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그린에너지’ 공식화한 윤석열 정부…정말일까?

입력 2022.04.29 (08:00) 수정 2022.04.2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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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에 포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녹색분류체계, 이른바 한국형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겠다는 겁니다.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는 특정 기술이나 산업 활동이 친환경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기준입니다.

이 택소노미가 중요한 이유는 돈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녹색 금융이나 투자의 기초 자료가 됩니다.

일단 녹색 경제활동으로 분류되면 녹색 채권·녹색기금 등 다양한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최대 투자처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금융기관의 투자 지침으로도 활용됩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확정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는 원전이 제외됐습니다. 이유는 '원자력 발전'이 과연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녹색에너지가 맞냐는 논란 때문입니다.

인수위의 전격적인 이번 발표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 인수위의 '원전이 친환경인 이유'는?

일단 인수위가 원전을 친환경으로 본 근거를 보겠습니다.

첫째원전의 탄소배출량입니다.

원자력 발전, 탄소 배출량이 적긴 합니다. 2018년 나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를 보면 1kWh의 전력당 탄소배출량은 원전이 12g으로 태양광이나 해상풍력보다도 적습니다.

둘째재생에너지의 한계입니다.

원자력 없이 신재생에너지 비중만 늘릴 경우, 전기 요금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는 게 인수위 설명입니다. 인수위는 "현 정부 계획대로 205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70%를 추진할 경우, 해마다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도 했습니다.

셋째EU 사례입니다.

인수위는 "유럽연합 사례를 참고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원전을 포함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이런 인수위의 설명, 타당하고 합리적인지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 [반론1.] EU엔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사실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원자력 발전을 두고 오랜 시간 갑론을박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원자력을 '그린 택소노미'로 분류한다는 규정안을 확정해 발의했습니다. 이 규정안은 앞으로 4개월 동안 EU 회원국 간 논의를 거친 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EU의 결정에는 두 가지 엄격한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첫째는 신규 원전이 녹색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2045년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고, 둘째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자금과 터 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EU의 전제조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장다울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전문위원
"EU는 사실상 현실적으로 원전 확대가 불가능한 조건을 내건 셈입니다."
"각국이 원전 이슈에 대해서 찬반이 엇갈린 만큼, 입장을 중재한 것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이 조건에 맞춰 우리나라 상황을 따져보겠습니다.
일단 국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은 건립 시작도 못 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사능 농도가 높은 고준위 폐기물은 원전 부지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는데 포화 상태입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안 된 상태여서 EU가 내놓은 조건에 크게 못 미치는 셈입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도 장애물입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27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면적 대비 원전 설비 용량이 1,000㎢당 237메가와트로 원전이 있는 33개국 가운데 1위입니다.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건설되면 울진에만 원전 10기가 세워져 밀집도가 더 높아집니다.

과연 차기 정부가 유럽연합과 같은 전제 조건을 만들 수 있을까요? 만일 이런 조건이 전제되지 못하고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한다면, 그동안 원전을 둘러싸고 표출됐던 사회적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반론2.] 뒷방으로 밀린 재생에너지, 괜찮을까?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믹스'를 내세우면서 2030년 에너지 비중을 재생에너지는 20~25%, 화석에너지는 40~45%, 원자력은 30~35% 선에서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 논의의 중심이 원전으로 수렴하면서 정작 재생 에너지에 전환 논의는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SMR,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에 정부와 민간 투자가 집중되면서 재생에너지와 신산업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인수위가 근거로 든 전기료도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부품 원가가 낮아지고 있어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 역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반론3.] 원전은 진짜 친환경일까?

인수위는 적은 탄소배출량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원자력의 최대 난제인 '핵폐기물 처리'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핵 발전소가 과연 '지속 가능한 에너지냐' 논쟁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원자력이 청정에너지라는 근거로 치명률이 낮은 에너지라는 점도 들고 있습니다.

EU가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 시키기 전 판단한 근거 자료를 보면 "원전사고 치명률이 1조 kWh 당 0.5명으로 낮다"며, "우리나라 40여 년 발전량 총 4조 kWh 정도 되니 원전사고로 여태껏 2명 정도 사망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 원전은 한 번 사고가 나면 되돌릴 수 없는 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원전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 다시, 논란 속으로

인수위는 8월까지 원전을 포함한 녹색분류체계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올해 12월 10차 전력수급계획에 새로운 정책 방향이 반영되도록 사회적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후·환경단체들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인수위 발표 직후 공식 입장문을 냈습니다. "(정책으로) 지켜지는 게 국민 건강과 안전인지, 산업의 건강과 안전인지 의심스럽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차기 정부에게 기후위기란 핵 산업 융성을 위한 수사일 뿐"이라고도 했습니다.

한국형 택소노미는 우리나라 미래 산업과 경제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지침서입니다. 다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각계각층과 치열하게 토론해 결정해야 할 일입니다. 미래를 위한 선택은 신중해야 합니다.
<그래픽: 박세은,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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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력=그린에너지’ 공식화한 윤석열 정부…정말일까?
    • 입력 2022-04-29 08:00:36
    • 수정2022-04-29 08:48:08
    취재K

차기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에 포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녹색분류체계, 이른바 한국형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겠다는 겁니다.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는 특정 기술이나 산업 활동이 친환경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기준입니다.

이 택소노미가 중요한 이유는 돈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녹색 금융이나 투자의 기초 자료가 됩니다.

일단 녹색 경제활동으로 분류되면 녹색 채권·녹색기금 등 다양한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최대 투자처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금융기관의 투자 지침으로도 활용됩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확정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는 원전이 제외됐습니다. 이유는 '원자력 발전'이 과연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녹색에너지가 맞냐는 논란 때문입니다.

인수위의 전격적인 이번 발표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 인수위의 '원전이 친환경인 이유'는?

일단 인수위가 원전을 친환경으로 본 근거를 보겠습니다.

첫째원전의 탄소배출량입니다.

원자력 발전, 탄소 배출량이 적긴 합니다. 2018년 나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를 보면 1kWh의 전력당 탄소배출량은 원전이 12g으로 태양광이나 해상풍력보다도 적습니다.

둘째재생에너지의 한계입니다.

원자력 없이 신재생에너지 비중만 늘릴 경우, 전기 요금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는 게 인수위 설명입니다. 인수위는 "현 정부 계획대로 205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70%를 추진할 경우, 해마다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도 했습니다.

셋째EU 사례입니다.

인수위는 "유럽연합 사례를 참고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원전을 포함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이런 인수위의 설명, 타당하고 합리적인지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 [반론1.] EU엔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사실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원자력 발전을 두고 오랜 시간 갑론을박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원자력을 '그린 택소노미'로 분류한다는 규정안을 확정해 발의했습니다. 이 규정안은 앞으로 4개월 동안 EU 회원국 간 논의를 거친 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EU의 결정에는 두 가지 엄격한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첫째는 신규 원전이 녹색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2045년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고, 둘째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자금과 터 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EU의 전제조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장다울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전문위원
"EU는 사실상 현실적으로 원전 확대가 불가능한 조건을 내건 셈입니다."
"각국이 원전 이슈에 대해서 찬반이 엇갈린 만큼, 입장을 중재한 것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이 조건에 맞춰 우리나라 상황을 따져보겠습니다.
일단 국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은 건립 시작도 못 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사능 농도가 높은 고준위 폐기물은 원전 부지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는데 포화 상태입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안 된 상태여서 EU가 내놓은 조건에 크게 못 미치는 셈입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도 장애물입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27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면적 대비 원전 설비 용량이 1,000㎢당 237메가와트로 원전이 있는 33개국 가운데 1위입니다.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건설되면 울진에만 원전 10기가 세워져 밀집도가 더 높아집니다.

과연 차기 정부가 유럽연합과 같은 전제 조건을 만들 수 있을까요? 만일 이런 조건이 전제되지 못하고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한다면, 그동안 원전을 둘러싸고 표출됐던 사회적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반론2.] 뒷방으로 밀린 재생에너지, 괜찮을까?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믹스'를 내세우면서 2030년 에너지 비중을 재생에너지는 20~25%, 화석에너지는 40~45%, 원자력은 30~35% 선에서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 논의의 중심이 원전으로 수렴하면서 정작 재생 에너지에 전환 논의는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SMR,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에 정부와 민간 투자가 집중되면서 재생에너지와 신산업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인수위가 근거로 든 전기료도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부품 원가가 낮아지고 있어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 역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반론3.] 원전은 진짜 친환경일까?

인수위는 적은 탄소배출량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원자력의 최대 난제인 '핵폐기물 처리'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핵 발전소가 과연 '지속 가능한 에너지냐' 논쟁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원자력이 청정에너지라는 근거로 치명률이 낮은 에너지라는 점도 들고 있습니다.

EU가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 시키기 전 판단한 근거 자료를 보면 "원전사고 치명률이 1조 kWh 당 0.5명으로 낮다"며, "우리나라 40여 년 발전량 총 4조 kWh 정도 되니 원전사고로 여태껏 2명 정도 사망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 원전은 한 번 사고가 나면 되돌릴 수 없는 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원전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 다시, 논란 속으로

인수위는 8월까지 원전을 포함한 녹색분류체계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올해 12월 10차 전력수급계획에 새로운 정책 방향이 반영되도록 사회적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후·환경단체들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인수위 발표 직후 공식 입장문을 냈습니다. "(정책으로) 지켜지는 게 국민 건강과 안전인지, 산업의 건강과 안전인지 의심스럽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차기 정부에게 기후위기란 핵 산업 융성을 위한 수사일 뿐"이라고도 했습니다.

한국형 택소노미는 우리나라 미래 산업과 경제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지침서입니다. 다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각계각층과 치열하게 토론해 결정해야 할 일입니다. 미래를 위한 선택은 신중해야 합니다.
<그래픽: 박세은,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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