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김일성처럼…김정은의 ‘원수복’ 첫 선

입력 2022.04.29 (07:00) 수정 2022.04.2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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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승절(정전협정일) 기록영화 속 김일성 주석은 흰색 군복을 입고 연단에서 주민들에게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지난 25일, 야간 열병식에 등장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하얀 군복을 입고 무기들의 행렬을 지켜봤습니다.

모자만 빼면, '원수복'(공화국 원수의 예복)을 입은 둘의 모습은 70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할 만큼 닮아있습니다.

■ 김정은=김일성…"또 한 분의 태양"

집권 10년 만에 공개적인 공식 행사엔 처음으로 원수복을 입고 등장한 김정은 위원장, 노동신문은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노동신문 (4월 27일) 중>

…원수복을 입으신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모습을 뵙는 순간 환희와 격정으로 심장이 세차게 높뛰였다, 위대한 승리의 년대인 1950년대에로 마음달리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서 이렇게 토로하였다.

또 한분의 태양의 모습, 희세의 천출명장의 모습을 눈시울뜨겁게 접하게 되였다.

김 위원장이 원수복을 입고 나타나자, 북한 주민들은 1950년대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을 김일성을 잇는 "또 한 분의 태양"이라고 표현합니다. 7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두 수령을 동일시하려는 노림수가 읽힙니다.

■ 항일 무장 전통 강조…"위기 극복" 메시지?

군 예복인 원수복이 경제난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열병식이 북한의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에 열렸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조선인민혁명군은 김일성 주석이 만든 항일 빨치산 부대인데, 인민군 창건일에 열병식을 연 건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2018년 6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복을 입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을 때나 2018년 3월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날 때도 인민복을 입었다.2018년 6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복을 입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을 때나 2018년 3월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날 때도 인민복을 입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연구소 교수는 "항일무장투쟁 당시의 사상 정신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의 현대성과 첨단성을 갖춰야만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 견장도 눈길...'대원수' 됐을까?

이번 김 위원장의 원수복을 보고 북한학 연구자들이 주목한 또 하나는 바로 견장입니다.

원수복 견장에 붙은 계급장이 '대원수'의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북한군의 최고 계급은 인민군 원수→공화국 원수→대원수로 올라가는데, 김일성 주석은 사망 2년 전 대원수가 됐고, 김정일 위원장은 사후 대원수로 추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서해위성발사장을 찾아 시설 현대화를 지시하는 김정은 위원장.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있다.지난달 서해위성발사장을 찾아 시설 현대화를 지시하는 김정은 위원장.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처럼 생전에 대원수로 추대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데, 우리 정부는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계급장 자체가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어제(28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 문양상으로 봤을 때는 과거 대원수 계급장과 모습이 똑같다는 점에서 대원수 계급장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면서도 "대원수 칭호 자체는 아직까지 북한에서 발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원수 계급장인지, (공화국) 원수 계급장을 바꾼 건지는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과거 북한은 공화국 원수의 계급장을 바꾼 사례가 있습니다. 국민대 한국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이휘성 (표도르 째르치즈스키) 박사에 따르면, 북한은 과거 두 차례 공화국 원수 계급장을 바꿨습니다.


이휘성 박사에 따르면, 원래 흰색 별에 국장이 들어가 있던 공화국 원수 견장은 1953년 스탈린이 죽고 한차례 바뀝니다. 1954년부터는 스탈린이 하던 계급장과 비슷하게, 흰색 별과 국장을 나란히 배치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후 1992년 김일성이 대원수라는 계급을 새롭게 만들어 자신에게 부여하면서, 계급장은 한 차례 더 바뀝니다. 흰색 별에 화환(목란 꽃으로 추정)을 절반만 두르도록 한 겁니다. 대신, 대원수의 계급장은 흰색 별을 화환이 완전히 감싸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1년 김정일 사망 당시 그의 관 앞에는 대원수의 것으로 추정되는 견장이 놓여있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관 앞에 대원수의 것으로 추정되는 견장이 놓여 있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관 앞에 대원수의 것으로 추정되는 견장이 놓여 있다.

이 박사는 "북한 당국이 미리 김정일 사후 대원수 진급을 준비해서 관 옆에 대원수 견장을 놓았거나, 2011년에 이미 공화국 원수 계급장을 1992년 대원수 계급장과 일치하도록 바꿔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 김일성-김정일 계승하는 김정은..."정통성 부각"

이런 사실을 종합해보면, 이번 김정은의 원수복 착용은 선대의 전통을 착실히 계승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부는 이번 열병식과 김 위원장의 연설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 중심의 체제결속 강화,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을 부각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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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년 전 김일성처럼…김정은의 ‘원수복’ 첫 선
    • 입력 2022-04-29 07:00:40
    • 수정2022-04-29 08:47:54
    취재K

북한 전승절(정전협정일) 기록영화 속 김일성 주석은 흰색 군복을 입고 연단에서 주민들에게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지난 25일, 야간 열병식에 등장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하얀 군복을 입고 무기들의 행렬을 지켜봤습니다.

모자만 빼면, '원수복'(공화국 원수의 예복)을 입은 둘의 모습은 70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할 만큼 닮아있습니다.

■ 김정은=김일성…"또 한 분의 태양"

집권 10년 만에 공개적인 공식 행사엔 처음으로 원수복을 입고 등장한 김정은 위원장, 노동신문은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노동신문 (4월 27일) 중>

…원수복을 입으신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모습을 뵙는 순간 환희와 격정으로 심장이 세차게 높뛰였다, 위대한 승리의 년대인 1950년대에로 마음달리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서 이렇게 토로하였다.

또 한분의 태양의 모습, 희세의 천출명장의 모습을 눈시울뜨겁게 접하게 되였다.

김 위원장이 원수복을 입고 나타나자, 북한 주민들은 1950년대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을 김일성을 잇는 "또 한 분의 태양"이라고 표현합니다. 7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두 수령을 동일시하려는 노림수가 읽힙니다.

■ 항일 무장 전통 강조…"위기 극복" 메시지?

군 예복인 원수복이 경제난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열병식이 북한의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에 열렸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조선인민혁명군은 김일성 주석이 만든 항일 빨치산 부대인데, 인민군 창건일에 열병식을 연 건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2018년 6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복을 입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을 때나 2018년 3월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날 때도 인민복을 입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연구소 교수는 "항일무장투쟁 당시의 사상 정신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의 현대성과 첨단성을 갖춰야만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 견장도 눈길...'대원수' 됐을까?

이번 김 위원장의 원수복을 보고 북한학 연구자들이 주목한 또 하나는 바로 견장입니다.

원수복 견장에 붙은 계급장이 '대원수'의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북한군의 최고 계급은 인민군 원수→공화국 원수→대원수로 올라가는데, 김일성 주석은 사망 2년 전 대원수가 됐고, 김정일 위원장은 사후 대원수로 추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서해위성발사장을 찾아 시설 현대화를 지시하는 김정은 위원장.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처럼 생전에 대원수로 추대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데, 우리 정부는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계급장 자체가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어제(28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 문양상으로 봤을 때는 과거 대원수 계급장과 모습이 똑같다는 점에서 대원수 계급장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면서도 "대원수 칭호 자체는 아직까지 북한에서 발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원수 계급장인지, (공화국) 원수 계급장을 바꾼 건지는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과거 북한은 공화국 원수의 계급장을 바꾼 사례가 있습니다. 국민대 한국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이휘성 (표도르 째르치즈스키) 박사에 따르면, 북한은 과거 두 차례 공화국 원수 계급장을 바꿨습니다.


이휘성 박사에 따르면, 원래 흰색 별에 국장이 들어가 있던 공화국 원수 견장은 1953년 스탈린이 죽고 한차례 바뀝니다. 1954년부터는 스탈린이 하던 계급장과 비슷하게, 흰색 별과 국장을 나란히 배치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후 1992년 김일성이 대원수라는 계급을 새롭게 만들어 자신에게 부여하면서, 계급장은 한 차례 더 바뀝니다. 흰색 별에 화환(목란 꽃으로 추정)을 절반만 두르도록 한 겁니다. 대신, 대원수의 계급장은 흰색 별을 화환이 완전히 감싸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1년 김정일 사망 당시 그의 관 앞에는 대원수의 것으로 추정되는 견장이 놓여있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관 앞에 대원수의 것으로 추정되는 견장이 놓여 있다.
이 박사는 "북한 당국이 미리 김정일 사후 대원수 진급을 준비해서 관 옆에 대원수 견장을 놓았거나, 2011년에 이미 공화국 원수 계급장을 1992년 대원수 계급장과 일치하도록 바꿔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 김일성-김정일 계승하는 김정은..."정통성 부각"

이런 사실을 종합해보면, 이번 김정은의 원수복 착용은 선대의 전통을 착실히 계승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부는 이번 열병식과 김 위원장의 연설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 중심의 체제결속 강화,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을 부각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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