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청나라의 영토?…미국 교육용 잡지 “한국 관련 오류 심각”

입력 2022.04.29 (08:00) 수정 2022.04.29 (08: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독도가 '다케시마'로 잘못 표기된 사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어 왔죠. 그런데 최근 미국의 유명한 교육용 잡지가 한반도를 과거 중국의 영토로 표시하는가 하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미국의 교육용 잡지 '키즈 디스커버'(Kids Discover)가 이러한 역사 왜곡을 포함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 조선이 청나라의 영토?


반크는 '키즈 디스커버' 6권의 시리즈물을 살펴본 결과, 6권 중 4권에서 역사 오류들을 발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키즈 디스커버'는 미국의 교육용 잡지 시리즈입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1, 2학년에 해당하는 만 6세~14세를 대상으로 합니다. 1991년부터 20여 쪽 분량의 잡지 시리즈를 200여 권 발행했고, 최근에는 온라인으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잡지를 통해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 카페에서 해당 시리즈를 공동구매해 어린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접하고 있는 잡지에서 한반도를 과거 중국 영토로 잘못 표기하고 있었다고 반크는 밝혔습니다.


반크가 입수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중국의 왕조들' 시리즈에서는 원나라(1271년~1368년)를 설명하는 영토 지도에서 한반도 전체가 아예 원나라 땅과 같은 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당시 고려는 수십 년간 몽골(원나라)에 맞서 싸우다 끝내 강화를 맺었습니다. 이로 인해 13세기 후반부터 14세기 전반까지 원나라의 간섭을 강하게 받았던 시기가 있었던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 원 간섭기 (元 干涉期)/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그러나, 몽골이 점령한 유라시아 대륙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고려는 국가체제가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원나라 영토로 표시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 우리 학계 다수의 판단입니다.

그럼 이 교육용 잡지에서 '청나라' 영토는 어떻게 표시돼 있을까요?


반크가 이번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청나라(1636년~1912년)를 설명하는 영토 지도에서도 한반도 전체를 청나라 땅과 같은 색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당시 엄연히 존재하던 조선을 청나라 영토로 표기한 것으로 명백한 오류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잡지는 '고대 중국' 시리즈에서 만리장성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는데요. 명나라의 만리장성의 길이는 8,851km였으며, 2012년에 새로 측정한 길이는 21,195km에 이른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만리장성에 관한 내용이 미국 회사에서 제작한 어린이용 잡지에서 답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이와 관련해 반크의 설명을 들어보면, 중국 정부는 원래 약 6,000㎞로 알려진 만리장성의 길이를 최근 21,195km로 수정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만리장성을 한반도 평양까지 그려놓고는, 그 안에 포함된 고구려·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의 역사의 일부로 만들려는 이른바 '동북공정'을 펼친 것이라고 반크는 설명했습니다.

만리장성 표시가 한반도 북부까지 뻗어있는 지도만리장성 표시가 한반도 북부까지 뻗어있는 지도

반크는 또, 이 잡지의 교사 지침서(Teacher's Guide)에서 "명, 한, 전국 시대 당시의 만리장성이 북한 영토까지 연장되었으며, 북한의 일부는 과거에 중국 영토였다"라고 서술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동북공정'의 시각이 미국 어린이 교육용 잡지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중국의 동북공정에서 비롯된 일방적인 역사관이 세계적인 출판사의 도서들에 의해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될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또?


반크가 조사한 4권의 잡지 속 지도들은 모두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 표기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반크 측은 '키즈 디스커버' 측에 즉시 항의했습니다. 잡지에 실린 역사 오류에 대한 시정 요구를 담은 서한을 발송한 겁니다. 아울러 반크는 해당 시리즈의 공동구매를 하는 국내 유명 온라인 카페들에도 오류 내용들을 알렸습니다. 어린이들이 이 잡지를 통해 왜곡된 내용을 배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한 유엔 사이트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한 유엔 사이트

지난해 10월 유엔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사이트 지리공간(www.un.org/geospatial) 지도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이 사이트를 접속해보면 아직까지 동해가 일본해로 단독 표기된 상태입니다. 반크는 유엔 측에 지속적인 항의 메일을 보내 시정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해당 표현은 수정되지 않았고 별도의 답변조차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반크는 세계 곳곳에 잘못 서술된 한국 관련 오류를 바로잡고 시정하는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특히 전 세계 한인들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권세라)
(사진 출처: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조선이 청나라의 영토?…미국 교육용 잡지 “한국 관련 오류 심각”
    • 입력 2022-04-29 08:00:36
    • 수정2022-04-29 08:48:07
    세계는 지금

독도가 '다케시마'로 잘못 표기된 사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어 왔죠. 그런데 최근 미국의 유명한 교육용 잡지가 한반도를 과거 중국의 영토로 표시하는가 하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미국의 교육용 잡지 '키즈 디스커버'(Kids Discover)가 이러한 역사 왜곡을 포함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 조선이 청나라의 영토?


반크는 '키즈 디스커버' 6권의 시리즈물을 살펴본 결과, 6권 중 4권에서 역사 오류들을 발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키즈 디스커버'는 미국의 교육용 잡지 시리즈입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1, 2학년에 해당하는 만 6세~14세를 대상으로 합니다. 1991년부터 20여 쪽 분량의 잡지 시리즈를 200여 권 발행했고, 최근에는 온라인으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잡지를 통해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 카페에서 해당 시리즈를 공동구매해 어린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접하고 있는 잡지에서 한반도를 과거 중국 영토로 잘못 표기하고 있었다고 반크는 밝혔습니다.


반크가 입수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중국의 왕조들' 시리즈에서는 원나라(1271년~1368년)를 설명하는 영토 지도에서 한반도 전체가 아예 원나라 땅과 같은 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당시 고려는 수십 년간 몽골(원나라)에 맞서 싸우다 끝내 강화를 맺었습니다. 이로 인해 13세기 후반부터 14세기 전반까지 원나라의 간섭을 강하게 받았던 시기가 있었던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 원 간섭기 (元 干涉期)/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그러나, 몽골이 점령한 유라시아 대륙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고려는 국가체제가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원나라 영토로 표시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 우리 학계 다수의 판단입니다.

그럼 이 교육용 잡지에서 '청나라' 영토는 어떻게 표시돼 있을까요?


반크가 이번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청나라(1636년~1912년)를 설명하는 영토 지도에서도 한반도 전체를 청나라 땅과 같은 색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당시 엄연히 존재하던 조선을 청나라 영토로 표기한 것으로 명백한 오류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잡지는 '고대 중국' 시리즈에서 만리장성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는데요. 명나라의 만리장성의 길이는 8,851km였으며, 2012년에 새로 측정한 길이는 21,195km에 이른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만리장성에 관한 내용이 미국 회사에서 제작한 어린이용 잡지에서 답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이와 관련해 반크의 설명을 들어보면, 중국 정부는 원래 약 6,000㎞로 알려진 만리장성의 길이를 최근 21,195km로 수정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만리장성을 한반도 평양까지 그려놓고는, 그 안에 포함된 고구려·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의 역사의 일부로 만들려는 이른바 '동북공정'을 펼친 것이라고 반크는 설명했습니다.

만리장성 표시가 한반도 북부까지 뻗어있는 지도
반크는 또, 이 잡지의 교사 지침서(Teacher's Guide)에서 "명, 한, 전국 시대 당시의 만리장성이 북한 영토까지 연장되었으며, 북한의 일부는 과거에 중국 영토였다"라고 서술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동북공정'의 시각이 미국 어린이 교육용 잡지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중국의 동북공정에서 비롯된 일방적인 역사관이 세계적인 출판사의 도서들에 의해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될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또?


반크가 조사한 4권의 잡지 속 지도들은 모두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 표기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반크 측은 '키즈 디스커버' 측에 즉시 항의했습니다. 잡지에 실린 역사 오류에 대한 시정 요구를 담은 서한을 발송한 겁니다. 아울러 반크는 해당 시리즈의 공동구매를 하는 국내 유명 온라인 카페들에도 오류 내용들을 알렸습니다. 어린이들이 이 잡지를 통해 왜곡된 내용을 배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한 유엔 사이트
지난해 10월 유엔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사이트 지리공간(www.un.org/geospatial) 지도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이 사이트를 접속해보면 아직까지 동해가 일본해로 단독 표기된 상태입니다. 반크는 유엔 측에 지속적인 항의 메일을 보내 시정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해당 표현은 수정되지 않았고 별도의 답변조차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반크는 세계 곳곳에 잘못 서술된 한국 관련 오류를 바로잡고 시정하는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특히 전 세계 한인들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현수, 권세라)
(사진 출처: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