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범 ‘대기 정체’…탄소 안 줄이면 마주할 미래는?

입력 2022.05.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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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되면서 잊은 게 있습니다. 바로 ‘미세먼지’입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보통 겨울과 봄, 그러니까 12월에서 5월까지 기승을 부립니다. 미세먼지는 왔다 하면 건물의 윤곽이 사라질 정도로 온 세상을 뿌옇게 만듭니다. 숨쉬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미세먼지는 ‘특정 날씨’에 악화한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미세먼지를 부르는 ‘주범’을 샅샅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미세먼지로 시야가 흐려진 서울 도심미세먼지로 시야가 흐려진 서울 도심

■ 미세먼지 농도 높이는 주범은?

바로 '대기 정체'입니다. 미세먼지는 농도로 표시됩니다. 그런데 이 농도는 기상 상황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중에서도 공기를 이동, 또는 확산시키는 바람에 따라 농도가 결정되는데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일반적으로 바람이 없는 날입니다. 바람이 있어야 대기가 순환되는데, 이 순환이 약해지면서 대기가 머물러 있게 되는 겁니다.

실제로 기상청이 2001년에서 2014년 겨울과 봄철에 서울 지역에서 대기가 정체된 날을 분석했더니, 전체 일수 중 80% 정도가 미세먼지 '나쁨 단계'(PM10 농도가 50㎍/㎥ 이상)에 해당했습니다.

대기 정체가 발생해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났던 날의 기상 상황을 분석한 결과를 봤더니, 우리나라 상층과 하층 대기의 바람이 약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대기 정체로 장기간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졌던 2019년 3월 초미세먼지 예측 모델(자료 : 김순태 아주대 교수)■ 대기 정체로 장기간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졌던 2019년 3월 초미세먼지 예측 모델(자료 : 김순태 아주대 교수)
상층에서 부는 강한 바람인 제트기류가 우리나라 북쪽으로 이동해 우리나라 상층 바람이 약해지고, 하층 바람 또한 동고서저의 기압 배치로 북풍이 약해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에서 바람은 하루 평균 초속 2m보다 약하게 불었는데요, 공기가 종일 17.3km를 이동한 셈입니다. 바람이 이렇게 약하면 국외에서 들어오거나,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확산하지 못하고 쌓이게 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로 이어지게 됩니다.

■ 탄소중립과 미세먼지는 무슨 관계?

그런데 최근 미세먼지와 관련해 주목해 봐야 할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래에는 우리나라에 미세먼지를 악화시키는 주범인 '대기 정체'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느냐는 분석입니다.

탄소 배출량에 따라 대기 정체가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예측했습니다. 분석은 세 가지 상황으로 나눠 이뤄졌는데요. 획기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었을 경우인 '저탄소 시나리오', 탄소 배출을 서서히 감축하는 '중간단계 시나리오',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 상황을 가정한 '고탄소 시나리오' 입니다.

■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대기 정체 발생일수 변화■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대기 정체 발생일수 변화
위 그래프는 이번 세기 전반기(2021~2040년), 중반기(2041~2060년), 후반기(2081~2100년)를 탄소배출량 시나리오에 적용해 본 대기정체 발생일수 예측입니다.

현재 (1995~2014년)의 겨울과 봄철 대기 정체 일수는 26.2일.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전반기에는 26.3일, 중반기에는 21.9일, 그리고 후반기에는 28.1일로 대기 정체 일수는 최대 1.9일 증가합니다. 증가 폭이 작죠?

하지만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반기와 중반기에는 각각 28.5일과 31일, 후반기에는 최대 41.5일까지 늘어납니다. 대기 정체가 지금보다 최대 보름 넘게 많아진다는 얘기입니다.

대기 정체 발생 일수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지속 시간도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는 지속 시간이 평균적으로 2.2일인데 반해, '고탄소 시나리오'에선 후반기에 2.7~2.8일로 약 24~28% 정도 더 길어지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고농도 시나리오'일 때 고위도 지역의 기온이 빠르게 오르면서 대기 정체를 일으키는 이러한 기상 상황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기후 위기가 미래의 폭염, 한파 같은 '극한 기상' 뿐만 아니라 우리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고농도 미세먼지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내일(2일)부터는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지만 미세먼지가 찾아오면 다시 마스크를 써야 할 텐데요, 탄소를 줄이지 못한다면 미래엔 코로나19 처럼 미세먼지로 1년 내내 마스크를 써야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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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주범 ‘대기 정체’…탄소 안 줄이면 마주할 미래는?
    • 입력 2022-05-01 10:00:14
    취재K
<strong>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되면서 잊은 게 있습니다. 바로 ‘미세먼지’입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보통 겨울과 봄, 그러니까 12월에서 5월까지 기승을 부립니다. 미세먼지는 왔다 하면 건물의 윤곽이 사라질 정도로 온 세상을 뿌옇게 만듭니다. 숨쉬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미세먼지는 ‘특정 날씨’에 악화한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미세먼지를 부르는 ‘주범’을 샅샅이 파헤쳐 보겠습니다.</strong>
미세먼지로 시야가 흐려진 서울 도심
■ 미세먼지 농도 높이는 주범은?

바로 '대기 정체'입니다. 미세먼지는 농도로 표시됩니다. 그런데 이 농도는 기상 상황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중에서도 공기를 이동, 또는 확산시키는 바람에 따라 농도가 결정되는데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일반적으로 바람이 없는 날입니다. 바람이 있어야 대기가 순환되는데, 이 순환이 약해지면서 대기가 머물러 있게 되는 겁니다.

실제로 기상청이 2001년에서 2014년 겨울과 봄철에 서울 지역에서 대기가 정체된 날을 분석했더니, 전체 일수 중 80% 정도가 미세먼지 '나쁨 단계'(PM10 농도가 50㎍/㎥ 이상)에 해당했습니다.

대기 정체가 발생해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났던 날의 기상 상황을 분석한 결과를 봤더니, 우리나라 상층과 하층 대기의 바람이 약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대기 정체로 장기간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졌던 2019년 3월 초미세먼지 예측 모델(자료 : 김순태 아주대 교수)상층에서 부는 강한 바람인 제트기류가 우리나라 북쪽으로 이동해 우리나라 상층 바람이 약해지고, 하층 바람 또한 동고서저의 기압 배치로 북풍이 약해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에서 바람은 하루 평균 초속 2m보다 약하게 불었는데요, 공기가 종일 17.3km를 이동한 셈입니다. 바람이 이렇게 약하면 국외에서 들어오거나,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확산하지 못하고 쌓이게 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로 이어지게 됩니다.

■ 탄소중립과 미세먼지는 무슨 관계?

그런데 최근 미세먼지와 관련해 주목해 봐야 할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래에는 우리나라에 미세먼지를 악화시키는 주범인 '대기 정체'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느냐는 분석입니다.

탄소 배출량에 따라 대기 정체가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예측했습니다. 분석은 세 가지 상황으로 나눠 이뤄졌는데요. 획기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었을 경우인 '저탄소 시나리오', 탄소 배출을 서서히 감축하는 '중간단계 시나리오',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 상황을 가정한 '고탄소 시나리오' 입니다.

■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대기 정체 발생일수 변화위 그래프는 이번 세기 전반기(2021~2040년), 중반기(2041~2060년), 후반기(2081~2100년)를 탄소배출량 시나리오에 적용해 본 대기정체 발생일수 예측입니다.

현재 (1995~2014년)의 겨울과 봄철 대기 정체 일수는 26.2일.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전반기에는 26.3일, 중반기에는 21.9일, 그리고 후반기에는 28.1일로 대기 정체 일수는 최대 1.9일 증가합니다. 증가 폭이 작죠?

하지만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반기와 중반기에는 각각 28.5일과 31일, 후반기에는 최대 41.5일까지 늘어납니다. 대기 정체가 지금보다 최대 보름 넘게 많아진다는 얘기입니다.

대기 정체 발생 일수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지속 시간도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는 지속 시간이 평균적으로 2.2일인데 반해, '고탄소 시나리오'에선 후반기에 2.7~2.8일로 약 24~28% 정도 더 길어지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고농도 시나리오'일 때 고위도 지역의 기온이 빠르게 오르면서 대기 정체를 일으키는 이러한 기상 상황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기후 위기가 미래의 폭염, 한파 같은 '극한 기상' 뿐만 아니라 우리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고농도 미세먼지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내일(2일)부터는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지만 미세먼지가 찾아오면 다시 마스크를 써야 할 텐데요, 탄소를 줄이지 못한다면 미래엔 코로나19 처럼 미세먼지로 1년 내내 마스크를 써야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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