을 맞아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이 열렸습니다. 북한의 열병식은 매번 절도 있게 행진하는 군인들과 이를 열렬히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 북한이 새로 개발한 무기들이 등장하며 '웅장한 풍경'을 연출해 왔으니, 이 점에서는 새로울 게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과거와 달라진 점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위압적이고 딱딱한 군 행사에 '축제'같은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입니다.

주체사상탑 주위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열병식 중간 평양 하늘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졌습니다. 주체사상탑 기둥에서도 불꽃이 터져나왔고, 대동강에는 불꽃놀이 화약을 심기 위해 특별히 '부교'가 띄워지기도 했습니다.

열병식에 참석한 주민들이 환호하는 모습.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 뒤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열병식의 마지막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7형'이 장식했는데, '화성 17형'이 열병식장에 등장하자 검은 밤 하늘에 화려한 불꽃이 터지며 이날의 주인공이 등장했음을 알렸습니다.

신 전략무기들을 대거 동원한 열병식은 이웃 국가나 적대 관계 국가 입장에선 고강도의 '무력시위'로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무시무시한 전략 병기와 화려한 불꽃 배경이 그려낸 이질적인 풍경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비정규군 창건 기념일에 '열병식'

올해 4월은 북한에게 여러 가지로 특별한 달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지 10년째이고,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지 110년째, 또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일이 몰려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열병식 준비 정황이 포착됐고, 많은 사람들이 김일성 생일 110년째인 15일에 개최될 걸로 예상했습니다.

조선인민혁명군. 김일성이 창건했다고 주장하는 항일 무장군사조직입니다. 북한 정규군인 '조선인민군' 창건 기념일도 아닌, 비정규 유격대 창건일을 이렇게 화려하게 기념했습니다.

90년 전 일본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해 조선인민혁명군이 탄생했고, 지금 그 정신을 이어받아 '미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해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셈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는 흰색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에 참석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군 '원수복' 입고 연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흰색 원수복을 입고 열병식에 등장했습니다.

공식 집권한 2012년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은 뒤, 원수복을 입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입니다.

연설하는 목소리에는 이전 연설과 달리 비장함을 실었습니다.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는 제안만 되풀이하는 미국,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북 강경책을 예고한 남측 새 정부, 북미 협상 진척을 달가워하지 않는 일본, 인권을 내세워 북한을 계속 압박하는 유럽, 지금은 북한을 두둔해주지만 언제 입장을 바꿀 지 알 수 없는 '우방국' 중국…

김 위원장은 "우리는 계속 강해져야 합니다"라고 했고, 정치사상 강군화와 군사기술 강군화를 통해 "최정예 강군으로 발전시키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독려했습니다.

■건드리면 '핵무력' 사용도 불사?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핵무력' 사용에 관한 언급입니다.

핵 보유국들은 핵무기 개발 완성과 함께 '핵무력' 사용 원칙을 대내외에 공표합니다. '아무 때나 쓰지 않을테니 불안해 하지 마'라는 의미인데, 핵 보유를 정당화하려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북한은 2013년 4월 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를 채택합니다. 2012년 4월 헌법을 개정해 핵보유국 지위를 명문화한 뒤 내놓은 후속조치입니다.

10개 항 가운데 4항과 5항에서 '핵 사용 원칙'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기는 적대적인 다른 핵보유국이 우리 공화국을 침략하거나 공격하는 경우 그를 격퇴하고 보복타격을 가하기 위하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최종명령에 의하여서만 사용할 수 있다.

5.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하여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비핵국가들에 대하여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다.
(북한 '자위적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데 대한 법' 중에서)

핵보유국이 공격하면 공격무기가 핵무기든 재래식 무기든 상관없이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비핵국가에 대해서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조건에 따라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핵 선제공격' 독트린을 밝힌 것인데, 사용 조건은 '침략·공격 행위'가 일어날 때로 명시했습니다.

"우리 공화국은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관련 수단과 기술을 이전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2016년 1월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중)

2016년 1월 6일 북한은 4차 핵실험을 벌인 뒤 바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수소탄 시험에 완전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을 먼저 쓰지 않겠다고 또 조건을 걸었습니다.

이번에도 '핵 선제사용' 가능성을 열어두었는데, 핵 사용 조건으로 이번엔 '자주권 침해'를 내세웠습니다.

자주권 침해는 군사적 공격이 될 수도 있고, 외교적 간섭이 될 수도 있습니다.

2013년보다 핵 사용 조건을 더 완화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입니다.

"우리 공화국이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를 겨냥하여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금 확언하였다."
(2021년 1월 열린 노동당 8차대회 보고 내용)

2021년 1월 열린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핵무기 사용 원칙을 다시 한 번 언급합니다.

적대세력이 먼저 핵을 사용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다."

"전쟁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 무력이 동원되게 된다."
(지난 4일 김여정 부부장 담화 중)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는 핵 사용 가능성을 더욱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남한에서 '선제타격' 발언이 나오는 상황에 대한 반발이었습니다.

비핵국가인 남한과 '군사적 대결' 상황이 오면 전쟁 초기부터 바로 핵을 쓰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든다면 우리 핵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25일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김정원 위원장의 연설 내용)

이번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근본 이익 침탈'에도 핵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근본 이익 침탈'은 군사적 대결이나 자주권 침해보다 훨씬 범위가 넓습니다.

핵 사용의 문턱을 확 낮춰, 위협의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근본 이익' 용어는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그해 4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등장했습니다.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국가와 인민의 근본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습니다.

다음달 한미 정상이 만납니다.

북한은 말(김정은 연설)과 행동(잇단 미사일 발사와 열병식)을 총동원해,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설정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핵 또는 북한 문제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 놓고 해법을 제시하라는 것입니다.

당분간 한반도에서 '강 대 강' 힘겨루기가 더욱 팽팽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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