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톡] 하룻밤 40억 원 내고 우주관광 하는 이유

입력 2022.04.29 (08:46) 수정 2022.04.2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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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동안 여행하는 데 675억 원을 내야 합니다. 왕복 티켓과 현지 체류비 등이 모두 포함된 비용입니다. 여행의 목적지는 상공 400km 높이에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선택된 자만 갈 수 있던 곳, ‘우주’

1961년 유리 가가린이 처음 우주비행에 성공한 이후 이후 우주는 일부 선택된 자만의 영역이었습니다. 미국과 소련, 유럽 등 각국은 각자의 기준으로 우주 비행사를 선발했고 이들은 많게는 수년간 훈련받으며 우주비행을 기다렸습니다.

우주비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단순한 체력훈련 정도가 아닙니다. 우주비행을 하다 자신의 생명까지 잃을 수 있습니다. 착륙 궤도가 틀어져 눈으로 덮인 산속에 착륙하는 경우도 있고, 착륙선이 오류를 일으켜 계기 조종이 어렵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주비행사 훈련에 생존훈련이 반드시 포함됐던 이유입니다.

특히 러시아는 주요 훈련 장소였습니다. 우주왕복선 사업의 고비용과 위험성에 지친 미국이 2011년 왕복선 사업을 완전 중단한 뒤 우주로켓은 러시아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러시아 소유즈호는 ISS까지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고, 우주비행사들은 반드시 러시아 훈련시설인 모스크바 ‘스타시티’에서 소유즈 조종법과 관리법 등을 익혀야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는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는 것은 물론, 각국의 보안시설인 우주 시설들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우주비행사는 분명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스페이스X가 열어젖힌 민간여행 시대

우주비행이 민간의 영역으로 범위를 넓힌 건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의 영향이 큽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그만둔 로켓 개발 사업을 스페이스X는 적극적으로 파고 들었고, 재활용 가능한 로켓 개발까지 성공합니다. 덕분에 우주 비행 비용이 기존 대비 획기적으로 낮아졌고, 우주 상업 여행을 준비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8일 억만장자 3명과 전직 우주비행사 1명을 태우고 ISS에 다녀온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우주비행의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주비행 준비부터, 로켓 제조사까지 100% 민간으로만 구성된 최초의 우주 관광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액시엄 스페이스 승무원들과 국제우주정거장 비행사들액시엄 스페이스 승무원들과 국제우주정거장 비행사들

애초 이들은 10여 일을 ISS에서 체류하기로 계획했지만, 지구의 악천후로 귀환이 늦어져 지난 25일에야 귀환에 성공했습니다. 모두 17일 동안 우주 공간에 있었는데 이 중 15일은 ISS에서 머물렀습니다. 억만장자 3명은 미리 계획한 각종 우주 실험을 수행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들의 목적은 ‘우주관광’이었습니다.

이들이 사전에 지불한 여행비용은 한 사람당 5,500만 달러(우리 돈 약 700억 원)으로 하룻밤에 41억 원 수준입니다. 여기에는 ISS에서 하루에 체류할 때 드는 비용 35,000달러(우리 돈 약 4,400만 원)도 포함돼 있습니다. ISS에서 사용하는 생명유지장치와 화장실 비용, 식량, 공기, 의료용품, 전력사용료 등을 망라합니다.

이번 우주여행은 준비하는 기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모두 17주 동안 미 휴스턴 존슨 우주센터 등에서 우주비행에 필요한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훈련은 안전교육, 건강교육, ISS 시스템, 로켓 발사운용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이처럼 우주여행 티켓 판매에 나선 건 액시엄 스페이스만이 아닙니다.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 갤럭틱은 5억 원가량에 90분 우주비행 티켓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버진 갤럭틱은 지난해 7월 89km가량의 준궤도 비행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제 우주를 가는 데는 정부의 선택을 받아 우주비행사가 되는 길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억만장자 3명이 보여줬듯이 비용만 지불하면 누구나 우주로 날아가 무중력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볼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주로켓 기술이 발달할수록 우주여행 비용은 계속 낮아질 겁니다. 바야흐로 우주관광 시대의 개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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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톡] 하룻밤 40억 원 내고 우주관광 하는 이유
    • 입력 2022-04-29 08:46:13
    • 수정2022-04-29 08:48:05
    세계는 지금

17일 동안 여행하는 데 675억 원을 내야 합니다. 왕복 티켓과 현지 체류비 등이 모두 포함된 비용입니다. 여행의 목적지는 상공 400km 높이에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선택된 자만 갈 수 있던 곳, ‘우주’

1961년 유리 가가린이 처음 우주비행에 성공한 이후 이후 우주는 일부 선택된 자만의 영역이었습니다. 미국과 소련, 유럽 등 각국은 각자의 기준으로 우주 비행사를 선발했고 이들은 많게는 수년간 훈련받으며 우주비행을 기다렸습니다.

우주비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단순한 체력훈련 정도가 아닙니다. 우주비행을 하다 자신의 생명까지 잃을 수 있습니다. 착륙 궤도가 틀어져 눈으로 덮인 산속에 착륙하는 경우도 있고, 착륙선이 오류를 일으켜 계기 조종이 어렵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주비행사 훈련에 생존훈련이 반드시 포함됐던 이유입니다.

특히 러시아는 주요 훈련 장소였습니다. 우주왕복선 사업의 고비용과 위험성에 지친 미국이 2011년 왕복선 사업을 완전 중단한 뒤 우주로켓은 러시아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러시아 소유즈호는 ISS까지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고, 우주비행사들은 반드시 러시아 훈련시설인 모스크바 ‘스타시티’에서 소유즈 조종법과 관리법 등을 익혀야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는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는 것은 물론, 각국의 보안시설인 우주 시설들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우주비행사는 분명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스페이스X가 열어젖힌 민간여행 시대

우주비행이 민간의 영역으로 범위를 넓힌 건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의 영향이 큽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그만둔 로켓 개발 사업을 스페이스X는 적극적으로 파고 들었고, 재활용 가능한 로켓 개발까지 성공합니다. 덕분에 우주 비행 비용이 기존 대비 획기적으로 낮아졌고, 우주 상업 여행을 준비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8일 억만장자 3명과 전직 우주비행사 1명을 태우고 ISS에 다녀온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우주비행의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주비행 준비부터, 로켓 제조사까지 100% 민간으로만 구성된 최초의 우주 관광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액시엄 스페이스 승무원들과 국제우주정거장 비행사들
애초 이들은 10여 일을 ISS에서 체류하기로 계획했지만, 지구의 악천후로 귀환이 늦어져 지난 25일에야 귀환에 성공했습니다. 모두 17일 동안 우주 공간에 있었는데 이 중 15일은 ISS에서 머물렀습니다. 억만장자 3명은 미리 계획한 각종 우주 실험을 수행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들의 목적은 ‘우주관광’이었습니다.

이들이 사전에 지불한 여행비용은 한 사람당 5,500만 달러(우리 돈 약 700억 원)으로 하룻밤에 41억 원 수준입니다. 여기에는 ISS에서 하루에 체류할 때 드는 비용 35,000달러(우리 돈 약 4,400만 원)도 포함돼 있습니다. ISS에서 사용하는 생명유지장치와 화장실 비용, 식량, 공기, 의료용품, 전력사용료 등을 망라합니다.

이번 우주여행은 준비하는 기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모두 17주 동안 미 휴스턴 존슨 우주센터 등에서 우주비행에 필요한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훈련은 안전교육, 건강교육, ISS 시스템, 로켓 발사운용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이처럼 우주여행 티켓 판매에 나선 건 액시엄 스페이스만이 아닙니다.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 갤럭틱은 5억 원가량에 90분 우주비행 티켓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버진 갤럭틱은 지난해 7월 89km가량의 준궤도 비행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제 우주를 가는 데는 정부의 선택을 받아 우주비행사가 되는 길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억만장자 3명이 보여줬듯이 비용만 지불하면 누구나 우주로 날아가 무중력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볼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주로켓 기술이 발달할수록 우주여행 비용은 계속 낮아질 겁니다. 바야흐로 우주관광 시대의 개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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