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나스닥 폭락…‘글로벌 불황’의 서막일까

입력 2022.05.02 (07:00) 수정 2022.05.0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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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난다.

그때도 그랬다. 2007년 무렵 돈은 잔뜩 풀렸고, 기업실적은 썩 괜찮았으며, 증시는 오름세였다. 돈을 그토록 풀었는데 인플레이션 없는 경제성장이 눈앞에 있었다. 포춘은 2000년 이후 '사상 최대 경제호황' 국면이라고 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살다가 이런 호황을 경험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모든 것이 폭락했다.

15년이 흘렀다. 또 분위기가 바뀐다. 한달새 글로벌 유력 일간지에 '긴축'이란 단어대신 '불황'과 '침체'란 단어가 부쩍 늘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29일) 결국 나스닥(NADAQ)이 폭락했다. 야금야금 떨어지더니 나스닥은 올들어 21%나 떨어졌다. 지난해 오름세(21%)를 이미 다 까먹었다.

5월과 6월에는 큰 폭의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다. 폭탄이 아직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피난행렬이다(예고된 폭탄은 폭탄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이 와중에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2년동안 대략 35%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다며 뼈를 때렸다. 블룸버그는 2024년 1월 이전에 경기후퇴가 일어날 확률을 44%로 추산했다. 예민한 세력들이 서둘러 보따리를 싸는 이유가 있었다.

2.이 사달의 주인공, '연준(FED)씨'

처음엔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다 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자 파월 의장은 "뜨거운 것을 보려면 약간의 열기는 견뎌야 한다(To call something hot, you need to see some heat)"고 했다.

그러다 결국 물가폭탄을 맞았다. 미국의 물가인상률이 40년만에 최고다. 뒤늦게 허둥지둥이다. 파월은 말을 바꿨다.
"이제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거워요(It’s too hot. It’s unsustainably hot)".


이제 금리를 막 올릴 태세다. 얼마나 올리려나. 불과 지난 3월에도 중립금리(인플레이션을 크게 자극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지킬수 있는 골디락스 같은 지점)는 2.75%였다. 상황이 급변한다.
지난주 도이치뱅크는 연준이 금리를 5~6%까지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예 다같이 망하자고 하자...
)

( 미 CNBC가 월가의 유명 애널리스트와 최고 투자책임자(CIO)등 400명에게 시장의 가장 큰 위험요소를 물었더니, 중국 코로나도 우크라이나전쟁도 아닌, '연준의 실수'가 첫번째로 꼽혔다)

프리드먼의 말처럼 인플레이션은 결국 '화폐의 문제'아닌가. 탄도미사일처럼 돈을 쏘아댔으니 어디선가는 물가가 터질 수밖에 없다. 풀어도 너무 많이 풀었으니(대략 5조 달러 정도 풀었다), 이제 거대한 브레이크를 밟아야한다. 그럼 멈추는 힘도 거대해진다. 일찍이 뉴튼 선생이 제3의법칙이라고 말씀하신 '작용 반작용'이다.

지난 1995년 무렵에도 연준은 금리를 급격히 올렸다. 이후 경기는 추락하고 2~3년뒤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경제는 벼랑끝으로 추락했다. 2006년에도 그랬다. 급격한 금리인상뒤에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가 터졌고, 2008년 결국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

이번엔 좀 다르려나.

3. 검수완박(검나게 수요가 올랐는데 공급은 완전히 박살났다).

문제는 인플레다. 물건이 안온다. 상하이 봉쇄가 겨우 풀리나 했더니 베이징이 또 막히나보다. 제조도 어렵고 선적도 어렵다. 전세계 화물 운송용 선박 5척 중 1척이 항구에 묶여 있는데 그중 30%가 중국에 묶여 있다.


4월말과 5월초 중국의 모든 항구에서 미국의 모든 항구로 가는 콘테이너의 수를 나타내는 그래프. 얼마나 물류가 꽉 막혀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인들이 쓰는 소비재의 18%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Freightwaves’ 홈페이지 캡처4월말과 5월초 중국의 모든 항구에서 미국의 모든 항구로 가는 콘테이너의 수를 나타내는 그래프. 얼마나 물류가 꽉 막혀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인들이 쓰는 소비재의 18%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Freightwaves’ 홈페이지 캡처

배가 묶여 있으니 컨테이너 가격이 폭등한다. 1년전 5천 달러 정도였던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컨테이너 1개가 지금 1만 5천달러를 넘어간다. 그러니 그 컨테이너 안에 담긴 제품의 가격은 그 이상 오를 수 밖에 없다. 칫솔에서 완성차까지 안오르는 게 없다.

유닛하나 반도체 하나 부족해도 완성차는 완성이 안된다. 덕분에 지금 계약금 내면 제네시스 G90은 10개월 기다려야 차가 나온다. '무슨 신규 아파트 청약도 아니고', 하이브리드 차는 차종 가리지 않고 계약후 1년을 기다려야 된다. 이러니 중고차 가격이 신차가격을 육박한다.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가격'으로 연결돼 있다. 기름값도 천정부지인데 비료값마저 오른다. 물류란이 심해지면서 사료값도 오른다. 이 파장이 양계농가에서 축산농가까지 이어지고, 이제 인류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 돼지고기와 달걀 우유값이 오른다.

플로리다에선 12개 3.99달러하던 달걀값이 최근 7.99달러까지 올랐다. 태국에선 정부가 달걀 출하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그렇게 맥도날드 모닝세트 가격이 오르고, 신라호텔의 망고빙수 가격이 오른다.

(가스가격이 오르고 밀가루 가격이 오르고 팥의 가격이 오르고, 심지어 니켈과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서 철강가격이 올라서 리어커 가격도 오른다.이렇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의 붕어빵 가격과 연결된다. 모든 가격은 연결돼 있다.)

당장 이 인플레를 잡아야한다. 연준은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 브레이크를 잡아 당길 태세다. 공급망이 무너져 오른 물가가 당장 금리 올린다고 잡힐까 싶지만.

4.공격적 긴축의 시대가 온다.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없이 경제는 없다"고 단언했다(그걸 그동안 몰랐었나?). 금리 진짜 크게 올릴테니 각오해란 말로 들린다. 방화범이 정말 큰 소화기를 들고왔다. 이제 돈은 더 빠르게 흡수될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돈의 무게가 무거워진다. 빚을 진 서민들과 특히 부채가 많은 저개발국가는 더 힘들어진다. 가난한 나라에선 식용유조차 구하기 힘든데, 부자들의 고급진 것은 없어서 못판다.

(이미 미국에선 고급 보트가 동이나고, 한국에서 루이비통 핸드백은 지난해 모두 1조4680억원어치가 팔렸다(금감원 전자공시/ 전년 대비 또 40.2%나 매출이 늘었다) 그야말로 부자들은 명품 쇼티지, 서민들은 생필품 쇼티지다)

이미 여기저기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조짐이 보인다(인류가 아는 경제학 이론 어디에도 물가를 잡으면서 경기도 살릴 방법은 없다). 연준(Fed)의 최대 과제는 경기의 연착륙이 됐다. 바꿔말하면 경착륙 내지는 추락 가능성이 자꾸 높아진다는 뜻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돈을 풀었으니 이제 긴축의 고통도 참아야 한다. 이른바 '공격적 긴축(aggressive austerity)'의 시대가 온다. 우리는 이 폭탄을 잘 피해갈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이라는 문 뒤로 불황의 그림자가 성큼 다가왔다. "방금 좌석벨트 표시등이 켜졌습니다. 승객여러분께서는 안전벨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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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나스닥 폭락…‘글로벌 불황’의 서막일까
    • 입력 2022-05-02 07:00:13
    • 수정2022-05-02 08:20:32
    특파원 리포트


1. 기억난다.

그때도 그랬다. 2007년 무렵 돈은 잔뜩 풀렸고, 기업실적은 썩 괜찮았으며, 증시는 오름세였다. 돈을 그토록 풀었는데 인플레이션 없는 경제성장이 눈앞에 있었다. 포춘은 2000년 이후 '사상 최대 경제호황' 국면이라고 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살다가 이런 호황을 경험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모든 것이 폭락했다.

15년이 흘렀다. 또 분위기가 바뀐다. 한달새 글로벌 유력 일간지에 '긴축'이란 단어대신 '불황'과 '침체'란 단어가 부쩍 늘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29일) 결국 나스닥(NADAQ)이 폭락했다. 야금야금 떨어지더니 나스닥은 올들어 21%나 떨어졌다. 지난해 오름세(21%)를 이미 다 까먹었다.

5월과 6월에는 큰 폭의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다. 폭탄이 아직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피난행렬이다(예고된 폭탄은 폭탄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이 와중에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2년동안 대략 35%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다며 뼈를 때렸다. 블룸버그는 2024년 1월 이전에 경기후퇴가 일어날 확률을 44%로 추산했다. 예민한 세력들이 서둘러 보따리를 싸는 이유가 있었다.

2.이 사달의 주인공, '연준(FED)씨'

처음엔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다 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자 파월 의장은 "뜨거운 것을 보려면 약간의 열기는 견뎌야 한다(To call something hot, you need to see some heat)"고 했다.

그러다 결국 물가폭탄을 맞았다. 미국의 물가인상률이 40년만에 최고다. 뒤늦게 허둥지둥이다. 파월은 말을 바꿨다.
"이제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거워요(It’s too hot. It’s unsustainably hot)".


이제 금리를 막 올릴 태세다. 얼마나 올리려나. 불과 지난 3월에도 중립금리(인플레이션을 크게 자극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지킬수 있는 골디락스 같은 지점)는 2.75%였다. 상황이 급변한다.
지난주 도이치뱅크는 연준이 금리를 5~6%까지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예 다같이 망하자고 하자...
)

( 미 CNBC가 월가의 유명 애널리스트와 최고 투자책임자(CIO)등 400명에게 시장의 가장 큰 위험요소를 물었더니, 중국 코로나도 우크라이나전쟁도 아닌, '연준의 실수'가 첫번째로 꼽혔다)

프리드먼의 말처럼 인플레이션은 결국 '화폐의 문제'아닌가. 탄도미사일처럼 돈을 쏘아댔으니 어디선가는 물가가 터질 수밖에 없다. 풀어도 너무 많이 풀었으니(대략 5조 달러 정도 풀었다), 이제 거대한 브레이크를 밟아야한다. 그럼 멈추는 힘도 거대해진다. 일찍이 뉴튼 선생이 제3의법칙이라고 말씀하신 '작용 반작용'이다.

지난 1995년 무렵에도 연준은 금리를 급격히 올렸다. 이후 경기는 추락하고 2~3년뒤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경제는 벼랑끝으로 추락했다. 2006년에도 그랬다. 급격한 금리인상뒤에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가 터졌고, 2008년 결국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

이번엔 좀 다르려나.

3. 검수완박(검나게 수요가 올랐는데 공급은 완전히 박살났다).

문제는 인플레다. 물건이 안온다. 상하이 봉쇄가 겨우 풀리나 했더니 베이징이 또 막히나보다. 제조도 어렵고 선적도 어렵다. 전세계 화물 운송용 선박 5척 중 1척이 항구에 묶여 있는데 그중 30%가 중국에 묶여 있다.


4월말과 5월초 중국의 모든 항구에서 미국의 모든 항구로 가는 콘테이너의 수를 나타내는 그래프. 얼마나 물류가 꽉 막혀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인들이 쓰는 소비재의 18%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Freightwaves’ 홈페이지 캡처
배가 묶여 있으니 컨테이너 가격이 폭등한다. 1년전 5천 달러 정도였던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컨테이너 1개가 지금 1만 5천달러를 넘어간다. 그러니 그 컨테이너 안에 담긴 제품의 가격은 그 이상 오를 수 밖에 없다. 칫솔에서 완성차까지 안오르는 게 없다.

유닛하나 반도체 하나 부족해도 완성차는 완성이 안된다. 덕분에 지금 계약금 내면 제네시스 G90은 10개월 기다려야 차가 나온다. '무슨 신규 아파트 청약도 아니고', 하이브리드 차는 차종 가리지 않고 계약후 1년을 기다려야 된다. 이러니 중고차 가격이 신차가격을 육박한다.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가격'으로 연결돼 있다. 기름값도 천정부지인데 비료값마저 오른다. 물류란이 심해지면서 사료값도 오른다. 이 파장이 양계농가에서 축산농가까지 이어지고, 이제 인류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 돼지고기와 달걀 우유값이 오른다.

플로리다에선 12개 3.99달러하던 달걀값이 최근 7.99달러까지 올랐다. 태국에선 정부가 달걀 출하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그렇게 맥도날드 모닝세트 가격이 오르고, 신라호텔의 망고빙수 가격이 오른다.

(가스가격이 오르고 밀가루 가격이 오르고 팥의 가격이 오르고, 심지어 니켈과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서 철강가격이 올라서 리어커 가격도 오른다.이렇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의 붕어빵 가격과 연결된다. 모든 가격은 연결돼 있다.)

당장 이 인플레를 잡아야한다. 연준은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 브레이크를 잡아 당길 태세다. 공급망이 무너져 오른 물가가 당장 금리 올린다고 잡힐까 싶지만.

4.공격적 긴축의 시대가 온다.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없이 경제는 없다"고 단언했다(그걸 그동안 몰랐었나?). 금리 진짜 크게 올릴테니 각오해란 말로 들린다. 방화범이 정말 큰 소화기를 들고왔다. 이제 돈은 더 빠르게 흡수될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돈의 무게가 무거워진다. 빚을 진 서민들과 특히 부채가 많은 저개발국가는 더 힘들어진다. 가난한 나라에선 식용유조차 구하기 힘든데, 부자들의 고급진 것은 없어서 못판다.

(이미 미국에선 고급 보트가 동이나고, 한국에서 루이비통 핸드백은 지난해 모두 1조4680억원어치가 팔렸다(금감원 전자공시/ 전년 대비 또 40.2%나 매출이 늘었다) 그야말로 부자들은 명품 쇼티지, 서민들은 생필품 쇼티지다)

이미 여기저기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조짐이 보인다(인류가 아는 경제학 이론 어디에도 물가를 잡으면서 경기도 살릴 방법은 없다). 연준(Fed)의 최대 과제는 경기의 연착륙이 됐다. 바꿔말하면 경착륙 내지는 추락 가능성이 자꾸 높아진다는 뜻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돈을 풀었으니 이제 긴축의 고통도 참아야 한다. 이른바 '공격적 긴축(aggressive austerity)'의 시대가 온다. 우리는 이 폭탄을 잘 피해갈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이라는 문 뒤로 불황의 그림자가 성큼 다가왔다. "방금 좌석벨트 표시등이 켜졌습니다. 승객여러분께서는 안전벨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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